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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함께 살며 생각한 것들 - 비혼, 동거, 가족 그리고 집에 대한 이야기
박미은.김진하 지음 / 저녁달고양이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집'이라는 공간은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참 따뜻해진다. 나태주님의 '행복'이라는 시 중에서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이라는 구절이 있다. 집은 모든 것의 시작이고 어떠한 것들도 감싸안아주는 것 같다.
이 책은 비혼, 동거, 가족, 집에 대한 이야기이다. 좁은 원룸에서 단독주택으로 이사하고 그 집에서 반려동물과 지내는 이야기 등이 담겨있다.
저자들은 인도에서 만나 연인사이가 되었다.
장거리 연애를 하다가 어느 날부터 함께 살게 되었다. 반려동물 토끼 '리리'도 함께 였다.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뒤에는 고양이 '미미'도 가족이 되었다.
나도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어서 그런지 동물을 사랑하는 그 마음들이 너무나 예뻤다.
글이 너무 재미있어서 혼자 막 웃다가 리리가 나이가 들어 암에 걸려 떠난 페이지를 읽을 때는 펑펑 울었다. 그때 알바중이었는데 가게에 들어온 학생이 어리둥절해 하는 것 같았다.😅
저자들은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산다. 참 예쁘게 사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가슴이 따뜻해졌다.
난 진하의 이야기에서 ''내가 하면 되니까''라는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서로 화내고 싸우지 않으려면 내가 하면 된다. 그 간단한 걸 자주 잊어버리고 난 화를 냈다.
난 예전엔 꼭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히려 차츰 나이가 들면서는 결혼과 출산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딸들은 결혼도, 아이도 낳지 않을 거라고 하는데 저자들처럼 서로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동거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결국 내가 원했던 집은 나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었다. 나는 나보다 나와 함께하는 존재들이 평안하기를 더 바라고 있었다. 그제야 나도 행복할 수 있음을 긴 시간이 걸려 어렵사리 배웠다. 물론 나도 소중하다. 그리고 내가 책임을 다하고 있음을 깨달았을 때 나는 내가 더 소중함을 느꼈고, 집은 그 모든 책임을 나와 함께 떠안은 내 소중한 친구가 되었다. P. 29(진하)
나는 비오는 날을 좋아한다. 빗소리와 비 오는 날의 냄새가 좋다. 주택에 오니 이 두 가지를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비는 '새로움'이다. 비가 그치면 눈에 띄게 자란 나뭇잎과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며 나타나는 고양이들과 상쾌한 아침 공기가 나를 맞아 준다.
(...)
빨래를 돌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상상한다. 빨래를 걷어서 갤 때 내 손과 팔에 느껴지는 그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 그리고 햇볕 냄새. 빨래하기 전부터 기분이 좋다. P. 44~45(진하)
미은이의 머리카락이 많이 떨어져도 휴지를 아무 곳에나 버려둬도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리리의 배변 패드를 갈아주지 않아도 나는 상관없었다. 내가 하면 되니까. P. 136(진하)
동거를 통해 서로에게 완벽한 사람임을 깨닫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모든 사람은 서로에게 부족하며 완벽할 수 없다. 살아보고 결혼을 할지 말지 선택한다는 것은 나와는 맞지 않는 방법이다. 왜냐면 내게 지금의 이 순간, 현재만이 진하와 나 사이에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십 년 뒤가 아니라 현재에 있다. P. 148(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