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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아시아 제53호 2019.여름 - 이 사람 An Asian Profile : 그대 아직 살아 있다면
아시아 편집부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계간아시아의 2019년 여름호/ 아시아 출판사.
매 회 계간 아시아를 찾아서 읽고 있다.
계간지로써 일 년에 4권이 출판되지만, 돌아서면 신간이 나와있다.
봄호를 읽은 지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느새 여름호가 나오다니. 시간이 또 이렇게 지났나?
매번 좋게 읽고 있긴 하지만, 이번호는 특별히 좋았다.
여러 부분을 줄을 쳐 가면서 읽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문구도 많았다.
아시아 잡지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각국 작가들의 단편이나 짧은 글들을 읽으며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이다.
반레 작가의 '그대 아직 살아 있다면', 방글라데시의 '샤힌 아크타르'작가의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하여,
인도의 '프리야 바실'작가의 어디 출신인가요?
전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여성을 억누르고 핍박하는 사회에 대해서, 국적에 대한 편견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시선에 대해
모두 강압적인 것들로부터 저항하는 부분에 있어서 세 작품이 맥을 같이하는 부분이 있어서 좋았다.
옳음을 향한 힘든 싸움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라 그런 것 같다.
이번 호 많은 지면을 할애한 '이 사람 An Asian Profile'의 베트남 반레 작가의 글과 그에 관한 글들.
최근 들어 동남아 쪽 여행을 계획하면서 간단하게 정리된 베트남 역사에 대해 공부했었기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됐다.
여전히 잘 모르긴 하지만, 베트남을 이해하고 조금 더 앎으로써 베트남에 대한 나만의 이미지가 조금 생겼다.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부터 자라면서 다양한 베트남 전쟁 관련 영화들을 봐왔다. 물론 미국이 만든 철저한 미국 시선의 영화를.
인간적인 고뇌를 하는 미국인들, 대사도 하나 없이 죽음으로 달려드는 베트남인들.
왜 전쟁을 하는지, 이런 묘사가 얼마나 부당한지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 것들을 보고 자라면서 내 안에 얼마나 많은 왜곡된 시선이 자리 잡혔을까.
베트남의 시선으로 전쟁을 그려낸 매체를 우린 쉬 만나지 못했다. 노력도 없었다.
최근, 베트남 전쟁 때 한국군 또한 학살을 자행했다는 것이 이슈화됐다.
베트남인들이 준비도 없이 맞닥뜨리게 된 전쟁의 참혹함, 그럼에도 국가를 지키려고 노력한 순수한 열망.
열강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민초들부터 일어나 싸웠다는 부분이 우리나라의 일제강점기 시절을 떠올리기에,
반레 작가의 '그대 아직 살아있다면'은 참 마음 아프게 읽히는 글이다.
그 침략자의 편에서 우리나라가 있었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되뇌며 아픈 마음으로 읽었다.
샤힌 아크타르 작가의 '차별없는 세상을 위하여'
여성문제는 나 또한 관심이 많은 부분이라, 인상 깊게 읽은 것 같다.
한국도 요즘 젠더 이슈로 팽팽하다. 나라가 선진국인 것에 비해 인식이 쫓아가기가 너무 힘든 것인지.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녀는 더욱 험하고 과격한 곳에서 태어났다. 방글라데시.
'나의 글쓰기는 성차별에 대한 대응에서 시작되었다.'그녀는 굉장히 용감한 사람이다.
목소리를 내기까지 더 큰 용기를 가졌어야 했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소설을 통해서 전쟁의 피해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도 않았던 '여성의 비참함'에 대해 조사하고 고발했다.
정묘호란, 병자호란을 겪은 뒤, 성노예로 끌려갔다 돌아온 후 '화냥녀'라 불리며 차라리 죽지 못한 것에 대해 비난받은 조선의 여인들.
일제시대, 성 노예로 끌려간 뒤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왔지만, 평생 그늘에 숨어 살며 비극에서 살아갔던 위안부 할머니들.
그런 비극은 그럼 다 끝난 일인가? 한 해 남편, 남자친구에게 맞아주는 여성들이 여전히 많은 우리나라에서 말이다.
지금껏 글로써 투쟁해온 그녀의 결연함이 보이는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하여'는 짧지만 인상 깊었고
그녀의 작품을 더 궁금하게 했지만, 한국에 정식 출간된 책이 없었다.
프리야 바실의 '어디 출신인가요'
나를 구성하는 것들에 대해 내밀히 들여다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녀의 글과 시선이 참 재밌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정말로 완벽하게 객관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을까? 힘든 일일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바꿀 수 없는 뿌리를 가지고 있다. 이것을 배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얄팍한 생각이다.
각자 그 나라의 문화 속에서 자라났고, 그 나라의 언어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물 안의 개구리의 시점을 가지고 있다.
생각의 한계가 그 안에 갇혀있지만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알 수 있는 세상이 그것이 전부기 때문에.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데, 가장 좋은 점은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된 거였다.
그 사회의 분위기, 그 사회의 편견과 시선은 한국의 것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생각의 전환을 많이 가져왔다.
우리는 우물 밖으로 나갈 수는 없다. 하지만 우물 안의 세상이 전부임을 인지해야 한다. 인지함으로써 다를 시각을 가지길 시도할 수 있다.
책을 읽음으로써, 앎을 채워 나가면서, 나의 생각을 의심해보면서 말이다.
인상적인 구절을 체크해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