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날..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 저기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내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 서정주님***

 

 

그립다..

그립다..

그립다..

한해 한해 눈에 담아지는 풍경들이 다르다.

봄에 연둣빛을 입은 산들도

그 푸르름이 짙어지는 6월도..

그리고 여름의 절정의 녹음도..

문득 하늘을 본다..

장마님이 올라온다고 한다..

어여 내 맘에도 시원한 빗줄기를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국화 옆에서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서정주님****



향기를 지닌 사람이 떠난 그자리는

그 향기에 취해 다른 향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난후에

그 향기가 희석되어져

다른 향기가 비로소 내 코끝에 스밀 때

맘편히 그 향기를 떠올려 볼 수 있으리라.


아직은 그 향기가 내 코끝에 남아

나를 막아서는구나

이 자리에 서있으라고..

기다려 보라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물 속에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시화님***


맘이 외로울 때가 있다.
가족들이 함께 있을때에도..
맘이 서글플때가 있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이가 없어서..
미루고 미뤄왔던 일을 마무리하고
서글픔에 서러움에 맘이 아프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이여..
그렇게 흐름에 맡기자.
애써 흐르는 강줄기를 돌리려 하지 말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슬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란시스 잼', '라니어 마리아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것외다.


                        *** 윤동주님***



그리움이 사무쳐오는 날이다.

무엇이 그립고 그리워서..

무엇이 그립고 애가타서..

그리움이 사무쳐 이슬되어 흐르는 날..

나는 별하나에 추억과

별하나에 사랑과 별하나에 쓸쓸함을 그리려 했던

시인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이제는 정말 내려놓아야 할 때인가 보다.

이제는 정말 나의 욕심을 내려놓아야 할 때인가 보다.

그리움이 사무쳐 가슴에 난 상처를 헤집어 놓는 구나..

상처에 밴드를 붙여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동  해


철석이는 바다

밤새 들려오는 메아리

창문을 열고 뜰에 나가면

달 가장자리 달무리 지고

벗은 가지에 나풀거리는

비린 바람살

누가 내 잔잔하던 바다에

해일을 몰고 오는가

오늘밤

독주 안 잔에 출렁이는

고향 바다

풀어도 풀어도 풀리지 않는

인록에 질긴 닻줄

내 살갗에서 풍겨나는

진한 비린네

유년의 갯벌에 흩어졌던 생각들

내 좁은 뜨락 한마당 가득 붐비네.

저무는 동해, 한마당

잠들지 못하고 밤새 부서지고 있네.


                      *** 박남훈***



아침에 문득 바다가 보고싶다는 생각에 가슴이 저민다.

현실도피처럼 맘이 힘들땐 나도 모르게 바다를

찾는가 보다.

또, 마음이 아프다고 하나보다..

바닷가에 부서지는 하얀 파도에

실어보내고 싶다.

어른으로 살기 힘들다.

이성으로 무장한채 살아가야 하는 나의 페르소나를 버리고

원초아적 사고로..

바다가 보고싶다.. 바다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