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란지교를 꿈꾸며 아침책상 산문선 1
유안진 지음 / 아침책상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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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란지교를 꿈꾸며

유 안 진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 형제나 자식하고만 사람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으랴.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드시 잘 생길 필요가 없고 수수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을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구를 쳐 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진 않다.

많은 사람과 사귀기도 원치 않는다.

나의 일생에 한두 사람과 끊어지지 않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지속되길 바란다.

나는 여러 나라,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끼니와 잠을 아껴 될수록 많은 것을 구경하였다.

그럼에도 지금은 그 많은 구경 중에 기막힌 감회로 남은 것이 거의 없다.

만약 내가 한두 가지만 제대로 감상했더라면, 두고두고 되새겨질 자산이 되었을걸.

우정이라 하면 사람들은 관포지교를 말한다.

그러나 나는 친구들을 괴롭히고 싶지 않듯이 나 또한 끝없는 인내로 베풀기만 할 재간이 없다.

나는 도 닦으며 살기를 바라지 않고, 내 친구도 성현 같아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될수록 정직하게 살고 싶고, 내 친구도 재미나 위안을 위해서 그저 제 자리서 탄로 나는 약간의 거짓말을 하는 재치와 위트를 가졌으면 바랄 뿐이다.

나는 때로 맛있는 것을 내가 더 먹고 싶을 테고, 내가 더 예뻐 보이기를 바라겠지만 금방 마음을 지울 줄도 알

것이다. 때로 나는 얼음 풀리듯 냇물이나 가을 갈대 숲 기러기 울음을 친구보다 더 좋아할 수 있겠으나

결국은 우정을 제일로 여길 것이다.




우리는 명성과, 권세 재력을 중시하지도, 부러워하지도 경멸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보다는 자기답게 사는데 더 매력을 느끼려 애쓸 것이다.

우리가 항상 지혜롭진 못하더라도 자기의 곤란을 벗어 자기 위해 비록 진실일지라도 타인을 팔진 않을 것이다. 오해를 받더라도 묵묵히 할 수 있는 어리석음과 배짱을 지니기를 바란다.

우리의 외모가 아름답지 않다 해도 우리의 향기만은 아름답게 지니리라. 우리는 시기하는 마음 없이 남의 성공을 얘기하며 경쟁하지 않고 자기 일을 하되, 미친 듯 몰두하게 되길 바란다.

우리는 우정과 애정은 소중히 여기되 묵숨을 거는 만용은 피할 것이다.

나는 반닫이를 닦다가 그를 생각할 것이며, 화초에 물을 주다가, 안개 낀 아침 창문을 열다가, 가을 하늘의

흰 구름을 보다가, 까닭 없이 현기증을 느끼다가 문득 그가 보고 싶어지며 그도 그럴 때 나를 찾을 것이다.

그는 때로 울고 싶어지기도 하겠고 내게도 울 수 있는 눈물과 추억이 있을 것이다.

우리에겐 다시 젊어질 수 있는 추억이 있으나, 늙는 일에 초조하지 않을 웃음도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는 눈물을 사랑하되 헤프지 않게, 가지는 멋보다 풍기는 멋을 사랑하며 냉면을 먹을 때는 농부처럼

먹을 줄 알며, 스테이크를 자를 때는 여왕처럼 품위 있게, 군밤은 아이처럼 까먹고 차를 마실 때는 백작보다

우아해지리라.

우리는 푼돈을 벌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것이며 천 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처럼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자유로운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살고자 애쓰며 격려하리라.

우리는 누구도 미워하지 않으며 특별히 한 두 사람을 사랑한다 하여 많은 사람을 싫어하지 않으리라.

우리가 멋진 글을 못 쓰더라도 쓰는 일을 택한 것에 후회하지 않듯이 남의 약점도 안스럽게 여기리라.

내가 길을 가다가 한 묶음의 꽃을 사서 그에게 들려줘도 그는 날 주착이라고 나무라지 않으며 건널목이 아닌 데로 차 길을 건너도 나의 교양을 비웃지 않을게다.

나 또한 더러 그의 눈꼽이 끼었더라도, 이 사이에 고춧가루가 끼었다 해도 그의 숙녀 됨이나 신사다움을 의심하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적인 유유함을 느끼게 될 게다.

우리의 손이 비록 작고 여리나 서로를 버티어주는 기둥이 될 것이며 우리의 눈에 핏발이 서더라도 총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질수록 서로를 보살펴주는 불빛이 되어 주리라.

그러다가 어느 날이 홀연히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라.

같은 날, 또는 다른 날이라도,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좋은 품종의 지란이 돋아 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지리라.


내 일생에 이런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그리고 내 사랑하는 이에게 이런 향기를 줄 수 있다면 그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을 행복을 품게 되리라.






오래전에 읽었던 책을 책장에서 꺼내 다시보았다.

내 마음의 교과서 같은책

이렇게 살아야지 다짐을 늘 하면서 그렇지 못한 지금의 내 모습을 

다시 한번 다 잡아본다.


누구에게 바랄것이 아니라 내가 그런 사람이 되고 그런 친구가 되어야겠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미소가 되는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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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건국의 상황을 보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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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말씀만 하소서 - 자식 잃은 참척의 고통과 슬픔, 그 절절한 내면일기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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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나여야 합니까?"

"왜 당신이면 안 됩니까?"

여명이 밝아오면 하루의 삶이 시작되지만

오늘 하루는 어찌 지내야 하는지 막연한 마음이 되어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두 손을 맞잡아 봅니다.


한 말씀만 하소서

박 완 서

사남일녀 중 막내인 아들이 26세의 나이로 생을 놓아야 했다.

어쩌다 선택의 여지없이 생명을 가지게 된 모든 생명체는 생겨나는 그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간다지만 왜? 내게만...

생명 시작의 기쁨과 환희는 죽음과 함께 완성되는 것일까? 하는 물음만.....

뒤 베란다에 나가 늘 아들이 출, 퇴근을 하던 도로를 바라보며 남색의 자동차를 생각한다.

한 말씀만 하소서 中

언제나 먼저 말을 걸어오고 형제들 중 마음을 제일 많이 주었던 막내아들은...

성장의 모든 것이 삶의 기쁨이 되었던 그 아들이....

아들의 죽음은 끼니마저 감당할 수 없는 참담함이 되어 스스로의 존재조차 망연한 미안함이다.

먹은 것을 토해내고, 잠을 잘 수가 없고, 생각을 떨칠 수 없는 고....

남색의 자동차 차창으로 아들의 상체가 확인되면 반가움과 설레임이 아들을 기다렸던 마음에 삶의 의미를 바위에 새기듯 새겨 넣었다.

그랬던 아들이었는데....

아들을 잃은 어미의 아픈 가슴을 도려내듯 써 내려간 박완서 작가의 한 말씀만 하소서.

지치고 힘이 들어 위로를 필요로 할 때면 책장을 펼친 것을 헤아릴 수 없고 그 가슴을 헤아리려 해도

그 가슴은 너무 깊고 넓은 그리움으로 상처가 나있어 나의 보잘것없는 가슴으로는 헤아릴 수 없었다.

신을 향한 절규.

왜 나여야 합니까?

왜! 데려가셨는지

파란 청춘의 생명에 죽음의 어둠을 덮은 까닭이 무엇인지

제발 제발 한 말씀만 하소서.

성긴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억지로 먹은 반 공기가 안 되는 밥을 먹고 난 후 토해내며 절규했다.

기도는 응답이 없었다.

보란 듯이 우거우걱 쑤셔 넣다시피한 카레밥 한 접시가 가슴을 누르고 토하지도 못해 악을 쓰다 후련하게 토해낸 변기 앞에서 그는 무릎으로 신의 뜻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밥이 되거라."

한 말씀만 하소서를 읽으며 내 마음은 까맣게 변해갔다.

헤아릴 수 없기에

작가의 깊고 깊은 상처에 다가갈 수 없었기에

[나만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 약육강식의 세계는 누군가의 불행을 나의 안위로 삼고 누군가의 행운 앞에 내가 행운의 주인공이 아니었음을 불행으로 생각한다. 이타적 사고는 생이 시작되면서부터 본능적으로 지니게 되는 것인지..

나만 바라보았고, 내 주위의 친밀함만 사랑하고 애틋해 했던 삶에 아들의 죽음은 시야를 넓혀 주었다.]

누구나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없지는 않겠지만 아직 그 세계는 알 수 없으므로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상황이 내게는 더 큰 두려움이다.

하루의 새벽이 열리면 두려움이 앞선다.

고단한 하루, 쌓아도 쌓아도 쌓이지 않는 것들.

그러한 마음은 마음은 나의 육신을 조금씩 조금씩 삭혀 간다.

너무 덥고 더워서 지치고 지친 마음에

더위탈출의 방법으로

잠깐 아픔속으로 추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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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나라에 봄빛 흐드러졌구나
하늘 끝 떠도는 나그네는 아직 고향에 가지 못하네
풀은 끝없이 푸른데
달빛은 두 나라를 밝게 비추네
유세하다 보니 돈은 떨어지고
돌아갈 생각을 하니 머리가 희어졌네
사나이의 큰 뜻이
오직 이름만 남기기 위한 것은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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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세상에 있는 힘을 모두 합한다고 해도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바꿀 수 없어요. 미워하는 사람을 노예로 바꿀 수는 있지만, 그가 사랑하게 만들 수는없어요. 세상에 있는 힘을 모두 합한다고 해도 광신도를 교양있는 사람으로 바꿀 수는 없지요. 그리고 세상에 있는 힘을 모두 합한다고 해도 복수에 목마른 사람을 바꿀 수는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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