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로부터 한 문단
9월 11일
상추가 빛난다. 텃밭에 심은 녀석들이 힘을 내고 있다. 9월엔 초고를 더 쓰지 않고, 지금까지 쓴 원고를 돌아보는 중이다. 상추 같은 당신들이 빛났으면 싶다. 이렇게 손보았다.
"농부는 빛이 그리울 땐 고개를 숙인다. 벼도 빛나고 보리도 빛나고 상추도 빛나므로, 햇볕에 반사된 빛이라고 간주하는 이도 있으리라. 그러나 햇볕을 받으며 자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식물들의 빛이 모두 해로부터 온 것은 아니다. 벼와 보리와 상추가 자라며 뿜어낸 빛이 농부에게 닿은 것이다. 점점 넓어지고 밝아지는 식물들의 그 빛을 한 번이라도 쓴 사람은, 해와 달과 별을 찾아 고개를 들기보다 아무리 희미하고 작은 빛의 기미라도 무릎 꿇고 손바닥을땅에 댄 채 고개 숙인다. 벼와 보리와 상추가 만든 빛과 어둠의 이야기를 품는다. 내가 사랑하는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 P291

‘생태책방 들녘의 마음‘ 팝업스토어도 무사히 마쳤다.
참고로 사용하던 교실을 책방으로 바꾸기 위해, 미실란 식구들이 모두 두 달 남짓 몸도 쓰고 마음도 썼다. 언젠가 적었지만 쓴다는 것은 사무친다는 것이다. 글이든 몸이든 마음이든.
정오부터 여섯 시간 정도 책방을 임시로 열었는데, 많은 분들이 방문해 주셨다. 생태책방을 여니, 16년 넘게 이 대표와 미실란이걸어온 삶이 한결 단단해지면서도 빛나는 것 같아서 좋다.
팝업스토어에는 85종 정도의 책을 선보였는데, 12월 18일 정식시작일엔 오백 종 가까이 확충할 예정이다. 건강한 먹거리와 다양한 친환경 제품들도 구비하도록 하겠다.
섬진강 따라 흐르는 당신,
‘생태책방 들녘의 마음‘에 꼭 들르세요!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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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의 코스를 밟으며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함을, 시도와 도전이 더 값진 것임을 깨달았다. 각자가 가진 다양성과 주관성이 예술작업의 가장 기본 토양임을 말이다. 그간해왔던 작업을 돌아보았다. 생각해보면 나의 작업에는 늘 질문이 존재했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라는 영화를 만들자‘가목표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농인의 세상과 청인의 세상을 이을 수 있을까?‘ ‘청인에게 어떻게 반짝이는 세상을 소개하고 반짝이는 박수 소리로 환영하고 환대할 수 있을까?‘ 이러한 생각이 기획의도이자 연구 질문이었다. 단순히 영화를 기획해 제작하고 상영하고 개봉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
나는 영화를 도구 삼아 농사회와 청사회를 잇기 위한 시도를했다. - P245

이 연구 중심 석사 과정의 콘셉트를 이해하고 몸으로 받아들이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성과 중심 사회에서 자라고 훈련받은 나는 결과물만을 공유하는 것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완성된 영화를 보여주고 관객을 만나고, 완성된 책을보여주고 독자를 만나 북토크를 하고,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강의와 강연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것, 완성된 결과물 형태의 예술작업을 보고 읽고 들으며 몇 가지 코멘트를 한 후 다음 제작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기존 작업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연구 과정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성과 중심 사회에서 할 수 없거나 하기 어려운 시도와 도전,경험이라고 말한다. 각자의 연구 질문을 공유하고 질문하고시도하고 피드백함으로서 새로운 시각과 논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라는 낯선 명제와 질문을 던진다. 영화를 통한 예술적 연구 과정은 어떤 놀랍고 새로운 방식의 연구 방법론이 아니라 예술작업을 대하는 예술가 각자의 태도와 자세라고 할 수 있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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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글을 읽어야 전전두엽이 자극되면서 활성화되고, 건전두엽이 활성화되어야 문자 해독력이 높아지는 뇌가 된다. 특히 전전두엽이 한창 발달하는 10대에 책과 멀어지면 성인이 되어서도 글을 읽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글을 게대로 해독하지 못하는 성인이 겪을 수 있는 심각한 문제 상황에대해서는 이미 앞에서 설명한 바 있다.
영상 시대에도 문자를 해독하는 능력은 여전히 필요하다. 영상이 갖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복잡하고 정교한 인간의 사고와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은 여전히문자이다. 문자가 지닌 이러한 특성은 영상이 대체할 수 없는부분이다. 영상 시대에도 아이들이 글을 읽고 문해력을 키워야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 P36

다른 수능 과목에서도 문해력은 고득점의 열쇠가 된다. 수능영어 독해 문제를 살펴보면 단순히 영어 문장을 읽을 수 있다고해서 풀 수 있는 게 아니다. 문장을 읽고 이해하고 추론해서 판단할 수 있는 문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2004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하 ‘직능원‘)이 우리나라 중학교 3학년 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문해력과 수능 점수의 상관관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직능원은 중학교때 책을 많이 읽은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수능에서 각각 어떤 점수를 얻는지 2004년부터 3년에 걸쳐 추적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3년간 문학서적을 꾸준히 읽은 학생들은 같은 기간에 문학서적을 한 권도 읽지 않은 학생들보다 2008학년도 대입 수능의 언어(국어) ·수리·외국어(영어) 영역 모두에서 더 높은점수를 받았다.
직능원에서는 꾸준한 독서 습관이 ‘괜찮은 일자리‘를 얻을 수있는 비율도 조사했다 ( 괜찮은 일자리‘는 300인 이상 대기업과 공기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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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골목골목에도 ‘쓰레기 줍는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로 인해 더 늘어난 쓰레기를 헤치고 그중에서 폐지와 재활용이 될 만한 물건을 건져내는 노인들. 그들이 수거하는 양을 지자체나 정부가 수행할 경우 대충 계산해도 약80%의 비용이 더 든다. 동네마다 쓰레기 산이 생기지않도록 거리의 쓰레기를 매만져 일상을 지탱하게 해주는 쓰레기 줍는 사람들‘의 시간당 임금은 약 1,500원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쓰레기는 가장 가난한 나라로,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정착한다. 유해 폐기물의 국제 이동을 금지한 바젤협약을 성사시킨 짐 퍼킷(Jim Puckett) 활동가는 ‘쓰레기는 가장 경제적 저항이 적은 경로로 흘러내린다‘라고 했다.
하지만 가난한 나라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서로 연대해 대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질 수밖에 없어 보이는 사움에 임하는 약한 자들의 유일한 무기는 언제나 연대다.
내 곁에 네가 있고 네 곁에는 또다른 네가 있다. 이 곁들의 존재가 뭐라도 해보자고 나서게 한다. 우리는 지구 최강의 에너지인 화석연료에 매일매일 지는 싸움을 한다.  손자병법에는 ‘이기는 것은 내게 달려 있지 않지만 지는 것은
- P68

은 내게 달려 있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기지 않아도 어쩔수 없다. 나는 작디작은 우주의 코딱지니까. 하지만 세상에는 이 사소한 코딱지들이 무수히 많다. 나는 그들이 서로의 곁이 되는 신비한 광경을 계속해서 보고 싶다. 설령인간이 어리석은 짓을 못 멈춰서 지구가 망하더라도 끝까지 사소한 실천을 함께한 사람들의 곁이 되고 싶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텀블러와 용기를 챙기며 말을 건넨다. 쓰레기 덕후들아, 쓰레기 덕질로 파이팅 넘치는 하루!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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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소비에서의 이런 극도의 불균형은 간단한 산수로도 살펴볼 수 있다. 만일 오늘날 사용되는 모든 연료와 전기를 지구상 70억 넘는 인구에게 공평하게 재분배한다면, 각 사람의 에너지 사용랑은 1960년대 스위스 사람들의 평균 에너지 사용량과 거의 비슷할 것이다. 1960년대에 찍은 스위스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그리 나쁘지 않았다. 사람들이 두터운 울 코트를 입고 기차 정기장에 서 있거나 작은 커피 컵을 들고 마시며 작은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음식과 관련해 6장에서 살펴본 것들을 이 장에서는 에너지과 관련해 살펴보고 있다. 이 세상의 모든 결핍과 고통, 그 모든 문제는 지구가 필요한 만큼을 생산하지 못하는 무능이 아니라 우리가 나누어 쓰지 못하는 무능에서 발생한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조사와 연구를 시작했을 때 희미한 북소리처럼 들리던 것이 이제는 내 머릿속에서 마치 주문처럼 울려 퍼지고 있다.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라.
13장에서 살펴보겠지만 우리 자신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하도록 해주는 마법 같은 기술은 없다. 소비를 줄이는 것이 21세기의 궁극적인 실험이 될 것이다.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는 것은 우리 세대에게 던져진 가장 커다란 과제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어려운 제안이라서 실현이 가능할까 싶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를 이 혼란 속에서 구하는 데 시작점이 될,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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