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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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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요한네스는 페테르에게 얘기해도 될까 생각한다, 루어가 가라앉지 않고 배 밑바닥에서 일 미터쯤 아래 계속 멈춰 있다는 걸, 아무 이유도 없이
루어가 내려가지 않는 건가? 페테르가 묻는다
안 내려가, 요한네스가 말한다
그리고 그는 고개를 젓는다
그거 고약한 일이군, 페테르가 말한다
그리고 요한네스가 올려다보니 페테르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다
정말 고약한 일이야, 페테르가 말한다
바다가 더이상 자네를 원하지 않는구먼, 그가 말한다
그리고 페테르는 눈물을 닦아낸다
그럼 남는 건 땅뿐인가, 페테르가 말한다

ㅡ p.8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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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일은 모두 어느 가을날 오후에 시작되었는데, 그처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그 가을날의 미묘함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누구일까? 그보다는 차라리 전에는 그런 날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거나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런 날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잔디밭 위로 비치는 맑고 구석구석까지 미치는 햇살이 그 한 해의 모든 빛들 중에서 최고인 것처럼 보였다. 어딘가에서 나뭇잎들이 타고 있었고, 그 연기는 암모니아성의 매캐한 기미에도 불구하고 태초의 냄새를 풍겼다. 끝없는 푸른 하늘이 천정으로부터 북의 가죽처럼 펼쳐져 있었다. 오후 늦게 집을 나서면서 패스턴 부인은 10월의 빛을 찬미하려고 잠시 멈춰 섰다.
ㅡ 여단장과 골프 과부 中, p. 425

  내 아내는 종종 자신의 슬픔이 진짜로 슬픈 슬픔이 아니라는 이유로 슬퍼하고, 자기의 비애가 엄청난 비애가 아니라는 이유로 비참해한다. 그녀는 자기의 비통함이 격심한 비통함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통해하고, 내가 그 불충분함에 대한 비애는 인간이 겪는 고통의 스펙트럼에 새로운 색조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을 해도 내 말에 위로를 받지 못한다. 오, 나는 때때로 그녀에게서 떠날 생각을 한다.
ㅡ 세상의 모습 中, p. 464

  나는 문 옆에 서서 춤이 한판 끝나고 사람들이 댄스플로어에서 나가는 것을 볼 때면 내 가슴이 어째서 그렇게 부풀어 오르는지를 궁금해했다. 절벽 그림자가 바닷물과 모래 위로 드리워지는 동안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짐을 챙겨 해변에서 떠나는 것을 볼 때처럼, 마치 그 조용히 떠나는 모습에서 삶 그 자체의 활력과 무분별함을 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렇게 부풀어 오르는지를 궁금해했다.
ㅡ 세상의 모습 中, p. 466

  저녁을 먹은 뒤 그는 설거지를 거들어주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었는데, 아이들이 그가 읽어주는 것에 보이는 순수한 흥미와 그 아이들의 사랑을 믿는 힘 때문에 탄 고기의 뒷맛이 쓸 뿐만 아니라 서글퍼지기까지 하는 것 같았다.
ㅡ 음악 선생 中, p. 187

  가을 숲 속을 걸으면서 당신과 나무 연기 냄새 사이에 포착하기 힘든 거리가 생겼다고 느낍니까?
ㅡ 저스티나의 죽음 중, p. 233

  저 위쪽으로 언덕에는 내 집과 내 친구들의 집들, 그 모두가 불이 밝혀지고 신성한 작은 숲 속에 있는 사원들처럼 향기로운 나무 연기 냄새를 풍기는, 그리고 일부일처제와 분별없는 어린 시절과 가정의 축복에 바쳐진 집들이 있었다. 그러나 너무도 꿈같아서 나는 허망함 ㅡ우리가 유럽의 어떤 경치들에 반응하는 그런 내면적인 활력이 없는 상태 ㅡ 보다 훨씬 더한, 속이 텅 빈 듯한 기분을 느꼈다. 간단히 말해서 나는 낙담해 있었다. 그곳은 내 나라, 내 사랑하는 조국이었고, 내 나라의 그 많은 지방들과 주들을 덮고 있는 땅에 키스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아침들도 있었다. 그럴 때는 축복의 암시, 낭만적이고 가정적인 축복의 암시가 있었다. 내 귀에 나를 할머니의 집으로 곧장 데려다줄 썰매의 방울 종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비록 할머니가 실제로는 삶의 마지막 몇 년을 원양여객선의 호스티스로 일하며 보내다가 S. S. 로렐라이 호의 비극적인 침몰로 실종되었고, 내가 보인 반응은 경험해보지 못한 기억에 대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하지만 불 밝혀진 언덕이 귀향이라는 어떤 원초적인 꿈에 대한 응답처럼 떠올랐다.
ㅡ 저스티나의 죽음 中, p. 235~236

 

 

 어머니는 언제나 내게 삶에서 가장 강력한 힘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고 나는 언제나 별빛과 비가 세상이 산산조각 나지 않게 지켜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어머니의 말에 동조해왔다.

- 로마의 소년 中, p. 304

 

 하늘은 황금빛이었지만 다음에는 그 황금빛이 다른 색깔, 좀 더 깊고 불그레한 색으로 바뀌었다. 나는 내가 전에 어디서 그런 색을 보았을까 하고 궁금해하다가 산간에서 늦게 핀 장미들에 서리가 내린 뒤 꽃잎 바깥쪽 부분에서 그런 색을 보았던것이 생각났다. 다시 하늘빛이 흐릿해졌고, 그 도시에서 하늘로 피어오르는 연기까지 다 보일 정도로 그렇게 흐릿해졌고, 그다음에는 연기 속으로 마치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는 것처럼 샛별이 나타났다. 다른 별들이 나타나는 동안 나는 그 별들을 세기 시작했지만 얼마 안 가서 곧 별들의 숫자가 셀 수도 없이 많아졌다.

- 로마의 소년 中, p. 306

 

마지막으로 들르는 곳은 핀치아나 문 옆이었는데, 겨울이면 거기에서는 바람이 불 때가 많았고 나는 삶에 정말로 어떤 실체가 있는지 또 사정이 모두 정말로 그와 같은 것은 아닌지, 그러니까 어느도시에서 흐릿한 호텔 - 겨울 추위뿐 아니라 많은 불편을 겪어야 하고 사람들 모두가 제각기 다른 나라 말을 하는- 불빛을 찾는 배고프고 그중 몇몇은 발까지 아픈 여행자들 같지는 않은지 의심스러워졌다.

- 로마의 소년 中, p. 310 

 

 

 그러고는 나는 오래전 나폴리에서 물 건너편에다 대고 소리를 치고 있던 늙은 여인을 떠올렸다. "당신에게 축복이 내리기를. 당신에게 축복이 내리기를, 당신은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될 거예요." 나는 그녀가 뜻하는 것이 커다란 차들과 냉동식품과 더운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당신에게 축복이 내리기를, 당신에게 축복이 내리기를." 그녀는 계속해서 물 건너편으로 소리를 치고 있었고, 나는 그녀가 생각하는 곳이 칼을 찬 경찰도, 참욕스러운 귀족도, 부정직한 행위도, 뇌물도, 지체도, 추위와 굶주림과 전쟁에 대한 두려움도 없는 세상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가 상상한 모든 것이 현식을 아니었다 할지라도 그것은 훌륭한 생각이었고 중요한 것은 그것이었다.

- 로마의 소년 中, p. 326~327

 

이제 그의 가족은 철도역에서 그가 좋은 소식을 가지고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의 아름다운 아내와 세 자녀 그리고 두 마리의 개가 모두 아빠를 맞으러 내려온다. 그들이 살고 있는 교회에서는 황혼이 내리고 있따. 이 시점에서 그들은 마땅히 받아야 할  몫보다 더 많은 실망을 맛본 가족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에서 일상적인 약속과 보답 - 새 자동차와 새 자전거 - 마저도 거부당해와서 물질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우울하지만 견실한 애정의 속성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에 대한 걱정스러운 사랑 속에서 운명의 전율을 일별한 것이었다.

- 나타나지 않을 잡다한 것들 中, p. 336~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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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서는 한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작가를 좋아해서는 안 된다는 듯 작가들 사이에 선을 긋는 게 유행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그 관행을 피해왔다. 내가 원해서 읽은 글의 거의 대부분을 마음에 들어했던 내게는 기쁨을 반으로 줄이는 게 무의미한 일로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나 아인 랜드 때문에 나는 갑작스레 편가르기에 동참하게 되었다. 랜드 덕에 나는 상처를 경멸하는 작가와 그 상처를 삶의 기반이 되는 사실로 받아들이는 작가 사이의 차이를 느끼게 되었다.

ㅡㅡㅡㅡㅡㅡ
얼마 전에 <파운틴헤드 1>을 샀는데 진즉 읽을 걸... 몰입해서 읽을 기회를 뺏긴 기분이다. 2권까지 사고 읽으려고 미뤄두고 있었는데, 읽더라도 한발 물러서서 뜨악한 심정으로 읽어나가겠지 싶으니 과연 언제쯤 손에 들게 되려나..
아틀라스도 사 둔 것이 언제적인데 아직 안 읽었다.. 언제 읽게 되더라도 읽는 내내 "존 골트가 누구인가요?"를 떠올리겠지..
헤밍웨이 책이나 더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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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비좁은 집에 살림살이가 넘쳐나 인테리어는 꿈도 못 꾸지만, 언젠가 집 장만해서 이사가면 이렇게 해야지.. 하는 생각만은 풍성하고 특히 프랑스 시골풍을 좋아하는지라, 이 책이 나온 걸 보고 얼른 집어들었다.   

저자의 전작 <이야기가 있는 인테리어, 집>도 꽤 흥미롭게 보았기 때문에 기대가 컸는데, 좀 너무 컸나보다. 

 실려있는 사진들은 마음에 들었고 언젠가 따라해 보고 싶은 스타일도 적지 않았지만, 내용은 잡지 기사를 읽는 느낌(페미닌한 인테리어 스타일이니, 모던하고 심플한 내추럴 스타일이니, 화이트와 베이지와 그레이시 블루, 옐로 컬러의 미니기차, 등 불필요하게 영어가 많이 등장하는 것도 그렇고..) 으로 실제적인 도움을 받기엔 무리일 듯.   
 저자의 의도는 '프로방스 스타일의 소개' 이니 거기서 실질적인 도움을 얻기를 바란 것이 잘못일 것이나, 인테리어 일을 하는 사람이 낸 책인만큼 바로 활용할 수 있는 팁을 제공해 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불어 공부 갓 시작한 초보의 눈에도 불어 발음 표기가 이상한 곳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프티 데주네(작은 점심) -  작은 점심;;?  뒤에서는 아침식사란 의미로 계속 쓰시는 듯 하던데.. 왜 맨처음 나왔을 때 굳이 묘한 설명을...? 
르 클로 데 아르 호텔Hotel le Clos des Arts, 앙리 에밀 보누잇 마티스, 레 듀에 가르송 등 고유명사 발음은 좀 이상하다 싶은 곳이 많았는데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조금 더 신경써서 교정보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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