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 딱 좋은 날 - 감성돼지루미의
루미 지음 / 오후세시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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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하나 둘 늘어 나면서, 마음의 색깔은 점점 무채색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회색 도시가 비단 콘크리트 아파트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삶이 무감각해진다. 일도 힘들고 즐겁고가 아니라 그냥 하는 거니까 하는 식이 된다. 개콘을 보고 한바탕 웃어도 그 때 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얼굴은 청동 조각상이 된 듯 굳어버린다.

 

 

이렇게 얼어가는 마음을 녹여줄 감정은 사랑일 것이다. 무채색으로 점점 굳어가는 나의 마음을 녹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 '감성돼지 루미의 사랑하기 딱 좋은 날'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돼지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란 영화가 떠오르는데, 여기선 돼지 루미가 사랑에 빠졌다. 사랑의 아픔에 어쩔 줄 모르기도 한다. 루미는 원래 Gloomy Pig 였는데, 너무 우울해 보인다는 주변 사람 말에 G와 pig를 빼서 루미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우울한 돼지. 아무리 상상을 해봐도 연상이 되지 않는다. 고사 상에 올라간 미소 짓는 돼지만 떠오르지 세상에 우울한 돼지가 어디 있을까 생각이 된다. 책에 나온 루미의 모습도 우울함보다 너무 귀엽고 엉뚱해 보인다. 아무리 눈 양끝이 쳐진 한자 팔자가 되어도 귀엽기만 하다. 어쩌면, 그게 작가의 의도일지도 모르겠다. 겉과 다른 속마음을 표현 한 거라 할까? 삐에로의 모습이 아무리 웃고 있다고 그 속 마음도 웃고 있다고 할 수 없는 거와 같다. 루미가 귀엽고 미소와 웃음을 주지만, 루미는 사랑의 아픔에 뼈저린 고통을 느끼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책 속에 루미는 편이점 앞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지하철 역에서, 삼겹살집 앞 등 현실 속에서의 사랑과 이별의 아픔, 평범한 일상의 삶을 얘기한다. 너무 아름답게 과장하지도 않고, 너무 아프도록 우울하게 말하지도 않는다. 이 세상 사람이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못 이룬 사랑 때문에 다 죽지 않는 것과 같다. 보통 사람? 보통 돼지?의 삶의 투덜거림 정도다. 재미난 그림을 보고 미소를 짓다가도, 다시 생각하고 살짝 가슴이 저려지는 느낌을 즐길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그림과 색상, 표현이 너무 마음에 드는 책이다. 그림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 속의 그림 주변 여백이 많이 남으므로 루미 옆에 자신의 그림을 그려도 좋을 것 같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넣어도 좋을 것 같다. 아니 그냥 다이어리로 사용해도 재미날 것이다.

회색 빛으로 변한 내 마음을 루미가 책 속의 다양한 색으로 물들어 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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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라 일만 하는 사람은 절대 모르는 스마트한 성공들
마틴 베레가드 & 조던 밀른 지음, 김인수 옮김 / 걷는나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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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은 세계에서도 일 많이 하기로 일, 이등을 다툰다. 그런데 삶의 질에서는 꼴등에 가깝다. 열심히 일을 하면 생활이 나아진다고 배워왔는데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게을러서 못사는 거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는 과연 새벽 첫차를 타봤는지 묻고 싶다.

 

요즘 주목 받는 기업들은 대부분 IT 관련 산업들이다. 그런데 같은 IT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도 어떤 누구는 매일 같이 야근에 밤샘을 밥 먹듯이 하고, 일정에 쫓기는 반면, 어떤 누구는 모두가 선망하는 부자가 되어 여유를 누리고 있다.
열심히 일한다고 능사는 아니라는 거다.

 

'스마트한 성공들' 이 책은 죽어라 일만 하는 사람들의 문제점을 이야기 하고 있다. 성공을 위해선 다른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많은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들어 말하고 있다.

 

책에서 제시하는 성공 비결은 나름 정리해보면, 우선 시간 관리를 잘하라는 거다. 눈 앞에 보이는 급한 일보다 미래에 가치 있는 일을 우선 해야 하고, 매일 1시간이라도 꾸준히 실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도박에 올인은 위험해도, 승부를 봐야 하는 비즈니스에는 올인해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죽어라 일하라는 소리 같은데, 그게 아니다. 단순한 일벌레가 되라는 것이 아니다. 책에서는 효율을 얘기한다. 나 혼자 다 일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일을 남에게 맡길 수 있어야 하며,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서 여유를 즐겨야 한다고 말한다. 쥐어짠다고 아이디어가 나오고 일이 풀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운동도 하며, 좋은 공기도 마시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때 더 좋은 생각과 판단이 나온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성공의 포인트로 동료의 중요성도 얘기한다. 함께 여행을 가고 싶은 사람과 일하라 한다. 한 사람보다는 여럿이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1 + 1 이 반드시 2가 아닌 4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들은 사실 자기계발서 여럿 본 독자라면 다 들어봤다고 할 수 있는 흔한 얘기다. 그러나 이 책이 좀 더 나은 점은 실제 성공한 사람들이 어떻게 실천해서 성공했는지 간단하면서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실패 사례도 함께 다루고 있어서 비교하며 어떤 점이 잘못된 것인지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무엇보다 읽는 사람에게 용기를 준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나 역시 이 책을 보고 용기를 내어, 그 동안 이 핑계 저 핑계로 미뤄왔던 프로그램 개발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나 혼자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함께 여행할 수 있는 동료와 서로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함께 하기로 했다. 실패는 그다지 걱정되지 않는다. 이미 실패라면 많이 겪었기에 한 두 번 더 추가 된다고 두렵거나 겁나지 않는다. 그것보다 안 해서 나중에 후회하는 것이 더 겁날 뿐이다.
어쨌든 이것이 책 '스마트한 성공들'이 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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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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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의 괴로움' 1장만 보고도 난 바로 꼬리를 내려야 했다. 이 책에 나온 책 애호가들과 내 수준과는 비교가 안됐다. 조족지혈 바로 그 단어에 맞는 것이 나였다. 나도 나름 책이 많았고, 그 때문에 오랜 동안 고민을 해왔다. 그런데 책에 나온 이들과는 게임이 안 됐다.

 

책이 많아 집이 기울어지고, 바닥이 뚫리는 일은 나에겐 없었다. 물론 일본 집이 목조 주택이라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지만, 진짜로 그런 일이 뉴스로 있었다니 놀랍다.

 

​이 책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책 때문에 겪게 되는 행복한 고통을 이야기하고 있다. 잠 잘 곳만 남겨두고 책 둥지에서 살고, 책이 무너져 욕실에 갇히기도 하고, 많은 책 때문에 이사한지 일주일 만에 다시 이사 가는 책으로 겪는 다양한 해프닝을 이야기한다. 내용 곳곳이 남의 얘기 같지 않았다. 이사 얘기는 특히 공감한다. 방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이사 가기 위해 박스에 담으면 그 수에 놀란다. 게다가 책은 무척 무거운 짐이다. 이삿짐 직원도 싫어하는 짐이다. 그래서 큰 박스에 담아서는 안 되는 것이 책이다. 짐 나르다 사람 지치게 만든다. 많은 책 때문에 나 역시 이사 때마다 고생했다. 책 정리를 다 못해 박스를 다 못 열고, 아파트 현관에 쌓아놓은 적도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치우겠다고 써놓고 말이다.

 

​장서의 괴로움에는 많은 장서가들이 나온다. 몇 만 권은 보통이다. 13만권까지 가지고 있던 이노우에라는 작가도 있었다. 다들 헌책방에 책 정리를 위해 수 천 권을 팔아도 변함이 없다고 한다. 이 정도면 책이 쓰나미와 비교해도 될 정도의 재난일 것이다. 책은 분명 무생물인데도 잠깐 한 눈 팔면 책장을 넘치며 번식한다. 넘치고 넘쳐 다른 방을 넘보고, 결국 방바닥에 나뒹굴 정도로 무섭게 늘어난다. 번식력이 좋다는 바퀴벌레가 연상된다. 이렇게 책이 재난에 바퀴벌레처럼 되어도 장서가들은 책을 사들인다.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가듯이 책방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책 구입 비용 때문에 항상 생활도 쪼들린다. 그래도 책은 사야 한다. 난 그들의 마음이 너무나도 잘 이해된다. 나도 그들과 같은 부류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다 보니 옛 기억이 하나 하나 떠올랐다. 나도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부모님은 시험을 잘 보면, 내가 원하는 책을 살 수 있게 해줬다. 특히 소년중앙이며, 어깨동무, 보물섬 등 웬만한 잡지는 매달 내 소유가 될 수 있었다. 클로버 문고도 내 수집품이었다. 세계의 불가사의나 신기한 얘기가 많았다. 지금은 이름이 먼나라 이웃나라로 바뀐 시관이와 병호의 모험도 그때 모았던 책이었다. 그 책들을 버리지 않고 모았다면 나도 장서의 괴로움에 나오는 사람들 틈에 낄 수 있었을 것이다. 모은 중고책 가치도 아마 나쁘지 않았을 텐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쉽다. 내 기억 속에만 남은 책들이 자꾸 떠오른다.

​그리고 난 서점만 가면 난 최소 기본이 30분이었다. 동네 서점이 그렇다는 거다. 종로서적이나 교보를 가면 기본이 2 ~ 4시간이었다. 난 연애인보다 동네 서점 주인이 부러웠다. 지금도 그렇지만, 서점만 가면, 너무 보고 싶은 책이 많았다.

 

​그러다 요즘은 이 책에도 나온 자취에 들어갔다. 자취하면 하숙 그런 거 생각할 텐데, 여기서 자취는 책을 스캔해서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재미있다. 참 잘 지은 용어다. 종이 책을 전자 책으로 만들어 본 사람은 그 과정을 잘 알 것이다. 책을 자르고 스캐너에 넣고 그런 과정이 자취생이 밥해먹는 거와도 같기에 자취라는 단어가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아무튼 난 많은 책을 어떻게 할 수 없어, 책을 PDF 파일로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전자책을 진정한 책이 아니라 생각한다. 책은 종이의 느낌, 활자체, 표지 등이 모두 함께 모여 존재하는 것이라는 거다. 전자책은 그냥 정보라는 거다.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난 책을 버릴 수는 없기에 차선책으로 스캔을 시작한 것이다. 스캔한 파일은 진짜 뭔가 영혼이 빠져나간 존재라는 느낌을 전부터 받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스캔한 책이 500권이 넘었는데도 집 곳곳이 책이다.

 

​장서의 괴로움은 나의 책 욕심을 다시 뒤돌아보게 해줬다.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의 삶도 엿볼 수 있었다. 책에 관한 이야기 보따리가 터져 나오게 했다. 아쉬운 점은 저자가 일본인이라, 책 속에 나오는 책이름과 저자, 영화나 드라마 이야기를 공감하긴 어려웠다. 뭐 어차피 그들을 알고 있다고 해도 유명하든 평범하든, 그들의 서고만 내 눈에 들어왔을 것이니 불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돈 좀 많이 벌어서 나도 책을 위한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스캔을 위해 책을 길로틴에 넣는 짓을 안 하고 싶다. 더 이상 책 망나니가 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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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우주강의 - 괴짜 물리학자에게 듣는
다다 쇼 지음, 조민정 옮김, 정완상 감수 / 그린북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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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하늘을 올려다보면, 많은 별들이 반짝입니다. 별을 보며 지구라는 별에 사는 내가 얼마나 먼지보다 작은 존재인지 생각하곤 합니다. 우주의 광대함과 그 규모는 상상하면 할 수록 뭔지 모를 신비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인간은 호기심이 많은 동물입니다. 그래서 우주를 가만이 놔두지 않았습니다. 많은 학자들이 우주의 신비를 풀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해왔죠.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그 이유를 알아내고, 또 다른 이론을 만들어가면서 말이죠. 그리고 이젠 학자가 아닌 많은 일반인들도 우주에 관심을 가지고 알려고 하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도 우주에 관심을 가진 친구들이 많죠.

 

 

'유쾌한 우주 강의'는 그런 호기심 많은 사람들에게 딱 어울리는 책이죠. 이 책은 우주의 탄생과 그에 따른 우주의 변화 과정을 알기 쉽고 자세히 설명한 책입니다. 그리고 우주를 설명하는데 절대 빼놓고 지나갈 수 없는 상대성이론, 암흑물질, 빅뱅, 블랙홀 등과 같은 뉴스나 방송에 많이 접하는 용어도 재미난 비유와 함께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소립자를 연구하는 학자답게 우주에 대한 설명을 입자적인 측면에서 많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 강의 주제인 블랙홀도 반물질을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우주의 탄생에 대한 부분도 쿼크, 양성자, 소립자 등 아주 작은 우주 구성체를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책에는 거대한 우주를 얘기하는데 너무나도 작은 크기를 가져 보이지도 않는 소립자 얘기가 많습니다. 이것이 다소 의아할 수도 있으나, 책 전체를 보면 이 설명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게 됩니다. 저자도 이런 부분을 서문에 언급했습니다. 우주 학자가 아닌 소립자 물리학자로서 아마추어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우주 이야기를 썼다고 했죠. 제 생각에는 그 덕분에 우주의 신비를 이처럼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었던 좋은 책이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주를 얘기하면서 소립자가 빠지면, 단팥 없는 찐빵과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유쾌한 우주 강의를 보면 몇 가지 공식이 나옵니다. 그렇지만 겁먹을 필요 전혀 없습니다. 이론과 공식을 다양한 비유와 사진,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으니까요. 이름도 어려운 힉스 입자도 파티장을 비유해서 아주 쉽게 알려줄 정도입니다. 그러니 과학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중고등학생부터 어른까지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책에 나온 상대성 이론에 나오는 공식의 경우, 지금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것이 있는데, 지금 학생들은 잘 알아도, 2000년 초 전에 졸업한 분들은 교과서에 없었던 내용이라 모르는 분도 많을 것입니다. 저 역시도 그 중 하나인데, 이젠 고등학생도 배우는 상식과 같은 것이 되었으니 '난 그때 안 배웠어'만 하지 말고 당연히 알아야 할 거로 생각해야 합니다. 마침 이 책이 쉽게 설명해놨으니 학교에서 안 배웠어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물리학이 요즘 들어 이렇게 재미있는 학문인지 예전에는 몰랐습니다. 블랙홀을 이해하고, 암흑물질이 뭔지 알게 되고, 우주의 탄생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게 되면서 생각도 더 넓어지고, 다르게 보게 됩니다. 이번 유쾌한 우주강의에서는 소립자를 통해 우주를 알게 되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젠 우주 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과 각종 힘이 입자로 보이게 되네요. 예전에 알았던 물리학은 공식과 수식 덩어리였는데, 가면 갈수록 심오한 철학으로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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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 리의 슈퍼히어로 드로잉 쉽게 배우는 만화 시리즈 20
스탠 리 지음, 오윤성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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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속도로 날아다니고, 엄청난 괴력을 보여주는 슈퍼맨, 빌딩 숲을 거미줄로 타잔과 같이 여기 저기 다니는 스파이더맨, 묘한 매력을 지닌 어두운 분위기의 배트맨, 그 밖에 참 많은 슈퍼 영웅들이 내 어린 시절을 함께했었다. 그 인기가 워낙 대단해서 슈퍼맨 흉내 낸다고 뛰어 내리다 다친 아이들이 참 많았다. 요즘 아이들이라고 달라지진 않은 것 같다. 영웅의 대상은 좀 바뀌었지만, 만화 속 그들의 인기는 전혀 줄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만화를 무척 좋아한다. 어릴 적에는 따라 그리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그리기보다는 그냥 보고 즐기는 쪽이 되었다. 그렇지만, 가끔 인터넷에 올라오는 멋진 슈퍼 영웅 그림을 보면 그려보고 싶어진다. 물론 스케치 좀 하다가 바로 한계를 느끼고 펜을 내려 놓지만 말이다.

 

이때 필요한 책이 '스탠 리의 슈퍼히어로 드로잉'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새로운 슈퍼히어로를 만들고자 하는 예비 만화가에게는 아주 좋은 책이다.
왜냐하면 이 책에는 단순히 슈퍼 영웅을 그리는 방법만 나온 것이 아니다. 역사 속의 영웅들과 만화로 만들어진 슈퍼 캐릭터의 탄생, 기원부터 얘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탄탄한 만화 스토리를 구성하는 방법이다.
어떤 만화의 성공은 단순히 보기 좋은 멋진 캐릭터가 있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치밀하게 계산된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 주인공만 너무 부각하여 악당 역을 대충해서도 안 된다. 주인공의 능력이 너무 무한해도 보는 사람은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매번 무조건 이긴다면, 지루하게 생각할 거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조연의 역할이 중요하듯이 만화도 개성 넘치는 조연이 없다면, 그 만화는 실패다.

 

슈퍼맨에 어울리는 적은 외계인일 것이다. 반면 홍길동이나 전우치에 적으로 로보트나 외계인은 색다른 생각일 수는 있지만, 그다지 어울리지는 않다. 적절한 상대를 스토리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다.

 

 

스파이더맨이나 배트맨을 보면, 악당들이 참 불쌍하게 생각될 때가 있다. 어쩔 수 없이 악당이 되는 경우도 있었고, 정의에 편이었다가 악의 편이 된 경우도 있다. 악당이라고 절대악으로만 그려지지 않았다. X맨을 봐도 선악의 대결인 것 같지만, 서로 도울 때도 있고 선이 악당과 같은 짓을 할 때도 있다. 이런 모든 것이 바로 그 스토리에 독자들이 빠져들게 하는 중요 요소라는 거다.


책에서는 악당, 몬스터, 로봇, 안드로이드, 사이보그, 동물 등 각각의 역할에 대해 얘기하고 있고, 어떻게 구분을 지어 이야기하는 것이 좋은지도 말해준다. 영웅들의 타입도 S, B타입으로 나누고, 여자 영웅 캐릭터는 W와 E 타입으로 나눠 설명한다. 즉 같은 슈퍼 영웅이라고 해도 캐릭터의 특징에 따라 나눠진다는 것이다.

 

난 스탠 리의 슈퍼히어로 드로잉을 통해 단순히 그림 그리는 방법이나 배울까 했는데, 그보다 스토리텔링의 중요함을 알 수 있었으며, 만화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다양한 면을 모두 고려한 철저한 기획으로 탄생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눈 모양이나 얼굴, 손 모양 그리는 방법을 배우는 책이 아니다. 스케치부터 색칠까지 단계별로 나오고 있으나, 그런 것보다는 캐릭터의 분위기를 어떻게 묘사하는지를 얘기하고 있다. 어떤 인물은 그림자를 더 많이 쓰라고 하고, 어떤 인물은 간결하게 묘사하라고 조언한다. 아주 값진 조언이다. 다른 만화 지침서와는 차별되는 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것이 만화를 만화가 혼자 그린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만화는 혼자 그리지 않는다. 배경 전문가가 따로 있고, 스토리 전문가, 채색 전문가가 따로 있다. 거기에 기획자도 따로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 조명, 예술, 촬영, 작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 필요하듯 만화도 같다. 단순히 그림만 그릴 줄 안다고 되는 것이 아니며, 이젠 모든 스토리를 만화가 혼자 만들지도 않는다. 이런 면에서 만화 지망생 뿐만 아니라,  그림보다 스토리 구성에 재능있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앞으로 개성있고 멋진 더 많은 슈퍼 영웅들이 탄생했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만화 그리기 좋아하는 우리 딸이 창조해주면 더 좋겠다.
그런 기대를 담고 이 책은 딸에게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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