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시인은 죽지 않는다
이득수 지음 / 인타임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50년이 다되어 고향으로 돌아와 집을 짓다 간암 말기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들길에 펼쳐진 하늘이 전보다 훨씬 푸르고 꽃과 바람은 너무나 향긋하게 다가왔다고 얘기한다.
그 글을 읽고 책제목을 다시 보니 코끝이 시큰거렸다.

눈부신 현대의학이 손을 들자 그의 눈앞에 다가오는 산과 들과 하늘이 갑자기 아름다워지기 시작했다. 일상의 바람도 싱싱하고 세상의 모든 음악은 감미롭고... (...)
얼마나 더 살아있을지, 얼마나 더 길을 걸을지 기약할수 없지만 망상(妄想)일지라도 꿈꾸는 사람은 아름답다.-프롤로그 중에서

아직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 그러나 노란 강아지 마초가 있어 뼈저린 외로움을 이길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렇게 쉬엄쉬엄 걷다 쉬다 오후를 보내는 나는 어느 새 '구름 나그네'가 되고 말았습니다. P. 112~113

내가 병들었다거나 마음이 몹시 여리다는 것도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쩜 내게 가장 낯선 저 모습이 이 마을에선 객관적 또는 진정한 내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P. 124

지금 제가 사는 마을은 처음 '골티'라는 골짜기의 대밭을 베어내고 몇 채의 뾰족한 빨간 지붕이 들어선 곳인데 아랫마을 사람들이 '펜션마을'이라고 부를 때 저는 샤갈의 마을이라는 동화(童話)적인 이름을 찾아내었습니다. P. 214

하늘은 멀어도 아늑하고 가까워도 다정하다. 해가 뜨던 산모롱이에 하얀 구름 한 송이 피어오를 때 무심하던 일상의 나무들도 하나씩 깨어나 수채화로 숨쉰다. P. 239

나는 아직 이 숲의 눈빛이 되기에 멀었나 보다, 골짜기를 돌아 나오는 메아리도 능선에 피어오르는 물안개도 저녁하늘을 물들이는 노을이 되기에도, 얼마나 더 세월이 흘러가야 내가 바람이 될까? 나는 언제쯤 강물이 될까? -에필로그 중에서

책속의 시골풍경과 꽃들이 어렸을때를 생각나게 해서 반갑고 정겨웠다. 그리고 주변에 흔히 보았던 꽃들과 풀들의 이름을 잘 모르고 있었는데 알게되었다.
나도 풍경, 꽃 등 사진찍는 것을 좋아하는데 저자의 사진들과 그에 대한 글들이 좋았다.
저자는 모든 걸 다 버려야 한다고, 하지만 아직은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고 미련의 끝자락에 매달려 있다고 말한다.
부디 저자가 건강이 좋아져서 대하소설 신불산이 무사히 세상에 나올 수 있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