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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소년
오타 아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원죄]
죄를 짓지 않은 무고한 사람이 경찰과 검찰, 그리고 재판부의 유기적인 범죄 조작으로 죄를 뒤집어쓴 경우.
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그럴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드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인종차별, 여성험오 등 인류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차별과 폭력의 현장 앞에서는
저 의문은 의미조차 없는 것 같다.
인간이라는 종족은 원래 그런 종족인지도.
나와 너를 구분하고
위에 서는 자와 밑에 서야할 자를 구분하는 생리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는 동물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자연적으로 주어지든 - 인종이라거나 성별이라거나
사회적으로 주어지는 기준이든 말이다. - 출신 국가, 지역, 잡안, 학력, 경제력
소설은 가나에가 흥신소장 야리미즈에게 이십삼 년 전에 사라진 아들 나오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하며 시작된다.
아르바이트생 슈지와 과거 나오와 인연을 가지고 있는 현 교통과 경찰 소마의 끈질긴 추적으로
이 십 삼년전의 진실이 밝혀지면서
그로부터 구년 전 시바타니 데쓰오 원죄 사건과의 연결성도 밝혀져간다.
그러면서 현재 여아 실종 사건의 실체도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 모든 고통들은
한 명의 무고한 피해자가 만들어지면서 시작된다.
"'열 명의 진범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지 말라'
자네는 정말 세상이 그런 사회를 원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한 병의 무고한 피해자를 지키기 위해 열 명의 진범을 놓쳐도 상관없는 그런 사회 말일세.
그렇게 위험하기 짝이 없는 사회를, 세상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지 말이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자네도 아주 '드물게'라고 말했지만, 사람들은
대개 원죄가 될 가능성을 걱정하는 것은 일등으로 복권에 당첨될까 봐 걱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알고 있어.
우선은 불필요한 걱정이라고 말이지. 그보다눈 오히려 놓치고만 진범 열 명이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에게 해를 끼칠까 봐
열 배는 더 걱정하지. 한 명의 무고한 피해자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범임을 체포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네.
그리고 범인을 체포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권력이 필요한 것도 두 말하면 잔소리고. 힘을 지닌 자가 힘을 행사하지 않으면
질서는 유지되지 않는 법이니까."
p.534
전 재판관 도키와의 말에 순간적으로 그런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사고방식이 피해자를 만들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견고하게 지켜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어떤 이유로든 무고한 피해자를 두려워하고 고통스러워해야만 하는 거다.
그것이 내가 혹은 당신이 될지도 몰라서가 아니다.
인간은 그러면 안되니까. 라고.
"자신의 인생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한 사건은 오래 기억하지 못하는 법이다.
많은 것을 빼앗긴 쪽이 평생 그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p.425
"자신이 타인에게 준 아픔에 대한 완벽한 무관심이야말로 지속적으로 희생을 낯고 있는 현재 상황을 뒷받침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그런 의미에서 도키와 같은 인간이 그리 신기한 존재는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536
타인도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 작품은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 경찰, 검찰, 재판부의 차갑고 견고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냉정하게 드러낸다.
심지어는 인질이 되는 여자아이에게조차 마음을 주기 어려울 정도로
누군가를 무시할 수 있는 사람들을 악역답게 그려놨다.
그와 반대편으로 그려지는 어린 소년들의 계절은 어찌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그들의 그 시간 때문에 이 사건이 더 가슴 아프고 안타까워진다.
그런 탓에 상당히 전형적인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메세지를 전달하는데는 부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