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점을 좋아한다. 요즘은 온라인 서점이 대세이지만
종이 냄새가 배어있고 인쇄된 글에서
풍겨 나오는 듯한 잉크 냄새 그리고 책을 고르는 사람들의
얼굴에 스며있는 미소와 책에 대한
기대감에 상기된 채로 책장에 기대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서점이 좋았다.
사람이 모이는 곳을 자제해야 하는 분위기이지만
그래도 한 달에 두, 세 번은 잠깐이라도 서점에
들러 아직 다 읽지 못한 책들을 만나고만 와도
며칠은 숨통이 트였다.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글을 쓰는 이는 얼마나
가슴을 조여야 하는지.
아마도 이 책을 쓰기 위해 장은진 작가는 사막을
거니는 마음이었을 것 같다.
문학동네 젊은 작가 상 수상집을 통해 처음 작가의 글을 만났지만 장편의 글을 통해 만나본
그녀는 세상의 외진 골목길에 홀로 서 있는 우산이면서 가로등이었다.
사막 같은 세상에 내리지 않을 비를 기다리는 남자와
그의 우산 속에 어깨를 나란히 한 여자
그들은 우리의 이웃이었고 나였고 우리들의 친구였다.
꿈
해주는 고등학생 때 꿈을 가져보기도 전에 장갑 공장을
책임져야 했다.
장갑을 짜면서도 다른 미래가 생길 거라고 기대를 품은 적도 있었지만 편직기는 해주에게 그럴 여유를 주지
않았고 해주는 장갑 짜는 사람으로 십대에서 이십대의 청춘과 젊음을 다 보내고 말았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는 도시락만 덩그러니 남겨놓은 채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고 있고 아빠는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찾기 위해 장갑공장을 돌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