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 - 욕망이 소비주의를 만날 때
케이티 켈러허 지음, 이채현 옮김 / 청미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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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치글방 서포터즈 2기 활동으로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아름다움과 우울증은 내 삶의 두 가지 핵심 요소이다. 아름다움은 어둠을 밝히고 내게 희망과 목적 의식을 준다. 하지만 아름다움이 모두 무지갯빛으로 밝게 빛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것들도 어둡고 때로는 추하기도 하다. 지금껏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인간의 탐욕으로 타락하지 않았거나 세월의 화학작용으로 흡집이 나지 않은 사물은 본적이 없다. 이 세상에 순수한 것은 없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해악을 끼치고, 존재하는 모든 것은 타락한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예쁘고 타락한 것에 이끌린다. 우리를 두렵게 하는 바로 그것을 소유하고 어루만지고 싶어 한다. ] - p.12

미술사 책을 보면 앞부분에 ‘묄렌도르프의 비너스’라는 선사시대 조각상이 나온다. 사실보다는 이상을 표현해, 대상의 면모를 극도로 과장한 이 석상에 이어지는 설명은 으레 이렇다. “시대마다 ‘미’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세상에 영원불멸한 것은 없는데, 하물며 인간의 가치관이야 오죽할까. 그럼에도 우리는 사물을 보며 이것이 아름다운지 아닌지를 매순간 판단한다. 직관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무엇이 아름다운가’에 대한 절대적인 해답을 내리는 것은 힘들지만, 직관에 따른 미적 가치 판단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정도 보편적인 관점을 따르는 듯하다.

지극히 주관적인 잡설은 여기까지. 우선 이 책은 서문부터 강렬하다. 아름다운 사물과 대상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설명이 뒤따르는 건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책도 마찬가지로 취하는 방식일 것이다. 하지만 만성 우울증애 시달리던 저자가 끊임없이 ‘아름다움’에 집착하고, 이에 필연적으로 숨어있는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끄집어 내는 건 퍽 흥미롭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라는 정호승의 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연상시키듯, 저자는 우리가 평소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물건 속에 깃든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얼마나 추잡하고 어두운 욕망으로 점철되었는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가 알아야 할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거울을 만들던 유리 공예가들이 수은에, 아무것도 모르고 화장품을 쓰던 여성들은 납에 중독되던 일이 다반사였고, 난초 기르기는 곧 여성을 통제하는 일이자 식민지를 지배하려는 남성우월주의와 제국주의를 은유하는 일이었으며, 영원한 아름다움 때문에 다이아몬드 광산 노동자들은 죽음에 내몰렸고, 향수와 실크를 얻기 위해 수많은 동물이 희생당했다. 한편 우리 일상을 윤택하게 해주는 유리와 대리석은 오늘날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하지 못하고 왜곡하거나 억압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전에 읽었던 설혜심 교수의 <소비의 역사>와 연결되는 지점인데, 소비주의 사회가 구축한 프레임 속에서 사는 게 너무도 익숙한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아름다움이란 결코 밝은 면만으로 이뤄져있지 않으며, 그 속에 감춰져있는 어두운 면도 함께 직시해야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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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의 발견 - 믿는 것이 현실이 되는 마인드셋
데이비드 롭슨 지음, 이한나 옮김 / 까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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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생각 이상으로 더 주관적인 존재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끼려고 해도 주관성이 개입한다. 개인의 경험이나 가대에 따라 같은 대상이라도 얼마든지 달리 여겨질 수 있다는 말이다. 새내기 때 교양수업으로 <심리학개론>이란 수업을 들었다. 그때 심리학 역사에서 손에 꼽힐 만한 여러 실험과 이를 버텅으로 한 이론을 배웠던 기억이 난다. 다시 말하지만 인간의 감각이란 생각만큼 완전하지는 않다. 그러나 전화위복이란 말이 있듯이, 불완전한 인간 인지 기능을 역이용해 오히려 우리는 더 나은 존재가 될 수도 있가.

우리가 매번 경험하는 온갖 자극에 그때마다 반응한다면 아마 우리 뇌는 진작에 과부하에 걸려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뇌는 특정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이에 따라 적절히 반응하도록 몸을 통제한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는 보는 대로 믿는 것이 아니라, 믿는 대로 본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던 론다 번의 <시크릿>에서 강조했던 주제다. 비단 그 책만이 아니라 평상시 우리나라 베스트셀러 순위를 가득 채우는 온갖 자기계발서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이다. 그래서 제대로 읽기 전에 나 또한 이 책 역시 다른 책과 뭐가 그리 다를까 싶은 선입견으로 차 있었다. 하지만 근거 없는 낙관론만을 펼치는 수많은 책과, 학술지에 게재된 내용을 바탕으로 심리학과 생리학적 이론을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을 동일선상에 놓고 같은 취급을 하면 이 책과 저자가 무척 억울해할 거다.

책애서 다루는 핵심은 “기대 효과expectation effect”, “예상 효과expectancy effect”, “오이디푸스 효과Oedipus effect”, “의미 반응meaning response“ 같은 용어들이다.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의미하는 바는 같다. 즉 우리 신체 생리도 바꿀 수 있는 “예측 기계prediction machine”로서 작용하는 뇌의 활동과 역할은 우리 생각보다 더욱, 훨씬 더 엄청나고 놀랍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른바 위약 효과라고 알려진 플라세보placebo(‘낫게 한다‘는 라틴어)와 이와 반대인 노세보nocebo(‘해를 입힐 것이다’는 라틴어) 효과를 통해 우리 마음 먹기애 따라 약효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해가 아무리 힘들었다고 한들 새해에는 작년보다 더 나은 일이 생기기를, 본인과 주변 사람들이 더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라게 된다. 매년 보내고 맞이하는 또 다른 해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그래도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그리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건 새삼 이상하지도, 잘못된 일도 아니다. 많은 이들이 새해엔 운동을 하고, 금주나 금연을 하며, 식습관도 바로 잡아 더 건강해질 거라 다짐한다. 아쉽게도 나를 포함해 대부분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이렇게 작심삼일로 끝낼 수도, 아니면 습관으로 만들어 평생을 꾸준히 실천하게 될 수도 있다. 이때 중요한 건 바로 내 마음가짐이라는, 일체유심조 사상이 떠오른다.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 이왕 마음 먹고 뭔가를 해낼 각오를 했다면 쭈욱 지켜나가야 한다. 새해에 이런 길잡이 같은 책을 만나서 무척 반갑다. 생각을 아주 조금만 바꿔보더라도 결과는 완전히 뒤바뀔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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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 - 나를 이루는 원자들의 세계
댄 레빗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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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탈인상주의 화가 폴 고갱은 타히티로 떠나 대표작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를 남겼다. 이처럼 심오하고 근원적인 질문에 과연 무어라 답할 수 있을까. 비단 고갱의 작품명에서 시작한 것은 아니고, 이는 사실 인간이 아주 오랫동안 가진 의문이었다. 온갖 학문을 발전시키며 이에 대한 더 나은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지금만큼 발전할 수 있었다. 마치 점근선처럼 우리는 아마 이에 대한 완벽한 해답에 영영 도달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무엇인지에 관해 실마리를 얻은 때가 있었다.

책은 시계를 약 100년 전으로 되돌려 이야기를 들려준다. 원자가 모여 온갖 물질을 이룬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원자가 모여 생물은 물론 우리가 발딛고 사는 세계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은 좀처럼 이해하기가 힘들다. 이 수많은 원자가 어떻게 탄생했으며, 어떻게 세계와 생명을 구성하게 됐는가? 이 과정에서 과학 전공자가 아니라면 생소한 인물이 여럿 등장한다. 저자는 이들에 관한 설명을 아끼지 않는다. 조르주 르메트르에 따르면 빅뱅 이후 엄청난 온도와 밀도 때문에 수소, 헬륨, 리튬, 베릴륨 같은 주요 원소가 생겨났다. 이에 더해 세실리아 페인은 별 내부에 다양한 원소 비율을 밝혀냈다. 이를 통해 무거운 원소를 탄생시키는 엄청난 에너지는 별 내부에서 나온다는 게 알려졌다. 이러한 발견이 인정되자 빅뱅을 인정하지 않던 프레드 호일도 이를 거들었다. 그에 따르면 무거운 원소들이 합성되는 원인은 적색거성 내부의 엄청난 온도와 초신성의 폭발 탓이다. 이런 원소들은 중력에 이끌려 회전하여 마침내 태양계 행성을 형성했다. 이를 계산하고 밝혀낸 이는 빅토르 사프로노프다.

생명이 자랄 수 있는 배경이 탄생하는 데에는 수십 억년이라는 장구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생명에는 물이 필수적이다. 이 물은 대부분 멀리 우주에서 왔다. 우리 몸에 남아 있는 물 분자는 이처럼 혜성과 소행성을 타고 온 것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라고 한다. 즉 생명과 우주는 뗄 수 없는 관계인 셈이다. 스탠리 밀러의 유기 분자 실험은 논쟁이 있었지만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여기까지 밝혀지자 생명의 기원에 관한 발견은 급물살을 탔다. 칼 우즈, 레슬리 오겔, 프랜시스 크릭은 공통적으로 최초의 세포는 이중나선형 DNA가 아니라 한 가닥 RNA에서 비롯했다는 답을 내놓았다. 비록 생명이 어디서 기원했는지는 여잔히 확실한 답은 없지만, 열수가 분출되는 심해가 무척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장소가 어디든 간에 우연히 탄생한 생명 덕분에 우리가 사는 지구는 다른 행성과 완전히 다른 곳이 됐다. 식물, 진핵세포, 균류는 곧 동물 발생으로 이어졌다. 동물에 관한 탐구는 우리가 생존을 위해 매일 먹는 음식, 그리고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를 더욱 깊게 연구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책은 우주의 탄생부터 세포의 작동 메커니즘까지를 쭈욱 설명하고 있다. 거시적인 주제에서 미시적인 사물로 이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진가는 거시적인 것과 미시적인 것을 단순히 병치시키거나, 이를 나열하여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마치 스토리와 플롯의 차이처럼 책은 원자라는 대상을 설명하기 위해 우리 몸 속 아주 작디 작은 세포와 거대한 우주를 이루고 있는 물질이 한 곳에서 왔음을 알려준다. 오랫동안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활동한 이력이 물씬 느껴지는 대목이다. 즉 원자의 탄생을 추적하는 여정은 곧 우리는 물론 우리를 둘러싼 모든 세계를 이해하는 과정과 마찬가지다. 인간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수를 ‘천문학적’이라고 하는데, 우리 몸 속 세포에 대한 숫자도 무척 천문학적이다. 생물은 소우주다. 한낱 작은 생물과 광대한 우주는 마침내 이렇게 연결된다. 원자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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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한눈에 보는 지도책
세마르탱 라보르드.델핀 파팽.프란체스카 파토리 지음, 양영란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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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관점이 달라지면 사유의 폭도 커진다는 걸 보여주는 듯합니다. 천편일률 같은 지도만 실려있지 않아 무척 흥미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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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개 고양이 대학살 - 인간의 전쟁에서 지워진 동물 학살의 역사, 재구성하다 동물권리선언 시리즈 20
힐다 킨 지음, 오윤성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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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희생당하는 건 비단 인간만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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