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낫게 하는 돌봄 교과서 - 치매 초기부터 곤란할 때, 위험할 때, 지칠 때 대처하는 80가지 방법
요시다 가쓰아키 지음, 최화연 옮김 / 보누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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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만 봐도, 아버지의 행동이 이상해서, 집 근처 치매센터에 가서 진단을 받아 봤다. 설마 아니겠지 했으나, 우울증과 함께 치매가 의심되어, 보다 큰 병원에서 MRI를 찍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어머니는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하다 보니, 치매 검진을 미루고 있는 상태이나, 아버지보다 더 심하다. 항상은 아니지만, 몇 시간 전에 일어난 일도 기억을 못 한다.


치매는 환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고통은 더욱 심하다. 처음엔 설마설마하며, 아버지가 또는 어머니가 치매는 아니라고 현실 부정을 하게 된다. 반복되는 잘못된 행동을 고치라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다. 온갖 이상 행동으로 인해, 마음 상하고, 말다툼, 폭언까지 하게 된다. 그리고 확실히 치매라는 걸 알게 되면, 만감이 교차하며 그저 울음밖에 나오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슬퍼만 하고 있을 수 없다. 어떻게든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치매환자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전혀 모른다는 거다. 초중고대 어디서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내 경우 어머니를 돌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 요양보호사도 치매는 추가로 따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 단순히 옆에서 돌보는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치매에 관한 전문적인 정보와 조언이 필요해서, 요시다 가쓰아키 박사의 '치매를 낫게 하는 돌봄 교과서'를 읽게 되었다. 치매 환자를 이해하고 돌보는데 필요한 80가지 대처법을 담고 있으며, 저자가 일본인이나 우리에 맞게 한국의 치매 기관이나 제도가 내용에 반영되어 있다.


일단 이 책은 빠르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부피가 크지도 않은 데다,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만화와 일러스트를 매 장마다 담았고, 설명 또한 어려운 의학용어 같은 것은 배제하고, 실제 상황에서 치매환자를 돌보는데 필요한 내용들만 담고 있다.



'치매를 낫게 하는 돌봄 교과서' 프롤로그부터 중요한 정보들이다. 치매와 혼동하기 쉬운 질병부터 시작이다. 치매, 우울증, 뇌전증, 정상압 수두증, 만성 경막하혈종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확한 치매 진단을 위해, CT나 MRI 촬영하는 것도 이 때문인 거 같다.


치매 환자는 몸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케어가 필요하다. 그래서 그런지, 간호, 간병할 때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초반에 나온다. 화내지 않기, 차별하지 않기, 강요하지 않기, 부정하지 않기 등 어떻게 보면, 당연한 내용들인데, 이게 그 상황이 되면 절대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런 것들을 난 감정을 초월한 부처가 돼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케어하는 사람도 엄청난 마음의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노력하지 않기'라는 항목에 나오는 '간병은 50점이면 합격'이라는 말이 내 가슴에 직접적으로 와닿는다.


이어 나오는 '치매 환자를 대하는 올바른 방법'은 읽고 또 읽고 해야 하는 파트라 생각한다. 나와 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치매 간병인에게 참 요긴한 기초 소양이다. 내가 잘못하는 것이 너무 많음을 알 수 있었다. 책 뒤쪽을 보면 치매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를 위한 셀프 체크에 한계 도달형, 자기 희생형, 대등 솔직형, 지도자형 이렇게 4가지 유형이 나온다. 난 다 안 좋은 쪽인 거 같다. 한계 도달형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만큼 스트레스가 쌓여 있는 것이다. 치매 환자만큼 돌보는 사람의 몸과 마음 건강도 매우 중요하다.


책 중간중간, 적절한 대처법, 하지 말아야 할 것을 O, X로 구분해놔서, 내가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쉽게 쉽게 체크해 볼 수 있다. 책에 나온 모든 것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 치매 환자를 돌보기 위한 첫걸음을 디디는데 귀중한 정보였다.


보통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치매 환자는 방금 식사를 하고도 다시 밥을 달라고 한다. 이런 경우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치매 증상은 훨씬 복잡하고 다양하다. 간병인이 도둑질했다고 하거나 잘 씻지 않고 이유 없이 폭력 폭언을 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 밥 먹는 방법을 잊기도 한다. 하나같이 가족들을 난감하게 만드는데, '치매를 낫게 하는 돌봄 교과서'에는 이러한 상황에 도움 되는 방법들이 나와 있다.



치매,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나도 부모님도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조금 전에도 한 난리를 치르고 빨래와 청소를 해야 했다. 치매 환자가 있는 가족이 겪는 고통은 상상 이상이다. 어디 마음 놓고 다닐 수도 없고, 수시로 병원 진료도 받아야 한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 빠진 지인과 대화를 나눠보면, 다들 비슷한 상황이다. 요양보호사나 간병인을 둔다고 해도, 함께 사는 상황에서는 온갖 난관이 발생한다. 따라서 가족 모두가 치매에 대한 이해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각종 대처 요령도 알고 있어야 한다. 이게 '치매를 낫게 하는 돌봄 교과서'를 봐야 하는 이유다. 가족뿐만 아니라, 관련 직종에 있는 분들도 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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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사진 촬영, 좋은 사진을 만드는 사진디자인 - 색, 다르고 남, 다른 사진디자인 강의
채수창 지음 / 앤써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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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카페를 통해, 출사여행을 어쩌다 한 번씩 참석을 하고 있는데, 출사를 마치고 카페에 올려진 사진을 보고 있으면, 분명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담은 사진들인데, 다 다른 느낌을 준다. 개성도 다르고, 실력 차이도 느낄 수 있다. 동시에 내 사진의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며, 이게 내 한계인가? 왜 좀 더 다가가지 못했을까? 왜 이걸 못 보고 지나쳤지? 등등 자기 비판, 반성의 시간도 갖는다.


이왕 찍는 거, 누가 봐도 멋지고, 잘 찍었다 느껴지게 촬영하고 싶다. 그러나 그게 참 어렵다. 뻔한 구도, 뻔한 배치, 매너리즘에 빠진 사진들뿐이다. 게다가 유명 여행지나 촬영지를 인터넷으로 이미지 검색하면, 너무나 많은 사진들이 쏟아진다. 이들 중에서 더 돋보이는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나에게 상상도 못할 일이다.


더군다나 요즘은 스마트폰으로도 퀄리티 높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사진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취미가 되었고, 생활에 일부가 되었다. 그만큼 사진 잘 찍는 고수들도 많아졌다. 웬만큼 찍어서는 사진 찍는다는 명함도 내밀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하면 내 사진이 좀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자주 고민하곤 한다. 이번에 채수창 저자의 '멋진 사진 촬영, 좋은 사진을 만드는 사진디자인'을 보게 된 것도 이런 고민 때문이다.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 사진 실력을 갖추고 싶어 본 것이다.



'멋진 사진 촬영, 좋은 사진을 만드는 사진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사진을 기술로 보지 않고, 디자인이란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시중에 사진 관련 책을 보게 되면, 많은 책들이 야경은 어떻게, 꽃 촬영은 어떻게, 노출을 어떻게, 셔터를 어떻게 하는 식의 설명이 많이 나오곤 한다. 주로 카메라 설정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물론 이것도 사진 실력을 높이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런 책을 보다 보면, 따라 하기만 급급해서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곤 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요즘은 스마트폰으로도 얼마든지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초점도 알아서 잘 잡아주고, HDR 기능도 자동으로 된다. 프로 포토그래퍼도 AUTO 설정으로 찍는 경우도 많다. 어차피 내가 카메라를 만드는 것도 아니다. 그건 기술자가 알아서 하면 된다. 더욱이 이제는 AI, 인공지능 기술이 사진 속 깊숙이 들어왔다. 즉 사진 찍는데 기술적 측면에만 너무 몰입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멋진 사진 촬영, 좋은 사진을 만드는 사진디자인'은 책 제목 그대로 사진을 찰라나 우연의 예술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책에서도 점, 선, 면, 도형, 색,  톤, 광선, 프레임, 균형, 강조, 안정감과 같은 디자인에 중요한 요소들을 대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미술이나 사진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요소만 보고도 구도라는 단어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수 많은 사진 책에도 강조되어 나오는 게 구도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구도와 디자인을 엄격히 구별하여 말하고 있다. 사진 구도는 피사체를 한 장의 사진 안에 안정감 있게 배치하는 것으로 보고 있고, 디자인은 주어진 목적을 조형적으로 실체화하는 것을 말한다.


사진예술, 사진창작, 그런 단어는 많이 들었지만 사진디자인이라고 하니 나에게 사고의 전환을 일으킨다. 디자인이라는 단어와 사진이 결합되니, 뭔가 막연함을 벗아나, 내가 어떤 방향으로 사진을 찍어야 할지 구체적인 방향이 그려졌다.


그리고 많은 프로 사진가의 사진들이 디자인의 결과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사진 하나 찍으려, 장소 섭외도 하고, 필요하면 구조물도 만들고, 촬영과 편집 이런 모든 일들이 계획된 디자인에 따른 작업들이었다. 특히 현대사진들이 딱 그런 경우라 생각 들었다. 강연회에서 만났던 아마추어 사진가에서 프로가 된 많은 포토그래퍼들의 이야기들이 떠오르면서,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디자인 마인드의 유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남다른 멋진 사진,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단순히 좋은 구도만으로는 안 된다. 톡 튀는 아이디어만으로도 안 된다. 명확한 의도에 따른 종합적인 디자인이 필요하다. '멋진 사진 촬영, 좋은 사진을 만드는 사진디자인'은 바로 그런 디자인 기초 체력을 길러 주고 있다. 멋진 디자인을 위해, 구도에 대해서도 자세히 배우고, 스토리텔링, 게슈탈트 이론과 같은 심리학 이론도 익힌다. 다양한 샘플 사진과 함께 자연스럽게 사진 보는 훈련도 하게 된다.


책 내용 속에 존시스템, 화이트밸런스, 심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책 전반에 걸쳐 사진 기술에 관련된 내용은 극히 적다. 사진 기술을 잘 모르거나, 스마트폰 위주로 촬영하는 사람들을 위해 저자가 의도적으로 자제했다는 느낌도 든다. 그만큼 누구나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책이다. 더군다나 설명과 함께 해당되는 사진들이 나와 있어, 이해하기 쉽다.


'멋진 사진 촬영, 좋은 사진을 만드는 사진디자인'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오랫동안 쌓아온 사진 경험과 감각을 이론적으로 정리하고 검토할 수 있었다. 내가 사진을 찍으면서 뭘 잘못했는지, 뭘 제대로 했는지도 점검할 수 있었다. 나에게는 사진 창작보다는 사진 디자인이 더 구체적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남과 똑같은 디자인, 식상한 디자인, 구린 디자인은 망한 디자인이다. 디자이너 마인드로 사진을 찍는다면, 당장 끝내주는 사진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매너리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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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쓸모있는 화학 이야기
이광렬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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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뭔가 자연스럽고, 깨끗하고, 몸에 좋을 것만 같다. 반면 화학이라는 단어는 독극물, 오일, 공장 폐수 같은 몸에 매우 안 좋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건 분명 엄청난 편견이다. 천연 제품도 그 구성은 화학적 조합으로 이뤄진 것들이다. 천연 비타민, 천연 조미료, 천연 소금 이렇게 아무리 천연을 붙인다고 해서 화학 구조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이러한 잘못된 이미지는 잘못된 연구, 검증 없는 보도, 유사과학, 업체의 여론 조작, 가짜 정보 등으로 만들어진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옥석을 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개인의 몫이다. 그러나 개개인 모두가 과학자도 화학 전문가도 아니다 보니, 쉬운 일이 아니다.


'재미있고 쓸모있는 화학 이야기'는 그런 쉽지 않은 화학 세상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위트 있는 비유와 재미있는 일화를 섞어 설명하고 있다. 화학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으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각종 화학제품의 바른 사용법, 조심해야 할 화학 이야기, 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용화학, 뷰티와 다이어트 관련 화학, 호르몬과 같은 뇌와 몸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 같은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재미있고 쓸모있는 화학 이야기'는 활성산소, 산성화, 암, 콜레스테롤 등 건강 관련하면 자주 언급되는 주제로 시작한다. 그중에는 콩이 남성 호르몬을 죽인다는 괴담에 대한 진실도 나온다. 스님들이 많이 먹어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나, 나도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하지만 이건 역시 잘못된 정보다. 가공식품, 알코올, 민트, 감초가 남성 호르몬에 안 좋을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아는 콩이 안 좋은 경우가 하나 있는데, 신장결석 관련해서 수산 함량이 높은 시금치와 두부를 함께 먹으면 안 좋다는 것은 봤다.


'재미있고 쓸모있는 화학 이야기'에는 보면 볼수록 유용한 정보들이 많다 느끼는데, 그중 매우 도움이 되고 바로 써먹을 수 있었던 내용은 '생활의 달인 만드는 살림 속 실용화학'이었다. 살림꾼이라면 이젠 상식처럼 되어 버린, 친환경세제 삼총사, 베이킹소다, 구연산, 과탄산소다 그리고 식초에 관한 것들이 책 속에 자세히 나온다.


보통 식초는 각종 청소에 많이 쓴다. 배수구 냄새를 없애는데도 사용한다. 그런데 난 식초 냄새가 싫다. 뭘 써야 할지 고민이었네, 책 속에서 깔끔히 해결해 주었다. 구연산을 쓰라고 한다. 세정 효과도 좋고, 소금을 함께 쓰면 세균 제거에도 좋다고 한다. 배수구에는 과탄산소다를 뿌리거나, 주방세제, 바디워시, 빨래세제를 조금 부어두라고 한다.



친환경세제 삼총사나 식초 외에 락스도 집에서 자주 쓰는데, 이 모두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락스를 화장실 변기 물에 부어 두고 소변을 보면, 클로라민이란 유독성 물질이 생긴다고 한다. 내가 참 위험한 짓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클로라민은 소독제로 사용되기는 하지만, 염소와 암모니아와 관련되어 위험할 수 있다. 변기 청소 귀찮아서, 락스 부어 놓곤 했다. 당연히 나 아니더라도 식구들은 여기에 그냥 소변을 봤을 것이다. 락스와 뜨거운 물을 같이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소변도 금지일 줄이야…

락스 냄새 맡으면, 뭔가 청소가 잘 되고 깨끗하다 생각하곤 했는데, 이게 죽음의 냄새가 될 수도 있었다.

이처럼 책 안에 주의해야 할 점을 잘 알려주고 있어,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재미있고 쓸모있는 화학 이야기'는 그 밖에 우리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과학적 정보를 담고 있다. 그런데 과학은 절대 불변의 진리가 아님을 감안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아직도 큰 논란 중인 가습기 살균제도 당시에는 과학적 화학적으로 좋다며 판매했던 것이다. 인체에 치명적인데 왜 당시 그 많은 화학자들은 그 문제를 지적 안 했을까? 반대로 조미료 MSG는 오래전에 몸에 안 좋다고 해서, 아직까지 많은 이들이 선풍기 괴담처럼 안 좋은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결론은 당시 논문이 잘못됐다고 한다. 이 책에서 얘기한 거처럼 실제로 몸에 이상 없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테라플루 성분 중에 하나인 페닐레프린이 감기에 효과 없음을 FDA에서 결론을 내렸다. 오래전에 효능에 의문을 낸 학자가 있었는데, 지금에야 결론이 난 것이다. 과학 논문 중에는 관련 업계의 입김으로 작성된 것들이 많다. 연구자도 돈 안 되는 연구 안 한다. 게다가 전문가도 의견이 갈라지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합리적인 사실은 받아들이되 맹신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 중에도 GMO처럼 논란이 많은 주제들이 살짝 보인다. 저자의 말처럼 GMO가 우리 유전자까지 바꾸고 그러는 일은 없다. 다만 GMO 반대론자는 GMO 작물이 병충에 강하게 만들다 보니 그에 따른 자체 독성 물질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면도 있다. 똑똑한 발명으로 이야기한 염색 샴푸도 유전 독성 성분 문제가 있기도 했다. 따라서 각자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 것이다.



'재미있고 쓸모있는 화학 이야기'는 각 장마다 일문일답 형식의 광팔도사 Q&A라는 코너가 있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거나 막연한 두려움에 대한 명쾌한 답을 제시하는 곳이다. 이 코너를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가족뿐만 아니라 기르고 있는 멍멍이에게 화학 현상을 설명하는 취미를 가졌다는 이광렬 저자의 모습 교차된다.


나는 화학 하면 학창 시절 수헬리베브씨엔하며 외웠던 주기율표와 함께 육각형의 구조 등이 떠오른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화학은 그다지 쉬운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재미있고 쓸모있는 화학 이야기'는 건강, 식품, 살림, 다이어트, 양육과 같이 우리 삶과 밀접한 이야기를 통해 화학의 세상에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게 해준다.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게 해주고, 유용한 지식과 지혜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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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의 모험 수학 소녀의 비밀노트
유키 히로시 지음, 이진원 옮김 / 영림카디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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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골치 아파하는 과목 중에 거의 탑은 수학일 것이다. 오죽하면 수포자라는 말이 나왔겠나. 그만큼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문과 이과를 떠나 수학의 역할은 날이 갈수록 중대해지고 있다. 특히 확률과 통계 쪽은 연구 논문의 각종 조사 뿐만 아니라, 회사의 각종 보고서 작성에서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더더군다나 확률과 통계는 IT 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 빅데이터, 인공지능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너무나도 중요해져서 수백 번을 강조해도 모자를 지경이다. 그렇기 때문에 확률이나 통계는 절대 포기해서는 안되는 수학 파트다. 


난 수학을 좋아한다. 그러나 유독 확률, 통계는 재미가 없었다. 확률 공식이나 풀이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으나, 문제 자체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뭐랄까 말장난 같았다. 분명 한글인데, 난 문제가 의도하는 뜻과 달리 전혀 다르게 이해하곤 했다. 통계는 데이터를 반복하고 그러는 게 너무 지루했다. 재미 없으니까 공부도 하기 싫었고, 당시에는 내가 통계학자가 될 것도 아닌데 안 해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참 멍청한 생각이었다. 지금 상황을 알았다면, 죽으라고 공부했을 것이다.


그때 공부 안 한 여파가 지금까지 오고 있다. 인공지능 공부할 때마다 확률, 통계 나오면, 가끔씩 헷갈려서 다시 찾아 봐야 한다. 뭔가 찜찜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기초부터 다시 하나하나 점검해 보자는 마음으로 유키 히로시의 '확률의 모험'을 보았다. '확률의 모험' 이 책은 일본 수학 협회 출판상을 받았고, 전국 수학 교사 모임 추천 도서다. 즉 수학하는 분들이 좋은 책으로 인정하는 책이라는 거다. 그래서 더욱 관심을 가지고 봤다. 


그러고 보니 '확률의 모험'은 수학 소녀의 비밀노트 시리즈 중에 하나였다. 다른 시리즈는 보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어떤지 말하긴 힘들지만, '확률의 모험' 하나만 놓고 봤을 때, 단순히 수능 같은 입시만을 목적으로 하는 책이 아님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보다는 확률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게 돕고, 확률을 공부하면서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의문을 깊이 있게 생각해 보는 책이다.



'확률의 모험'은 중학생, 고등학생들의 수학토크, 대화를 통해 확률에 관한 것을 하나씩 알아가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만화는 아니지만, 만화의 장면을 떠올릴 수도 있는 구성이다. 그만큼 설명들이 쉽게 되어 있어, 확률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그리고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교과서나 참고서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수학의 깊은 묘미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내용들이 다수 들어가 있다.


예를 들어 동전의 앞면, 뒷면 나올 확률은 보통 1/2로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던졌을 때, 앞면만 연속 나오는 경우도 있고, 번갈아 나오기도 한다. 확률 1/2의 의미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동전을 여러 번 던졌을 때, 점점 1/2로 수렴한다는 거지, 앞뒤 한 번씩 나온다는 의미가 아니다. 



마지막 장에 나오는 미완의 게임에서는 메레, 파스칼, 페르마 이야기와 함께 게임이 도중에 중단 되었을 경우, 어떻게 상금 분배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언뜻 보면, 간단한 거 같지만, 대화를 통해 다양한 경우가 있음을 알게 되면, 이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에는 좌표평면, 점화식, 이항계수, 시그마까지 나오게 된다.


이렇게 '확률의 모험'에서는 기본 개념부터 명확히 살펴보고, 오해할 수 있는 부분, 한계, 다양한 경우의 수 같은 것을 수학토크를 나누며 깊이 있게 파고든다. 그러다 보니, '확률의 모험'이 쉬우면서도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이 단순히 문제와 답, 이런 문제 풀이 기계 보다는 입체적인 사고력을 가진 수학을 가지고 놀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는 뜻이다. 역시 수학 교사들이 추천할만 하다.


난 중간 중간 살짝씩 놀라며 '확률의 모험'을 봤다. 이렇게 생각하고 푸는 방법도 있구나 했다. 내가 너무 주어진 것만 받아 먹는 수학 공부를 한 게 아닌가 하는 반성하는 마음도 들었다. 이 책은 분명 중고등학교 학생을 위한 책이겠지만, 일반인에게도 확률의 개념을 익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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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 퍼스트 C# - 모던한 객체지향 C# 가이드! .NET과 유니티로 배우는 실전 프로그래밍 지침서, 4판 Head First 시리즈
앤드류 스텔만.제니퍼 그린 지음, 이수겸 옮김, 이재윤 외 감수 / 한빛미디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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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파이썬이 유행이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상용화된 프로그램 개발에 C++, JAVA, C, C#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들이 더 많이 사용된다. 어쩌다 보니, 이들 언어 대부분 다 겪어 봤는데, 내 경우 펌웨어, 임베디드 쪽에서는 C나 C++을 안드로이드 앱 개발에는 자바에서 코틀린으로 바꾸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가장 많이 쓰고 있는 컴퓨터 언어는 C#이다. 일반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자동화 라인에 들어가는 PC용 프로그램 개발 대부분에 사용 중이다.


C# 덕분에 먹고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가장 애정이 가는 언어고, 가장 편하게 쓸 수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다. 그러기에 앤드류 스텔만과 제니퍼 그린이 지은 '헤드퍼스트 C# 4판'은 다른 책보다 남다른 마음으로 보았다.



일단 이 책이 아니더라도 헤드 퍼스트 시리즈를 본 사람이라면, 헤드 퍼스트 시리즈만의 남다른 특징이 있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노트 필기나 첨삭 지도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자유분방한 구성, 편한 대화체 조언, 다양한 비유와 묘사를 섞은 위트 있는 설명 등 한마디로 재미난 책이다. 이수겸 옮긴이의 말을 보면, 헤드 퍼스트는 머리가 앞서는 행동 또는 충동적이고 무모한 성격을 나타내는 관용구라고 한다. 충동적, 자유분방함 다 맞는 거 같다.


이런 특징을 '헤드퍼스트 C#'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딱딱한 느낌보다는 사람 냄새 솔솔 풍기는 그런 책이다. 그런데 교과서처럼 순차식으로 구성된 책을 선호하는 사람 경우 이런 구성이 생소해서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헤드퍼스트 C#'에서는 챕터 1에 일단 비주얼 스튜디오를 사용해서 다짜고짜 같은 그림 클릭해서 지우는 게임을 만들어 본다. 1부터 100 더하기 그런 게 아니다. WPF의 XAML, 마우스 클릭 같은 이벤트 제어가 나오고, List, foreach, 타이머 Threading 같은 게 나온다. 실무에서 많이 쓰는 것들이 그냥 처음부터 나오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하는 것은 일단 비주얼 스튜디오를 어떻게 사용하고, C# 언어가 어떻게 생겼는지 맛보기 위해서 하는 거다. 구석구석 다양한 설명이 같이 되어 있지만, 프로그래밍 언어를 전혀 모르는 초보는 무척 당황스러울 수 있다. 사실 챕터 2부터가 더 쉽다. 기초적인 C# 문법 설명이 주가 되기 때문이다.


초보는 겁먹을 수 있겠으나, 기존에 다른 프로그램 언어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겐 오히려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이것이 프로그램 언어를 보다 빨리 익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간단한 프로그램 짜며 연습하는 것도 좋으나, 어렵더라도 실제 어느 정도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는 것이 컴퓨터 언어를 마스터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 내 경험이 전부를 대표하지는 않으나 내 경험 결과는 그렇다.



책에 있는 그대로 따라 해보는 것 자체가 초보에게는 모험이면서 도전이다. 어렵게 완성해서 잘 작동하는 프로그램을 보며, 스스로 뿌듯해지고, 자신감도 생기는 거다. 잘 안돼도 그 과정 속에서 배우는 것이 진짜 많다. '헤드퍼스트 C#'의 좋은 점 중에 하나가 디버깅 연습을 해본다는 것이다. 디버깅을 못하면, 프로그래머가 될 수 없다. 에러 난 거 못 잡으면, 프로그램이 작동도 안 한다. 어쩌다 작동해도 나중에 오류 나서 찰진 욕만 듣게 된다.


아무튼 챕터 1 잘 이해 안 되면, 그냥 빠르게 읽어 나가고, 나중에 다시 보면 된다. 그때는 분명 이해 될 것이다.



'헤드퍼스트 C#'에 나오는 C# 문법 설명도 아마 다른 책과 많이 다를 것이다. 대부분의 책들은 이런 뜻이고, 이렇게 작성하고 이런 결과가 나온다가 전부다. 우리가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주입식 강의다.


그러나 '헤드퍼스트 C#'은 왜?,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 의미가 뭐지? 이런 질문을 던져 코드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우회로, 다른 방법, 효과적인 방법을 찾게도 한다. 강제적으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오래전에 외국인 개발자와 함께 일하며, 그들이 하는 수업도 들을 적 있었는데, 그때도 이런 식으로 질문과 사고를 유도해서, 성질 급한 나는 답답하기도 하고, 상당히 낯설어 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차이 때문에 이 과정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나, 그래도 책에선 뜸을 들이지만 정확한 답과 방향을 알려주고 있으니, 부담될 정도까지는 아니다.



게다가 책 곳곳에 연습문제가 나오고 있고, 쓰면서 제대로 공부하기,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 코드 줄긋기, 낱말 퀴즈, 코드자석 같이 퍼즐을 푸는 형태로 C# 학습에 재미를 주면서, 깊이 있게 C#을 이해할 수 있게 돕기도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특징을 들자면, 이 책은 윈도뿐만 아니라, 맥 사용자를 위한 내용도 담고 있다. 아예 부록편에 맥 사용자를 위한 Visual Studio for Mac 학습자 가이드가 있어 보다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헤드퍼스트 C#'을 읽게 되면 두 가지 덤을 얻을 수 있다. 우선 하나는 덤으로 게임 엔진 유니티에 대한 기초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깊이 있는 내용까지는 아니지만, 책 내용이 게임 개발을 모티브로 한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으므로 게임 개발을 염두에 두고 C#을 배우려는 사람에게는 더욱 유용한 덤이 될 것이다.


또 다른 덤은 '헤드퍼스트 C#'에 다 못 담은 이벤트 처리기, delegate, MVVM, 추가 유니티 연구실 등을 깃허브에서 PDF 파일로 받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료들이 영문이지만, 구글 문서 번역 서비스를 이용하면 아쉬운 대로 쓸만하다.


초보는 아닌 만큼, 처음에는 유지 보수 차원에서 읽어 본다는 의미도 있었으나, '헤드퍼스트 C# 4판'을 읽다 보니, 재미도 있었고, 내가 제대로 몰랐던 부분도 여럿 확인할 수 있었다. 비주얼 스튜디오에 C# 대화형 창 기능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맨날 쓰던 기능만 쓰다 보니,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 아무튼 이렇게 재미있고 독특한 방식으로 C#을 설명하는 책은 '헤드퍼스트 C# 4판'이 유일할 것이다.


빠르게 C#을 익히려는 타 언어 개발자 또는 C# 초보 중에서도 실무에 근접한 다양한 정보를 얻으며 C#을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려는 분에게 잘 어울리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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