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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로메르 - 은밀한 개인주의자 ㅣ 현대 예술의 거장
앙투안 드 베크.노엘 에르프 지음, 임세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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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출판사에서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로 프랑스 영화계의 거장, 누벨바그의 거장 에릭 로메르에 대한 전기가 나왔다. 이 책은, 그야말로 꼼꼼하게 연구되어 에릭 로메르에 대해 더이상 덧붙일 것이 없는 ‘첫 전기인 동시에 최후의 전기가 될 것이다.’(데릭 실링)
주석 포함 1127페이지에 달한다.
프랑스 영화를 떠올리면 누구보다도 먼저 그 이름이 떠오르는데, 알려진 그 이름은 영화계의 예명이고, 실명은 모리스 셰레로, 에릭 로메르는 두 개의 이름처럼 철저하게 이중적인 삶을 산다. 실제로, 생의 마지막 순간에 모리스 셰레 가족과 에릭 로메르 가족(영화쪽)이 처음으로 만났다고 한다. 어머니는 돌아가실 때까지 아들이 시네아스트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이 책은, 소설가, 평론가, 카이에 뒤 시네마 편집장, 시네아스트, 교육자로서의 삶을 다양하게 추적하여, 두 개의 삶을 살았던 에릭 로메르를 입체적으로 그려내었다.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과정, 누벨바그의 중심에 있다가 소원해지는 과정, 정치적으로 무관하게 살아온 과정 등 (그로인해 비판을 많이 받지만) 에릭 로메르적인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의 역사가 잔잔히 그려진다.
어찌보면 대학입학에 실패하는 과정이 오늘날의 에릭 로메르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학계에서 실패한 후 문학과 영화로 관심을 옮겼고, 그는 느리지만 자신만의 뚝심으로 자기 길을 갔다. 에릭 로메르는 영화와 문학, 음악에 대한 에세이, 단편 소설과 장편 소설, 희곡, 비평을 썼고, 위대한 연출가였으며 사진 작가, 삽화가, 의상과 무대 미술 기획자, 영화음악 작곡가, 즉 다재다능한 예술가였다.
무엇보다도, 영화 작업 비하인드 스토리가 찬찬히 기록되어 정말 좋다. 기획 단계부터, 배우 스카우트, 배우들과의 대화를 통한 시나리오 수정 등을 남겨진 자료를 분석, 기술하여 에릭 로메르의 작업 현장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적은 예산으로, 최소한의 인원으로 영화를 찍는 건지 모를 정도로 현장감을 살렸다. 이후 그의 영화를 다시 보게 되면 미처 보지 못했던 현장이 눈에 들어올 것 같다.
영화를 만들기 전, 배우들과의 차 한잔을 마주하며 가지는 오랜 대화시간의 관례가 인상깊다. 그 시간을 통해서 현실을 사는 젊은이들의 생각을 읽고 배우고, 영화 속 주인공과의 일체를 꾀하는 티타임의 습성. 그 과정에서 배우는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드러낸다. 그로 인해 에릭 로메르도 평생 젊게 살았던 것 같다. 그로 인해 로메르의 영화가 가장 프랑스다운 영화라고 일컬어지는 건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그런 과정을 통해서, 평생 유명한 배우를 쓰지 않고도 관객들에게 감정이입을 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아는 이야기이고, 바로 내 이웃의 이야기이니까.
또한, 영화 한 편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방대한 자료 수집을 했는지 정말 놀라울 정도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프랑스 영화의 역사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에릭 로메르라는 개인의 서사이긴 하지만, 그의 삶은 프랑스 영화사 그 자체이다.
‘은밀한 독서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