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수업
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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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 술이라도 마시고, 담배라도 피우고 싶은 건데 어떻게 그걸 이해해주지 않느냐고 한탄하는 엄마의 넋두리가 가슴을콕콕 찔렀다. 그래, 엄마가 이거라도 없으면 무슨 낙이 있겠어. 나는 죄책감을 한아름 안고 투덜대며 동네 슈퍼로 향했다. 아파트골목 사이에 있는 작은 슈퍼의 주인 아주머니는 우리 가족과 잘아는 사이였기 때문에 나는 교복을 입고도 어려움 없이 술과 담배를 구할 수 있었다. 어느 날엔가 슈퍼 아주머니가 왜 네가 이런걸 사가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나는 볼멘 얼굴로 엄마가 시켰다고 털어놓았다. 그때 아주머니는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면서 소리를 냈다. "쯧쯧."
구술생애사 최현숙 선생님의 강연을 들었다. 선생님의 어린시절을 듣는데, 내 귀에 들어온 말. "초등학생 때 엄마가 저에게일수를 시켰어요." ‘어떻게 엄마가 어린 딸에게 일수를 시켜?‘ 역시 이런 반응이 나올 법했는데, 선생님은 그 기억을 요리조리 다양하게 해석해주었다. 다섯 남매를 키우느라 경제 활동을 도맡았던 엄마가 어느 날부터 몸이 아파지면서 일수를 직접 걷지 못•하는 날이 늘었고, 자신이 어릴 때부터 똑 부러지는 면이 있었기때문인지 엄마가 믿고 그 일을 시켰다고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돈을 알게 되면서 안 좋은 영향이 있었다고는 했지만, 선생님은그런 기억 모두가 자신의 일부라고 끌어안고 있었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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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수업
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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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지 않으면 안될 사연 히나
옹호의 글쓰기
집에 돌아와 교복을 벗으면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 심부름을시켰다. "승은아, 소주 한 병하고 디스한 갑 좀 사다줄래?" 그림나는 엄마의 간절한 눈빛을 외면하면서 일단 버텼다. 원래 심부름을 귀찮아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중학생 딸에게 술과 담배를 사오라는 엄마가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 나 아직학생이야. 왜 자꾸 나한테 그런 걸 시켜?" "동네 사람들이 엄마얼굴 다 아는데 내가 어떻게 가니? 부탁 좀 할게. 엄마 정말 필요해서 그래." "내 얼굴도 다 알아보거든?싫어, 나도 쪽팔려 엄마의 말을 순순히 따르지 않는 날은 어김없이 엄마와 다투는 날이었다. 대부분의 다툼은 나의 항복으로 끝났다. 삶에 낙이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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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 로맨스에서 돌보는 마음까지, 찬란하고 구질한 질문과 투쟁에 관하여 앳(at) 시리즈 3
신성아 지음 / 마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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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되면서 노인 요양서비스가 크게늘어나기는 했지만 서비스 주체는 정부가 아닌 사설 업체다.
그러다 보니 살던 곳에서 나이 들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은어불성설이고, 적절한 조치가 제때 제공될 것인지조차 안심할수 없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정액수가제 방식이라 서비스를공급하는 민간요양시설에서는 요양 서비스의 질을 낮추고,
돌봄에 드는 원가를 절감하려 들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가난한노인에게는 기회가 없다.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해주기위해 제정한 국민기초생활보호법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법은절대빈곤에 놓인 이들을 부양해야 할 의무가 직계혈족과직계혈족의 배우자에게 먼저 있다고 명시해줬다. 절대적빈곤층을 돌볼 국가의 책임을 가족, 자녀에게 우선 지우는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한국의 미래는 당연히 디스토피아다.
가족은 해체되고 사회는 늙어가는 지금, 우리는 반드시 이질문에 답해야 한다. 누가 돌볼 것인가. 많은 이가 기대를 걸고있는 AI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 돌봄은 반드시 관계에기반한다. 자신을 돌봐줄 관계를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두지못한 사람들, 결국 돈 없고 자원이 부족한 이들이 제일 먼저AI 앞에 가게 될 것이다. 지자체가 독거노인들에게 스마트토이봇 ‘효돌이‘를 지급한 것처럼 비대면 의료·돌봄서비스는•반드시 주변에서 시작해 중앙으로 진입할 것이다. 이미 질병은차별적으로 찾아온다. 비만이 빈곤의 결과라는 것은 주지의사실이다. 이 세계의 주변부에 머무르는 가난한 이들은 코로나•팬데믹까지 거치며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큰 손상을 입었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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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진보와 자유, 인류의 복지를 위해 싸워야 하는 이유. 결국 우리가 한 작은 선행이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

윤이처럼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이면 재발 우려가매우 높기 때문에 고위험군, 혹은 초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조혈모세포 이식처럼 강력한 치료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기도한다. 글리벡 같은 표적치료제도 다른 항암제와 함께 처치한다.
세상에, 글리벡이라니. 내가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 "이윤보다생명을"을 외치며 약가 인하 시위에 참여했던 바로 그 약이다. 그옛날 데모에 나갔던 수혜를 20년도 넘게 지난 지금 이렇게 받게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선배들을 따라시위 현장을 기웃거리는 나를 보고 "왜 남의 회사 파업에 감놔라 배 놔라 참견이냐"며 걱정하던 아빠도 생각났다. 아빠, 남의 일에 참견했던 게 더 이렇게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때 나 데모 데리고 나갔던 선배랑 결혼도 했잖아요. 34-35쪽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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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의 힘은 이뿐만이 아니었다.할머니의 기저귀 실수도 점차 줄어들었다. 매일 하던 대소변 묻은 빨래가 이틀에 한번, 삼일에 한 번이 되더니 두어 달이 지나자 거의 사라졌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약 4개월 뒤, 뇌신경과 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치매 노인의 자존감과 우울감은 인지능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자존감이 올라가고 우울감이 낮아지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인지능력 검사에서 점수가 높게 나온다는 것이었다. 살아갈 이유가 생기는 것도 치매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실제로 새로운 경험과 웃음은 화도 내보고 애원하다시피부탁을 해도 고쳐지지 않았던 기저귀 실수를 고쳐주었고,
할머니를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아흔세 살의 할머니로 바꿔놓았다. 할머니에게 필요했던 것은 곧 기억에서 사라질 경고와 주의가 아니라 사는 걸 재미있게 만들어줄 활력, 자존감을 높여줄 칭찬과 대화, 우울감을 낮춰줄 웃음이었다.
얼마 전 한 잡지사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내가 공유한 영상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영상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다른 영상들 속에 묻혀버린 이네 회춘 네일숍‘을 꼽았다. 내가 몰랐던 할머니의 사랑스러 - P128

운 면을 처음으로 알게 해준 영상이자, 할머니의 증상에 가장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킨 ‘무한 칭찬‘의 비밀이 바로 이영상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영상의 마지막 부분도 참 좋아한다. 할머니의30대 때 사진 위로 윤대녕의 단편소설 「상춘곡」 속 한 문장이 흐르며 끝나는 장면이다.
"당신은 여인이니 부디 어여쁘시기 바랍니다."
정말이다. 나는 할머니가 언제나 어여뻤으면 좋겠다. 할머니 마음에 있는 그 고운 봄이 부디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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