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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후 ㅣ 아시아 문학선 17
백남룡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5월
평점 :

한국소설과는 같은 같은 글자를 공유하지만 다른 감수성을 지닌.
난생 처음 읽어보는 북한의 현대 문학 작품인 백남룡 작가의 '60년 후'이다.
아시아출판사는 참 의미있는 출판사다.
어떤 책을 선택할 때, 출판사를 보고 책을 선택하는 일은 많지 않았다.
출판 업계가 어렵다고 하고, 군소 출판사들이 버티기 어려운 작금의 상황에서도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아시아의 문학들만을 출판하는 국내 유일의 출판사기 때문이다.
아시아 출판사의 책들을 읽으며 내가 영미 문화권에 얼마나 길들어져있나 새삼 느낀다.
아시아 문학들의 신선하고 낯선 느낌은 훌륭한 작품을 읽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다양해지는 느낌, 어떤 다른 세상을 상상하는 느낌.
북한 작가들의 소설은
구한말의 분단 후 북한으로 간 작가들의 분단 전 소설 외에는 읽어 본 게 없다.
구한말의 지식층인 작가들은 대게 진보 성향이었고 많은 작가들이 북한행을 선택했다.
분단의 아픔은 이렇게 한국 문학에서도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나는 박태원 작가와 백석 시인을 좋아하는데,
분단 후의 두 작가의 집필은 어떗을까?를 상상하며 북한의 문학에 대한 궁금증을 오래 가지고 있었다.

처음 '60년 후'의 앞 뒤 표지들을 봤을 때,
'북한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백남룡' 이 문장 자체가 매우 생소하게 느껴졌다.
북한에도 체재 선전 책이 아닌 문학이 존재하고, 그것을 사람들이 구매함으로써 '베스트셀러'라는 것이 있단 말인가?
우리는 북한에 대해 잘 알지만 또 전혀 모르기도 하다.
북한 사람들은 어떤 일상을 살아가는지, 사회주의 체재는 어떤 식으로 일을 하고 돌아가는지.
은퇴를 앞 둔 공장 지배인인 '최현필'을 주인공으로
북한에서 공장 노동자들의 계급은 어떻게 수직화가 되어 있는지,
하지만 그 안에서 또 어떤 수평적인 인간 관계와 친목이 발생 하는지
어떤 영상이나 설명보다도 훨씬 더 북한 사람들의 실생활에 깊이 들어간 느낌이다.
긴 분단의 시간동안
우리의 사고방식의 격차는 얼마나 벌어졌는지 느낄 수 있다.
아직은 사회에서 요구되는 '아버지 상' 과 '어머니 상'에 대한 모습과,
여성과 남성에게 요구되는 모습은 과거의 남한의 모습 같다.
사회에서 일하는 굳건한 일꾼인 아버지, 그를 조력하는 가정적인 어머니.
사회에서는 푸근하고 자상하지만 가족에게만은 엄격하고 근엄한 아버지의 모습이
훌륭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굉장히 의외의 인물들도 있었는데
한 남자의 아내로만 살고 그의 조력을 기다리는 것 보다
젊은 시절 가족 뒷바라지로 어쩔 수 없이 포기했던 학업을 재게하려는 여성 캐릭터가 있었다.
여성의 학업과 사회진출에 대한 고민 등. 현재 한국문학에서 대두되는 이슈 또한 북한에도 존재한다니.
남 북한의 화해무드가 조성되는 이 시점에
북한에 대해 너무 많은 오해와 무지함을 가졌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중이다.
북한 전문가들과 정치인들이 설명하는 '국제 정세에서의 북한' ' 최후의 공산주의 사회주의 국가'
나는 오직 그것만 알고 있었던 건 아닌지..
이 책은 그들의 모습을 감성적으로 이해하기에 좋은 기회가 되었다.
북한의 단어들은 현재 남한 단어와 다른 것이 많다.
남한의 단어들이 시대에 맞춰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과 달리,
북한의 단어들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것이 많다고 들었다.
남한에 없는 단어들은 각주를 달아 따로 설명이 있다.
이런 차이점을 보는 것도 이 책의 재미 중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