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즐거움 - 누구와도 함께할 수 없는 나만의 행복 찾기
사라 밴 브레스낙 지음, 신승미 옮김 / 토네이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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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다른 이와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가족, 친구, 동료, 이웃 등등 끊임없는 관계의 연속성 속에서 삶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그 관계에서 잠시만 벗어나 온전히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쓴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그렇다"라고 선뜻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일터에서, 집안에서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주말도 온전히 내 것이 되진 못한다. 특히 엄마들은 품 안에 있던 자식들이 성인이 되어 하나 둘 떠나갈 때 많은 허탈감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자신보다는 아이들을 위해 살았는데, 독립을 하고 나면 갑자기 남는 시간을 어쩔줄 몰라 하거나 괜히 섭섭하기도 하고 그렇다. 갑자기 시간이 생겨도 그걸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쩔쩔 매기도 한다. 한번도 '혼자 사는 즐거움'을 맛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책 제목만 보면 독신으로 살면 좋은 점을 열거한 책인가 싶었는데, 결혼 유무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삶을 즐기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내용이었다. 관계를 벗어나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돌아보며 나를 사랑하는 방법 등이 소소한 것부터 열거 되어 있다. 나를 만족 시킬수 있는 사람은 나 밖엔 없다. 아무리 주위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고 배려해준다고 해도 온전한 만족을 얻는건 힘들다. 내가 원하는 걸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나 이고, 고로 그 방법을 실천할 수 있는 이도 바로 나 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자꾸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만족감을 충족시키려고 하니 힘들어 질 수밖에 없다. 남들의 칭찬에 목말라하고 인정받기를 바란다면 결국 실망감을 더 느끼게 될 것이다. 그렇게 살다가 나에 대해서 잘 모른 채로 죽는다면 그것만큼 큰 비극이 또 있을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야 하고, 그래서 명상하며 나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나 자신을 위해 사는 것, 당연한 말이고 나 또한 그렇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처럼 "오직 나만을 위해 내 에너지를 완전히 탈진해 본 경험은 정녕 소중한 내 인생의 자산이었다."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렇게 살아오지는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혼자 사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가 추천하는 방법들 중 가장 간단한 것부터 실천해보자. 혼자 걷는 시간을 통해 주변의 아름다움을 넋놓고 감상 해보고, 집 안에 나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보자. 일기장을 준비해 매일 일일대화를 써보고,  내 외모를 한번 돌이켜보자. 머리카락을 예쁘게 정돈하는 것도 그 중 하나인데, 여자들은 그 기분을 잘 알 것이다. 자신의 머리카락과 몸을 방치하는 대신 아름답게 꾸미면 얼마나 기분이 좋아지는 지를 말이다. 정신적인 허기를 과식이나 나쁜 습관으로 채우려 하지 말고, 텔레비젼 시청 대신 그 황금시간대를 나만의 것으로 보내보자. 이렇게 별거 아닌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서 나를 사랑하는 법을 조금씩 배우게 된다.

 

'혼자 살아가는 즐거움을 얻는 열쇠는 진정 자신이 사랑하는게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 이다. 내 앞에 펼쳐진 소중한 하루의 매 순간마다 빛나는 즐거움을 포착하며 살면 그 어떤 성취감보다 더 큰 만족을 느낄 수 있다. 완벽한 삶을 살기 위해 삶을 낭비하는 대신 주변의 일상을 돌아보고 기쁨을 얻는다면 삶이 즐겁지 않겠는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어제와 똑같은 오늘임에도 새롭게 보일게 분명하다. 실패하는게 겁나고, 타인의 평가가 두려워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결국 자기 인생의 주인공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것과 같다.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한다면 엉뚱한 것, 예를 들어 소유물에 집착하고 만족을 느끼려고 발버둥을 치게 된다.

 

나를 인정하고, 내 삶의 주인이 나라는 걸 깨닫는 과정을 겪으면서 결국 나를 사랑하게 되는 것. 그게 바로 작가가 전해주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싶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인간이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하기에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짬을 내 보는게 어떨까. 저자가 추천하는 79가지의 방법들 중엔 한국에서 살고 있는 내가 하기엔 버거운 것도 있고, 맞지 않는 것도 있지만 결국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찾는 건 본인이기 때문에 길만 제시 받은 정도로 참고하면 될 것이다.

 

 

영화배우 루시 볼- 먼저 자신을 사랑하면 다른 모든 것이 제대로 굴러간다. 이 세상에서 무엇인가를 성취하고 싶다면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야 한다.

 

무용수 마사 그레이엄- 몸은 신성한 옷이다. 몸은 당신의 첫 옷이자 마지막 옷이다. 그 몸으로 세상에 와서 그 몸으로 떠난다. 따라서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우 해야 한다.

 

작가 앤 윌슨 세프- 완벽주의는 최고의 자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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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행복해지는 긍정교육 - 짖기, 물기, 대소변가리기, 유기동물 입양교육
잰 페넬 지음, 정재경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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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프로그램을 보면 아이의 잘못된 태도는 결국 부모로 인한 것임을 알게 된다. 부모는 자신의 행동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채, 아이가 극성스럽고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걸 안타까워하고 화도 낸다. 정말 누가 봐도 콕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 아이가 부모가 변하자 곧바로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반성도 하고 많이 배우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프로그램이 생각난 건 개의 경우도 그러했기 때문이다. 공격적이고 사나운 개를 만나거나 말썽을 피우는 모습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골칫덩어리라 여겨 쉽게 포기하거나 때로는 안락사를 시키려고 한다. 개의 행동의 책임을 온전히 개 에게만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폭력적인 개의 곁엔 폭력적인 사람이 있다며, 반려인이 차분하고 편안하면 개도 평안하고 즐겁게 뛰노는 것을 볼수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개를 훈련시킬 때 목줄을 이용해 강압적으로 끌어 당기거나, 엉덩이를 땅에 닿도록 억지로 누르거나 "앉아!" "손!" 하는 강압적인 명령어를 사용해 복종시키려고 한다. 그리고 이게 당연하고 유일한 교육방법이라 생각한다. 주인의 명령을 잘 들으면 착하고 순종적인 개라 여기고, 자신의 말을 개가 이해하는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복종훈련' 방법은 지극히 인간의 편의성만 높일 뿐, 개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개가 "앉아" 라는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고 앉는게 아니라 그저 반복적으로 듣다보니 단어와 자신의 행동을 연계시켜 학습할 뿐이었다. 개의 행동양식을 이해하고 교육시키는게 아니라 폭력적이고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것 뿐이다.

 

이런 훈련방법에 의문을 품은 잰 페넬은 부드럽고 온화하게 다가가는 법을 접목시키며 성공적인 반응을 얻어냈지만, 그렇다고 강압적인 전통 교육방법의 핵심이 사라진건 아니었다. 이런 딜레마에 빠져있던 그녀에게 몬티 로버츠의 말 교육법인 조인업(join up) 은 하나의 깨달음을 주었다. 이 방법은 자연 상태의 말을 유심히 관찰해서 배운 지식이라 공포나 강압성이 없었는데, 그와 함께 한 말들이 마음을 열고 온순해지는 걸 보면서 개 에게도 접목시키자고 생각했다. 동물이 마음을 열지 않는 상태에서 인간이 어떤 행동을 요구하면 이는 강압적일 수밖에 없다는걸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잰 페널의 실험은 예상외의 성공을 거두었는데, 이를 아미시엔봉딩 교육법 이라고 한다. 일단 그녀는 집에서 키우고 있는 개들에게 적용해 봤는데 가장 중요한 건 개가 자신을 우두머리라 여기는 것 부터였다. 우리가 흔히 하는 생각중 하나가 '개를 키우는 건 나니까 내가 이집의 우두머리라' 라는 것인데, 만약 개가 자신이 우두머리고 사람은 자신을 따르는 여러 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개가 반려인을 우두머리라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말썽이 벌어지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한 잰 패널은 개의 행동양식을 따라 해보기로 하면서 개들 스스로 개들 스스로 나를 우두머리로 결정하고, 자율적으로 내 권위를 따라야 한다고 했다.

 

이때 중요한 건 침착함과 일관성을 중요 원칙으로 정했다는 것이다. 개에게 어떤 경우든 소리를 지르며 윽박지르는 것은 신경이 예민한 개로 키우는 지름길 이라는걸 염두해 두자. 반대로 긍정적인 행동을 했을 땐 바로 칭찬을 해주는게 중요하다.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 개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부터 시작했는데, 처음엔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개들이 돌진하는 걸 멈추고 나를 존중한다는 걸 느낄수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자 내 진로를 방해하는 대신 내가 편히 지나갈 수 있도록 물러서는 행동을 했다.

 

이 교육법의 핵심은 개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인간은 그동안 개의 규율과 행동원칙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무조건 인간의 규율만을 강요했다. 언어와 생각, 행동 습관을 존중하지 않는 교육을 계속 해 올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발생된 문제를 오로지 개 에게만 떠넘겼다. "이 개는 참 폭력적이야, 정신이 없어, 왜 사람을 무는건지 모르겠어" 하며 말이다. 하지만 개가 인간을 공격하는 경우는 딱 하나, 바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이다. 인간에게 입양됐다 파양되는 개의 99.9%가 학대때문 이었다는 사실도 결국 인간의 잘못된 행동이 문제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다.

 

인간이 개를 키우는 것은 명령을 잘 듣는 똑똑한 애완동물을 원해서가 아니다. 친구처럼, 가족처럼 함께 즐겁게 지내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게 개를 제대로 이해하는 길임을 잘 모르고 있다. 개의 시각으로 보고 이해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함에도 인간의 시선으로만 보니 화내고 실망하고 하는 것이다. 개와 인간이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길은 인간의 진심어린 이해라는 걸 이 책의 여러 사례들을 통해서 충분히 알수 있었다. 잰 페넬에게 도움을 요청한 수많은 사람들이 결국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가는 걸 보면서 '개가 행복해지는 긍정교육'이 존재함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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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원장의 Q&A 산부인과 - 임신 출산,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속 시원히 물어보세요
이재준 지음 / 여름언덕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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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임신하게 되면 신경써야 할 것도, 알아야 할 것도 많이 있다. 그래서 산부인과를 가서 진료를 받을 때 궁금한 걸 의사선생님께 묻는다거나 관련 책을 읽거나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많이 들고 매번 찾기도 번거롭고 원하는 답을 얻기도 힘들다면 이 책을 읽으며 궁금증을 풀어보는게 어떨까.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심각한 것까지, 이재준 원장이 임산부들에게 자주 들었던 질문과 걱정거리들을 간추렸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총 5chapter와 부록 편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임신 단계에 따라 가장 많이 하는 질문들이 들어 있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궁금증을 찾아 읽을 수 있다.

 

임신을 하면 감기약 하나 먹는것도 혹시 아이에게 해가 되지 않나 싶어 주저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약에 관한 질문들이 많았는데 약물이 태아 기형의 원인이 되는 경우는 전체 기형의 1퍼센트에 해당되고, 임신 4~10주 기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임신 중,후반기에도 약 복용은 신중해야 하는데, 감기약 처럼 통상적으로 처방되는 약이라면 영향이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속 쓰릴 때 먹는 겔포스도 필요하다면 먹어도 되고 아기에게 별다른 이상을 초래하지 않는다는데 약을 먹는게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유리하다면 먹는게 좋단다. 갑상선 약도 괜찮은데 오히려 갑상선 기능 저하나 항진이 있는 경우에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산모에게 위험이 닥친다고 한다. 심지어 우울증 약을 처방할수 있고 잘 선택해 먹는다면 괜찮다고 하니 모든 약을 멀리 할 필요는 없겠고 전문가의 상담후에 안심하고 먹으면 될 것 같다.

 

하지만 한약은 조심해야 하는데 한약재 속에 포함된 스테로이드 성분이 여러가지 호르몬으로 바뀌기 때문에 임신 중인 사람도, 배란을 유도하려는 분들께도 권하지 않는다 한다. 피치 못할 상황이라면 임신 초기만이라도 피해야 한다는데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약들도 많으니(이 약을 먹으면 아이의 성별이 바뀐다거나 하는) 조심해야 할 것이다.

 

약에 이어서 가장 많이 신경쓰는게 음식에 대한 것이다. 참치캔을 많이 먹으면 수은중독이 된다는 이야기를 외국사례에서 접했기 때문에 걱정이 되는데,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참치는 대부분 수은 함량이 매우 낮아 심하게 많이 먹지만 않는다면 수은중독은 발생하지 않는다 한다. 그리고 임산부는 일반인들에 비해 배탈이나 설사 빈도가 잦아 회를 비롯한 날것을 먹지 말라고 한 것인데, 회를 좋아하고 먹고 싶다면 싱싱한 것으로 먹으면 좋다고 한다. 굳이 참을 이유는 없는 것이다.

 

이외에도 중절 수술에 대한 질문처럼 조심스럽거나 병에 관한 심각한 질문부터 출산 후 언제부터 하이힐을 신을 수 있는지( 출산후 2~3 개월 이후 정상적인 회복상태라면 신어도 되지만 통증이 있다면 굽 낮은 것으로) 같은 재미있지만 궁금했던 질문들이 있었다. 또 수유를 하면 월경은 언제부터 시작하는지 처럼 궁금하고 꼭 필요했던 것등이 들어있어서 많은 도움을 준다. 더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전문가의 진료가 필요하지만, 평균적인 배란일 측정 방법에 대해 나와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잘못된 상식들을 바로 잡아주는게 많았는데 임신 기간에 왼편으로 돌아누워 자야 태아에게 좋다거나 (엎드려 자지만 않는다면 산모에게 편한 자세가 아이에게 좋다.) 초산일 때는 대개 분만 예정일이 지나야 아기가 나온다거나(모든 임산부들에게 공통적인게 아니다.) 철분제는 임신하자마자 바로 먹어야 한다(빈혈이 있다면 그래도 되지만 정상적인 혈액 수치라면 오히려 아기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 등등이 그 것이다. 대부분 의학적인 근거가 없고, 결국 중요한 건 산모가 얼마나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잘 먹고 잘 쉬는지 여부이다. 산모가 편안해야 아이도 편안하게 자랄 수 있으니 말이다. 근거없는 상식에 기대기 보단 산부인과 전문의의 진찰을 잘 받고 답을 얻는게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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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 선재 스님 사찰음식 시리즈 1
선재 지음 / 불광출판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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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은 검소하다. 갖가지 치장을 하지 않고, 양념을 과하게 하지도 않고, 막 텃밭에서 뽑아 온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릇에 소복이 담겨져 있다. 소식을 통해 욕망을 절제하는 법을 익히게 하고, 채식과 자연식을 통해 생명 존중의 사상을 체득하게 하며 음식을 남기지도 않는다. 음식을 약으로 생각하고 수행자들의 깨달음을 돕는 수행식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식사도 수행과정인 것이다. 이렇듯 몸과 마음의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이 사찰음식 속에 담겨져 있으니, 스님들은 식사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음식을 먹는 행위 자체가 일상적인게 아닌 경건한 의식처럼 보인다.

 

간이 나빴던 집안 내력 때문인지 선재스님은 조미료가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등 즉각적인 몸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다 20여년전엔 간경화 진단을 받고 1년의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됐다. 졸업 논문으로 《사찰음식 문화 연구》를 썼지만 병 진단을 받기 전까진 잊고 있었던 스님을 병을 계기로 사찰음식에 대한 연구를 다시 시작했고 식단과 식습관을 바꾸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병이 호전되기 시작했고, 내가 먹는 음식 재료 하나하나가 내 몸을 만들고 생명을 유지시켜 준다는 걸 몸의 변화를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됐다.

 

지금 우리는 화확조미료가 범벅인 음식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섭취하고 있다. 간편한 인스턴트 음식은 좋든 싫든 우리 식탁을 점령하고 있고, 최대한 줄이려고는 하지만 완전히 밀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생활이 바빠서, 음식 만들기가 귀찮아서, 맛있으니까 먹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한 병든 몸과 그 피해는 결국 자기가 감당해야 할 짐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현대인들이 가장 무서워 하는 암도 잘못된 식습관으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만큼 올바른 식습관이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달콤한 음식을 마다하는 건 고통스럽고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맛있는게 있으면 더 먹고 싶고 자주 먹고 싶어지는게 인간이기 때문이다. 책 속 일화를 보면 스님들도 대부분 병이 나기 전에는 좀처럼 식습관을 고치려 하지 않는다는데, 수행하지 않는 일반인들은 오죽할까 싶다.

 

 

식습관은 암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질병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유방암, 빨리 먹는 사람은 위암, 육식을 많이 하면 대장암, 편식하는 사람은 자궁암에 많이 걸린다는 통계도 있다 한다. 이 말은 즉, 식습관을 바꾸면 그만큼 병에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는 뜻일게다. 그러나 잘못 길들여진 입맛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몸에 좋은 약이 쓴 것처럼 자극적인 입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사찰음식은 별식으로 한 두번 먹을순 있겠지만 그 맛을 오래 즐기기는 힘들기도 하다. 다이어트를 할 때도 자꾸만 기름진 통닭과 피자가 생각나서 힘든데, 사찰음식은 건강식이긴 하지만 온전한 '맛'을 즐기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로 할 것 같다. 우리는 일단 첫 맛이 강하고 달고, 짜고, 매운거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그게 맛있다고 여기니 말이다.

 

하지만 '음식이 곧 약' 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시작이 쉬울 것도 같다.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스님의 말을 되새기면서 말이다. 외식과 인스턴트 즉석식품을 먹으면서 건강을 바란다는 건 우스운 일이다. 술자리에서 "건강을 위하여!"하며 건배를 하고 고기를 먹는게 우스꽝스러운 것 처럼 말이다. 스님은 수고스럽더라도 제철 재료로 사랑이 듬뿍 담긴 음식을 만들어 먹으라고 한다. 인간의 탐욕 중 가장 큰 것이 식탐이기 때문에 음식을 절제하며 더불어 욕망을 줄이며 극복하는 수행을 통해 우리 몸의 병을 막기를 원하신다.

 

 

일체 만물이 부처님이고,

이 세상 모든 일이 부처님 일 아닌 것이 없다.

요리도 불사요, 수행이다.

모든 사람을 부처님이라 생각하고

부처님께 지극하게 공양 올리는 마음으로

음식을 해야만 진정한 요리사다.

 

공양 올리는 마음으로 요리를 하고 먹는 사람도 음식을 부처님처럼 대한다면 그는 이미 성불한 존재라는 말을 통해, 음식을 만들고 먹는 과정이 한끼 식사를 하는 것 이상의 의미라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선재스님의 레시피들을 따라 해 보면서 음식이 곧 나를 살리는 수행이라는 걸 우리 가족의 식탁에서 재현해 보면 어떨까 한다. 제철에 먹는 김치 한가지도 훌륭한 건강식이 될 수 있으니 사찰음식이라고 해서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처음부터 식습관을 확 바꿀 순 없겠지만 외식 5번 할걸 1번으로 줄이고, 인스턴트 음식을 먹을 때 한번 더 생각하다보면 조금씩 식습관이 바꿔질테고 그에 따라 자연스레 몸의 변화도 느낄수 있을 것이다. 내 몸에 좋은 것만 해주고 싶어 보약도 먹고 운동도 하며 몸을 챙기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음식에서 소홀했던것 같다. 내 돈 내고 나쁜 음식을 사서 몸에 넣었으니, 억울하지만 누구를 탓 할 수도 없는 내 선택이다. 이제 그 선택을 옳게 바꿔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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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 할멈과 호랑이 - 2004 볼로냐아동도서전 수상작 꼬불꼬불 옛이야기 1
서정오 / 보리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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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에 할머니 혼자서 부지런히 팥을 심고 있었는데, 황소 만한 호랑이가 나타나 "어흥!! 할멈 잡아먹으러 왔다!" 하며 겁을 잔뜩 줬어요. 매서운 눈빛과 날카로운 이빨, 집채만한 발을 보니 오금이 다 저리는데 늙은 할머니는 오죽했겠어요.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하고 바라 볼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 할머니가 용기를 내서 말했어요. "팥농사 다 지어서 팥죽 쑤어먹을 때까지만 기다려 다오" 라구요. 그러자 놀랍게도 호랑이는 아무런 말 없이 산 속으로 어슬렁 어슬렁 들어갔어요. 할머니의 부탁을 들어준걸로 보아 그렇게 배가 고프지 않았던 지, 할머니의 부탁이 재미있다고 여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위험한 순간을 잘 넘어간 할머니예요.

  

하지만 호랑이가 사라졌다고 할머니가 안전해지는 건 아니었어요. 팥죽을 만드는 그 순간까지만 유예기간을 둔 것뿐이었죠. 그러다보니 여름 내내 농사일을 할 때도, 가을에 팥을 수확해 광 안에 가득 넣었어도 할머니의 표정은 그늘지고 슬퍼보여요. 그런 할머니의 마음을 아는지 강아지도 걱정스러워 하네요. 할머니의 주름이 더 깊어지고, 등이 더 굽어 보이네요.

  

함박눈이 내리던 날, 할머니는 농사 지은 팥으로 맛있는 팥죽을 한 솥 가득 만들지만, 자꾸만 눈물이 나와요. 이제 곧 호랑이가 나타나 자신을 잡아먹을 테니까요. 훌쩍거리는 소리에 자라가 엉금엉금 기어 들어와 그 이유를 물어요. 할머니의 사연을 들은 자라는 "팥죽 한 그릇 주면 내 살려주지" 라며 팥죽 한 그릇을 얻어 먹고는 부엌 물 항아리 속으로 풍덩 들어가요. 아마 할머니는 자라의 말을 믿지 않았을 거예요. 황소만한 호랑이를 자라가 어떻게 이기겠어요? 할머니는 오늘이 마지막 날이니 베푸는 마음으로 자라에게 팥죽을 주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밤톨과 맷돌, 쇠똥과 멍석, 지게가 오더니 자라와 똑같은 말을 해요. "팥죽 한 그릇 주면 내 살려 주지". 할머니에게 팥죽 한 그릇을 얻어 먹자 밤톨은 아궁이로, 쇠똥은 바닥에, 지게는 대문 옆에, 멍석은 마당에 숨었어요. 무슨 계획이 있는 것 같은데 감이 안 오네요.

  

할머니의 팥죽 냄새를 맡았는지 호랑이가 결국 잡아 먹으려고 나타났어요. 그런데 호랑이도 추위를 타는지 연신 춥다고 투덜거려요. 방 안에 있는 할머니도 이불을 꽁꽁 싸매고 있는 걸 보니 정말 춥나봐요. 그런 호랑이가 안돼 보였는지 할머니는 따뜻한 아궁이에 가서 불을 쬐라고 하는데, 이렇게 착해도 되는 걸까요? 이번에도 할머니의 말을 잘 듣는 호랑이는 몸을 녹이려고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겼어요. 그런데...

  

아궁이에서 밤톨이 튀어나와 호랑이의 눈을 '탁' 맞추고, 눈을 씻으려는 호랑이가 물항아리에 손을 넣자 자라가 손을 '꽉' 물고, 놀란 호랑이가 쇠똥을 밟아 미끄러져 나자빠지자, 무거운 맷돌이 '퍽'하고 호랑이 머리를 쳤어요.

 

정신을 잃은 호랑이를 멍석이 둘둘 말았고 지게가 냉큼 져다가 강물에 풍덩 빠뜨렸어요. 할머니가 열심히 만든 팥죽 한 그릇이 결국 할머니의 목숨을 살린 셈이네요. 각자 흩어지면 호랑이를 절대 이길 수 없겠지만, 기발한 아이디어와 계획으로 호랑이를 무찔러버린 자라, 밤톨, 쇠똥, 맷돌, 멍석, 지게 였어요. 목숨을 살리게 된 할머니는 덩실덩실 춤을 출 만큼 정말 기쁘고 행복해요. 무거운 멧도로가 멍석까지 등에 질 만큼 기운이 펄펄 나는 것 같아요. 팥죽이 정말 큰 일을 해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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