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 - 아직도 나를 모르는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여행
성유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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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연세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이며 「이제껏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를 출간했다.

진료실에서 환자와 함께하는 순간에 머무르지 않고 전시회라는 공간과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사람과 사람'에 대해 연구하고 소통하는 중이며 국제 정신분석가로도 활동 중이다.

누구나

사는 게 왜 이리 재미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들거나 말로 투덜거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이룬 사람들의 입에서도 재미가 없다는 말이 불현듯 흘러나온다. 그러고는 죽고 싶다,

살아서 뭐하나 하는 말이 서슴없이 나오기도 한다.

아! 재미가 빠진 삶은 죽음에 이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마주했을 때 재미의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만 했다.

재미라는 것은 무엇일까?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기분이나 느낌. 사전적 의미로는 이러한데 재미가 없다는 것은 즐거운 기분이나 느낌이 아주 없다는 것일까 아니면 있기는 있지만 미미하다는 이야기일까?

이런 생각을 하며 글을 쓰는 나는 재미가 있어서 일까 아니면 어떤 의무감에서 일까.

둘 다 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재미가 없으면 재주 없는 글 솜씨로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조금 잘나는 독수리 타법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저자는 많은 사람들과의 상담과 치료를 통해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을 통해 재미를 느끼리라는 생각이 든다.

p6. 당신의 삶 속에서 삶의 맨 끄트머리 순간까지 함께할 가장 친한 친구는 당신 자신이다.


이 책은 두 가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첫 번째는 나의 마음을 아는 재미를 발견하기

두번째는 사람의 감정을 읽고 읽힐 수 있으며 따라서 어떤 알고리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감정은 인간존재의 알파와 오메가이다. 감정이 없는 사람은 존재할 수 없고 사람들의 마음에서 감정이란 것은 인간을 존재하게 하는 생명과 같은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감정에도 온도가 있다. 감정이 차가운 사람을 우리는 냉혈한이라고 하는 것처럼..

내 감정의 온도는 몇 도일까?



체온과 감정의 온도 사이에는 어떠한 관계가 있을까?

만약에 관계가 있다면 위 표에서처럼 아기의 체온이 가장 높기에 감정의 온도도 제일 높을 것이다. 아기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로워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체온이 낮아지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감정의 온도도 가장 낮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감정이 무디어진다는 말은 곧 감정의 온도가 낮다는 뜻일 테니까.

삶이란 굴네 바퀴 속에 살면서 맞이해야 하는 많은 상황을 통해 우리는 흔히 초연해진다고 말을 한다.

그 말을 다른 말로 하면 경험을 통해 얻어진 많은 지식과 삶의 굳은살은 우리가 감정으로 들어가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 자신을 가장 사랑하고 잘 알고 있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자신을 가장 잘 모르는 것이 나이 듦이고

변명과 위장으로 삶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이제는 이성과 의지로 존재하느라 희생당해온 감정을 돌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사막화 될 것이다.

우리의 감정을 억누르는 것 중에는 아직까지 유교의식이 충만한 대한민국의 의식 가운데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무의식인 면에서 더 잘 드러난다. 대표적인 예가 장유유서와 효인데 이는 세대 간 겉모양만 바뀐 채 최장수하고 있다. 장유유서의 내면에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사랑으로 대하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존경으로 따르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사랑이 빠지고 엄격함만이 남아서 관성과 익숙함이 힘으로 유지되고 다수의 무의식적인 동조로 떠 받쳐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이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외면한 채 의식만을 내세운 결과이다.

p28

우울하면 몸이 쳐지고 에너지가 떨어져 ⇒ 관리에 소홀해지니 씻기도 귀찮아 ⇒ 거울 보는 게 두렵다

⇒ 날이 갈수록 무너지는 신체는 나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지식화로 인해 감정 난독증이 만연한 사회로 변하고 있다.

심리학 책을 아무리 읽어도 그대로인 것은 마음에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고 이미 어느 정도의 답을 예상한 마음은 완전히 열리지 않아 다양한 견해에 대해 의문점을 갖게 되고 기대했던 대답에서 벗어난 구절을 접하면 실망한다.

그러나 결은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심리서를 찾는 이유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믿을만한 이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전 테미예술창작센터 입주예술가 프로젝트 결과 보고전의 성민우 작가의 동양 화중 한 작품이다.

작가는 이름 없는 들풀을 자연 속에서 찾아 그 생명을 화폭에 담는 작가이다. 작가는 이름 없이 존재하지만 어느 곳이든 생명의 뿌리를 내리고 번식하는 들풀의 감정을 읽으려는 것일까?

생각보다 느낌이 더 중요하다. 느낌만큼 '생존'문제와 직접 맞닿아 있는 것은 없다 -- 동물적 본능

자기 느낌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능력과 기술을 키워나가야 한다.

대표적인 감정에는 사랑, 리비도(몸 감정), 분노, 슬픔, 재미 가 있다.

사랑하면 대표적인 모성애만큼 강하고 변하지 않는 사랑은 없다. 그러나 모성애는 저절로 생기지 않기에 모든 인간이 키워나가야 할 성품이다.

이제 우리는 재미있는 삶, 행복한 인생을 찾아서 후회적은 삶을 살아야 한다.

재미 樂

삶의 자양분이다. 낙이 없다는 사람들의 삶을 보면 마치 메마른 땅 위를 걸어가고 것 같지 않은가?

과거의 상처가 있다면 상처에서 벗어나서 나의 새로운 재미를 찾아서 살아야 한다.

한 사람의 삶은 어느 누구도 복제와 복사할 수 없는 두 번 다시없을 삶이기에....

저자의 당부

무척 느릿느릿하지만 전진하는 달팽이처럼 재미를 찾을 때까지, 죽기 전까지 멈추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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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당연하지 않다 - 어쩌다 자본주의가 여기까지 온 걸까?
데이비드 하비 지음, 강윤혜 옮김 / 선순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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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출신의 마르크스 이론가이며 지리학자이다. 현 뉴욕시립대학교 대학원 인류학 교수로 재직 중이고

자본주의 모순에 대해 사회주의적 대안을 찾는 학자이자 실천가이기도 하다.


책을 읽기가 많이 힘들었다.

갑자기 바빠진 일정 탓도 있지만 책이 담고 있는 무거움이 자꾸만 책장을 덮게 만들었고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이 시대,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당면한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는 책의 내용 때문이기도 하다.

지구촌 곳곳의 불안한 상황을 염려하는 시각으로 시작되는 글은 희망 없는 미래를 바라보는 민중들의 마음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투쟁과 소요를 통해 나타나고 있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지적하고 있다.

매체의 발달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을 알고 있는듯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소요가 어느 곳에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고통으로 신음하며 오늘을 살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의 삶은 자본주의가 가져다준 상처이다.


자본주의의 결정적 모순 그것은 '사회적 불평등' 이었다. 또한 자본의 결집과 더 많은 자본을 축적하기 위해 행해지는 산업화는 기후의 변화를 초래했고 자연환경의 파괴가 시작되었다.

환경의 파괴 -- 심각하지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되었다.

자본의 속성은 항상 성장을 추구하고 이윤추구를 위해 더 많은 노동력을 착취해야 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복리 성장 - 라처드 프라이스는 예수가 태어난 날에 5% 복리 이자로 1페니를 투자할 경우 1772년이면 투자가치가 순금으로 지구 부피의 150배에 달하게 될 것이라고 계산했다. 반대로 1페니를 단리 이자로 투자할 경우에는 1772년이 되면 불과 7실링과 잔돈 몇 푼의 가치밖에 안될 것이라고 했다.


자본주의는 복리 성장을 추구한다.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자본 없이 살수 없지만 다른 한편으론 자본은 자멸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는 환경규제 법, 소비자보호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반기업적 성향의 법안들이 많이 통과되자 기업들은 위기의식을 느꼈고 이러한 반자본주의로 기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단체들이 결집했고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과 같은 새롭게 조직된 조직들이 무수히 조직되기 시작했다.


정치세력을 유지하기 위한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기업들과 손을 잡게 됐고 기업은 정치적 권력의 지지 아래 그 세력을 더 키워나갔으며 이는 역사 속에 늘 존재해왔던 정경유착의 고리가되어 더 견고해졌다.

마거렛 대처는 경제체제를 신자유주의로 전환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고방식과 경제 문화 전반을 바꾸려 했고 개인주의, 개인의 책임, 자기계발 등을 중시하는 사고방식을 주입시켰으며 가난은 자신에게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돌려 자립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국가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신자유주의는 독재체제로 바뀌어갔다.


주택은 사람이 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투자의 목적으로 변모했고 상품이 되어 투기화되어갔다. 삶이 목적이 되지 못한 주택은 사용 가치가 아닌 교환가치로서의 주택으로 추락하게 되었다.

인간생활의 모든 것이 화폐화 되어가는 현실 속에서 정치적으로 난해한 문제에 부딪쳤을 때 돈을 쫓아가라. 돈의 끝은 권력이라는 말은 누구나 다 아는 정설이 되었다.


곽수종 박사가 저술한 혼돈의 시대, 경제의 미래에서도 언급한 중국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데이비드 하비도 강조하는 것을 보면 세계경제에서 중국의 중요성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다.

중국은 경제침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009-2012 건설에 투자를 하면서 미국이 100년에 걸쳐 사용한 시멘트를 3년 만에 소비하였다. 이로 인해 금융위기로 인해 침체되었던 세계경제가 조금은 활력을 얻기도 했다. 이제 중국은 거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은 어떠한 종류의 자본주의가 될 것인가?


자본주의 국가들은 이제 노동자들을 한 인격이 아닌 기계의 일부분으로 취급하고 있으며 분업화된 노동력은 조직화를 방지하는 구실을 하게 되었다. 노동자들은 시간과 자유를 박탈당한 채 열악한 환경과 적은 임금체제 안에서 유린을 당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부자들은 돈으로 시간을 사고 가난한 사람들은 시간으로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 허덕이고 있을 뿐이다.

정규직 감소와 비정규직의 증가는 노동자들로 하여금 소외감을 가지게 했고 노동의 불만족스러운 삶은 보상적 소비 현상으로 나타났다.

소비는 기업의 자산을 증가시키는 일일뿐인데 말이다.


소외된 가난한 사람들의 불만이 응축되어 폭발하면 걷잡을 수 없는 소요가 발생할 것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이다. 미국 본토를 가로지르는 비행기 한대의 배출가스는 1년 동안 차량 수천 대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관광을 위해, 비즈니스를 위해 수많은 비행기들은 하늘을 가로지르며 가스를 배출하고 가스는 대기를 오염시키며 기후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은 나무(木)이다.

하지만 아마존을 비롯한 지구 곳곳의 열대우림은 파괴되고 있고 이 모든 것의 배경에는 근본적으로 자본축적이라는 커다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북극의 영구동토층이 녹고 있다.

그 안에 갇혀있던 메탄가스는 대기층을 가로막고 있다. 메탄가스는 탄소보다 더 치명적인 온실가스이다.

이미 환경복원에 대한 기대는 없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자연은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여러 번의 시도를(빙하기 등) 통해 간신히 유지해 왔지만 이제 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한 지난 40여 년에 걸쳐 파괴된 환경은 복원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19는 폭력적이고 무절제한 신자유주의 자들이 자연을 무자비하게 학대하고 남용한 죄에 대한 자연의 보복이다. 끝없이 팽창하고 성장하는 자본주의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는 많은 생명을 앗아갔지만 반대로 자연적 생태계의 복원을 가져오기도 했다. 중국의 미세먼지가 감소하고 대기가 맑아졌다.

또한 강대국들이 표현을 하지는 않지만 코로나로 사망한 많은 고령자들은 고령화사회를 완화하는 역할을 했다는 통계가 있기도 하다.


자연은 복원할 수 없는 단계까지 훼손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누가 누구와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일까?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들여 노동을 해야 하고 노동으로 인해 약해진 육체는 돈을 소비해도 회복될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결국 노동을 하기 위한 시간과 에너지는 일부만의 재산을 증식시키고 증식된 재산은 복리 성장을 하여 거대한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고정순 작가의 시소라는 그림책이 있다.

시소(SEESAW)는 영어의 발음 그대로의 말이다.

시소는 혼자서는 탈 수 없는 놀이 기구이기에 누군가 상대가 있어야 하지만 그 상대가 너무 무겁거나 반대로 너무 가벼우면 재미없는 놀이 기구가 된다.

비슷한 무게를 가진 상대와 시소를 타면 동력을 이용하지 않은 최고의 놀이 기구가 되어 발을 굴러 내가 위로 올라가면 상대는 내려가고 반대로 상대가 오르면 내가 내려간다.

그리고 시소를 타다 보면 상대와 눈을 마주치기도 한다. 마주 본다는것은 상대를 받아들인다는 뜻이기도하다.

놀이 기구가 중심을 잡고 있지만 그것을 이용하는 것은 놀이 기구를 이용하는 사람이다.

자본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누군가 얻으면 내가 잃는 게 아니라 자본이 중심을 이루고 높고 낮음은 존재하지만 서로를 의지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시소처럼 살아갈 수 있다면 소외된 약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 않을까?


인간의 성장은 노화라는 말이 생각난다. 생명이 시작되면서부터 성장을 통해 노화가 진행된다. 처음엔 성장이 기쁨이 되고 자랑이기도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성장은 멈추고 노화가 시작된다.

소멸을 준비하는 것이다. 세상에 죽고 싶어 사는 사람은 없겠지만 누구나 죽음을 향한 시간의 흐름을 멈출 수는 없다.

어차피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시간들이라면 조금은 더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 조금 더 의미 있는 죽음으로의 여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본주의는 수많은 모순을 안고 쇠퇴하고 있다. 자본은 인간 생존을 빌미로 인간의 목숨줄을 잡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더 많은 자본을 소유하기 위해 자본의 노예가 되어 오늘도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자본을 생명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며 앙망하기까지 한다.

분명 자본은 인간이 만든 것이지만 이제는 자본이 인간을 조종하고 있다. 그것도 저열하게....


이제는 자본을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고

자연에 관심을 돌려

설사 되돌리기에 늦었더라 하더라도

더 훼손되지 않게 노력을 하고

작은 회복이라도 이루어지도록

온 힘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자본주의 건 사회주의 건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진정한 평등을 위한 노력과 인간존중의 마음을 갖는 일이 그 어떤 주의보다 우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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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 플레이어 - 무례한 세상에서 품격을 지키며 이기는 기술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수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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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세상에서 품격을 지키며 이기는 기술

                      페어 플레이어

                                        데이비드 보더니스


저자는 수학과 물리학, 경제학을 전공을 한 지식을 바탕으로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지식의 르네상스 맨'이면서 세계적인 저널리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대표작 「E=MC2」은 26개국 언어로 출간되어 밀리언 셀러가 되었고 새뮤얼 존슨상을 수상했으며 수년간 글로벌 기업의 자문 위원으로도 활동을 했다. 이 책은 그 결과물로, 개인의 능력을 끌어올리고 조직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공정함과 균형 잡힌 통찰을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페어플레이하면 피파(PIFA)의 페어플레이 상이 먼저 떠오른다.

선수 입장 시 선두에서 선수들을 그라운드로 인도하는 페어플레이 현수막. 선수들은 경기에 임함에 있어 공정한 페어플레이를 펼칠 것을 관중들 앞에서 서로 약속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경기에 임하다 보면 정당한 경기만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는 있다. 하지만 페어플레이의 약속을 지키려는 마음이 있기에 간혹 정당하지 못한 실수를 행하더라도 가볍게 넘길 수가 있다.

이러한 페어플레이는 운동경기뿐 아니라 사회 저변의 모든 곳에 적용되고 실행이 되어야 하지만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을 성공리에 이루어낸 주인공인 대니 보일의 이야기로 서문을 연다.

올림픽 개막식은 개막식 당일까지 비밀리에 준비되고 개막식 당일 올림픽을 지켜보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깜짝 쇼로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 올림픽조직위원회의 계획이었다. 그렇기 위해서는 개막식 당일까지 극비리에 준비되어야 했는데 1만 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들이 비밀을 지키게 하는 것이 큰 과제였다.

어떻게 비밀을 지킬 것인가 질문하는 올림픽 조직 위원회장의 질문에 그의 대답은 "그냥 정중하게 부탁해야죠."였다.


보일의 핵심 열쇠는 3가지였다.

1. 경청 2. 제공(자유) 3. 방어


봉사자들 스스로 올림픽을 준비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게 했고 보일은 누구의 말이든 경청을 했다. 쓸데없는 자존심을 세우지 않고 스스로 겸손한 마음으로 듣기에 열중했다. (경청)


또한 봉사자들을 억누르지 않고 자유스러운 가운데 열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음을 제공했다.(제공)

(비밀을 지키는 것에 있어 서약서나 강제성을 동반한 그 어떤 행위도 보일은 행하지 않았다.)


봉사자들 중에는 신분을 위장한 기자들이 있음을 알았지만 색출하지 않음으로써 그들 스스로 개막식의 비밀을 지키는 것을 임무로 생각하게 되었다.(방어)


개막식은 보일의 바람대로 깜짝 쇼가 되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헬리콥터에서 낙하산을 타고 주경기장에 착륙한 다음 귀빈석으로 향하는 것을 보았을 때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성공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길을 잃고 헤맨 적인 있을 것이다. 길을 잃은 순간 당황한 나머지 사람들은 지도를 왜곡하기 시작한다.

10년 전 영국에서 일어난 유명한 의료사고는 경청을 하지 않아서 일어난 사고였다. 일레인은 젊은 여성으로 단순한 부비강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사망한 사례이다. 문제는 유명한 마취과 전문의가 후두 마스크 삽입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삽입이 되지 않자 근육을 이완시키는 주사를 놓고 다시 시도했지만 이 방법도 통하지 않자 기관 내 삽관을 결정하고 또 다른 전문의 들의 도움을 구했지만 이미 6~7분이 지나 일레인은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위험상황에 이르렀지만 이미 길을 잃고 당황한 의료진 그 누구도 이 상황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점점 환자의 상태는 위험한 상황이 되었고 이때 간호사가 기관절개술 도구를 가져왔다. 목의 아랫부분을 절개하면 삽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 산소를 신속히 환자에게 공급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의사들은 이를 무시했다. 결국 일레인은 깨어나지 못했다. 제발 아집을 버리고 좀 들어라.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1989년 7월 19일 오후 유나이티드 항공 DC-10여객기는 활주로에 부딪히며 네 동강이 난 채로 불시착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185명이 생존했다는 것은 기적이었다.

여객기가 이륙한 후 1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 큰 폭발음이 들린 후 여객기는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문제가 발생한 것을 감지한 유능한 기장 앨 헤인즈는 젊은 부기장 빌 레코즈는 이를 정상화하기에 노력을 다했지만 결과는 역부족이었고 여객기는 하강을 멈추지 않았다.

상태의 심각성을 승객들에게 알리고 어떻게든 하강을 멈추기 위해 방법을 모색하던 중 한 승무원 한 명이 조종실로 와 승객 중에 DC-10 여객기의 기장이자 조종법을 가르치는 훈련 교관인 데니 피치라는 사람이 도움을 줄 의향이 있음을 알려왔다. 헤인즈는 즉각 그의 도움을 청했고 여객기는 불시착을 하였지만 185명의 생존자가 생존했다. 사망자는 111명이었다.

항공 역사학자 브라이언 R. 스와프는 항공 역사상 긴급상황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모범적인 항공술이라고 평가했다. 자신의 아집을 버리고 듣기를 망설이지 않은 헤인즈의 경청이 가져온 결과였다.


1928년 폴 스타렛과 네 형제가 만들어낸, 불과 13개월 만에 완공된 뉴욕의 102층 마천루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퇴각하는 군대를 군대를 도운 젊은 여성, 팀의 위기를 극복하고 야구 경기에서 팀을 승리로 이끈 호저스.


온건함은 사랑의 마음을 설득하고 모든 일을 성사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다. P106


이와 반대로 성공 방식을 쓴 마키아 벨리가 있다. 그이 저서 「군주론」을 보면 '덕행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미덕을 추구하는 사람은 반드시 몰락한다.' 정직한 것도 현명하지 않다.' '설득력 있는 거짓말이 통치자가 가진 가장 강력함 무기다.' 특히 이 대목은 어찌해야 할까? '친절한 행동으로 왜 자신을 억누르는가?' '사랑과 두려움은 공존하기 힘들므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사랑받는 것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

결국 그는 감옥에 투옥되었고 고문을 당했으며 농장으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우리는 누구의 의견에 동조하고 따를 것인가? 두말하면 잔소리가 된다.


요제프 괴벨스 VS 프랭클린 루스벨트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폭풍전야와 같은 시대에 한 사람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요제프 괴벨스.

그는 1936년 9월 12일 독일의 선전부 장관으로 임명된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괴벨스는 165의 작은 키에 내 반족이 있어 걸을 때 심하게 절뚝거렸다. 장애를 가진 괴벨스를 사람들은 잔인한 별명으로 조롱했고, 괴벨스는 약자를 배제하는 모멸과 야유 속에 황폐한 유년 시절을 보내야 했다.

1919년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문학박사 과정을 시작하고 1921년 24살의 나이에 논문을 완성했으나 낮은 점수로 겨우 통과하였다. 괴벨스는 분노했다. 괴테와 도스토옙스키 같은 자신의 꿈인 글을 쓰며 살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는 많은 출판사와 신문사들에 거절을 당했면서 자신감을 잃고 고향으로 낙향을 하게 된다. 그는 열등감에 휩싸였고 경제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일삼기 시작했다. 그러한 때에 교사를 하고 있는 엘제 얀케라는 유대인 아가씨를 만나게 된다. 괴벨스는 그녀를 사랑했고 자연히 유대인을 옹호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얀케의 응원을 받아 극작가나 문학평론가가 되기 위해 희곡을 썼지만 돌아온 결과는 거절이었다. 괴벨스는 다시 익숙한 분노에 휩싸였다. 그런데 성공한 극작가들은 유대인이 많았고 그들을 옹호하기 위한 저들의 의도적인 배제라고 괴벨스는 의심하기 시작했다. 인종차별이라고 의심하는 괴벨스.

1923년 괴벨스는 뉴스에서 새로운 정치단체의 보도를 보게 된다. 이 단체의 지도자는 히틀러였다. 괴벨스는 히틀러의 나치당에 합류했고 당원들은 그를 비웃지도 않았으며 그의 말재주와 글솜씨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사적인 글에 "유대인은 유럽을 파괴하는 독이다.'라는 글을 썼다. 얀케와의 관계는 끝이 났다. 나치당의 지부장이 된 괴벨스. 1941년 나치당은 정점에 이르렀다.

그는 이 책이 제시하는 3가지 기술을 정반대로 극단까지 밀어붙였다.


경청 VS 입막음

제공 VS 불확실성과 분노를 부추겼다.


비평가와 타집단을 압도적인 힘으로 공격을 가했고 이는 지금까지 품격 있는 사람들이 무엇과 맞선는지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반복해서 듣다 보면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괴벨스는 언론을 비방하므로 국민들의 믿음을 흔들어 놓았고 불신을 품게 했다. 큰 언론사는 유대인이 소유했고 이들을 국민의 적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레슬링 저널리스트 스티븐 존슨의 말처럼 "사람들은 누군가 이기는 모습을 보려고 오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두들겨 맞는 모습을 보기 위해 오지요."

괴벨스는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 우월감을 느꼈고 이는 중독성이 강한 쾌감이었다.

1941년 괴벨스는 모든 것을 가졌다.

많은 유대인들은 목숨을 잃어갔다.

괴벨스는 주변의 이야기를 외면한 채 자신의 독주를 멈추지 않았고 이를 멈추게 할 만한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다.

1941년 12월 4일 러시아군의 진격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공습

          12월 10일 미국을 향한 선전포고

결국 독일은 전쟁에서 패전했고 폐허 속에서 괴벨스는 여섯 명의 자녀를 모두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청하기가 아니라 침묵시키기

제공하기가 아니라 약화시키기

방어하기가 아니라 공격하기

괴벨스의 행동


'건방진 개자식'이 겸손해진 이유


미국 32대 대통령이 된 루스벨트는 괴벨스와 정반대되는 대응을 보인다.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것일까?

루스벨트는 금수저였다. 신탁자금으로 벌어들이는 돈으로도 6대째 하는 일 없이 자손 번식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귀족적 삶을 살아온 루스벨트는 괴벨스와는 정반대의 삶의 질을 누리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루스벨트의 어머니는 마을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도록 했는데 이유는 그들의 수준이 자신들보다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라 28세에 뉴욕 상원 의원에 당선된 루스벨트는 건방진 개자식이었다.

1920년 부통령 후보로 지명이 되었고 거칠 것이 없던 루스벨트에게 시련이 다가온다. 1921년 39세에 소아마비에 걸려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되었고 할 수 있는 치료는 모두 해보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거동조차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자 루스벨트는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게 된다.

시련을 통해 정체성을 찾게 된 루스벨트는 르핸드를 만나게 되면서 삶의 방향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연민을 배우고 아무리 노력해도 어려운 삶을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후 그의 업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프랜시스 퍼킨스를 만나게 된다.

루스벨트는 괴벨스와 정반대의 모습으로 세상을 대한다. 그는 경청을 했다. 많은 신문을 구독하고 자신과 다른 견해에 대해 질책하지 않았으며 기자들을 불러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 외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며 듣기를 멈추지 않았다.

1933년 루스벨트는 32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이 된다.

1935년에는 퍼킨스와 함께 사회보장 법을 완성하였고 정중함으로 질책보다는 회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였으며 반대의 의견에 대해서는 설득을 통해 동의를 얻기도 하였다.


침묵시키기가 아니라 경청하기

약화시키기가 아니라 제공하기

공격하기가 아니라 방어하기

제외하기가 아니라 포함하기

루스벨트의 행동


괴벨스가 쫓아낸 유대인 과학자들도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 군사에 유용한 분야에서 연합군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해 주었다.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가난한 환경과 신체의 결함으로 인해 세상으로부터 모멸감을 받으며 자라난 괴벨스는 결국 페어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세상을 어둠으로 물들인 악인이 되었고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완벽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루스벨트는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고 역사에 남는 위인이 된다.


무례한 세상에서 품격을 지키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어려움을 이기고 품격으로 세상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 페어 플레이어는 결국 최후의 승리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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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죽기 위해 도시로 온다
권현숙 지음 / 세계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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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간은 죽기 위해 도시로 온다. 권현숙 단편소설집中

                        순 장(殉葬)


223쪽

미인과 추녀의 사이는 2mm 차이에 불과하다. 우리의 눈이 2mm의 차이를 감지하지 못한다면 세상은 미인도 추녀도 없는 천국이 될 것이다.

부석한 눈 두덩에 보라색 라인을 긋고 그 절개선을 따라 스칼펠이 피부를 연다. 눈꺼풀 판이 보이고, 버들잎 모양으로 피부를 박리한다. 혈관들에서 피가 분출되고 지방과 조직을

섭씨 100도로 소작을 한다. 견디기 어려운 냄새다.

삼겹살 굽는 냄새와 별반 다르지 않음에도 역겨움이 일어난다. 형이상학이 문제인가?

코의 골 망을 따라 실리콘 주머니를 만든 뒤 콧등에 주입하면 능선이 생긴다. 콧날이 일어난다.

코의 끝을 세우고 형태를 갖춘 환자의 손에는 외국 여배우의 사진이 들려있다.


서른의 막장에 이른 그녀는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느라 아직 솔로의 신세이고 회사에서 운전을 하다 뺑소니로 몰려 3개월을 복역한 뒤 집에 오니 전기 수도는 끊어지고 냉장고는 겁이 나서 열어보지 못하고 있다. (없는 와중에 그나마 있던 것마저 부패되어 있을 것이 뻔하니까.)

구치소에서 나오면 먹고 싶었던 것들을 차례대로 적어오기까지 했는데 만사가 귀찮다.


연예 기획사의 대장을 둘째 아들로 둔 반장 아주머니의 소개로 로드 매니저가 되었고 연예 기획사의 로드 매니저가 되기 전에는 성형수술에 대해 무지했었다. 쌍꺼풀 테이프도, 코 수정 기구도 알지 못했다. 지금은 얼굴만 봐도 안다. 되는 얼굴과 안되는 얼굴을....

그녀의 임무는 소속사 연예인들을 성형외과에 데리고 다니는 것이다. 회사는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연예인들을 뽑아 즉시 연마 작업에 들어간다.

그곳에서는 내부 장기를 제외한 모든 신체 부위가 수정된다.


미인은 왠지 인종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예쁘다거나 아름답다거나 하는 그런 차원을 넘어선 여신, 혹은 별에서 온 사람 같은 느낌. 그런 거다. 그럼 그녀는 어떤가. 일단 여자치고는 키가 크다. 그리고

광대가 튀어나와 코를 감싸고 턱은 사각으로 넓적하다. 그 아래 목은 머리와 몸통을 연결하기 위해 간신히 아주 짧게 붙어있고 어깨는 떡 벌어져 있다. 

쉽게 말해 남자로 말하자면 떡대가 아주 좋은 장군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여자인 그녀는 글쎄....


아름다움에는 선천적 기호가 존재한다는 학자들의 주장이 있다. 인간은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도록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는 뜻이다. 평범한 다수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선고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견해에는 막강한 반대파들이 있다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껍데기의 문제일 뿐이라는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희망적이지 않다.


9시 뉴스의 여성 앵커, 재벌과 미인의 결혼, 광고 속 미인, 세상은 아름다운 사람들의 것이다.


235쪽

오, 저 아름다움을 우리는 신의 의지로 받아들이자. 저 자연의 총아는 선악의 피안에 서 있는 것이다.

신적인 아름다움, 그 앞에서 한갓 피조물이 만들어낸 법이나 기준은 그 효력을 잃는다.

- 플라톤 [향연]


그녀는 자신의 외모로 인해 뺑소니로 몰렸다고 생각한다.

그날 할머니는 단속반을 피하기 위해 길 건너 복덕방으로 참외 상자를 옮기는 중이었다. 하필 그때 그녀의 차가 아파트 진입로에 들어섰다. 그녀는 갑자기 차도로 뛰어드는 할머니를 보면서 브레이크를 밟았다. 후문 주변은 행상을 하는 노점들로 번잡했고 그래서 늘 습관처럼 속도를 줄였기에 그녀는 놀라지는 않았다.

정작 놀란 것은 사방팔방 흩어진 노란 참외들이었다. 할머니는 깨진 참외들을 줍느라 정신이 없었다. 참외 한 상자에 십만 원이라며 반반씩 물잔다. 어쨌거나 다친 것은 참외다. 그래서 오만 원을 건넸고 일은 끝이 났다고 생각했는데 할머니의 아들은 전치 6주짜리 진단서를 경찰서에 제출했다. 밤에 경찰들이 집으로 찾아와 뺑소니로 조사할 것이 있다고 옷도 갈아입지 못하게 하고는 경찰서로 끌고 왔다.

건축 분쟁으로 업자와 인부들 간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었고 재판장은 소란스러웠다. 욕설, 웅성거림, 판사의 호령, 그때 출입문이 열리고 젊은 남녀 한 쌍이 들어섰다. 여자는 자기 얼굴만 한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지만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크림색 원피스는 몸매를 한껏 드러냈고 타이트하게 H 라인을 들어냈다.

소요가 줄어드는가 싶더니 이내 정적이 흐르고 여자의 하이힐 소리만이 '또각또각' 울렸다.

여자는 선글라스를 벗어서 조그만 핸드백 속에 넣었다. 그 순간 법정에 불이 들어온듯했다.

크고 아름다운 눈, 까맣고 하얗고 보석 같은....

아나운서 공채를 준비 중인 그녀는 음주 뺑소니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몇 번의 경고 끝에 경찰이 연행을 해온 것이다. 같이 들어왔던 젊은 남자는 아마도 경찰인듯했다.

재판은 호의적으로 흘렀다. 최대한 공손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그녀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똑똑하고 못생긴 여자 = 재수 없다

무식하고 이쁜 여자 = 순진하다


그녀의 1mm의 두피 아래에는 [교양학부 권장 도서 50선]이 빼곡히 꽂혀 있다.

1이방인2과학혁명의구조3광장4꿈의해석5국부론6군주론7그리스비극8금강삼매경론9논어10돈키호테11두보시집12루쉰13마의산14맹자15목민심서16무정17미디어의이해18백년동안의고독19변신20죄와벌21좁은문22사기23삼국유사24그리스로마신화25설국26파우스트27성학십도28프로테스탄티즘의윤리와 자본주의정신29셰익스피어4대비극30순수이성비판31스완네집쪽으로32슬픈열대33신곡34안나카레리나35양철북36엔트로피36역사38열하일기39위대한유산40이기적인유전자41적과흑42일리아드-오디세이43자본론44자유론45장자46적과흑47예술가의초상48토지49종의기원50황무지


경국지색(傾國之色) 나라가 기울어지게 할 만큼의 미인이라는 말이 있듯이....


269쪽

우리나라 최초로 순장 인골이 발굴됨으로써 한국 고대사에서 문헌상에 단편적으로 보이는 순장 기록에 대한 실체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발굴이 한창인 44호 분 중앙 석실 주피장자 발치에서 금귀고리를 착용한 채 순장된 10대 소녀의 인걸이 출토되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학자들은 이 소녀가 왕의 각별한 사랑을 받은 첩이나 시녀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옛날 임금이 죽으면 임금을 모시던 하인과 하녀를 함께 장사를 지내었다는 기록이 있다. 사후에도 임금은 섬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 이들의 발칙한 생각이다.

권력자가 죽음에까지 동반하고 싶어 하는 미인이란 어떤 존재일까?


277쪽

미인은 하나님 다음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다. - 파스칼


깜빡 정신을 놓았나 보다. 어두운 굴속이었다. 누군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 아득해져 간다.

아득하게 말소리가 들려온다. 내 말 들리세요? 마취가 안됐나? 조금만 더 있다가 가..

윙- 윙- 윙

드륵 드륵 드륵

기계진동에 머리가 얼굴이 뇌수가 흔들린다. 얼굴의 모든 뼈들이 진동하고 있다.

차마 내가 출근하다시피 한 병원으로 가지 못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인데....

뭔가가 이상하다.

그래도 단 하루를 살더라도 예쁜 여자로 살고 싶어!

머리 위에서 벼락 치는 소리가 났다.


이상한 말이 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지금같으면 페미니즘에 여성비하에 등등 능지처참 감이지만 그렇게 살아왔다. 고.조선.의 여인과 대한제국의 여인들은.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는 어떠한가 돌아볼일이다.

tv이를 잘 보지는 않지만 어쩌다 한번 보노라면 다 한 채널인줄 알았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또 저기에도 같은 얼굴이 분신술을 쓰듯 보이는것을 보며 마음이 씁쓸함을 느낀적이 한두번이 아니니.... 이쁜여자는 아름다운 미인이고 그보다 못한 여자는 개성이 강한 여자가 되는 세태.

뭐 ! 끌어낼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겠지만 아무튼 마음을 다스리고 .

거울을 한번 본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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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마주치지 않았을 순간들
송인석 지음 / 이노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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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마주치지 않았을 시간들

                             송인석



군에 가기 전 일본 전국 여행을 하며 저자는 여행을 통해 보고 만나는 소중한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을 갖는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부터 그 이후까지 582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저자는 여행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마추치지 않았을 시간들과 사람들에 대한 마음을 이 책을 통해 전한다.

군에서 받은 적은 월급을 모으고 모아 여행의 종잣돈을 마련하고 커다란 배낭을 맨 채 미지의 세상으로 향한 그의 발걸음을 따라가 본다.


우리는 부재를 통해 비로소 소중함을 깨닫는다.

군을 제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낯선 세계로 긴 여행을 떠나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어머니는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배웅하는 어머니와 사진을 찍기 위해 밖으로 나오다 아파트 통로의 거울을 통해 보게 된 서운함과 염려가 가득한 어머니의 주름진 얼굴을 보며 저자는 다짐한다.

어머니께 실망을 드리지 않는 아들이 되겠다고....

떨어지는 않는 발걸음을 내딛으며 서울행 버스에 오른다.


여행의 첫 시작 라오스 비엔티안.



여행작가의 꿈을 갖게 한 여행작가를 만났다. 그는 일행이 있었고 저자는 그와 깊은 대화와 함께 용기를 얻었다.


19쪽

"불안하다는 거 잘 알아. 근데 내가 원하고자 하는 일들을 꾸준히 한다면 언젠간 누군가가 너의 진심을 알아줄 날이 올 거야. 한번 열심히 노력해 봐."


군에 가기 전 여행했던 라오스와 태국. 과거로의 여행인 듯 설렘임은 더 가중되었고 그때 만났던 사람들이 알아보고 반가워해주길 바랐지만 그들에게는 많은 여행자 중 한 명이었던 저자를 알아 보지 못했지만 괜찮았다. 자신의 추억 중 한 페이지를 다시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좋았기에..

호주에서 온 니키를 만났고 말레이시아를 거쳐 인도네시아에 도착해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봉사를 하고 그곳을 떠날 때 울음을 터트리던 아이에 대한 기억, 발리에서의 빈대 때문에 고생한 추억, 호주에서의 워킹 홀리데이.

지난간것은 어떠한 것이던 추억이 되는것인가 보다.


50쪽

선한 영향력을 끼치면 나 자신에게도 항상 좋은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여행 중 만난 인종차별. 특히 흑인에 대한 차별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인도에서의 몸살. 사람은 아플 때 외로움을 더 타는가 보다. 그리웠다. 어머니와 집이.


군에서의 일이 생각난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문 일병이 갑자기 배탈이 났다. 화장실을 들락날락 하기를 여러 번.. 간신히 의무대를 찾아가 증상을 이야기하니 이 군의관님이 약을 건네주신다. 까만 알약.

홍 상병은 자고 일어나니 기침이 나기 시작했다. 감기인 듯.. 내무반 모두에게 전파되기 전에 의무대에 다녀오라는 소대장님의 지시를 받들어 의무대로 향했다. 군의관님은 안 계셨고 의무병인 추 상병이 대신 약을 주었다. 까만 알약.

윤 병장은 월동준비를 하던 중 망치질을 잘못해 손가락을 살짝 망치로 치고 말았다. 손가락 끝이 까맣게 멍이 들고 피가 조금 났다. 이를 본 문 일병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윤 병장에게 말했다.

"빨리 의무대에 가보시는 게 좋겠지 말입니다."

윤 병장은 아픈 손가락을 부여잡고 의무대로 갔고 윤 병장의 손가락을 본 이 군의관은 빨간약을 손가락에 발라주고는 약을 주었다. 까만 알약.

모두 같은 약이다. 지금은 그렇지 않기를 바래본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함께 약해지고 포기라는 단어를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저자는 굴하지 않고 다음 여행지로 향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조지아에서 발이 묶인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7개월의 강제 고립을 겪고 다시 시작된 여행. 그리고 터키에서의 히치하이킹.





여행은 모두가 낯선 것으로 시작되고 채워진다. 또한 관계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만남과 헤어짐. 떠남과 남음. 모든 것은 제자리에 남겨지지만 여행자만이 다른 곳으로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난다.

또 여행은 관대함을 키우는 학교이기도 하다. 모든 것들에 관대해 지지 않으면 지속할 수 없는 까닭이다. 여행이란 즐거움만으로 채워지지 않기도 한다. 때론 여행을 떠나지 않았으면 만나거나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여행자의 앞에 즐비하게 부비트랩처럼 널려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아니 여행을 하면 미지의 것에 환호하는 이들의 마음에는 그 어떤 것도 장애가 될 수 없다. 그렇기에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도 없지만 성공도 없다는 말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젊음을 가장 큰 에너지로 삼아 거침없는 여행을 해냈다.


배낭여행.

말이 쉽지 행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는 여행이다. 그럼에도 앞뒤로 커다란 배낭을 메고 더 큰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을 보면 미래에 대한 안도의 마음이 들기도 한다.

저들의 도전과 실패와 극복이 이 사회의 발전에 대한 커다란 발걸음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582일을 여행했다.

요즘 육군 현역 복무 기간보다 조금 더 긴 기간을 낯선 세계로 향해 걸음을 옮긴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저자는 전 인생에 걸쳐 이루어야 할 일중 많은 부분을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

누구나 떠날 수는 있지만 누구나 떠나는 것은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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