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 보고서 - 법조계의 투명가면
안천식 지음 / 옹두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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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후기] 법조계의 투명가면 '전관예우 보고서'

- 사람들은 왜 전관 변호사, 대형로펌을 찾는가! -

 

 

 

  

 

 

지은이/펴낸이 : 안천식

펴낸곳 : 도서출판옹두리

발행일 : 2020년 2월 12일 초판1쇄

도서가 : 13,000원

 

 

 

2019년 1월 우리나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前 대법원장이 구속되었습니다. 그 일은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것으로 일명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이라고 불리죠. 시작은 대법원 특별조사단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자체조사로 시작되었지만 특정 판사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감시 명단 작성과 재판 거래, 비자금 조성과 횡령 등 여러가지 의혹들로 인해 검찰로 인계, 수사가 시작되면서부터 그 의혹들이 세상에 노출되게 되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사법부 비리들이 실제로 법원 내에서 자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에 우리나라 국민들을 큰 충격에 빠지게 한 사건이지요. 지금도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인 사건입니다.

 

흔히 법적 다툼에서 이기려면 법조계에는 전관예우와 연고주의가 있기에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사실 연고주의는 법조계 뿐만 아니라 정관계는 물론 학계, 예체능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뿌리 깊이 내린 병폐라는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죠. 지금은 그나마 많이 사라진 듯 하지만 아직도 유효해 보이긴 합니다.

 

최근 읽었던 <전관예우 보고서>라는 책을 통해 우리나라에 만연해 있다는 전관예우와 연고주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지게 되었어요. 전관예우나 연고주의와는 무관한 변호사가 부동산 소유권 관련 소송을 수임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이건으로 인해 대기업을 상대로 한 15년간의 법정 다툼이 이어지더랍니다. 책은 그러한 법정 다툼에 대한 저자의 분석과 그 뒷 이야기들로 채워진 내용의었죠. 비록 한쪽 주장만으로 채워진 내용이지만 저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게 바로 적폐라 여겨지더군요. 책을 읽다 보니 저자는 이 고소·고발·소송들로 인해 법조계의 어두운 면을 절실하게 깨닫게 된 것 같아 보이는 씁슬한 내용이었는데요. 왜 반드시 이기는 싸움이더라도 소송으로 이기려 하지말고 손해를 좀 보더라도 합의보는게 훨씬 낫다는 세간에서 말하는지를 알 것 같았습니다.. 

 

1966년생인 저자는 그 이력을 보면 보통 볼 수 있는 법조계 인사들 경력과는 좀 다르게 보입니다. 공업고등학교 기계정비과를 졸업하고 법학과에 진학하여 졸업한 후에 세무전문대학원까지 졸업했다는 점이 이채로왔죠. 그와 동시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왠만한 노력으로는 사법고시 1차 통과하기도 어렵다는걸 잘 알기 때문이죠. 저자는 사법고시 합격후 사법연수원 34기로 수료하여 현재는 서초동에 법무법인 씨에스 소속의 변호사로 활동 중에 있으며 배심제도 연구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고 합니다. 책도 몇몇권 출간하셨던데 그중 2권은 이 책에 수록된 소송사건과 관련된 책들이라고 책 서두의 '들어가며'에 언급하고 있습니다.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부터 9장까지는 진행된 고소와 소송이 발생된 순서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지막 장에는 저자가 대한민국 사법제도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주장한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각 장별 소제목들은 각 소송마다 저자가 느꼈던 핵심적인 내용을 타이틀화 한 것 같습니다.

 

 

  

 

 

 

책의 주 내용은 2005년 저자가 부동산 소유권 이전 소송사건을 수임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이 소송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019년 11월 15일 재심청구 각하 판결이 선고되기까지 장장 15년에 걸쳐 수많은 고소와 소송이 진행되어 왔더랍니다. 복잡해 보여 책에 수록된 소송건을 정리해 보니 다음과 같이 정리가 되는데요. 이것이 1장부터 9장까지 수록되어 있는 소송건들로 각 소송 내용 중간 중간 전관예우와 연고주의 의혹 내용들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보기엔 그것보단 검사의 불기소처분이나 판사의 판결 선고에 대해서는 어떠한 오류도 인정될 수 없다는 그들만의 조직 논리가 적용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2005년 11월 부동산 소유권 이전 1심 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05가합99041호 제1심사건) - H건설(원고) vs 기을호(피고) : 2006년 12월 H건설 승소 판결

2007년 1월 부동산 소유권 이전 2심 소송(서울고등법원 2007나5221호 제2심사건) - 기을호(원고) vs H건설(피고) : 2007년 10월 항소 기각

2007년 10월 부동산 소유권 이전 3심 소송(대법원 2007다74607호 상고심사건) - 기을호(원고) vs H건설(피고) : 2008년 1월 심리불속행 기각

2007년 2월 사문서위조 및 행사, 사기죄 증인 A,B,H건설 대표이사 고소: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불기소처분

2007년 6월 사문서위조 및 행사, 사기죄 증인 A,B,H건설 대표이사 항고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불기소처분

2007년 10월 사문서위조 및 행사, 사기죄 증인 A,B,H건설 대표이사 재항고 : 2008년 2월 서울고등검찰청 항고 기각

2008년 3월 사문서위조 및 행사, 사기죄 재정 신청(서울고등법원 2008초재733호 재정신청) : 2008년 6월 위증죄 기소 명령

2008년 6월 재정결정에 따른 기소(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고단3739 피고인A의 위증형사사건) : 2009년 5월 위증죄 일부 유죄 판결

2009년 6월 위증죄 확정에 따른 부동산 소유권 이전 재심 신청(서울고등법원 2009재나372호 제1차 재심사건) : 2010년 3월 재심청구 기각

2010년 5월 위증죄 확정에 따른 부동산 소유권 이전 재심 상고(대법원 2010다32085호 제1차 재심 상고심사건) : 2010년 7월 심리불속행 기각

2012년 2월 위증죄 2차 재심 신청(서울고등법원 2012재나235호 제2차 재심청구사건) : 2012년 9월 재심청구 기각

2012년 10월 위증죄 2차 재심 상고 신청(대법원 2012다86437호 제2차 재심청구 상고심사건) : 2014년 7월 재심 상고 기각

2019년 3월 위증죄 3차 재심 신청(서울고등법원 2019재나111호 제3차 재심청구사건) : 2019년 11월 재심청구 각하

 

 

  

 

 

 

책의 마지막 장인 제10장에서는 현행 사법제도의 문제점과 그 대안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사법발전위원회가 조사한 전관예우와 연고주의에 대한 실태조사 내용이 수록되어 있었죠. 사법계에 종사하는 판검사는 물론 변호사와 일반 행정직원에게 설문조사한게 나옵니다. 그런데 그들 조차도 그러한게 있다고 응답한 자가 적지 않다는게 놀랍더군요.. 판사만 놓고 보자면 전관예우가 실제 존재한다고 응답한 인원이 전체 271명중 63명(23.2%)이고 연고주의가 존재한다고 동의한 인원은 91명(33.6%)나 됩니다.. 이런 응답을 보면 법관으로서 공명정대하게 재판에 임하려는 판사들이 아직은 다수라 여겨지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그 양심적인 법관들 조차도 사법부 조직의 논리에 휘둘리게 된다면 법관의 양심도 묻혀지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저자는 재판과 판결에 대한 모든 것을 오직 애매모호하고 불명확한 '법관의 양심'에 맡기고 따라야 한다는 것부터가 권위적이고 전근대적이며 비민주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미국 사법제도의 '배심제도'를 보여주면서 법관의 재판 독점적 권한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재판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배심원들이 유무죄 평결과 양형 의견을 제시하는 국민참여재판 제도가 도입되어 있긴 하지만 배심원 평결이 권고적 효력만 지닐 뿐 법적 구속력이 없기에 법관들의 재판권을 견제하지는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개인적으론 아무래도 법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일반인들로 구성된 배심원들이기에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 또한 염려됩니다. 배심원 각자 지니고 있는 가치관과 습득한 정보들을 가지고 판단함에 있어서 중세시대 마녀사냥처럼 가짜뉴스나 여론몰이로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요. 어찌됐던 누군가를 공명정대하게 심판한다는건 참으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책에 나온 소송사례는 일방의 주장만으로 판단하기에는 위험하단 생각이 드는게 그 상대방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될 것 같네요.

 

여하튼, 대다수의 법조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문구인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일처리를 할 것이라 믿고 싶어지는데요. 최근 코로나19로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보던 사태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데, 법조계에서도 그와 같이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실제로 발생하질 않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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