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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프고 아름다운 코끼리
바바라 포어자머 지음, 박은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5월
평점 :
나의 아프고 나름다운 코끼리
저자인 바바라 포어자머는 오랜 시간 우울증,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을 겪으며 자신의 감정 고백과 질환을 겪어오는 동안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털어놓았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부담이고 많은 용기일수도 있겠다. 나 또한 저자가 겪었던 질환들과 간접적으로(밀접하게) 연결이 되어있는 사람으로서 책장을 펼치고 넘기는데 많은 숨을 삼켜야했다. 그러나 완독한 지금, 많은 문장들로부터 위로를 받고 공감했고 직면하기 어려운 만큼 더욱 직면해야 하는 문제라는 걸 스스로 되새겼다.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은 완전히 안녕하고 평안한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불편한 감정을 포함한 모든 감정은 나름대로의 기능이 있다. (25)
십여 년 전과 비교하여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정신 질환은 어떤 평가를 받는가? 우울증은 감기와도 같다는 문구는 모두 알면서 실제로 “나 우울증 약 복용 중이야.”를 감기약을 복용할 때처럼 말하는 이는 거의 없다. 대놓고 이야기 하고 말고는 환자 개인의 선택이지만, 모두에게 말하기 꺼려지는 느낌과는 다르다. 사회가 정신질환에 대해 느끼는 심리적 무게가 무거운 만큼 환자들이 증세를 털어놓기 위해 필요한 용기의 무게도 그에 비례한다.
인생의 고난을 겪거나, 기질적으로 타고났거나, 인지하기도 전에 그럴 만한 환경에 노출되어 어릴 때부터 병을 얻는 등 종류는 다양하다. 병을 대하는 태도도 다양하고, 병을 치료하는 방법도, 병을 겪어나가는 과정도 모두 다르다. 저자는 어릴때부터 우울증에 걸렸다. 성인 이후에도 우울증은 바바라 곁을 떠나지 않는다. 임신한 상태에서도 약을 복용했고(그래도 되는 약이다.) 산후우울증을 겪으면서 입원했고, 그 이후에도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스스로의 컨디션을 긴밀히 살피며 지낸다.
📚나는 내 감정을 마치 ‘숫자를 따라 색칠’하는 그림처럼 다뤘다. 마치 밑그림이 있는 것처럼, 어떤 특정한 상황에는 어떤 특정한 느낌이 들어야 하는 것처럼. (47)
중간에 임의로 약을 끊기도 했지만 증세가 악화되어 다시 복용한다. 감기와 우울증이 다른 점은 바로 감기처럼 완치를 일정 기간 내에 내릴 수 없다는 점이다. 꾸준하고 세심하게 감정과 컨디션을 살펴야 한다. 필요하다면 환경을 바꾸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일주일치 약을 복용하면 금세 원래의 기력을 회복하는 감기와는 달리 원래의 기력이 대체 무엇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 시간-어쩌면 평생-겪어나가야 할 수도 있다. 괜찮아질 거라는 말을 듣는 것도, 밖에 나가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하는 것도 모두 소용 없을 수도 있다.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힘들다가도 폭발적인 충동에 휩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그 충동이나 무게감은 일시적이라는 점이다. 얼마나 유지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사라진다.
정신 질환(특히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거나 겪은지 오랜 시간이 지난 사람이라면 우울증 환자의 심정을 오롯이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환자 본인이 논리정연하게 자신의 히스토리를 설명해줄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너무 긴밀하게 모든 감정이 연결되어 있어서 그냥 얼버무릴 수도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심리와 질환을 겪으며 느낀 세세한 기록이 담겨 있어서 우울에 대한 객관적 이해가 필요한 사람에게 더욱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다. 이 명제를 받아들이면 스스로를 위로할 힘이 생긴다. 전문가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도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자신의 마음 속 알을 깨고 나와 도움을 요청하는 이가 있다면. 그게 나 자신이라면. 맞잡는 손이 단단했으면 좋겠다. 확신과 의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내가 있다. 내가 존재하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