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수학의 역사 - 당신이 수학을 사랑하게 만들 책 : 젠더·인종·국경을 초월한 아름답도록 혼란스럽고 협력적인 이야기
케이트 기타가와.티모시 레벨 지음, 이충호 옮김 / 서해문집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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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역사를 다룬 책을 읽을 때마다 마음 한켠이 허전하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들 하지만, 수학과 과학의 발전사를 들여다보고 있자면 자꾸만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왜 한국은 세계 수학사에서 단 한 번도 조명받지 못했을까?”

이 책은 특히 더 그 질문을 또렷하게 떠올리게 만든다.
유럽 중심의 수학사에서 벗어나, ‘변두리’에 머물렀던 수학자들까지 조명하려는 노력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꽤 신선하다. 단순한 업적 나열이 아니라, 그들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과 철학적 환경까지 함께 보여주려 애쓴다.

예를 들어, 수학이 진화해 온 과정 속에서 편지 네트워크의 역할, 뉴턴주의의 전파, ‘지혜의 집’과 같은 협업의 구조가 어떻게 학문을 꽃피웠는지 설명하는 방식은 매우 설득력 있다. 수학이 단지 개인의 천재성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과 지식 공동체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시각은 특히 인상 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씁쓸한 마음이 든다.
이처럼 ‘주류’가 아닌 ‘변방’을 조명하는 수학사 속에서도 한국은 등장하지 않는다.

한반도는 어디 있었던 걸까.
수학을 했던 사람들은 왜 기억되지 못했을까.
우리는 그 흐름 속에 왜 단 한 번도 끼지 못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든 허탈감은 과거에 대한 아쉬움만이 아니다.
사실 더 속상한 건 그 상황이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아직도 우리는 수학과 과학을 '시험 과목'으로만 대하고, 지식을 창조의 언어가 아닌 입시의 도구로 사용한다. 협업보다는 경쟁이 우선이고, 탐구보다는 정답이 먼저다.

지금도 지구 어딘가에서는 새로운 수학 이론이, 혹은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이 실험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 흐름에서 여전히 비켜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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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수학자 모두는 약간 미친 겁니다 - 수학자 폴 에어디쉬의 삶
폴 호프만 지음, 신현용 옮김 / 승산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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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수학자 모두는 약간 미친 겁니다』는 헝가리의 천재 수학자 폴 에어디쉬(Paul Erdős)의 삶을 중심으로, 20세기 수학계의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낸 전기다. 수학사 책을 읽다보면 늘 아쉬웠던 점이 고대의 수학자에서부터 시작하다보니 현대 수학자를 위한 자리는 끄트머리에 쬐금 다루다 만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현대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꽤 흥미롭게 그려나가 수학자에 대한 우리의 갈증을 해결해준다.

이 책은 에어디쉬의 삶을 통해 그와 협업하거나 교류했던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함께 다룬다. 에어디쉬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수많은 수학자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했으며, 이러한 협업은 '에어디쉬 수'라는 개념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독자는 20세기 수학의 발전과 그 배경에 있는 인물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에어디쉬의 삶에서 그의 천진함은 귀천의 천상병 시인을 떠올리게 한다. 순수한 사람은 대체로 어린 아이 같은가보다. 에어디쉬는 아이들을 엡실론이라고 부르며 특별히 아꼈다. 수학자들이 그들의 수학적 재능을 대체로 20대에 불사르고 그 찬란했던 과거를 기억하며 괴로워했다면 에어디쉬는 죽는 그 순간까지 현역이었다. 오일러나 에어디쉬처럼 죽는 그 순간까지 열정을 바칠 수 있는 일을 한다면 에어디쉬처럼 하나님의 책의 일부를 보지 않아도 행복할 것 같다. 글의 내용이 약간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고 좀 산만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수학자들의 다큐같은 이 책은 나름 소중한 책이라 중학생 아이들과 읽어봤는데 좀 어려워했다. 우리 아이가 수학자로 자라길 바라는데 그 방법을 모르겠거나 수학에 관심이 있는데 수학자의 삶은 나랑 다르다라고 느껴진다면 읽어보길 권한다. 단, 그 전에 수학사부터 읽으면 훨씬 재미있게 읽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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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한 외로운 수학 천재 이야기 - 수학소설 골드바흐의 추측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지음, 정회성 옮김 / 생각의나무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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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이 책, 정말 밤을 새워가며 읽었습니다.

읽다 보니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니, 이렇게 대단한 수학자 페트로스를 내가 왜 지금껏 몰랐지?”
궁금증이 치솟았지만,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어 검색은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이야기 속 페트로스 삼촌은 논문 발표도 미루고, 세상과 단절한 채 오로지 수학에 몰두했던 인물입니다. 그런 그를 실제 수학자로 착각하게 만든 건 당연했는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이 책, 『로지코믹스』를 쓴 작가의 작품이더군요.
그래서 더더욱 "이건 소설이 아니라 사실을 바탕으로 한 전기겠지"라고 믿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학 소설이 이렇게 재미있을 리 없잖아요!
바로 그 생각이, 제 착각을 굳히게 만들었습니다.


이 책 정말 재밌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히가시노 게이고(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최고의 추리소설 작가!) 소설을 읽는 느낌? 


읽기 전에 스포라도 좋다면 클릭~ 

"골드바흐의 추측"에 인생을 건 남자, 그리고 그를 미쳤다고 말한 사람들 – 『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한 외로운 수학 천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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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임솔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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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기 시작하자 나는 마치 구멍 난 양말을 신고 남의 집 거실에 앉아 있는 손님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이 왠지 불편하고 낯설었던 이유는 뭘까? 어린 우주가 여자아이들과 관계(친구가 아니라)를 맺기 위해 노력하는 구구절절한 논리의 나열들이 '하, 이 책을 참고 더 읽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마음이 괴로워도 좀 더 읽게 된 이유는 뒷이야기가 궁금해서였다. 그래 그 큰 노력을 통해 우주는 어떻게 될까? 좀 평범해지려나? 하는 마음. 그리고 이야기는 예상한 대로 흘러갔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때부턴 불편하지 않았다. 그냥 그 둘의 사이를 응원하면서 우주의 미분과 적분이 어느 순간 선미에게 수렴할 수 있을지 주시하며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우주는 자신의 우주를 향해 항해해서 나아갔다. 누군가의 무엇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우주라는 이름과 다르게 적분이 아니라 미분을 향해 마이크로의 세계로 옮겨 갔다. 작은 집을 만들고 작은 자기의 우주를 만들며 우주는 핸드폰 수리공이 되었다. 글을 읽으며 임솔아 작가의 이야기 힘이 마치 자기력으로 나를 이리 끌고 저리 끌고 가는 것 같았다. 내가 이 글을 처음 읽을 때 불편하게 시작할 것이라는 점, 그리고 언제쯤부터인가는 우주를 응원할 것이라는 점, 그리고 우주를 통해 모든 관계를 돌아보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인력과 척력을 통해 조정하는 것 같았다고 할까. 책을 덮고 나자 가라앉아 있던 많은 기억이 한바탕 떠들썩하게 올라왔다. 그 많은 관계는 다 어디로 갔을까. 그 아픔들은 이제 사그라진 것일까? 하지만 이젠 괜찮다. 오랜 시간 헤어짐의 연습을 통해 홀로 설 수 있었던 우주처럼 이제 나도 혼자 서 있을 수 있으니 모두 안녕이다.


#임솔아 #나는지금도거기있어 #티저북 #서평단 #북클럽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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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베이터 - 디베이팅 세계 챔피언 서보현의 하버드 토론 수업
서보현 지음, 정혜윤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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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에 대한 장까지 읽었는데 선후기 글을 남기게 할만큼 감동적이고 재밌네요. 한 아이가 토론이라는 스포츠를 아슬아슬하게 이겨 나가며 성장하는 내용이 뒷얘기를 기다리게 하는 한 편의 드라마 같습니다. 또 무수한 한국의 토론책(정작 논술책인)들을 읽으며 실전을 경험하지 않은 자들의 이론만 있는 내용들에 지쳐, 큰 기대하지 말자고 한장한장 의심하며 책장을 넘겼는데 토론의 보물들을 건져올릴 수 있게 만드는 글 구성에 가뭄 끝에 기다리던 단비를 맞는 것 같습니다. 서보현님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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