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이 진다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5
미야모토 테루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파랑이 진다를 읽었다.
 

파랑이 진다를 통해 미야모토 테루라는 작가를 처음 접했다. 그는 1947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났다. 오테몬학원대학 문학부를 졸업하고 산케이 광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하다가 1975년 신경불안증으로 퇴직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1977년 진흙탕 강으로 다자이 오사무상을 받으며 데뷔했고, 이듬해 1978년 반딧불 강으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으면서 작가로서의 지위를 다졌다. 1982년 발표한 파랑이 진다는 삼류 대학 테니스부원들의 사 년간의 궤적을 좇으며 스포츠를 매개로 한 사랑과 우정, 그리고 한없이 푸르른 청춘의 초상을 그렸다.

 

올해 대학 졸업반인 내게 있어 소설은 봄과 겨울을 색체로 느끼게 해줬다. 파랑이 진다는 것은 청춘과 우울이라는 시간을 건너 진짜 어른이 되는 과정을 표현한 것 같다.

 


"마천루의 아지랑이에 잠겨

 

인간 낙타가 살아간다

 

땀도 기름도 사용할 때를 잃어

 

혹이 제자리를 떠나 마음속으로 숨어들었다

 

원색의 혼잡에 더러워져

 

낙타는 목적 없이 지하로 귀환한다

 

살아 있고 싶을 뿐인 인간낙타"

소설은 시종일관 살아 있고 싶을 뿐인 인간 낙타를 노래한다.

무엇을 이루겠다는 절박함도,

그렇다고 지금 이 시간을 그냥 보내면, 다가올 미래가 불안해지는 것도

어쩔수 없는 시간. 주인공 료헤이가 겪는 시간 속이다.

소설은 담백하다. 그것이 지나치다 할 정도로. 번역문의 한계일 수도 있겠지만, 작중 인물의 상황을 나타내는 것에는 치밀하나 주변에 대한 상황적 묘사는 부족하다. 일본에서 다자이오사무상을 받고 데뷔할 정도면 한국에서는 현대문학 혹은 이상문학상의 신인상 추천이 될 정도의 급수로 판단하면 이해하기 편할지도 모른다. 일본 문단과 시장이 한국과는 다르지만 이 정도 수위의 작가라면 일본에서도 꽥 폭 넓은 마니아층이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글을 쉽게 읽혀지만, 문학적 언술로서의 서술은 직역에 가까웠다.

모든 이야기는 절정을 위해 치달를 준비를 한다. 그런 맥락으로 봤을 때 소설의 절정은 료헤이와 퐁크의 테니스 장면이다. 여기에서 료헤이는 처음으로 이겨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주인공은 살아 있고 싶을 뿐인 인간 낙타와 동일시 하면서 자신과 주변인물을 천천히 둘러본다. 나쓰코에 대한 짝사랑을 키우면서 말이다.

 

 

솔직히 말해, 기대했던 만큼의 소설은 아니었다. 테니스에 관해 문외한이기도 하지만, 절정을 치다를 만큼 이야기에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직은 나와 이 책이 인연이 닿지 않는 모양이다. 기회가 된다면 미야모토 테루의 다른 작품을 읽고 이 사람의 문학 세계가 어떤지 좀 더 살펴 봐야겠다. 더불어 시일이 흐른 뒤에 파랑이 진다도 다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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