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 또는 '죽음'이라는 단어는 나와 대다수의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
늙어 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텐데 하물며 죽음이라고 하면 더욱더 말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그 옛날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진시황제도 늙지 않고 영원히 살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보내어 불로초를 찾아다녔지만 결국 실패하지 않았는가.
늙음과 죽음은 우리가 피하고 싶어도 결코 피할 수가 없다. 이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우리는 애써 외면하면서 죽는 그 순간까지 모른척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보았다.
늙었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아직도 많은 세월을 살아야 하지만 문득 죽음에 대해서 걱정 아닌 걱정을 할 때가 있다.
평균 수명은 늘어났지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훌쩍 이 세상을 떠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 한켠에 늘 자리 잡고 있다.
이대로 죽음을 맞이한다면 나는 과연 후회 없이 살았다 할 수 있을까?
이 세상에 태어나서 무엇을 남기고 떠나가나? 등등 생각을 하다보면 왠지 서글퍼지고 이렇게 적당히 살면 안되겠다는 각오를 하게된다.
죽음에 대한 생각 때문에 철학이 만들어지고 발전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죽음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문제이다.
이 책은 나의 이러한 고민을 한번에 날려주었다.
이 책의 저자 안젤름 그륀 신부는 수도회의 수도사로서 강연, 상담, 영적 조언자이기도 하다. 이 책의 중요한 키워드는 받아들임이다.
받아들임이라는 것은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늙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힘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젊은이와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미 살아온 삶을 돌이킬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나의 존재감이 변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렇게 받아들여야만 비로소 늙는다는 것을 즐길 수 있고 감사할 수 있고 남을 축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늙는다는 것은 많은 것을 하지 못하게 됨을 의미하지만 못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새롭게 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이 깊어지고 인격이 안정되며 판단력이 좋아지고 지혜와 분별력이 생기며 침묵할 수 있는 능력, 창밖을 내다보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관조하는 능력, 사람들을 멋대로 판단하고 제단하지 않는 능력, 넉넉함과 너그러움, 이해심과 연륜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능력이 생기고 이것을 이용해서 새로운 것을 하게 된다.
새롭게 얻게 되는 능력들을 보면서 가슴이 떨리지 않는가?
그렇다 늙는다는 것은 결코 인생의 쓸쓸한 겨울이 아닌 수확을 하는 가을을 의미한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축복을 받았으면 한다. 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