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때일수록 부모되기의 핵심은 끊임없이 놓아주기 continuously letting go라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내 손에서, 내 눈에서, 내 품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걸 인정하고 놓아주는 것이 성숙한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 P24
평이 좋아 읽었으나 정확하게는 한 캡처만 모두 읽고 2, 3 챕터는 속독하는 양 휘리릭 넘겼더랬다. 나머지 세 챕터는 넘기지도 않음...나랑 안 맞다. 예전 같으면 시간을 들여 이 책 저 책 보다가 억지로라도 보겠지만 단호히 그럴 필요 없을꺼 같다. 끝!
심윤경 작가의 책은 이번이 두번째인거 같네요.1960년대가 배경인데 글과 단어가 고전의 냄새를 물씬 풍기어, 읽다가 틈틈이 자주 스마트폰 사전을 찾고 단어와 예문을 저장하느라 더디 나아갔어요.책의 주제는 작가의 말에 적시되어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상 정확하게 표현할 길이 없더라구요.약간 지루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쭉 빠져 읽게 되버렸네요.
적은 언제나 뻔뻔하다. 잘못을 뉘우치는 법은 결코 없다. 윤원섭처럼 뻔뻔한 적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득을 취한 것으로도 모자라 커다란 명예마저 챙기려 한다. 이익과 명예 둘 중 하나는 놓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적의 행태는 필연적으로 우리에게 적의敵意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적들은 마지막 시험과도 같이 유산을 남기고 떠난다. - P278
적이 남긴 유산, 적산 그것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적과 함께 말살해야 할 폐해인가. 남기고 지켜야 할 공동의 자산인가.나는 해방 후 적산으로 분류되어 유엔에 불하되었다가 물질로도 정신으로도 박멸된 벽수산장의 예를 통해 적이 남긴 유산 앞에선 우리의 마음을 돌아보고자 했다. 희대의 친일파가 남긴 대저택. 그것에 빌붙어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친일파의 막내딸, 한없이뻔뻔한 적을 향한 미움과 부인할 수 없이 아름다운 저택 사이에 선 소시민 청년 해동의 고민이 바로 그것이다.이 소설에는 친일파와 왕가, 국제기구와 대저택 같은 거창한 것들이 등장하지만 진정한 주인공은 사람을 이리저리 떠밀어대는 이념의 밀물과 썰물 속에서 정직과 존엄을 지키려 애썼던 평범한 사람들이다. 저택의 존속과 소멸에 아무런 결정권을 가지지 못했던 해동이 애꿎게 그의 직장을 내놓은 것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역사의 제단에 목숨이나 밥벌이할 직장 같은 것들을 올렸는데, 그것은 실상 그들이 가진 전부였다. 노랫말처럼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역사에 파묻고 잊혀져간 수많은 그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우리 역사의 주인공들이며, 우리는 각자 그렇게 우주의 중심에 살고 있다. - P279
희곡이라, 연극무대를 상상하며 읽게 되네요.이 시대의 모습과 흡사한 상황인지라 더 몰입이 됐습니다.제목에서 이미 결말이 예상되었음에도 읽는 내내 맘이 아프지만 흥미롭게 읽게 되더군요.단란한 가정...부부사이도 좋고 아들들도 착한 심성을 가졌으나 경제적 능력은 또 다른 이야기지요. 아버지는 늘 아들 특히 큰아들에게 긍정의 자부심과 자랑스러움을 갖었으나 아들은 그게 부담스러웠고 고등학교시절 우연히 존경하던 아버지의 일탈을 목격하고 엄청난 슬픔과 실망을 안게 되었지요. 그래서 이후 더 반항적으로 되었을지도 모르죠. 아버지는 늘 어린시절의 행복했던 추억을 생각하지만 현실은 냉정하게도....짧은 희곡이지만 아버지의 모습에 감정이입이 되고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1949년 출간된 책인데 지금과 상황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게 놀랍습니다. 소설이든 희곡이든 스토리와 정황이 맘에 와 닿을 때 독자는 비로소 감동받게 되는군요.
처음 몇 십 페이지는 노인들 대상으로 간병로봇, 회춘 가상현실 체험 등 미래에 제공될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본격적인 얘기는 노인 간병 경험담에 대해서인데 읽는 도중에 계속 작년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소설 속 사람 사는 세상이야기는 전혀 낯설지 않아요. 같은 동양권이라 그런지 사고방식이나 예절, 관습 등이 우리나라 같이 친숙했기에 더 몰입하여 읽게 된 거 같아요.마지막에 가서 약간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 상황이 생기지만 이내 ‘사랑‘과 ‘실천`이 가장중요하기에 결국 승화해 버리게 되더군요.현대와 미래 사회상을 잘 묘사했고 죽음에 다가가는 노년의 삶과 상황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