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서울 지망생입니다 - ‘나만의 온탕’ 같은 안락한 소도시를 선택한 새내기 지방러 14명의 조언
김미향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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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차 일간지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서울살이에 염증을 느끼고 탈서울을 계획한다. 총 5부로 구성된 책에서 1~3부는 탈서울을 생각하게 된 이유, 서울살이의 고됨, 고향인 정읍에서 긴 휴가를 보낸 경험, 탈서울 했을 때 이점과 고려해야 할 점이 담겨있다. 4부는 탈서울한 7명을 인터뷰 한 기록이고, 나는 책에서 이 부분이 가장 좋았다. 탈서울하려는 사람에게 주는 Tip도 있고, 무엇보다 대면 또는 서면 인터뷰에 응해준 사람들의 선의가 느껴져서 좋았다. 탈서울한 사람들의 후일담이 나와 있는 점도 좋았다. '탈서울 혹은 서울에 머무르는 것이 최선이다'라는 두 가지 중 하나로 귀결되는 내용이 아니라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결정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점이 인상깊었다. 5부는 탈서울을 계획한 저자가 인터뷰까지 마친 후 내린 결정, 그리고 이후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부록으로 탈서울에 관한 정보를 얻는 방법이 있다. 책에서 나온 사례와 잘 연계되어 있고 QR코드도 담겨 있어서 탈서울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할 것 같다.


그동안 수도권 외의 삶을 구체적으로 상상해 볼 수 없었다. 수도권에서의 삶에서 일터와 인간관계만 변화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이 책을 읽고나니 어떤 불편이 있을지 확 와닿았다. 기프티콘을 선물받아도 사용할 수 있는 매장이 없다는 이야기나 속초, 인제, 고성, 양양 지역 임산부들은 그 지역에 산부인과가 없어서 보통 강릉에 있는 산부인과를 가야 한다는 이야기는 전에 생각이 도달하지 못한 부분이다. 집값이 치솟을 때 쓰여진 책이라 현재의 상황과 크게 이질감이 없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다.


<하니포터 3기 활동으로 서평 작성을 위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노트북을 너무 오래 쉬지 않고 가동해서 본체가 열을 받아 노트북 스스로 나사가 풀어진 것이라고 했다. 쉬지 않은 노트북을 쉬지 않고 들여다본 내가 멀쩡한 게 오히려 이상했다.


수도 서울이 600주년을 맞이하던 1994년에도 뉴스에서 '탈서울'을 자주 이야기했다. 1990년대가 되면 탈서울에 관한 글도 표현이 점점 과격해진다. 이 도시에 산다는 '죗값', 이 도시가 주는 '재앙', 이 도시의 끔찍한 '병마'.... 꽤나 센 표현을 써서 설명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서울에 산다는 것이 상당한 고통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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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자리
고민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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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화자는 20대에 취업했으나, 사장이 트집을 잡아서 2년 만에 계약이 종료되었고, 이직한 회사는 경영 악화로 1년을 겨우 넘기고 폐업하였으며, 취업을 준비하는 도중 집주인에게 한 달 안에 집을 비워 달라고 통보받는 등 어려움이 연이어 다가오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결국 나이, 성별, 학력, 경력 모두 무관한 플라워 약국에 지원하는데,  플라워약국은 지원을 문자로 받고, 면접 통보를 면접 전날 하는 곳이다. 고용주인 김약사는 화자를 유령이라고 부르며 민감한 질문들을 툭툭 던지고 곤란한 요구를 하는 손님이 오면 숨어버리는 사람이다. 화자처럼 유령으로 불리는 또다른 직원인 조는 빚을 갚기 위해 일을 하고 있으며, 화자가 빨리 그만두면 일을 알려준 것이 헛수고이므로 조금씩 일을 알려주는 사람이다. 자기만의 세계가 확고하고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화자를 못난 사람으로 만드는  연인, 화자에게 다양한 스트레스와 감정을 안겨주는 부모님에게 둘러 싸인 화자가 플라워 약국에서 일하며 경험하는 것들, 그리고 내면의 변화가 소설의 주요 내용이다. 


대단하다고 느꼈던 혜의 부족한 부분을 화자가 직시하고 난 후부터 혜의 약한 모습을 인지하기 시작하는 장면이 화자의 생활과 겹쳐 나오는 장면이 있다. 화자가 일과 직장에서의 관계, 자신의 내면에서 벗어나면서 주위를 온전히 보게 되는 이 장면이 너무 인상 깊었다. 그리고 입을 수 있는 옷과 그러지 못하는 옷을 정돈하고, 집을 몇번이고 청소하는 장면이 이 책에서 가장 좋았다. 예전에 아무튼 출근에서 약사가 나온적이 있는데, 그 프로그램을 봐서 그런지, 카메라가 사물을 세밀하게 비추면서 지나가는 것처럼 쓰여진 문체때문인지 심상화가 잘 되어서 잘 읽을 수 있었다.


이 소설의 독특한 점이라고 한다면, 소챕터의 제목이 0.1, 0.2, 0.3....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0.9에 이르러서 화자는 플라워약국에서 두 번째 월급을 받는다. 저자는 0이라는 숫자에 대해 이야기하며 다른 숫자에 기댈때 영은 우주의 단위가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영의 자리'라는 소설의 제목을 곱씹어보며, 챕터의 숫자를 볼 때마다 나는 자꾸 슬픈 마음이 들었다. 0은 어떤 숫자 앞에 서더라도 그 숫자를 1이 안되게 하니까. 0이 먼저 나서면 결국 온전한 하나가 될 수 없다는 점이 슬펐다. 


<하니포터 3기 활동으로 서평 작성을 위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조에 비해 내가 겪는 비극은 흔하디흔하고 산개되어 있었다. 하나씩 짚어 말하면 평범한 일상으로 보인다는 점이 비극이었다. <중략> 나는 달라졌는데 나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그대로였다. 서른이라는 섬에 얼마나 지쳐서 도달했던가. 유령이 되는 건 외로움에 대한 저항이 실패하는 과정이었다.


0은 다른 숫자 뒤에 채워 넣기만 하면 얼마든지 큰 수를 표기할 수 있다. 어쩌면 인도에서는 신의 무한한 능력을 표현하기 위해 0을 발명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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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 - 병이 망칠 수 없는 내 일상의 웃음에 대하여
신채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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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신채윤은 초등학교 5학년때 두통이 심해서 병원을 찾았고, 빈혈이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중학교 1학년때는 대상포진, 중학교 2학년때는 수영장에서 주차장까지 가는 도중 몇 번이나 주저앉을 정도로 체력이 약해졌다고 하며, 중학교 3학년 때 심장이 너무 아프고 코피가 2시간동안 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병원에서 심장에 소음이 들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타카야수 동맥염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타카야수 동맥염은 만성 염증성 혈관질환으로 동맥이 섬유화되어 좁아지는데 뇌로 가는 혈관이 막히면 실신이나 국소적인 뇌기능 장애가 발생하고, 신장으로 가는 혈관이 막히면 이차성 고혈압이 발병하는 등 어느 혈관이 좁아지는지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다고 한다. 처음에 이 병의 이름을 들었을 때 수두증이나 수막염을 생각해서 타카야,수동맥염이라고 생각했으나타카야수,동맥염Takayasu arteritis이라고 한다.

최근에 읽은 병에 대한 책들은 저자가 사망하거나 완치된 경우가 많았으나, 저자가 걸린 병은 100만명 중 2명이 걸린다는 희귀병으로 명확한 원인과 치료법이 없다고 하며, 증상을 안정시키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 완치 개념이 없어 투병의 고통스러움이 주가 될 것이라 생각했으나, 병이 글의 주제가 아니라 '신채윤'이 글의 주제라서 좋았다. 부은 얼굴과 짧은 언덕을 오르는 데도 힘겨움을 느끼는 것 등 병의 이야기 뿐 아니라 가족이야기, 친구의 이야기, 학교 생활.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슬픔을 자아내는 것이 아닌, 한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는 지 관심있게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라면 좋은 독서가 될 것이다.


<하니포터 3기 활동으로 서평 작성을 위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스스로 행복해지는 모습이 나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울함은 책 사이에 갈피처럼 꽂아 잠시 덮고 앤처럼 나아가보기로 했다.


변화는 차츰차츰 일어났고 마음도 차츰차츰 적응했다. 그래서 나는 담담하게 말할수 있었다. 내가 말해온 것은 사실 병의 진행이 아니라, 병원에서의 치료의 진행이었으므로. 몸은 언제나 변하고 있었다. 내가 스스로 더했거나 더해지는 현장을 목격한 것은 병원에서의 일들뿐이었다. 담담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중략> 병은 감정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말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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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삶이 될 때 - 낯선 세계를 용기 있게 여행하는 법
김미소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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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파란색 1톤 포터 트럭을 타고 인천공항에 가더니 하루 종일 달려서 사진 속의 흑발 여자를 집으로 데려왔다. <중략> 합창부 대회에서 입었던 하얀색 카라 티셔츠와 치마를 차려입고 색종이를 오려 만든 플래카드를 집 안에 걸어놓고서 그 여자를 반겼다. 백 원짜리 밋밋한 색종이가 아니라 오백 원짜리 반짝이는 색종이였다. 초등학생 아이로서는 최선의 마음을 담은 셈이다.


양극단의 세계화는 언어 교육에서도 그대로 일어난다. 결혼 이주여성은 다문화가정센터나 주민센터를 통해 한국어 교실에 등록한다. <중략> 여기서 쓰는 교재는 주로 "여보, 양말은 어디에 있어요?" "서랍 안에 있어요"처럼 남편을 내조하기 위한 내용을 다룬다. 반면 유학생들은 대학의 한국어학당을 다닌다. <중략> 여기에서 쓰는 교재는 한국 젊은 세대의 연애, 케이팝, '힙'한 관광지 등을 다룬다.


술만 먹으면 모두가 관대해지는 곳과 술을 아예 금지하는 곳. 결혼할 여성을 타국에서 데려오라고 보조금을 주었던 나라와 한 남자가 부인을 네 명까지 둘 수 있는 나라.<중략> 각자의 시선으로 보면 서로의 문화가 말도 안되게 이상하게 느껴질 것 같다.


언어는 본디 대상이 아니라 매개체다. 언어는 정복하거나 완성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나와 다른 것 사이의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체'다. 영어를 아무리 잘한다 해도 영어로 이야기할 사람이 없거나 영어로 된 정보를 읽을 일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하니포터 2기 활동으로 서평 작성을 위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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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김미소의 이력은 독특하다. 부모님이 이혼하고 아버지가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면서 다문화가정에서 자랐고, 고등학교 중퇴 후 검정고시로 졸업해서 또래보다 이른 나이에 대학생활을 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영어를 사용하는 세계 각지의 학생들과 공부했으며, 일본의 한 대학에서 일본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라거나 언어를 잘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서 좋았다. 


저자는 사회적으로 대학교수라는 위치에 있지만, 음식을 주문해야 하거나 소소한 문제를 해결하는 등 일상 생활을 살아가는 생활인으로서는 한없이 서툴고 위축된다는 고백이 진솔하게 다가왔다. 우리나라는 영어를 못하면 창피하고 실패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광고가 많아 열등감을 가지게 되는데, 영어는 반드시 백인 상류층이 하는 언어가 아니라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는 언어임을 상기시켜주는 점도 좋았다. 나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서툰 언어고,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라는 것을 여러 번 알려준다.


이 책을 읽고 '다른 사람과 교류하고 자신의 세계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언어의 역할'이라는 점을 배웠다. 개인적으로 '영어로 학술 글쓰기를 할 때'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제는 쓸 일이 없겠지만, 혹시 다시 논문을 쓴다면 조금 더 유려하게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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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엔딩 이후에도 우리는 산다 - 오늘도 정주행을 시작하는 당신에게
윤이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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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약하기에 서로를 돕는 것. 이게 바로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위대한 일이고, 조용하게 우리 곁에 있는 희망이다.


더위 때문에 생산성과 집중력이 떨어진 밤이면 스마트폰의 절전 모드처럼 사는 건 아닌지 걱정하기도 했다. 억지로 밝기 조정을 당해 미묘하게 어두워진 채로, 에너지 소모가 크면 울려대는 경고 알람을 들으며 전원이 꺼지듯 잠드는 날이 이어졌다.


아무래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영정 사진을 찍어야 겠다. 일종의 선언이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해야 하는 일에 여행, 새로운 운동이나 언어 배우기, 마음껏 놀기 말고 다른 무엇이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나는, 다시 한번 아빠의 말을 못 들은 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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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소설 등 여러 이야기를 써온 윤이나 작가님이 2020년부터 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새로 구상하고 퇴고하여 묶어낸 책이다. OTT에서 볼 수 있는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24편의 내용이 개인적인 이야기와 함께 쓰여있다. 개인 및 사회의 이야기와 작품의 내용, 그리고 작품이 주는 의미가 잘 어우러진 에세이집이다. 아마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이 '과연 작품의 스토리 공개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일텐데, 출발 비디오 여행만큼 아주 세세하게 나오지는 않고, 그렇다고 아주 내용이 없는 정도는 아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에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적당한 수준인 것 같다. 다만, 스토리 공개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확실히 말하기에 어려운 이유는.....

왓챠, 넷플릭스, 웨이브, 디즈니플러스, 티빙까지 모두 가입했던 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본문에서 나오는 작품 중 하나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책은 읽었던 <보건교사 안은영>을 기준으로 보면, 큰 흐름 정도가 나와있는 수준이다. 긴 시간 무언가 시청하지 못해서 6화 정도만 보면 끝까지 보지 못하고 이후 내용은 블로그를 통해 찾아보는 내가 다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만, 일단 <위 아 40>, <완다비전>, <더 체어>, <비커밍 유>, <조용한 희망>,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은 일부러라도 볼 수 있게 따로 적어놓았다. 


 

이 책을 읽고자하는 혹은 막 읽기 시작한 분들을 위한 팁을 드리자면, 본문이 다 끝나고 뒤쪽에 '오늘 뭐 보지?'부분에 어떤 작품이 어떤 플렛폼에 있는지 적혀 있으므로 일일이 검색하느라 애쓰지 않으시길.

 

<하니포터 2기 활동으로 서평 작성을 위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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