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일기
권남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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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작성을 위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스타벅스에서 다른 사람들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대체로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본 적은 없지만 간혹 어떤 관계인지 궁금한 사람들이 함께 앉아 있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은 번역가이자 에세이를 쓰는 작가인 권남희 님이 딸의 독립으로 '빈둥지증후군'을 겪으며 고통의 시간을 보내다가 스타벅스 매장에서 작업을 하며 경험한 내용을 모아놓은 글이다. 책에는 친구의 남자친구를 욕하는 사람, 큰 소리로 육두문자를 날리며 통화하는 사람, 등산 모임의 구성원들, 아이돌의 영상을 보고 있는 딸과 어머니, 성인 만화책을 펴놓고 번역 작업을 하는 사람 등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스타벅스에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노력과 위험(?)없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외로움,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다른 손님들, 어머니를 보살피는 것의 어려움이 곳곳에 담겨있지만 작가님 특유의 위트 넘치는 문장으로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겨울부터 봄까지 4부로 구성되어 있고 한 부에 15개 이상의 에피소드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 그 날 마신 음료가 무엇인지, 맛이 어떠했는지 서두에 서술이 되어 있고-작가님이 맛을 풍부하게 표현하지 못해서 스타벅스 음료소개를 그대로 쓴 부분들도 있음-그 날 매장에서 겪은 일들이 쓰여있다. '일기'라는 제목에 걸맞게 분량이 그리 길지 않아 짜투리 시간에 틈틈이 읽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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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 일기 쓰는 세 여자의 오늘을 자세히 사랑하는 법
천선란.윤혜은.윤소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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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1990년, 1993년, 1994년생인 저자들이 쓴 일기가 있고, 그 일기 후엔 세 저자들의 수다가 이어진다. 책 제목에서 엉망과 열심의 순서를 바꾸면 큰일이 난다고 위트 있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가족 혹은 일과 관련한 진지한 모습이 담겨있는 등 다양한 분위기와 무게를 가진 글들이 담겨있다. 어느 부분이든 세 저자의 티키타카가 조화를 이루며 글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최근에 직장에서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었는데, 지하철에서 할아버지의 욕을 에어팟 때문에 칭찬으로 듣고 엉뚱하게 반응한 에피소드, 난관에 처했을 때 자신을 게임이나 드라마 속 주인공으로 놓고 어떻게 이겨나가는지 거리를 두고보면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글이 정말 도움이 되었다. 책에 실리기는 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라 자세히 쓰긴 어려운 천선란 작가님과 엄마의 케이크 에피소드를 읽으며 가족에게 느낄 수 밖에 없는 복잡한 감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도 했다.


팥빵 어플에서 '일기떨기'로 검색하면 생생한 육성으로 책에 실린 내용을 들을 수 있다. 일일히 대조해 본 것이 아니라 방송과 책 내용이 동일한지는 확실치 않다. 육성으로 들으니 생동감은 있는데 정리된 느낌보다 정말 함께 수다떠는 느낌이 들었고, 책으로 보니 혜은님과 소진님이 누군지 책날개를 계속 살펴야하는 번거로움이 약간 있었다. 천선란 작가님만 익숙한 내 탓이긴 하지만...이 책을 읽고 '작업책방 씀'을 가고 싶은 곳 리스트에 추가해뒀고, 유튜브 구독도 눌렀으니 다음에 읽었을 때는 변별이 확실히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을 기록해 둔다.


'인간은 누구나 고독하다. 인간은 누구나 외롭다. 이건 내가 가지고 있는 인간에 대한 편견이자 정의다. 나는 인간이 상상하고 꿈꿀 수 있기에 외롭다고 믿는다. 상상과 현실에는 간극이 있고, 그 간극 속에서 우리는 공허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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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연금책 - 놀랍도록 허술한 연금 제도 고쳐쓰기
김태일 지음, 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 기획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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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작성을 위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얼마 전 은행에서 전화를 받았다. "고객님 퇴직연금에 디폴트 옵션이 적용되어서 확인하셔야 해요." 바쁘다고 전화를 끊은 후 인터넷에서 확인해 보니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급여형 퇴직연금 등등 모르는 용어가 속출한다. 대략 요약해보면, 내가 전에 있던 회사에서 퇴직할 때 퇴직금을 현금 지급하는 대신 연금상품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지급했고, 그게 은행에 의해서 계속 투자?되고 있다가 이번에 디폴트 옵션이라는 게 적용되어서 상품을 직접 선택해야 하는 것 같았다. 내가 장래에 받아야 할 연금인데도 너무 복잡하고 공부해야 할 것이 많아 다 귀찮다고 느껴질 때 서평을 위해 제공받은 책이 바로 이 <불편한 연금책>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국민연금은 2040년 경까지는 적립금이 쌓이지만 이후 급격히 줄어서 2050년대 중반이면 모두 소진이 된다고 한다. "연금은 낸 만큼도 못 받는다."는 이야기와 달리 국민연금은 내는 것보다 많이 받는 구조여서 지속 가능성이 결여되어 있고 시간이 갈수록 미래 세대의 부담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한다. 현재 보험료 인상을 반대하는 젊은 세대가 많지만 하루빨리 인상을 해야 젊은 세대가 보는 손해가 적다고 한다. 


처음에 책을 읽었을 때는 현행 연금 제도를 설명하고 실태 조사를 제시하는 수준의 책일 것이라 생각했으나,  연금 전문가인 저자가 국내 연금 제도를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 외국의 사례를 소개하고, 자신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의 책이다. 현재 기초연금은 모든 노인이 받는 것이 아니라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약 70%가 수급자로 선정된다고 하는데, 저자는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는 것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70%에게 지급할 바에야 차라리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노후 소득 보장 강화 없이 보험료율만 인상하는 것은 국민 정서 상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에 연금 개혁은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가입 기간을 확충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한다. 가입 기간을 확충하기 위해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가입 상한 연령을 높이고, 군 복무 기간 전체를 인정해주고, 출산 크레딧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출산과 육아에 따른 직업 유지의 어려움으로 평균 가입 기간이 남성보다 10년 정도 적다고 한다. 즉, 국민연금에는 성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여성 뿐 아니라 수급에 필요한 최소 가입 연수가 10년이기 때문에 정규직 유지가 어려운 저소득층 사람들은 배제되기 쉽다고 한다. 


흔히 연금 개혁은 규모가 크고 이해관계가 단단히 뿌리내린 탓에 개혁이 쉽지 않아 '코끼리 옮기기'에 비유되지만, 국민연금의 재정적 지속 가능성 제고를 위해 보험료율을 매년 조금씩 올리고 이것만으로 안되면 일반 재정 투입도 사회보장세 신설의 방법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기금 운용을 적극적으로 해서 수익률을 높일 필요도 있다고 한다. 


언뜻보면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들을 저자는 각종 도표와 반복을 통해 쉽게 설명하려 노력한다. 이 책을 읽고나서 연금 전문가가 될 수는 없겠지만, 어디 가서 연금 이야기를 할 때 소외되지 않고 능숙하게 이야기를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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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노피에 매달린 말들 - 톨게이트 투쟁 그 후, 불안정노동의 실제
기선 외 지음, 치명타 그림, 전주희 해제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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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모 가정, 장애인, 북한이탈주민도 비교적 쉽게 취업할 수 있고 다른 직장에 비해 육아를 위한 시간도 확보가 가능하다면 좋은 직장일까? 이러한 직장 중 한 곳인 도로공사는 사장이 영업소를 계약할 때 사장의 돈을 넣고 일정 기간동안 계약을 하는 거라서 그 기간동안 최대한 돈을 벌려고 한다. 이들을 고용하면 지원금이 나오기 때문에 지원금이 나오는 기간동안은 고용하지만 복지 미흡하고 오히려 이들에게 사용되어야 할 돈은 사장의 배를 불리기 위해 몰래 쓰인다. 그 규모는 엄청나서 톨게이트 수납원들이 도급업체에서 받지 못한 임금 차액과 손해배상금 등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2019년 12월 6일에 났다고 하는데, 그 금액이 1,441억원이나 된다고 한다. 


이들은 요금 수납이나 과적 단속 등 도로공사의 이름으로 도로공사의 유니폼을 입고 일했기 때문에 스스로 정규직인줄 알았으나 실상은 계약직이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2013년부터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법적 싸움을 시작했고, 도로공사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했다. 도로공사가 불복해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 2019년 7월에 요금수납 업무를 전담하는 자회사를 출범했고, 요금수납 노동자 6,500여명 중 5,000명 가량이 자회사로 옮겨갔고, 1,500명은 투쟁을 이어갔다. 이 책은 투쟁을 이어간 사람들 중 일부의 이야기를 구술형식으로 실었고, 한 사람의 이야기 앞뒤로 이해를 돕기 위한 글이 있다. 해제에서 전주희는 이 책이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왜 싸우는가에 대한 질문 관한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은 부당함으로 시작해서 투쟁과정이 전개되고 결국 승소해서 직접고용이 된 영광의 장면으로 마무리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직접고용이 된 후의 이야기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직접 고용이 된 한 분은 과적 단속 할때보다 임금을 60~70만원 적게 받아서 세후 임금이 157만원이라고 한다. 직접 고용이 된 다른 사람들도 낮은 보수는 물론, 수납 업무를 하지 못하고 청소 업무를 하게 되면서 지사에게 계약을 한 졸음쉼터 청소 노동자들은 해고를 당했다고 한다. 직접 고용으로 인한 기쁨도 잠시, 그들은 낮아진 보수, 사무직 직원들의 차별, 다른 사람의 일을 빼앗았다는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투쟁이 끝난 뒤에 투쟁을 안 한 사람도 같은 혜택을 받는데, 열심히 한 사람은 오히려 타깃이 되어 탄압을 받는다고 한다. 한편, 자회사에 간 사람들도 성과급과 상여금이 합의된 내용처럼 지켜지지 않아 투쟁중이라고 한다. 


2016년 구의역 김 군 사망사고와 2018년 태안화력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고로 간접고용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간접 고용 문제가 반영되었다고 하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를 읽고나서 알게되고 느꼈던 것이 이 책을 읽으며 확장되는 감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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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꼭두각시
윌리엄 트레버 지음, 김연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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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년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였고, 세계는 제 1차 세계대전을 겪고 있던 시기였다. 그리고 영국에 대항해 아일랜드의 게릴라 전이 시작된 해이기도 하다. 이 책은 1918년에 여덟살이었던 윌리 퀸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윌리의 어머니는 영국인이고, 아버지는 아일랜드인으로 아일랜드의 킬네이 저택에 살고 있었다. 처음에는 영국과 아일랜드의 역사를 모르고 읽어서 부모가 다른 나라 사람인 것이 이 가문에 어떤 비극을 불러올지 알 수 없었다. 60페이지까지 익숙하지 않은 지명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지루한 감도 있었으나 이후  혀가 잘린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쉴새없이 사건이 휘몰아친다. 


블랙 앤드 탠즈에게 아버지와 동생들을 잃은 윌리는 살아남은 어머니, 하녀와 함께 불탄 킬네이 저택을 떠난다. 윌리의 어머니는 남편을 죽게 만든 사람에게 복수할 생각만하며 다른 사람도 만나지 않은 채 연일 술을 마시고 알코올중독 증상을 보인다. 절망적인 환경에서도 학업을 이어가던 윌리는 학교에서 친구들을 사귀게 되며, 자신의 어머니를 보러 킬네이에 방문한 사촌 메리엔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영국인, 그리고 사촌이라는 벽앞에 사랑을 고백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던 윌리. 이제 윌리에게 남은 고난과 괴로움은 사랑하면 안 될 사람을 사랑한 것 뿐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에게 더 큰 고난이 찾아온다. 후에 영국을 떠나 킬네이에 다시 방문한 메리엔은 윌리가 자신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사라진 것과 사람들이 자신에게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설은 아일랜드의 주민들, 메리엔의 결정, 그리고 윌리의 행방을 다루며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소설을 읽으며 개인의 삶과 역사적 사실을 조화롭게 엮어나가는 작가의 솜씨에 감탄했다. 1983년에 나온 소설임에도 예전에 쓰였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만큼 세련된 소설이다. 사건의 전후나 전개가 노골적이지 않지만 독자가 사정을 짐작할 정도의 맥락을 보여주는 방식이 좋았다. 1900년대 초반 아일랜드의 환경에 몰입해서 읽다보니 소설 후반부에 비행기 여행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다른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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