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백경 ㅣ 홍신 세계문학 5
허먼 멜빌 지음, 정광섭 옮김 / 홍신문화사 / 2011년 3월
평점 :
백경
H. 멜빌 지음
정광섭 옮김
흥신 문화사
백경이라 오래되고 유명한 고전이라는 건 항상 알고 있지만 손에 잡은 것은 처음이었다. 두께의 압박이 장난이 아니다. 완역본 646페이지라 그래도 내가 이런 책을 다 읽은 구나하는 뿌뜻함과 기특함으로 읽기 시작했다.
백경이 흰 고래의 이름이라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아니 사실 나는 백경이 고래잡는 배를 뜻하는 줄 알았다. 또 영화로는 모비딕이라고 제목이 나와있지 않는가. 읽기 전에는 남편하고 책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을 나눌 때
“고래 잡는 걸 백경이라고 하잖아 모비딕, 몰라?”
하면서 큰소리 쳤던 것이 생각나기도 하다. 웃기기도 하고 민망하다 이따 저녁에 남편에게 사실을 밝혀야겠다. 어디 가서 엉뚱한 이야기를 하면 무식한 사람이 되지 않겠는가. 남편을 무식한 사람으로 만들진 말아야지 않겠는가.
읽기 시작하면서 왠지 노인과 바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이 느껴지기도 하고, 에이허브 선장의 모습은 보물섬의 실버선장을 연상시켰다. 외발이라는 것도 선장이라는 것도 배를 타는 것도 보물을 찾는 것과 백경을 찾는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이스마일과 보물섬의 짐 호킨스의 닮은듯한 느낌이 있다. 이스마일의 추방자와 방랑자라는 뜻에서 천로역정이 생각나는 것은 또 뭘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한권에 참 여러 가지 책이 생각나게 하는 책이었다. 즐겁게 읽는 한편에 와! 남자의 소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지 여자인 내가 읽었을때는 좀 난해한 장면들이 나오기도 하다. 영화로는 안 졸리고 봤는데 사실 읽으면서 몇 번이고 졸았다. 쉬운듯 긴장감이 있다가 늦쳐줬다 하는 느낌이 압권이이었다. 특히 기억이 나는 건 이스마일과 퀴퀘그이 우정이 정말 특이하도 하고 부럽기도 한 그것이었다.
책의 앞부분에 고래가 나오는 문헌이 적혀 있어서 책의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는 거 같아서 좋았다. 내가 아는 책 제목도 나오고 말이다.
정영희님의 살아온기적 살아갈 기적이라는 책에 백경의 책에서 기억이 나는 장면이 ‘좋은 사람’이라는 구절이 나온다고 했다. 나도 이 구절을 찾기 위해서 열심히 읽었다. 그리고 찾아냈다. 누구에게 너는 참 좋은 사람이었어 라고 들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성공한 삶이 아닐까?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고래 포획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었다.
‘1986년 전 세계적으로 상업 포경이 금지 됐다고 한다. 고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 이후 그물에 우연히 걸린 고래를 처리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고래포획이 금지됐다.’
그 이후 작년쯤에 포경 재개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다고 한다. 환경보호냐 수산자원 자주권이냐 하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결론이 어찌 되었든 나는 반대다. 사실 세상에 먹고 싶은 것은 쌓였고 먹을 것도 많다. 고래 잡은 사람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잡는 것은 아닐 것이다. 못 먹는 나라에 나누어 주기 위해서도 아니지 않는가. 고래의 그 특이한 것을 찾고 싶어서 그런다면 그 대체될만한 것을 찾으면 될거 같다. 기어코 고래를 잡아서 먹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