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노피에 매달린 말들 - 톨게이트 투쟁 그 후, 불안정노동의 실제
기선 외 지음, 치명타 그림, 전주희 해제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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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작성을 위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한부모 가정, 장애인, 북한이탈주민도 비교적 쉽게 취업할 수 있고 다른 직장에 비해 육아를 위한 시간도 확보가 가능하다면 좋은 직장일까? 이러한 직장 중 한 곳인 도로공사는 사장이 영업소를 계약할 때 사장의 돈을 넣고 일정 기간동안 계약을 하는 거라서 그 기간동안 최대한 돈을 벌려고 한다. 이들을 고용하면 지원금이 나오기 때문에 지원금이 나오는 기간동안은 고용하지만 복지 미흡하고 오히려 이들에게 사용되어야 할 돈은 사장의 배를 불리기 위해 몰래 쓰인다. 그 규모는 엄청나서 톨게이트 수납원들이 도급업체에서 받지 못한 임금 차액과 손해배상금 등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2019년 12월 6일에 났다고 하는데, 그 금액이 1,441억원이나 된다고 한다. 


이들은 요금 수납이나 과적 단속 등 도로공사의 이름으로 도로공사의 유니폼을 입고 일했기 때문에 스스로 정규직인줄 알았으나 실상은 계약직이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2013년부터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법적 싸움을 시작했고, 도로공사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했다. 도로공사가 불복해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 2019년 7월에 요금수납 업무를 전담하는 자회사를 출범했고, 요금수납 노동자 6,500여명 중 5,000명 가량이 자회사로 옮겨갔고, 1,500명은 투쟁을 이어갔다. 이 책은 투쟁을 이어간 사람들 중 일부의 이야기를 구술형식으로 실었고, 한 사람의 이야기 앞뒤로 이해를 돕기 위한 글이 있다. 해제에서 전주희는 이 책이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왜 싸우는가에 대한 질문 관한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은 부당함으로 시작해서 투쟁과정이 전개되고 결국 승소해서 직접고용이 된 영광의 장면으로 마무리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직접고용이 된 후의 이야기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직접 고용이 된 한 분은 과적 단속 할때보다 임금을 60~70만원 적게 받아서 세후 임금이 157만원이라고 한다. 직접 고용이 된 다른 사람들도 낮은 보수는 물론, 수납 업무를 하지 못하고 청소 업무를 하게 되면서 지사에게 계약을 한 졸음쉼터 청소 노동자들은 해고를 당했다고 한다. 직접 고용으로 인한 기쁨도 잠시, 그들은 낮아진 보수, 사무직 직원들의 차별, 다른 사람의 일을 빼앗았다는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투쟁이 끝난 뒤에 투쟁을 안 한 사람도 같은 혜택을 받는데, 열심히 한 사람은 오히려 타깃이 되어 탄압을 받는다고 한다. 한편, 자회사에 간 사람들도 성과급과 상여금이 합의된 내용처럼 지켜지지 않아 투쟁중이라고 한다. 


2016년 구의역 김 군 사망사고와 2018년 태안화력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고로 간접고용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간접 고용 문제가 반영되었다고 하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를 읽고나서 알게되고 느꼈던 것이 이 책을 읽으며 확장되는 감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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