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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에르 피플 - 개정판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평점 :
장강명 작가님의 등단작인 <<표백>>에 이어 2012년에 출간된 <<뤼미에르 피플>>의 개정판으로 13년만에 감각적인 표지와 함께 돌아왔다. 신촌에 위치한 뤼미에르 빌딩에 거주하는 생물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여 있다. 거주하는 생물-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은 인간뿐 아니라 반인반서도 있으며, 각 이야기의 중심 인물은 뤼미에르 빌딩의 거주자뿐 아니라 뤼미에르 빌딩 인근의 생물도 있다. 808호의 반인반서가 사는 지하 공간, 802호의 남자가 처한 상황, 805호와 807호의 이야기에 나오는 인간의 폭력성 등 묘사가 소름끼치게 세부적이어서 찝찝한 마음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
다양한 인물과 이야기가 담겨있어 자칫 피로해 질 수 있었는데, 책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시간 순서대로 서술한 것이 아니라 다단을 나눠서 양쪽의 이야기를 각각 전개해 나가는 편도 있어 끝까지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이야기는 810호의 이현수 이야기. 과거와 현재가 각각 흘러가는듯 하다가 중첩되면서 마무리되는 흐름이 좋았다. 그리고 가장 희망적인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고...복잡한 감상을 떠나서 그 시절 신촌을 다시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과거와 분리된 현재, 피할 수 없고 속도를 조절할 수도 없는 미래가 너무 두려웠다.'
'언젠가는 그 오케스트라에 인간도 필요할 터였다. 인간은 반응이 다채로운 멋진 관객이고, 과거를 기록하는 유일한 동물이니까. 기록과 재생이 가능하다면 강물이 마르고 섬이 사라진 다음에도 음악은 영원할 수 있다.'
<서평 작성을 위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