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 - 책 읽는 가족 11 책읽는 가족 11
이금이 지음, 원유미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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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 수아는 '맘대로병'에 걸렸다. 어릴 때 아기가 경기를 할 때 빨리 병원에 가거나 바늘로 손가락을 따주어야 하는데 수아 엄마가 공장에 나가서 일하는 바람에 수아가 경기를 하는 것을 몰라서였다. 이런 수아가 서울에서 수아 엄마의 오빠가 살고 있는 시골 은내리로 전학을 온다.  그리고 이 책을 이끌어 가는 진짜 주인공 영무는 수아와 동갑내기 사촌이다. 수아는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수학책을 펴라고 해도 자기가 싫으면 마음대로 다른 책을 읽고, 선생님 말고는 만지지 못하는 컴퓨터도 맘대로 만지고, 무슨 잘못을 해도 선생님께서 수아는 혼내시지 않으셨다. 영무는 매일 수아 옆에 있으면서 사고를 치는 수아를 도와주어야 한다. 수아 때문에 매일 선생님께 혼나는 영무는 그런 수아가 얄미워진다. 그러다 영무는 성남이를 시켜서 수아를 때리거나 물에 빠뜨린다. 그 사실을 고모가 알게 되고 영무는 크게 혼난다. 그 벌로 영무는 한달 동안 수아를 등하교 시키게 된다. 그러면서 수아와 영무, 성남이는 친해진다. 특히, 수아는 노래와 춤을 잘 춘다. 읍내에서 연극을 보고와서는 그 흉내를 내면서 즐거워한다. 반 아이들도 처음에는 수아를 바보라고 놀렸지만, 수아와 점점 친해지면서 수아는 단지 나와 조금 다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야 서로 이해하고 친해진 수아인데 수아가 이사를 가게 된다. 영무는 아쉬웠지만, 수아를 위해서 예쁜 강아지집을 만들어서 수아에게 준다. 수아는 그런 영무에게 고마워한다.
  
<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는 TV에 드라마로도 방영된 동화인데 잔잔하면서도 감동을 주는 가슴 찡한 이야기인 것 같다. 이 책은 장애인이 얼마나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가, 또는 그런 고난을 어떻게 견디어내고 있는가를 말하고 있는 책이 아니다. 제목과 달리, 작품 속에는 ‘정서장애’라는 말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영무가 이름 붙인 ‘맘대로병’이 나올 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후에도 수아가 '정서장애'였다는 사실조차 눈치 채지 못할 만큼 우리에게 수아는 그저 나와 조금 다를 뿐인 아이로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아서가 아니라 책속이든, 현실에서든 아이들 마음에 아직은 편견이 자리 잡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수아가 영무의 생활 속에서 순수하고 밝게 함께 한 시간들, 그 시간들이 영무의 생활과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공감할 수 있는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수아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영무의 이야기, 또는 모든 아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곳곳에 숨어 있는 작은 에피소드들 또한 소박한 웃음을 전해주면서 지루하지 않게 책속으로 우리를 이끌어 준 것 같다.
다만, 책 내용 중간 중간에 순우리말( “~ 데면데면~~”, “~ 다보록이 꽂았어요” 등 )이 더러 등장하는데 친근감 있어 좋긴 하지만, 본문 밑에 각주 식으로 설명을 달아준다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나와 조금 다른 아이를 대하는 바른 마음을 갖기 원한다면... 그 길을 열어줄 꺼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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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에서 온 편지 책읽는 가족 21
김경록 글, 신동옥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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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지는 좀 오래되었지만, 저희 아이가 너무 재미있어 한 거라 몇 자 올려 봅니다.^^
<외계에서 온 편지>는 책의 내용이나 그림을 보면 남자분이 쓰고, 그린 듯 한데 글, 그림 모두 여성작가님들이라 조금 신기했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5학년인 새루와 동민, 외계소년 단, 삼촌과 삼촌친구 명훈아저씨 등이다. 동민의 집으로 중학교 과학 선생님이면서 ufo연구를 하는 삼촌이 함께 지내려고 오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삼촌과 새루 그리고 새루 친구 동민은 ufo와 외계인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셋은 “ufo연구회”를 결성하고 함께 의견을 나누면서 지내던 어느날, ‘새루’는 외계소년 ‘단’으로부터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편지를 받게 된다. 편지는 음악 “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켜져 있을 때만 가능하다. 이 음악이 지구인과 교감을 할 수 있게 하는 전파 역할을 한다고 단이 말한다. 그리고 삼촌과 새루, 동민은 삼촌친구가 있는 영국으로 놀러가게 되고, 그 곳에서 “버뮤다삼각지대”를 둘러보던 중 이상한 힘에 이끌려 외계로 납치된다. 그 곳에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된다. 시리우스별에 살고 있는 단과 지구 소년 새루가 원래는 한 형제였다고 한다. 지구가 대홍수와 빙하기를 겪기 전에 단도 지구에서 살았다. 하지만 대홍수와 빙하기를 피해 일부 지구인들은 시리우스별로 그리고 화성으로 이주했다. 그 때부터 단의 조상들인 지구인들은 시리우스별에서 살게 된 것이다. 지구가 대홍수 직후에는 시리우스별과 화성으로 이주한 지구인들이 마음대로 지구를 왕래했다고 한다. 그들은 대홍수로 인해 파괴된 지구 문명의 재건설을 도와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리우스별과 화성의 환경이 달라 지구인들은 각기 다르게 진화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별에서 적응하기가 힘들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 후로 이주한 지구인들은 각자의 별에서 살게 된 것이다. 그런데 화성으로 이주한 지구인들이 새루 일행을 납치한 것이다. 화성인들은 화성의 지하에 제국을 건설해 살고 있었다. 그 동안 화성인들의 신체는 퇴화하기 시작했다. 발달된 문명이 그들이 할 일을 대신해 주자, 그들은 지능 외에 모든 기능이 퇴화했고, 종족을 번식시키는 능력도 잃고 만 것이다. 그래서 어린 씨앗인 새루를 납치해 유전자를 분석하려는 것이었다. 위험에 처한 새루 일행을 단과 우주경찰이 구해주고, 다행히 지구로 무사히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단은 새루에게 지구 역사의 숨겨진 비밀에 대해서도 알려 준다. 사람의 힘만으로 건설되었다고 보기 힘든 마추피추와 피라미드 등이 지구 이전 고대 문명의 흔적들이며, 특히, 고대문명의 타임캡슐이 숨겨져 있는 곳이 오크섬과 백록담이며, 첨성대는 외계로 떠난 인류와 교신하던 장치라고 한다. 그리고 새루 일행은 무사히 집으로 오게 되고, 단의 이별의 편지를 받게 된다. 그리고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외계에서 온 편지>는 이처럼 미스테리와 사실을 넘다들며 어린이들을 무한한 상상의 공간으로 이끌어 주는 SF 동화이다. 책 표지의 그림이 너무 재미있게 보여 작은 아이와 동시에 손에 잡았던 책이었는데, 약간은 생소하고 비현실적으로 생각 될지는 모르지만, 아이들이 상상의 나래를 펴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 된다. 특히, 우주인에게 잡혀 가서 해부 직전에 외계인이 한 말 중에 자기들에겐 결코 없는 “사랑의 힘”을 인간은 가지고 있다면서 부러워하는 부분이 있다. 정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덮은 후에도 아이와 여러 날 책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던 것이 떠올라 웃음이 난다. 여러분들은 외계인이 있다고 믿으시나요~?? ^_^
아이가 우주 외계인에 관심이 있거나, 아이의 상상력을 위하여 한번쯤~ 읽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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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이와 무명이 작은도서관 16
이경혜 지음, 남은미 그림 / 푸른책들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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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너무 신나고 즐겁게 읽은 터라~ 몇 자 올려보렵니다.^^ 이경혜 작가의 <유명이와 무명이>는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라는 제목으로 1998년에 출간된 동화의 개정판인데요. 먼저 남은미 님의 개성 있는 그림이 책의 분위기를 한층 돋보이게 하죠.~^^ 표지 속의 유명이와 무명이를 보면 이 둘의 관계가 너무 궁금해져서 책을 안 보고는 못 베기겠던데요~^^;;

부모님이 너무 바빠서 이름 지어줄 시간조차 없어서 ‘이름이 없다’라는 의미로 그냥~ 이름 지어진 남자 아이 무명이, 세상에 널리 이름을 날리는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뜻에서 이름 지어진 여자 아이 유명이, 이 둘은 13살 동갑내기로 지난 학기에 전학 온 유명이는 무명이와 처음 만나게 된다. 얼굴에 난 커다란 얼룩점 때문에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유명이는 ‘얼룩이’라는 무명이의 농담 한 마디에 무명이를 원수로 생각하여 짝이 되어서도 말 한 마디 나누지 않고, 쌀쌀맞게 대한다. 한편 무명이는 원래 넉살이 좋은 친구로 유명이의 싸늘한 태도를 이해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화해를 할 방법도 없어 유명이와 서먹서먹하게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유명이가 아끼던 애완견 ‘뽀뽀’가 죽자 만화를 잘 그리는 무명이는 ‘천사가 된 뽀뽀’의 모습을 만화로 그려서 아무도 몰래 유명이의 책상 서랍에 넣어 둔다. ‘뽀뽀’의 죽음을 슬퍼하던 유명이는 그 그림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차츰 슬픔을 이겨간다. 그러다 얼마 후, 집 없는 고양이 ‘뮤뮤’(유명이가 지어 준 이름)를 만나게 되면서 차츰 웃음을 되찾는다. 그러나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 엄마 때문에 ‘뮤뮤’마저 키우지 못하게 되자 유명이는 눈 내리던 날 동네 놀이터에서 혼자 슬픔을 달래다 쓰러지고 만다. 마침 아빠와 동네 순찰을 나온 무명이의 도움으로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게 되고, 고양이 ‘뮤뮤'를 무명이가 키우게 되면서 둘은 서로를 더 가까이 알아가고 친해진다. 그리고 유명이는 초등학교 졸업식 날 무명이에게 선물로 하얀 목도리와 편지를 건넨다. 무명이도 유명이에게 ’천사가 된 뽀뽀‘를 그린 게 자기라고 말한다. 두 아이는 서로 마주보며 활짝 웃는다.~^_^ 참참~!! 그리고 유명이와 무명이가 나중에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 책의 끝에 13년 후, 이 둘은 각각 수의사와 훌륭한 만화가가 되어 결혼해서, 씩씩한 아이를 셋 씩이나 낳고 잘~ 살았다네요~^^;; 라고 간단한 보고가 씌여져 있는 것도 어찌나 재미있던지~~^^ 많이 웃으면서 책을 덮게 되어 아주 신났어요.^^

<유명이와 무명이>는 순수하고 나름대로 사춘기라고 주장하는 6학년 아이들의 몸과 마음의 성장 과정을 그린 장편 동화이다.. 주인공인 여자 아이 정유명과 남자 아이 노무명, 그리고 보람초등학교 6학년 11반 어린이들이 한 해 동안 즐겁고, 다양한 일들을 겪으면서 친해져가는 모습이 빠른 전개로 즐겁게 펼쳐진다. <유명이와 무명이>에는 33년 째 초등학생을 가르치시는 담임선생님인 ‘방구호’(이름이 넘~ 웃기죠)~^^선생님, 유명이의 친한 친구이자 부모님이 이혼하고 아빠랑 사는 예쁜 나희, 키는 껑충하게 크면서도 공부 잘하는 동생에게 무시당하면서 무명이를 대장으로 받들어 주는 종철이, 부산에서 전학 온 유명한 만화가를 아빠로 둔 잘생기고 활달한 정호, 온 동네를 주름 잡는 ‘찌르릉 아저씨’라는 별명의 무명이 아빠와 ‘춤바람 아줌마’라는 별명을 가진 무명이 엄마, 유명이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유경동물병원’의 낙타아저씨(유명이가 지은 아저씨 별명)등등... 많은(?) 등장인물들이 곳곳에 숨어서 즐겁고, 때로는 슬픈 이야기를 엮어가고 있다. 너무 유쾌한 기분으로 아주 신나게 읽은 책이라 행복했다~^^

특히나, 만화 그리기를 좋아하는 무명이가 학기 초에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유명이를 유명마귀로 만들어, 예쁜 나희공주를 납치해 가고, 무명이 자신이 레이저총으로 유명마귀를 물리치고 나희공주를 구한다는 그 만화는 얼마나 재미있던지~^^, 그리고 정호아빠인 박송진 만화가 밑에서 만화공부를 하는 상상을 하면서 엮어내는 이야기는 정말이지 너무 웃겨서~ 깔깔깔 절로 웃음이 나왔다. 무명이의 아빠, 엄마에 대한 이야기도~ 큭큭^^;; 아직~<유명이와 무명이>를 읽지 않으셨다면 꼭~ 한번 읽어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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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삐 언니 책읽는 가족 17
강정님 지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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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화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사는 나의 시선을 잡아 끄는 책을 한 권 발견했다.^^
강정님 작가의 <이삐 언니>가 그것인데 표지 속 추억의(?) 머리를 하고, 시골 마당을 배경으로 땅을 보고 걸어가는 아이를 보는 순간 가슴이 찡~ 해왔다. 꼭~ 생생히 살아서 금방이라도 내 곁을 걸어 갈 것 같은 느낌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삐 언니>는 2000년에 동화집으로 초판이 발행되었고, 다시 3년 만에 성인용 양장본(개정판)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삐 언니>는 강정님 작가님이 만 63세라는 늦은 나이에 출간한 첫 작품집이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는데, 1940년대 밤나무정이라는 마을을 배경으로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너도 하늘말나리야>의 작가 이금이님은 이 동화집 <이삐 언니>를 읽은 감동을 ‘깊은 우물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고 평하기도 하였는데, 나도 참~ 따스한 마음으로 정겹고, 포근한 사람들을 만나고 온 느낌이다.^^
이 책 <이삐 언니>는 일제 강점기 말인 1940년대 초와 해방 공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여 밤나무정 마을에 사는 ‘복이’라는 여자 아이를 중심으로 일어난 {이삐 언니},{안개 골짜기}, {봄이 오는 날에}, {월이의 귀가}, {날아라 태극기}, {광암 아저씨의 섬}등 여섯 편의 이야기가 연작의 형태로 서로서로 긴밀하게 구성되어 있고, 꼼꼼한 묘사 그리고 깊은 생각과 이야기 속 일 들의 사유들이 잘 정돈되어 이해도를 높여주고 있다.

{이삐 언니} 이야기의 시작은 주인공인 복이가 다른 동네에 사는 친구 송엽이네 집에 놀러갔다가 친구가 집에 없자 무작정 낯선 길에 나서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저기 보이는 저 모퉁이까지만 갔다 오자!’ 하던 처음의 호기심은 길의 신비로움 때문에 마침내 복이를 낯설고 먼 세상의 길 위로 이끌려간다. 복이는 아주 멀게만 느껴지고, 작아보이던 동생산이 실제로는 더 큰 산이라는 걸 알고 놀란다.^^ 복이는 동생산이 “놀라지마, 니가 어디로 가는지 지켜보려고 발돋음 한 거니까!”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너무너무~ 감동적인 문장이 아닐 수 없다.^^ 산이 발돋음 한다는 이 말~^^) 설렘과 두려움과 기쁨과 고단함으로 뒤범벅이 된 복이의 우연한 첫 여정은 삼십 리 밖에 있는 자신을 예뻐해 주던 시집 간 친척 언니인 이삐 언니네 집에 까지 이끈다. 가족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복이는 ‘잠깐 내게 와서 머무는 손길, 슬쩍 스치는 손길’ 정도면 족하다는 엄마에 대한 아주 작은 자신의 바람마저 이루어 지지 않아 슬퍼한다. 그런 복이를 위로하고 안아주던 사람이 이삐 언니였다. 이렇게 어쩌면 이삐 언니를 찾아 온 이 길이 겉으로 보기에는 단지 호기심 어린 여정이었지만, 어린 복이가 갇힌 작은 삶에서 스스로 세상 속으로 내딛는 첫발인 것이다. (47쪽의 이삐 언니와 복이가 반가움에 서로를 안고 있는 그림이 있는데, 그 따스한 기운이 내게도 전해져 왔다면 너무 지나친 건가~^^;;)

{안개 골짜기}에서는 고모할머니 시집 조카내외가 복이 집에서 한 겨울을 함께 지내게 된다. 그 아주머니는 옛날이야기를 잘 해주셨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 하나가 바로 ‘안개 골짜기’에 얽힌 이야기이다. 미암산의 ‘안개골’이라는 곳에 죽은 어시들이 바글거리는 곳에 어느 부부가 살게 되는데... 어시들에게 시달리다 초당할아버지의 부적으로 어시들을 물리치지만, 결국 그 부부는 그 곳을 떠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읽는 동안 정말 한 겨울 시골집 아랫목에서 할머니에게서 듣던 무서운 귀신이야기 같아서 재미있기도 하고 오싹오싹~ 무섭기도 하였다.^^;;  

{봄이 오는 날에}는 할아버지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복이를 데리고 행화촌 잔칫집에 간다. 이제 먼 학교 길을 다녀야 하는 복이의 걷는 훈련을 하기 위한 첫 나들이인 셈이다. 그런데 집에서 기르는 개 월이가 자꾸 쫓아도 끝내 잔칫집까지 따라온다. 그리고는 잔칫집 마루 밑에 새끼 다섯 마리를 낳는데 다음 날 아침, 월이와 새끼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자 복이와 할아버지는 급히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보니 월이와 새끼들이 먼저 돌아와 있었다. 그 날 밤, 월이는 다섯 번이나 왕복하여 강을 건너고 캄캄한 밤길을 지나야 하는 먼 거리를 새끼들을 한 마리씩 물어 나른 월이의 모습에서 어미의 극진한 사랑을 느낀다. 그리고 106쪽에 보면 복이가 빠른 할아버지의 걸음을 따라가면서 하는 생각이 있다.
‘나는 힘을 아끼고 숨을 고르게 하며 일정한 보폭을 유지했다. 할아버지를 따라 잡으려고 달리거나 걸음을 빨리 하여 힘을 낭비하지 않았다. 시선을 전방 오 미터 이내에 두고 몸의 긴장을 풀고 다리에 힘을 빼고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머릿속을 텅 비게 하여 몸의 피로를 의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어느새 먼 길을 걷는 방법을 터득했는데, 그것은 바로 소에게서 배운 것 이였다.’라고... 이것은 쉬운 듯 보이나, 인생을 깊이 있게 살아 온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지혜로움이 아닌가 싶다.^^;; 또 한 가지, 복이가 잔칫집에서 너무 많이 먹어 밤에 뒷간에 가면 무서우니까... 뒷간에 안 가려고 닭들에게 주문을 거는 노래를 하는데...(이 노래는 복이가 집에서도 써 먹는 노래로 효과도 있다^^~~ㅋㅋ)
‘닭아 닭아 꼬끼오 닭아
내 말 좀 들어봐라
닭이 밤에 똥을 누제
사람이 밤에 똥 눈다냐.’
어찌나 우습던지...^^ 그러면 정말 신기하게도 뒷간을 안 가게 될까?~~^^

{월이의 귀가}에서는 나쁜 사람에게 잡혀간 월이를 무사히 찾아 집으로 데려오는 가족들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이다.~^^;;

{날아라, 태극기}에는 독립운동을 하던 작은아버지의 이야기와 우리나라의 독립이야기, 그리고 태극기 이야기들이 나온다. ‘태극’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덕이에게 ‘태극’을 마치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일본 놈들만 잡아먹는 호랑이보다, 귀신보다, 회오리바람보다 무서운 것으로 이야기하는 장면(160쪽~)이 나오는데, 어찌나 그럴듯하던지~^^

그리고 {광암 아저씨의 섬}에서는 할아버지가 옛날 어떤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고, 돈 대신 받게 되는 아주 작은 섬에 광암 아저씨가 가서 소금을 얻어 팔아 큰 이익을 챙겨 돌아오는데, 아저씨는 할아버지가 주는 거액의 수고비를 마다하고 대신 아주머니와 함께 그 섬으로 떠난다.~^^    
이렇게 복이가 여섯 이야기 전편에 다~등장하지만, 매 이야기마다 주인공의 모습을 띄지는 않는다. 더러는 주변의 인물로 자연스럽게 함께 한다. 이렇게 각각의 인물들이 무리 없이 협조해서 풍요롭고, 정겨운 이야기를 완성하고 있다. 마치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족구성원이 모여 완전한 가족의 모습을 이루는 것처럼 말이다.~^^ 무엇보다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순수하고 다정한 이야기를 이끌어내신 강정님 작가님의 살아오신 인생의 아름다움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깊어가는 이 가을에... 창가에 앉아 지나간 아름다운 추억에 잠시 잠겨 보시는건 어떨까요? ~^^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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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속의 바다 - 2004년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2
케빈 헹크스 지음, 임문성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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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지은이 케빈 헹크스는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 세계를 따뜻하고 재치있게 표현해 내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처음 <병 속의 바다>를 손에 쥐었을 때 어떤 모험과 신비로움이 아이들과 함께 하리라 생각다.^^ 병속에 들어있는 바다(사실은 작은 유리병 속에 들어있는 바닷물임^^)는 갓비 할머니에게는 자신의 꿈과 추억으로, 마사에게는 자신의 닫혀 있던 사춘기를 깨고 나오는 하나의 매개체로서의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하다.^^;;

<병 속의 바다>에는 열두 살 소녀 마사와 갓비 할머니(마사의 친할머니), 마사의 오빠인 빈스, 동생 루시, 그리고 아빠, 엄마, 올리브의 엄마, 그 외에 지미, 테이트 등 아이들이 나온다. <병 속의 바다>는 가족도 싫고, 정서적으로 혼란스러운 사춘기를 치르고 있는 열두 살 소녀 마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어느 날 갑자기 마사에게 교통사고로 죽은 친구 올리브의 일기장을 올리브의 엄마가 전해준다. 마사는 그 일기를 읽으면서 별로 친하지도 않던 아이가 자신을 가장 좋은 아이로 생각하고 있었고, 자신과 꿈(작가)이 같았음을 알고 놀라워한다. 그리고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닮은 자신과 올리브의 생각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마사는 올리브에 대한 생각을 떨치지 못 한 체 바닷가에 살고 있는 할머니 집으로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할머니 집에서 보내는 동안 마사는 아주 많은 일을 겪게 된다. 가슴 떨리는 지미와의 첫 사랑에 대한 기대와 배신(지미가 아이들과의 내기로 마사에게 키스를 하는 것을 카메라로 촬영 한 일~^^;;), 사람의 죽음(올리브의 죽음, 꿈속에서의 할머니의 죽음...)과 미움(지미에 대한 미움)을 모두 경험하게 된다. 뒤에 지미에게서 받은 상처를 지미의 동생인 테이트가 풀어준다. 그리고 마사는 테이트를 진심으로 좋아 하게 된다.(책의 끝에 테이트가 지미가 촬영한 키스^^ 테이프를 마사에게 몰래 가져다준다.)
이 책에서 갓비 할머니가 마사에게 마사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고, 할머니의 어린 시절 작가의 꿈과 살면서 느낀 감정들을 들려준다. 책 104쪽에 보면 할머니가 딱 한 편 써보았다는 글이 나온다. 거기서 가족과 함께 살던 바닷가 마을에서 내륙으로 이사 오면서 바닷물을 유리병에 담아 오는데, 이것은 후에 할머니 일생에 아주 중요한 정신적 가치가 되고 있다. 그리고 마사도 자신의 복잡한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자신을 극복해 간다. 그리고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마사의 꿈인 작가의 길에 한 발을 들여 놓는다.
마사는 바다에 가보고 싶어 했던 올리브를 위해 유리병에 바닷물을 가득 담아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마사는 아빠에게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던 자신의 꿈인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아빠는 유명하지는 않지만, 글 쓰는 일을 했다. 하지만, 여행을 마치면서 취직을 결심한다.) 아빠는 진심으로 기뻐하고 격려해 준다.
그리고 마사는 바닷물이 담긴 유리병을 들고 올리브가 살던 집을 찾아가지만, 올리브의 엄마는 이사를 가고 없다. 처음 올리브와 자신은 뭔가 운명적인 끈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자신 속에서 올리브를 떠나보내고(가져온 유리병 속의 바닷물로 올리브가 살던 집 계단에 올리브의 이름을 쓰면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는다.^^ 그리고 마사는 자기가 원하는 것은 집에 돌아가는 것이란 걸 깨닫고 집을 향해 달린다. 이렇게 여름 한 철 동안 힘들고 긴 내면의 여정을 마친 마사는 갇혀있던 생각의 상징인 ‘병속의 바다’를 흘려보낸 뒤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동안 가족에게서 오래, 멀리 떠나 있었던 자신에게 이렇게 외친다.~~~~~~~~~~~~~~~~~~!!
“저 집에 왔어요!” 라고... ^^

이 작품 속엔 놀라운 반전이나 신비한 모험(?), 극적인 사건이 담겨 있지는 않다. 그러나 사랑을 꿈꾸는 십대 소녀의 설렘이나,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갓비 할머니, 동생 루시...등)들의 생생한 심리, 행동묘사를 통해 다양한 웃음이 적절히 들어있어 책읽기를 즐겁게 해준다. <병 속의 바다>에서는 사춘기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어른들에 대한 모습(마사가 보는 마사의 가족, 지미가 보는 지미의 가족...)이 적절한 비판적 시선으로 나타나고 있고,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미움이 잘 표현되어 있으며, 올리브가 받는 따돌림이나 지미의 배신을 통해 어른들의 세계를 느끼게 하는 세상의 어두움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열두 살이라는 나이로 느낄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생각도 올리브의 죽음과 꿈속에서의 갓비 할머니의 죽음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느끼게 된다. 이렇게 <병 속의 바다>는 겉으로 보기에는 사춘기 소녀의 성장소설 쯤으로 보이지만, 책이 전달하는 진정한 메시지는 ‘가족’ 이라 하겠다. 책 앞부분에(58쪽) “전 우리 가족이 다 싫어요.”라고 말하던 한 사춘기 소녀 마사의 내면의 변화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소중한 관계는 ‘가족’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병 속의 바다>에서 작가가 되고 싶은 마사가 쓴 글,
마사가 갓비 할머니 집으로 가는 그 길을 “빛나는 느낌‘이라고 말하는 것,
갓비 할머니의 마사에 대한 자상함,
마사가 올리브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그 애는 그저 다른 애들과 다를 뿐이었어. 이상한 게 아니었다고...” 라고 하는데, 이금이 작가님의 <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라는 책이 생각났다.~^^ (앗~ 또 옆길로 샌다.^^;;)
그리고 지미와 모래성을 쌓는 장면에서 마사의 생각과 지미의 말, "둘이 쌓은 모래성을 우리가 안 무너트리면 모르는 다른 사람들이 부술 거라고, 우리가 만들었으니 부수는 것도 우리 몫이라고..."  하지만, 마사는 무너지는 모래성을 안타까워하는 장면. (아마도 지미와의 사랑이 비극(?)적일 것임을 암시하고 있는 건 아닐지...^^;;) 153쪽,
갓비 할머니가 정말로 슬플때 하는 일~ 188쪽,
그리고 마사의 밝은 생각으로 변화하는 모습~ 206쪽,
옛날 마사가 갓비 할머니에 준 그림카드~ 228쪽
테이트의 용기~^^;; 등등 잔잔한 감동을 준 장면들이 많지만... 다른 님들의 느낌을 위해 줄인다.~^^;;

참! 그리고 219쪽에 ““ 나도야~ 가안다, 나도야~ 가안다!” 에는 묶음표가 하나 더 있다.(교정)^^;;
사실, ‘나도야 간다.’는 김수철 노래에 나오는 가사인데,^^;; 꼭 이렇게 번역을 해야만 했을까? 조금 더 다른 표현을 써줬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 속의 바다>를 덮은 어제... 사춘기를 거의 벗어나고 있는 큰아이의 잠든 모습을 들여다  보았다. 아이의 곤히 자는 모습에서 지금도 힘이 들긴 하지만, 사춘기를 잘~ 겪어내고 있는 아이의 손을 잡아 본다. 따스한 체온이 서로에게 느껴지리라~^^ 그리고 큰아이의 머리맡에 <병 속의 바다>를 살며시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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