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출판사 버전으로 읽고
이번에 새로 옷을 갈아입고 나온 박희진 님 번역의 솔출판사 버전을 읽었다.

제인 어스틴이라던가, 남비 등 살짝 걸리는 부분이 있었지만 역시 박희진님 번역도 좋았다~~

다음에는 열린책들의 최애리님 번역으로 읽어봐야지..

 

 

 

 

 

 

 

 

 

 

 

 

 

 

 

밑줄 긋기 

 

그들이 잠자리에 들자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이제 그녀는 누구에 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녀는 이렇게 혼자서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그녀가 이따금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었다 - 사색에 잠기는 것, 아니 심지어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상태에 있는 것. 말없이 혼자 있는 것. 모든 존재와 행위가 팽창하고, 반짝이고, 증발해서 우리의 존재가 엄숙하게 오그라들어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어떤 것, 쐐기 모양의 어둠의 핵심, 다시 말해 진정한 자신이 되는 것이었다. 비록 그녀가 곧바로 앉아서 뜨개질을 계속했지만 느낌은 이러했던 것이다. 그리고 모든 애착을 떨구어버린 자신은 자유로워서 별 이상한 모험도 다 할 수 있었다. 삶이 잠시 가라앉았을 때 경험의 범위는 무한해 보였다.

-90~91

 

그가 말을 하면 우리는 '내가 그런 일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제발 당신이 알아차리지 말게 하소서'라는 느낌은 갖지 않는다.

-134

 

그러면 그들은 밤이 보랏빛으로 흘러 내려오는 것을 보게 될 것이었으니, 밤은 머리에는 왕관을 쓰고, 그의 홀에는 보석 장식이 되어 있고, 눈에는 어린아이라도 볼 수 있을 정도의 자애를 담고.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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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송어낚시
리차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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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이 발산하는 강렬한 반체제 정신, 물질주의와 기계주의에 오염된 현대문명의 폐해 비판, 그리고 목가적 꿈을 잃어버린 현대인의 상실의식과 허무감에 매료되었다.
라고 한다.

보충설명(미주)과 옮긴이의 해설을 읽고서야 내가 지금 뭘 읽은 거지..상태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읽는 동안 재미는 도쿄 몬태나..나 워터멜론 슈가만 못 했고, 밑줄도 거의 치게 되지 않았는데
읽고 난 뒤 시간이 지날 수록, 뭐라 설명하기 힘든 불확실하고 몽환적인 이미지로 뭉뚱그려진 책의 인상이 점점 더 매력적으로 변해가는 듯.. 한참 뒤에 한번 더 읽어보고 싶다.

밑줄긋기

어젯밤, 파란색 연기가 우리 캠프파이어에서 나와 계곡으로 내려가 암말의 방울소리와 뒤섞이더니, 결국에는 아무리 해도 파란색과 방울소리가 구별되지 않았다. 그 두 개를 떼어놓을 만큼 커다란 쇠지레는 없었다. ㅡp.78 메시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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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읽는 법 - 코넌 도일, 레이먼드 챈들러, 움베르토 에코, 미야베 미유키로 미스터리 입문
양자오 지음, 이경민 옮김 / 유유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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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급되는 책들 중 대다수를 읽었음에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양자오님 글 정말 술술 잘 넘어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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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하학 존 치버 단편선집 4
존 치버 지음, 황보석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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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끝으로 존 치버의 단편선집 시리즈를 다 읽었다.
좋았던 순으로 꼽아보자면, <그게 누구였는지만 말해봐>, <기괴한 라디오>, <돼지가 우물에 빠졌던 날>= <사랑의 기하학>이 되겠다.

장편인 왑샷 가문 연대기와 몰락기, 중편인 <이 얼마나 천국같은가>도 읽었지만

미국 문학사상 가장 뛰어난 단편소설 작가들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옮긴이의 말 중)에 걸맞게 단편이 훨씬 더 좋았다. <팔코너>와 <불릿파크>가 남아있긴 하지만.

 

이 책의 말미에 실린 옮긴이의 말을 읽으니 두서없이 읽은 존 치버의 단편들이 한 줄기로 정리되는 느낌이 들어 옮겨적어 본다.

 

... 존 치버의 가장 뛰어난 면은 본질적으로 같은 소재를 가지고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능력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의 이야기들은 그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제각기 다른 놀라움을 선사하고 각각의 이야기가 만화경을 돌릴 때마다 모양이 바뀌듯 변화무쌍하게 펼쳐진다.

  존 치버의 이야기들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멜랑콜리와 후회다. 이루지 못한 사랑과 터무니없는 꿈들에 대한 후회, 이런저런 심술궂거나 잔인한 행위들에 대한 후회,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거나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한 것에 대한 후회. 존 치버는  간결하고 생동감 있는 문체로 등장인물들의 삶에서 내면적인  두려움과 도덕적인 비옇함을 파헤틴다. 표면적으로는 고요하고 평온한 삶이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인정받을 수도 없고 받아들여질 수도 없는 억눌린 생각과 감정들이 들끓고 있다.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의 삶은 공허한 삶이기에 그들은 애타게 무엇인가를, 사랑이든, 섹스든, 그 무엇이든, 그들을 한껏 드높여줄 것을 찾고 있지만 현실에서 벗어날 수도 없고 정말로는 벗어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이 이야기들 대부분에사 주안점은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부부, 연인, 친구들 사이의 난처한 관계이고 그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인간의 행동과 선택의 결과에 빛을 던진다.  - p.487

 

 

밑줄긋기

 

지력은 남성의 속성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전통적으로 아주 오랜 세월 동안 결정권을 남자들이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에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우월성에 취해 남자들이 때때로 그 점을 망각한다고는 해도. 하지만 그의 본능은 어째서 그가 매일 밤마다 자기 품에 안은 여자가 적어도 자신이 많이 배웠다는 사실을 숨겼으면 하는 기대를 하도록 이끄는 것일까? 어째서 그가 그녀에게 느끼는 무한한 사랑과 양자 이론을 이해하는 그녀의 능력 사이에 마찰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 -  p. 28  많이 배운 미국 여성

 

그녀는 그런 부당한 태도로 인해 자기의 심장에 가해지는 부담이 너무 심하다고 느꼈다. 마치 자기 심장이 상자 같은 것인데 거기에 슬픔이 너무도 꽉꽉 들어차서 어린 시절의 망가진 보물 상자처럼 한쪽 옆구리가 터져버린 것 같았다. -  p.31  많이 배운 미국 여성

 

배스컴은, 언젠가 장 콕토가 말했던 것처럼, 시를 쓰는 일은 불완전하게 이해된 기억의 근저를 탐사하는 일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은 회상 행위처럼 보였다. -p. 265 사과들의 세상

 

왜냐하면 그 집 식구들은  기념품을 끔찍이도 싫어했으니까. 그래서 편지든 사진이든 졸업장이든 과거를 입증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언제나 불 속으로 던져졌다. 나는 그런 행위가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잡동사니들에 대한 혐오가 아니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었다고 생각한다. 뒤를 돌아본다는 것은 곧 죽는 것이어서 흔적을 남기려 하지 않았다고. -  p. 336 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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