그림책의 주된 내용은 성장스토리이지만 판타지가 더해져서, 순식간에 유년의 기억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그림책 전체의 색감이 따뜻한 노란빛으로 표현되어서 환상적인 느낌은 더 강렬했다. 읽는 내내 꿈을 꾸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나왔으니 말이다. 보통 영화에서 페이드 효과를 시간의 경과로 많이 사용하는데, 그림책 후반에 페이드 아웃 효과를 이용했다. 그래서인지 잔잔한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그림책 속 여섯 살 아이의 일상은 ‘심심하고 가여울만큼’ 따분하다. 그러던 중 사건이 시작된다. 비가 온 여름의 어느날, 무지개 끝에서 우리는 지오를 만난다. 해를 어깨에 메고 나타난 아이. 그렇게 지오를 따라간 우리의 눈앞에 환상적인 세계가 펼쳐진다. 더이상 나와 놀아주지 않는 열 두살 언니도 한창 소꿉놀이 시절에는 이렇게 말했다. “풀 속에는 요정이 살고 가시덤불은 마법에 걸린 왕자일지도 모른다.”라고. 문득 요정과 마법을 믿었던 소꿉놀이 시절이 그리워졌다. 지금은 네살 아이의 소꿉놀이에 매일 초대되어 만찬을 즐기고 있지만 말이다. 덧) 그림책 속 엄마를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엄마는 첫장부터 아주 부지런히 일을 한다.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개고 마당을 쓸고 있었다. 시간이 훌쩍 지나 자녀가 10대 중반을 건너고 있을 때의 엄마는 어떠한가. 책을 읽고 있다. 나도 저 때엔 책에 집중할 여유가 생길까. 큰 기대를 해본다.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