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삼국지를 읽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중국의 역사 소설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열광을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본인의 좁은 소견으로는 삼국지라는 소설이 주는 재미와 우리의 삶과 정치적인 구조역학 속에서 느끼는 대리만족이 주는 카타르시스 때문이 아닐까 한다.
삼국지 속의 어떤 인물과 자기 자신을 동화시켜 중국대륙 한복판에 있는 듯 한 착각 속에서
권모술수가 난무하고 흙먼지가 뿌연 전장을 누비는 상상을 해보면 삼국지는 그냥 한편의 소설이 아니라 내 상상속의 스펙타클한 영화요, 대하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를 그대로 현대로 옮겨 놓은 듯 하다.
이 책의 겉표지에도 나와 있지만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이라는 3명의 정치가이자 지역의 패자들을 통해서 우리가 겪어왔던 사건과 역사들을 되짚어 본다.
저자는 지역적으로는 북한(고구려)은 김일성, 대구·경북(신라)은 박정희, 호남(백제)은 김대중으로 분류하고
사상적으로는 김일성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공산혁명에,
박정희는 일본의 메이지유신을 모델로 삼은 근대화 혁명에
김대중은 인류사의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민주주의 혁명에 일생을 바쳤다.
경제적으로는 김일성의 사회주의 경제모델, 박정희의 재벌 경제체제, 김대중의 대중경제론으로 분류하였다.
저자는 1987년 민주화운동이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민중봉기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그 의견에 동의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한명의 걸출한 승부사 김영삼과 수 없이 많은 협객들의 피와 땀의 결실로 우리 민중들이 유일하게 성공했던 혁명을 통해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창시절 북한사람들을 늑대로 묘사한 그림과 교육을 받았던 필자로서는 김일성이 걸어왔던 정치적인 행보가 신선했다.
그가 해왔던 모든 악행(?)들이 정치적인 관점에서 보니 한편 이해가 가는 부분이 많았다.
박정희와 김대중에 관해서도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고 있던 사실들을 확실한 문헌과 증언을 통해서 알게 되니 그동안 어지러웠던 내 머릿속이 정돈이 되는 느낌이다.
저자는 세 사람의 일생을 통해서 해방 후 70년의 역사를 너무나 간결하고 쉽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저자는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저마다 각자 대리인을 정해놓고 읽는다면 재미가 배가 되지 않을까 한다. 삼국지의 관우를 존경하고 유약한 유비를 답답해하고 조조를 미워하는 것처럼...
삼국지연의처럼 소설형식을 빌지는 않았지만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이 책을 통해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세 명의 한반도 삼국지 패자들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시간 이였다.
개인적으로 저자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그것은 이 한반도 삼국지를 대하소설로 재구성했으면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 비교 할만한 장편역사소설이 탄생할 것 이라고 감히 단언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