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은 비와 같다.

저녁녘에 바다에서 올라와

아득히 먼 평야에서

언제나 고독한 하늘에 닿아

비로소 도시 위로 내린다.


골목마다 아침을 맞이하고 있을 때

아무것도 구하지 못한 육신과 육신들이

절망과 비애로 헤어질 때

서로의 애증으로 시새우는 사람들이

같은 자리에 누웠을 때,

낮과 밤이 뒤섞인 박명(薄明)의 시간 속에 비가 내린다.


그때 고독은 시냇물과 함꼐 섞여 말없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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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밭 사이로 솔밭 사이로 걸어 들어가자면

불빛이 흘러 나오는 고가가 보였다.


거기...

벌레 우는 가을이 있었다.

벌판에 눈 덮인 달밤도 있었다.


흰 나리꽃이 향을 토하는 저녁

손길이 흰 사람들은

꽃술을 따문 평풍의

사슴을 이야기했다.

 

솔밭 사이로 솔밭 사이로 걸어가자면

지금도

전설처럼

고가엔 불빛이 보이련만

 

숱한 이야기들이 생각날까 봐

몸을 소스라침은

비둘기같아 순한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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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오, 나의 연인이여, 빗방울처럼

슬퍼하지 마

내일 네가 여행에서 돌아온다면

내일 내 가슴에 있는 돌이 꽃을 피운다면

내일 나는 너를 위해 달을

오전의 별을

꽃 정원을 살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오늘, 혼자다.

오, 빗방울처럼 흔들리는 나의 연인이여


      -압둘 와합 알바야티 '비엔나에서온 까씨다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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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힘 ​

           -- 류근 --​

​애인에게 버림받고 돌아온 밤에

아내를 부등켜안고 엉엉 운다 아내는 속 깊은 보호자답게

모든걸 다 안다는 듯 등 두들기며 내 울음을 다 들어주고

세상에 좋은 여자가 얼마나 많은지

세월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따뜻한 위로를 잊지 않는다

나는 더 용기를 내서 울고

아내는 술상까지 봐주며 내개 응원의 술잔을 건넨다

이 모처럼 화목한 풍경에 잔뜩 고무된 어린것들조차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노래와 율동을 아끼지 않고

나는 애인에게 버림받은 것이 다시 서러워

밤새도록 울음에 겨워 술잔을 높이 드는 것이다

다시 새로운 연애에 대한 희망을 갖자고

술병을 세우며 굳게 다짐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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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라.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 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요,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의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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