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움직이는 모래
에릭 바튀 지음, 토마스 코토 그림, 함정임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음,상실에 대한 관념적인 이야기를 누군가를 기다리는 한 아이를 통해 그려냈다. 아이들에겐, 그리고 어른인 나도 처음엔 어렵게 느껴지지만 천천히 곱씹어보고 그림을 보다보니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게 된다. 어둡고 무거울수 있는 이야기 이지만, 검정과 밝은 색이 함께 어울리는 그림과 있으니 너무 차분해지지 않아서 좋다.

 

"엄마는 네가 긴 여행을 떠났다고 말씀하셔. 아빠는 울 필요 없다고 하시고. 난, 절대 안 울어." 아마도 아이는 최근에 누군가를 떠나보낸 모양이다. 아이는 슬픔에 빠져있는 대신 정원의 꽃을 보살펴 주고 아침이면 웃음 지으려 애쓰고 있다. 그런데 그만 '너'가 그려준 비행기 그림을 바람때문에 잃어버렸다. 아이는 아팠을텐데 오히려 사람들은 위로 대신 조심성이 없다고, 마음이 온통 허공에 떠 있어 그런거라고만 한다. 아이는 슬프다. 너가 다신 비행기 그림을 그려주지 못할테니까.

 

 

'너'가 떠나버린 후 아이의 첫 감정은 슬픔이 아니라 '화'였다. 안녕이라는 말도 없이 떠난건 예의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눈물이 나고, 이제는 내가 너를 잊어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긴다. 사람들은 무엇이든 눈에 안 보이면 잊게되니까. 이렇게나 선명하게 기억되는 너 인데 언젠가 흐릿하게 보이다 아예 떠올리기 힘들게 될까봐 아이는 두렵고 슬퍼진다.

 

아이는 '너'가 쌓아올린 돌담에서 모래 언덕을 만들고 하염없이 기다린다. 아빠는 내가 움직이는 사막을 바라본다고, 환상을 품고 있다고 했다.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는 오늘도 돌담에 앉으며 너에게 말을 한다. "있잖아, 그래도 넌 빨리 돌아와야 해. 어쩌면 너무 늦을지도 모르니까. 그 때는, 내가 너무 커 버렸을지도 몰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
박재동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화가 박재동씨의 그림일기를 들여다보니 나도 그림솜씨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 연신 부러움이 생긴다. 오늘 하루 있었던 일, 만났던 사람들, 기억해두고 싶은 사건을 그림으로 그리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박재동씨 하면 시사만화가 가장 먼저 떠어로는데 이 책을 보니 사회적 이슈 말고도 가족, 친구를 비롯해 시시콜콜한 일상이 담겨져 있어 전보다 친근하게 느껴진다. 한장 한장 넘기기가 아까울 정도로 따스한 그림과 색채, 사람 사는 이야기가 들어있고 유머까지 있어서 어려운 예술가가 아니라 나와 같은 한 시대를 살아가는 옆집 그림 그리는 아저씨 라는 인상을 준다. 화장실을 가는데 그냥 걸어가는 것보다 춤을 추며 가면 재미있겠다 싶어 춤을 추고 가니 너무 즐거웠다는 이야기, 적게 먹고 배고픔의 쾌감을 느끼려 했으니 중국집에서 풍겨오는 짜장면 냄새에 항복하고 말았다는 이야기는 고뇌하고 진지한 표정의 예술가보다는 푸근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그리고 자기성찰이 담긴 글과 그림을 통해서도 완벽하진 않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자신만의 길을 꾸준히 가는 사람만이 주는 고뇌와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이 '손바닥 아트'는 박재동씨의 그림일기인지라 거창한 그림이 들어있는게 아니라 개인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늦은 밤 노량진 골목길을 지나서 집으로 가는 길에 만난 간판들을 쭉 읊은 것도 있고, 생활하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의 사연도 들어있다. 대형마트가 들어서며 문을 닫은 새마을구판장 주인 그림은 "어디로 간 것일까?"라고 묻는걸로 보아 연락이 되지 않는 모양인데 이 분이 해준 아버지 이야기가 재미있다. "어릴때 내가 친구들과 수박서리 갔다가 들켜서 담임 선생님이 우리 집에 왔는데 선생님을 도리어 나무라는 거에요. 내가 이렇게 못배워서 애를 인간구실하도록 학교에 보냈는데 나를 찾아오면 대체 날더러 어떡하라는 거냐면서..."

 

이런 삶의 이야기들로만 책을 엮어도 참 재미있을 것 같은데, 5페이지 정도를 택시 이야기로 할애했다. '택시는 사람 사는 얘기 오가는 달리는 작은 찻집' 이라고 정의했는데 마지막 페이지의 글자 크기가 너무 작아서 읽는데 애로사항이 있었지만 정말 재미있었다. 한명 한명의 인생이 한편의 드라마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따스한 색감으로 그려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환한 웃음. 봉하마을을 그린 그림도 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그림도 있다. 요 몇년 사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람들이 많이 떠났다는 사실이 새삼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 페이지는 한동안 넘기지 못했다. 보고 보고 또 보게 된다.

 

 

지하철 안에서 그림을 많이 그리는데, 어떻게 그리는지 궁금해진다. 사람들이 많으면 그리기도 힘들고 주변에서 쳐다보거나 모델들이 알아챌텐데 말이다. 한 남자아이는 박재동씨가 자신을 그리는걸 눈치채자 당황하더니 자는 척을 하는걸로 상황을 벗어나려 했다가 정말 잠들었다는데, 박재동씨는 악의는 없었지만 미안하다고 썼다. 혹시 항의하는 사람은 없었을까? 아니면 안 들키게 하는 방법이 있을까?

 

위의 그림은 보자마자 웃음짓게 만들었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한마디 하고 까르르 웃던 예쁜 아이와 다정하게 듣고 있는 엄마. 너무 예쁜 그림이다. 올망졸망한 아이 셋이 나온 그림도 귀엽다. 아이들이 귀여운지 앞에 앉은 할아버지가 우산으로 장난을 쳤다는데 글과 그림을 보니 상황이 그려진다. 요즘 지하철에서 삭막한 풍경이 많이 펼쳐지는데, 이런 그림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왕이면 얼굴 찡그리는 대신 웃고, 양보하고 기분 좋게 타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이 땅에서 피어난 꽃, 아름다운 존재들' 임을 마음에 새긴다면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웃는 얼굴로 대할텐데 말이다.

 

 

 

정말 충격적인 바퀴벌레 그림이 많이 그려져있다. 집에서 바퀴벌레를 발견하면 보통 사람들은 비명과 함께 어떻게든 죽일 방법을 찾을텐데, 박재동씨는 옳다구나 이번 기회에 바퀴벌레를 관찰해 그림을 그리자 라는 쪽으로 나갔다. 그렇게 그리게 된 바퀴벌레 그림은 아무리 그림이라지만 긴 더듬이만 봐도 소름이 돋는다. 바퀴벌레를 경탄의 눈으로 보게 됐다는 박재동씨지만, 나에겐 여전히 무섭고 처치해야 할 벌레일 뿐이다. 결국 박재동씨의 딸이 바퀴벌레 소탕작전을 펼쳤는데, 정말 용감한 딸을 두셨다. 바퀴벌레 페이지는 휙휙 넘겨버렸다.

 

 

뒷부분엔 '찌라시 아트'가 소개되는데 이 부분이 정말 재미있다. 길거리에 버려진 광고전단지, 영수증, 은행 거래명세표도 하나의 소재가 되고 씨앗이나 카네이션 같은 사물을 붙이기도 하나. 박재동씨의 소망 중 하나가 생활사 박물관을 만들어 우리 생활에 쓰이는 물건들을 전시하는 것이라는데, 라면 봉지도 그 중 하나이다. 옆에 작게 쓰여진 글엔 '양념을 약간씩 남겼으니 백년후에 연구해보기 바란다ㅋ'라고 쓰여있다. 하하, 알면 알수록 박재동씨는 참 유머러스하다. 광고사진에 그려진 귀여운 그림과 성인광고물의 에로틱함까지, 찌라시 아트 보는 재미가 최고다.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2권 안나오나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구리(매운맛) x 30개입(봉지라면)
(주)농심/한국
평점 :
절판


너구리라면을 제일 좋아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트위터 + 페이스북 길라잡이 - 한 권으로 끝내는 소셜 네트워크 정보문화사 길라잡이 시리즈 59
옵스큐어 지음, 신영희 옮김 / 정보문화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과 함께 트위터를 사용하는 인구도 급속도로 증가했다. 대체 트위터의 매력이 뭐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공간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는걸까? 궁금함에 한번 해볼까 싶어 트위터 구경에 나섰는데 뭐가 뭔지 모르겠다. 짧은 글들이 주루룩 나오고 @표시, 팔로워, 리트윗 등 생소한 어휘들이 많이 있다. 편하게 가입하고 사용할수 있으면 좋으련만, 처음 대하는 것들은 모조리 배워야만 하기 때문에 겁(?)부터 난다. 휴대폰 문자 보내는 것도 어려운 중장년층에겐 멀고 먼 세계이다. 일단 익숙해지면 이걸 왜 어려워했지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간단한데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할때도 그렇고 언제나 처음이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배워야 뒤처지지 않고 따라갈수 있으니 이렇게 사용법을 알려주는 책들을 계속 읽을수밖에 없다. 이 책은 나처럼 기본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배우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알맞다. 트위터를 가입하고 체크해야 하는 항목등을 정말 세세하게 알려줘서 그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된다. 트위터에 올리는 글은 140자 정도로 제한되어 있다는 것, 트위터 화면에 나오는 요소들의 설명등을 자세히 해준다. 스테이터스, 다이렉트 메세지 등 사이드바의 설명과 팔로잉 하는 법과 트위터의 즐거움 중 하나인 트윗을 주고 받을수 있는 기능들도 말이다. 해시태그는 #를 붙여서 쓰는 것으로 이 태그를 이용하면 원하는 키워드를 검색해서 모아 볼수 있다는데 이렇게 낯선 용어들도 잘 설명해주니 처음의 막막함이 서서히 줄어든다. 트위터 전용 어플리케이션과 트위터 유명인 계정 소개,용어사전도 곁들여져 있다. 짤막하게 페이스북에 대해서도 설명해주는데 부록같은 느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슨 날이에요? 반짝반짝 생각그림책
김은중 글, 정순임 그림 / 대교출판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오늘 개똥이네 집은 할머니, 아빠 엄마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로 가득해요. 쿵더쿵쿵더쿵 방아찧는 소리가 들려 가 보니 아빠가 물에 불린 수수와 찹쌀을 절구에 찧고 있었는데, 수수 위에 하얀 소금을 솔솔 뿌려 한번 더 찧네요. 할머니는 수수와 찹쌀을 체에 걸러내 바슬바슬 가루로 만들고, 엄마는 앙궁이에 불을 떼고 있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수수가루와 찹쌀가루에 따끈따끈 물을 부어 주물럭주물럭 반죽하면 쫄깃쫄깃하게 빚을수 있어요. 동글동글 빚은 반죽이 예쁜 구슬같아서 구슬치기를 했더니 엄마가 꿀밤 한대를 콕 놓아요. 아빠는 예쁜 연을 만들어 색칠하고 있구요.

 

 

아직도 일이 안 끝났나 봐요. 탱글탱글 팥을 물에 넣어 펄펄 끓인 후 절구에 넣고 콩콩콩 찧어요. 그렇게 보슬보슬 팥고물이 되고, 아까 만든 반죽은 끓는 물에 넣어요. 그런 후 반죽을 조리로 건져 소쿠리에 담고 팥고물에 묻히면 수수팥떡이 완성되요. 요즘엔 떡을 떡집에서 간편하게 사 먹지만 예전엔 이렇게 집에서 해 먹었어요. 갓 만든 떡은 얼마나 쫄깃하고 맛있던지요. 하지만 맛있는 떡은 자주 해먹을수 없는 귀한 음식이었기 때문에 중요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어요. 그렇다면 개똥이네도 특별한 날 때문에 수수팥떡을 한 모양인데, 궁금해하는 개똥이에게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방싯방싯 웃기만 합니다.

 

 

할머니는 물에 불린 녹두를 맷돌에 넣고, 엄마는 손잡이를 스르륵스르륵 돌려요. 그러자 녹두가 사락사락 곱게 갈리어 나오네요. 맷돌도 요즘엔 거의 사라진 물건이지만, 예전엔 집집마다 하나씩 있었고 요긴하게 쓰였어요. 맷돌 가는게 처음엔 재밌어 보여서 "나도 할래~나도할래~"했다가 나중엔 힘들어 후회하곤 했었는데 다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네요.

 

이렇게 만들어진 녹두에 김치 송송, 고사리 숭덩숭덩 잘라 넣은 후 기름 두른 솥뚜껑에 지글지글 부으면 맛있는 빈대떡이 완성되지요. 그림만 봐도 군침이 도는데, 개똥이는 엄마 몰래 한 점 떼어먹네요. 수수팥떡과 빈대떡을 만드는 개똥이네는 과연 무슨 날일까요?

 

개똥이가 때때옷을 입고 연을 안고 있네요. 상에는 어제 한 수수팥떡과 빈대떡, 과일과 생선이 한가득 차려져 있어요. 한눈에 봐도 오늘의 주인공은 개똥이, 즉 생일이라는 걸 알수 있어요. 아마 어른들은 수수팥떡을 만드는 것을 본 순간 개똥이의 생일상 이라는 걸 알았을 거예요. 예전엔 아이의 돌상과 생일상에 수수팥떡이 올랐거든요. 옛날 사람들은 붉은 색이 나쁜 기운을 막아준다고 생각했고, 병에 걸리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라는 의미에서 수수팥떡을 먹였어요. 요즘 아이의 생일상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지만, 가족들이 정성스레 음식을 만든 이 소박한 생일상이 더 근사하고 좋아 보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