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루저의 나라 - 독일인 3인, 대한제국을 답사하다
고혜련 지음 / 정은문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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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루저의나라 #고혜련 #정은문고 #역사 #독서기록

사학자 고혜련은 2017년 연구년을 독일 하이델부르그에서 지내며, 구한말 조선을 찾은 독일인들의 흔적을 찾았다. 1898년, 당현(당고개) 금광을 조사하고 1901년 ‘Korea‘라는 강연문을 쓴 크노헨하우어 (고종을 알현함), 1913년 조선을 여행한 예쎈(‘답사기:조선의 일본인‘ 에서 ‘우아한 루저‘라는 표현을 함, 우리의 문화 - 종이, 한글, 금속활자 등-를 높이 평가함), 1933년 ‘조선-만주 국경에 있는 백두산의 강도여행‘을 쓴 라우텐자흐가 그들이다. (백두산 강도는 독립군이었다!) 그들의 눈이 비친 당시의 조선이 연대기처럼 펼쳐진다. 물론 잘못 알고 있는 내용도 많지만.

제국주의의 밀물 속에서 오랜 쇄국정책으로 미처 대처하지 못한 조선은 우리보다 불과 10여년을 앞선 일본의 희생양이 되었다. 나는 고종을 진짜 무능한 왕이라고 생각하고 (아버지와 아내의 탐욕에 의한 갈등을 조율하지 못한..그래서 나라를 망하게 한!) 일본도 일본이지만 성리학의 그늘 속에 안주하며 대다수의 국민을 핍박하며 자신들의 안위만을 도모한 유학자들을 도저히 좋게 볼 수가 없다.

서양인들의 눈에 비친 양반 선비들은 깨끗한 옷을 입고 그저 멍하니 서있거나 앉아서 담배를 피고 수다를 떠는 ‘우아한 루저‘였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무능하고 탐욕스런 고종은 채굴권을 외국에 허용하면서 생산 이윤의 25%를 받아 비밀리에 독립자금으로 사용했고 (헤이그 밀사들의 자금 등), 서양 따라잡기에만 몰두해서 일본 정신을 잃어버린 일본과는 다르게 우리의 조상들은 비록 나라를 잃었지만 되찾기 위해 ‘대한인의 정체성‘을 고수하며 죽음을 불사했다. 우리의 독립이 절로 얻어진 것이 결코 아니었다.

지나난 그 시대에 독일 학계 및 언론에 우리의 기록이 남아있는 것이 참으로 놀라웠다. 물론 여러 기록들이 독일의 이익을 위해 남겨진 것이기도 하지만 한일합방 이후 우리의 투쟁 기록도 많이 남아있었다. 그 귀중한 자료를 찾아내고 꼼꼼히 검수하고 알려준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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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 그 이념과 미학 - 인류의 위대한 유산 1
성낙주 글, 박정훈 사진 / 개마고원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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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그이념과미학 #성낙주 글 #박정훈 사진 #개마고원 #역사 #독서기록

올해 2024년 국립중앙박물관회 47기 특설강좌를 신청해서 매주 알토란 같은 귀한 강의를 듣고 있는데, (현재 총 30강 중 23강까지 들었다) 가능하면 안빠지려고 하는데 그동안 한 번 결석했다. 그날 강의가 ‘석굴암‘에 대한 내용이라서 아쉬워서 검색해 보고 관련 책을 구매했다.

저자 성낙주 선생은 전공자는 아니지만 (현재 중학교 국어교사) 우리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 왔고, 이 책 ‘석굴암, 그 이념과 미학‘은 그 노력의 결실이다. 석굴암 창건의 동기 및 그 주체, 역사적 배경, 돔형 지붕의 기원, 석굴암 조각들에 대한 총체적이고도 유기적인 통찰로 그야말로 숨 죽이며 책을 읽게 한다.

저자는 과거 신라의 개방성에 주목하여, 실크로드를 통한 동서양 교류의 결과 석굴암이 탄생할 수 있었음을 이야기한다. 로마 판테온과 석굴암은 놀랄만큼 많은 점에서 유사하다. 석굴암 조각들의 예술성 및 그 내용도 인도의 영향을 받긴했으나 (보살, 제자들의 옷차림 등은 신라의 것이 아니다) 신라 도공의 손 끝에서 아주 독창적으로 구현되었다.

석굴암에 대한 다른 책을 아직 읽어보지 못해서 섣불리 평가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이 아주 이색적이고 감동적이다. 기존 미술사학계에서 논의되는 내용을 제시하고 저자만의 반론, 해석을 풀어 놓는다. 석굴암을 창건한 김대성에 대한 설화부터 재해석하며 김대성과 원효가 공감한 화쟁의 의미를 곱씹어본다. 이어 석굴암 내부를 분석하며 그 아름다움, 그 공간의 성스러움을 노래하고 그럼에도 한없이 어리석은 중생이 그 곳에 섰을 때만이 그 곳이 성전으로서 의미가 있고, 붓다가 비로소 붓다고 된다고 말한다. 사람이 찾지 않는 곳, 비어있는 그 곳은 그저 건축물에 불과한 것이다. 석가모니가 중생을 바라보는 비의가 그의 뒷모습에서 처연히 각인된다.

석굴암을 방문한 것은, 고교시절 수학여행길에서였다. 어두컴컴한 새벽, 학우들과 선잠에서 깨어 투덜대며 토함산을 올랐던 기억이 있다. 올라가서도 석굴암 내부는 그야말로 얼굴만 뻬꼼히 들이밀고 들여다보고 (유리창에 갇힌 석불을 본 듯...) 그 앞에서 동해바다를 내려보았던 아련한 기억만 남아있다. 아니, 이젠 과연 올라갔었나하는 기억마저도 긴가민가하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의 무심함을 반성한다. 우리나라이길래, 언제든 갈 수 있다는 오만함으로 이렇게나 멀리 와 있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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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위한 레시피 - 펜 대신 팬을 들다
조영학 지음 / 틈새의시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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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위한레시피 #조영학 #에세이 #틈새의시간 #독서기록

조영학 작가는 평생 번역가로 일하셨는데, 번역 뿐 아니라 #펜대신팬을들다 라는 부제와 어울리게 학교 교사인 아내를 대신해서 20년 전부터 부엌을 담당하고 있다. 맞벌이 아내가 발 부상을 입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한가지 일이라도 덜어주려는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은 아내를 위해 요리를 시작하면서 생긴 여러 에피소드와 그런 남편이 좋아하는 텃밭 농사를 위해 땅를 선물한 아내의 사랑이야기 이다. (1부 아내를 위한 레시피, 2부 리틀 포레스트) 2부에서는 작가의 농사 에피소드와 자연에서 얻는 꽃, 각종 나물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펼쳐진다. 처음 듣는 꽃이름 등..그리고 가족, 자연을 대하는 태도 등에서 절로 작가를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다. (내 남편은? 엉?)

작가는 ‘부엌데기‘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붥덱‘이라는 아호를 가져와 쓴다. 또한 자연에서 무한한 재료를  찾아와 재벌처럼 산다고 자칭 ‘재벌‘이라고 자랑한다. 진정 그의 밥상은 소박하면서도 사치스럽다. (나는 그렇게 못한다..)
페이스북 친구이기도 한 작가에게서 정말 많은 살림정보를 얻기도 한다. (ex. 고구마 줄기 껍질을 벗길 때 살짝 데쳐서 하면 쉽게 벗겨진다.)
요즘, 나는 정말이지 부엌일에서 은퇴하고 싶고, 그래서 점점 소홀해지는 중이었는데, 사랑하는 가족(남은 가족은 남편 뿐이지만..)을 위해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겠다......는.

요리란 그저 음식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텃밭 역시 단순히 농작물을 가꾸는 일이 아니다. 모두 삶에 대한 이야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일이다. 살림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여기에 실린 얘기는 그런 얘기들이다. 맛이 아니라 삶을 요리하는 레시피. 행복을 찾기 위한 레시피다. p11

땅은 사는 (for buying) 이 아니라 사는 (for living) 곳이라는 p125
키우고 살찌우고 베푸는 것, 이거야말로 땅이 할 일이 아니겠는가.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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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 서양 음악사의 잃어버린 순간들
유윤종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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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비밀과거짓말 #유윤종 #을유문화사 #음악 #독서기록

이 책을 언제 사놨더라. 재밌는 내용이 듬뿍인데, 이제서야 읽다니. (2019년 초판 1쇄 책이다..ㅠ)
작곡가 또는 곡에 얽힌 비하인드가 실려있는데, 몰라도 뭐 사실 음악을 듣고 감상하는데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알면 아마도 좀 더 깊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가령 바그너가 배를 타고 야반도주하면서 고생한 경험을 살려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작곡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오페라를 감상할 때 감흥이 덜해지지는 않을텐데, 그래도 하나의 곡이 탄생하기까지 그 무렵의 사회 분위기가 어땠는지, 작곡가의 상태가 어땠는지,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땠는지를 알게 되면 아, 이런 심정에서 이런 표현이 나왔구나 하고 보다 더 가깝게 여겨질 수 있다.

나는 사람과의 관계에 의한 기록이 재미있었다. 베토벤 사후 베토벤의 전기를 쓴 신들러, 말러의 아내였던 엄청난 매력과 재능의 소유자 알마 말러,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천재 모차르트를 질투한 살리에리에 대한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기록하는 사람의 포장이 불러오는 왜곡이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고..

또한 비슷비슷한 선율이 여러 작곡가들의 곡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것이 신기했는데, 그 이유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무렵, 음악 공연이 큰 역할을 한 것에 깊은 감명을 느꼈다. 1989년 8월 1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피셔 이반은, 소프론 부근 국경마을(헝가리-오스트리아) 에서 열린 ‘범유럽 야유회‘에 동독인들을 초대했고, 그들은 이 공연에 참석하고 바로 오스트리아로 탈출한다. 이후 13,000여명 이상이 서방세계로 탈출했고, 11월 9일 공보담당 정치국원 귄터 샤보프스키의 준비되지 않은 답변으로 (‘당장‘) 베를린 장벽은 붕괴되었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나 살기 힘든데 음악이, 미술이 무슨 소용이 있냐는 말을 하곤 한다. 그렇지 않다. 우리의 삶은 모든 것이 서로 어우러져있고, 모든 분야는 각각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소극적으로는 힘든 심신을 위로하기도 하지만 적극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나에게 음악은, 전형적인 한국 아내, 딸, 며느리 (+엄마, 시엄마이기도 하지만 그 역할은 보다 쉽다?)역할에서 오는 힘겨움에 잔잔한 위로가 된다. 한번씩 멋진 공연을 보고 오면, 눈빛은 초롱초롱, 입은 귀에 걸린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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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노와 훈 - 서기전 3세기부터 서기 6세기까지, 유라시아 세계의 지배자들
김현진 지음, 최하늘 옮김 / 책과함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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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노와훈 #김현진 #최하늘 옮김 #책과함께 #역사 #독서기록

‘흉노‘라는 명칭은 참 많이 들었다. 중국에서 흉노족의 침입에 대비해 만리장성을 쌓은 것을 보면 대단한 북쪽 오랑캐였구나 싶었고. 유럽이 야만인 훈족의 침입으로 많은 고생을 했다고 들었는데, 다행이(?) 그 기간은 짧았고, 게르만족이 훈족을 물리쳤다 했고. 훈족 왕 아틸라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워낙 출중한 인물이 나타나서 한때 반짝했던 모양이구나 정도로 알고 있었다. 오페라도 나올 정도. 훈족과 흉노는 다른 종족으로 훈이 흉노에 밀려서 서진했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 ‘흉노와 훈‘을 읽고 보니, 그간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구나 깨달았다. ‘흉노=훈‘ 이었고, 그 이름은 각 지역에서 부르기 나름이었고, (중국에서도 흉노, 훈을 같은 개념으로 불렀다) 하나의 민족이나 인종이 아니라 같은 문화정치체제를 가진 ‘준봉건체제‘를 가진 기마족이었고, 그냥 떠도는 사람들이 아니고 농경과 목축이 조화를 이룬 어마어마한 제국이었다.

그들은 두 명의 왕을 가진 양두체제로 (동쪽 왕이 더 위) 그 아래 혈연으로 연결된 씨족들-귀족-이 영토를 나누어 지배했고 그 아래 피지배계층이 있었고, 영토를 넓혀가면서 점령지의 지배계층을 결혼 등으로 흡수하여 새로운 지배계층을 이루었고 문화 또한 강력한 훈의 영향 아래 동서양이 아우러져 새로운 문화가 태동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유럽에 새로운 정치 문화가 태동하는데 기원이 되었고 우리가 알고 있는 중세 봉건 체제가 확립된다. 그들은 이란계, 인도계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중세유럽이라하면 바로 떠올리게되는 기사의 모태도 훈의 기마병이었고, 왕관의 화려함도 마찬가지. 훈족 지배계층의 관습이라고 했던 두개골변형도 유럽쪽 지배계층에서 보였고 (이름에도 훈의 흔적이 남아있다) 훈족 가마솥도 여기저기에서 발견되었고. 역사를 들쳐보면 왜 비슷한 유물이 뜬금없이(?) 여기 저기에서 보이나 하는데 그 이유가 있었다.

궁금했던 것의 하나가 아틸라의 생김새였는데 여기서는 몽골로이드라고 명시한다. 칭키즈칸의 몽골군대가 유라시아를 횡단하면서 인종을 한번 섞었구나 했는데, 훈때 그 어우러짐이 이미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읽어내기 쉽지 않았다. 지명도 인명도 하도 여러가지이고 익숙해지지 않아 애를 먹었는데, 그래도 저자가 제시한 대로 찬찬히 따라가길 참 잘했다. 중국과 그리스, 로마 사료뿐만 아니라 간과된 기록까지 샅샅이 검토했고, 각 지역의 언어도 분석해서 훈의 영향을 보여준다. (그 연구의 결과물을 우리는 그냥 쏙 빼먹으면 된다.) 우리가 몰랐던 아주 오래전 역사를 서구 일변도의 왜곡된 서사에서 뒤돌아보게 한다. 동/서로마가 나뉘어져 있을 때 훈은 저항 불가능한 최고권력이었는데, 훈은 갈리아 지역을 정복하며서 로마에는 조공만 받는다. 점령 전쟁을 벌이는 시기가 있고, 일정 시기가 지나면 주거주지로 돌아가는데(초원 민족의 습성), 이를 로마측에서는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오도, 기록한다. 다음해 또다시 침략을 당하면서.

이 책을 통해 서기전 3세기부터 서기 6세기까지 유라시아(중국부터 서유럽까지)를 지배한 훈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2015년 영어로 출간되었고 2020년 현대튀르키예어로 번역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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