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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말하다
데이비드 두쉬민 지음, 추미란 옮김 / 정보문화사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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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처음 입문했을 때에는 장비나 기법에 관해 많이 관심을 가졌었다.
어떤 카메라 좋고, 색깔 선명한 쨍한 사진은 어떻게 찍는가, 또는 어떤 필터를 써서 효과를 주면 더 멋진가 등 주로 기술적인 면에 치중을 했다.
그러다 보니 사진관련 책도 대부분 노하우에 대한 책을 보게 됐다.
덕분에 나름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진 찍기가 지루해져 갔다.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내 사진엔 영혼이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거창하게 말해서 영혼이라 했는데, 다르게 말하면 느낌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남이 봐도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이 거의 없다. 처음엔 장비 탓도 했지만, 역시 장비가 원인은 아니었다. 오랜 동안 고민 끝에 알게 된 것은 내가 사진으로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사진에 음성을 담겠다는 것이 아니다. 사진에 공감할 수 있는 주제나, 사진을 찍었을 때 무엇에 감격해서 셔터를 눌렀는지, 내가 뭐에 행복해 했고, 재미있어 했는지 나만 느끼고, 다른 사람에게는 전달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기들이 커가면서 말을 배워 사람들과 말을 나누듯이, 사진도 내 의사를 표현하는 언어를 배워야 했다. 그 점에서 난 아직 옹알이하는 수준인 것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 "사진을 말하다."는 바로 내가 가진 문제인 사진으로 말하는 방법을 얘기하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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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두 파트로 나눠 사진에 자신이 의도하는 것을 담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앞 파트는 선, 대조, 빛, 구도, 순간포착, 프레임, 렌즈, 노출 등 원리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원리라고 해서 값을 얼마로 해라, 이럴 땐 이렇게 해라 그런 것이 아니다. 정답을 가르쳐 주기보다는 찍는 사람이 스스로 생각해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어떻게 담을 지 결정할 수 있게 조언을 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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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각 소 단원에는 주제에 맞는 사진 찍기 연습법도 담고 있다. 일종에 과제를 주는 방식이다. 그 과제를 통해 사진 감각을 넓히고 연구하게 한다. 자신만의 감각으로 사진에 표현하는 훈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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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 파트는 20개의 사진을 통해 앞에서 배운 것을 종합적으로 적용한다. 구도, 색상, 조명 등 이럴 경우는 어떨까?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하는 다양한 생각을 하게하여 사진에 자기가 생각하는 단어를 어떻게 담는지 배운다. 이 과정을 통해 전문가가 사진을 찍을 때 거치는 생각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덤으로 사진 보는 방법도 배우게 된다. 전에는 유명 작가의 사진을 보면, 그냥 멋있네 하고 말았지만, 이젠 작가의 의도를 셜록 홈즈처럼 추리하는 재미를 느끼게 만든다.
이와 같이 앞 뒤 파트는 이론과 응용이라고 할 수 있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대학 강의를 듣는 느낌이 든다. 전문가의 철학과 그의 다양한 경험이 가득 담긴 그런 강의 말이다.
이론 부분 내용이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다고 말하는 부분이 많아 혼란이 될지 모르지만, 뒤 파트에서 잘 정리되므로 걱정할 필요 없다. 저자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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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책의 부제를 보면 "기다림과 결정의 미학"이라고 되어 있다.
책 곳곳에 이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그러고 보니 사진은 낚시와도 참 비슷하다. 물고기가 미끼를 무는 결정적인 순간을 기다려야 하듯이 사진도 최고의 순간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또한 물고기가 많이 다니는 포인트를 찾듯이 사진사도 자신의 주제에 맞는 최적의 장소를 찾아 다녀야 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낚싯대를 당기듯이 셔터를 눌러줘야 한다.
이 책은 그런 기다림과 결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자신이 표현하려는 빛의 변화나 색감을 기다리고, 여러 구도를 잡아보며 결정적인 위치나 순간을 찾아낸다.
저자 데이비드 두쉬민이 찍은 사진을 통해 그 과정을 해부하듯이 하나 하나 보여주고 있어 읽는 사람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이 책은 완전 초보 사진가에게는 적당하지 않다. 기본 용어나 지식이 좀 있어야 한다.
어느 정도 사진 지식이 있는 분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사진을 오래 찍었는데, 체한 것처럼 뭔가 답답함을 느끼는 분이라면, 이 책을 정독하기 바란다. 전문사진가는 어떤 시선으로 사진을 찍나 궁금한 분도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난 이 책을 덕분에 감사하게도, 오랜 동안 사진에 내 목소리를 어떻게 담을까 하는 막연한 궁금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앞으로 나의 사진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