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 당했고, 얼굴을 감춘 범인은 시체 옆에 마약을 뿌려 놓았다. 이에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성범(엄태웅)과 형사들은 피해자가 과거 마약 사건 때문에 검거된 강도식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고 수사를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특수본에 자원한 프로파일러 호룡(주원)은 마약은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범인이 만든 장치일 뿐, 사건의 진실은 다른 곳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호룡이 성범은 마뜩찮은데, 어린 나이라는 점과 수사현장은 가보지도 않은 먹물 일거라는 편견 때문에 동료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실제 사건은 겪어보지도 못한 애송이라 생각해 호룡의 말에 빈정거리거나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내는데 텃세를 부리는 그 모습이 어른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성범이 유능한 형사이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니다. 성범은 주로 몸으로 부딪치거나, 말 보단 주먹이 앞서고 소리만 지르는 형사이다. 머리를 잘 쓰거나 직감이 뛰어난 것도 아니니 형사 영화의 메인 주인공 캐릭터치고는 좀 약하다는 인상을 준다. 또 어떻게 보면 사건을 빨리 풀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음에도 의리 때문에 머뭇거리기만 하니 내 입장에선 답답하기만 하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지키려고 했던 걸 결국 지키지도 못하고, 사건만 베베 꼬이게 만들기만 하니 감정이입이 잘 안된다.
성범과 호룡의 대립구도를 통해 이야기를 더 흥미진진하게 풀 수도 있지만, 그걸 제대로 잘 살리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지금의 위치에 오른 호룡이 과학적인 수사와 예측을 한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될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지도 않으니 특별수사본부 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이다. 그러면 가장 중요한 스토리를 잘 살렸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내용을 관객이 따라가면서 속속 드러나는 진실에 놀라기도 하고 긴장도 해야 하는데 무덤덤하게 보게 만들어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처음엔 마약 관련 사건인줄 알았지만, 용의자로 지목된 박경식(김정태)이 경찰 출신이라는게 밝혀지며 수사는 급물쌀을 타게 된다. 그런데 형사들의 대사를 통해서, 용의자가 경찰보다 한발 앞서 빠져나가는 걸 알게 됐지 실제로 관객인 내가 그걸 느끼지는 못했다. 용의자가 정보를 먼저 받았다는 느낌도 못 받았는데, 형사들이 저런 이야기를 하니 '아..그랬구나'라고 생각할 뿐이다.
아무튼 박경식이 한발 빠르다고 하니 그런 줄 알고 보는데, 그렇다면 경찰 내부에서 정보가 새 나갔다는 것이 된다. 그리고 성범은 박경식의 집을 뒤지던 중, 특수본의 팀장인 박인무(성동일)과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한다. 용의자에 대해 모른다고 했던 팀장이었는데,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그랬던 이유가 무엇일까. 정말 팀장이 박경식에게 내부 정보를 준 사람일까? 이런 의혹이 생기지만 성범은 침묵을 지킨다. 팀장이 성범을 "내 새끼"라고 부르는 것처럼 둘의 관계는 가족처럼 친밀했기에, 의혹을 풀기보단 덮어두는 쪽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팀장에겐 박경식 또한 내 새끼 였다.
그들이 중요시했던 가족같은 관계는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더디게 하고 피해만 크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호룡이 특수본에 자원한 비밀을 털어놓으며 또 하나의 갈등이 생기기도 하지만 이것도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재미있게 살리지도 못했다. 사건의 중심인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지만 그 과정에서 긴장감과 스릴감이 배제되며 영화 속 형사들만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을 지켜봤던터라 놀라움은 반감됐다. 예측 가능한 결말이라 시큰둥함마저 느껴졌다. 특수수사본주 라는 거창한 제목이 너무 거창하게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