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 무대에 서다 - 여섯 몸의 삶이 펼쳐지기까지
나드 외 지음, 조한진희(반다) 외 기획 / 오월의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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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몸들이 무대에 서서 자신의 아픔을 언어로, 몸으로, 춤으로 표현하며 세상에 말한다.
아픈 몸으로 살 수 있도록 자신들을 인정해 달라고,
건강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질병권도 있다고.
그들의 말이 목소리를 얻었을 때 세상은 아픔에 더 열리고 다정해지리라.

아픈 친구를 닦달했던 나를 되돌아보게 되는 고마운 책이다. 

~~~
이제 흔들리는 마음 때문에 자책하거나, 슬픔을 이유로 삶전체를 비난하지 않으려 한다. 중요한 건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며 견고해지는 것이다. 흔들리고 무너졌던 시간만큼 삶을 지탱하는 힘도 함께 커졌다. 나의 삶과 타인의 삶이 씨실과 날실처럼 촘촘히 엮여 추락하는 마음을 받쳐준다. 아픈 가운데 내딛었던 걸음과 함께 했던 시간이 버팀목이 되어준다.
이제 아픔과ㅈ불안과 슬픔을 제거하려 애쓰기보다, 그 모두 것을 삶으로 끌어안고 나아가는 한 걸음 한 걸음에 집중한다.
(2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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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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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활한 우주는 마음이 없다. 조물주는 모든 것을 마음에 맡길 뿐, 사사로이 간섭하지 않는다. 이 무심한 세상에서 반성하는 마음을 가진 희귀한 존재로서 인간은 불가피하게 묻는다. 나무의 침묵에 대고 발톱을 날카롭게 가다듬은 뒤, 어려운 일을 묵묵히 하러 갈 칠흑처럼 검은 곰을 생각하며 묻는다. 어떻게 이 세상을 사랑할 것인가. 세상에는 악이 버섯처럼 창궐하고, 마음에는 번민이 해일처럼 넘치고, 모든 것은 늦봄처럼사라지는데, 어떻게 이 세상을 사랑하는 일이 가능한가. (22p)

그낭 하는 것이다.
곰이 어럽다고 하면서 하는가. 그냥 한다. 그냥하는 것에도 힘이 있다.
번민이 없다면 맑은 힘이 있다. 번민할 시간에 할 일을 찾고 그 일에 정성을 들이는 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시간을 내어 피터 허턴이나 켈리 라이카트의 잔잔한 영화를 보는 일은 현란한 이미지의 야단법석으로부터 도피하는 수단이다. 끝없이 독촉해대는 생활의 속도에 굴복하지 않으려는 몸짓이다. 구체성을 무시한 난폭한 일반화에 저항하는 훈련이다. 그리고 그것은 심란한 연말의 시간을 통과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서둘러 판단하지 않고 구체적인 양상을 집요하게 응시하는 것, 그것은 신산힐 삶의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해 주는 레시피이기도 하다. (177p)

저자는 신산한 삶의 시간을 견디기 위해 허무를 건너기 위해 영화를 보고 그림을 보고 글을 쓰는 듯하다. 그럴 수 사람들은 다행이나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이나 그런 시간이 있어도 감각적 쾌락에 바쁜 사람들은 어쩔 것인가?
허무에 빠지든 재미에 빠지든 빠져서 살고 있다.

잘 사는 사람은 허무를 다스리며 산책하는 사람이 아닐까. 그런 삶을 원한다. 산책보다 더 나은 게 있는 삶은 사양하겠다. 산책은 다름 아닌 존재의 휴가이니까.
(293p)

산책을 존재의 휴가라고 말하는 저자는 산책하며 허무를 다스리고 목적없는 삶을 살려고 한다..
목적있는 삶을 향해 가다가 피폐해진 이들은 저자의 글을 읽고 삶의 다른 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목적있는 삶이든 목적없는 삶이든 삶을 삶답게 하는 것을 찾아야 비로소 삶이 웃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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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의 비밀 사계절 동시집 20
이안 지음, 심보영 그림 / 사계절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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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의 비밀

내가 기뻐의 비밀을 말해 줄까?
기뻐 안에는
이뻐가 들어 있다
잘 봐
왼손으로 '기', 오른손으로 '뻐'를 잡고
쭈욱 늘리는 거야
고무줄처럼 말이야
기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뻐
어때, 진짜지?
기쁘다고 너무 뻐기다가
기뻐를 끊어 먹지 않도록 조심해
너도 알다시피,
길다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니이잖아?
기뻐가 끊어질 땐 무지 따끔해
어쩔 땐 눈물이이 나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동시다. 아이의 마음으로 썼을까?
아이는 이 시를 읽고 느낄 수 있을까?
기쁨 안에 이쁨이 있다는 것을.
이뻐해야 기쁨이 있다는 것을.
아이를 이뻐하면 기쁘다. 오늘을 이뻐하면 기쁨이 온다는 것을.
기쁘다고 너무 뻐기면 기쁨이 사라진다는 것을.
눈물이 나는 것이 아니라
눈물이 더 낫다는 것을.

살면서 알게 되는 것들을 미리 안다고 해서 쉬워질까?
그런 것은 아니지만 기쁨이 없다고 느낄 때
이 시 생각이 난다면
다시 기쁨을 발견하려고 나갈 힘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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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이웃 - 허지웅 산문집
허지웅 지음 / 김영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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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의견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괜찮다.
작가는 더불어 살아간다는 일의 고단함을 말하고 있다.
그래도 용기와 지혜로 살아갈 수 있다고 하는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너무 많이 판단하지 말고 최소한의 이웃이라도 된다면 세상이 좀 너그러워질 것이다.
나를 거절하고 외면하는 이웃이 있다.
나를 자신의 판단으로 몰상식한 인간쯤으로 여긴 탓이다.
그의 생각은 바꾸게 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이웃으로 남겠다는 태도를 버리지 않겠다.
오늘은 그 태도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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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끌고
강은교 지음 / 열림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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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그건 참 기적이야
산에게 기슭이 있다는 건
기슭에 오솔길이 있다는 건
전쟁통에도 나의 집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건
중병에도 나의 피는 결코 마르지 않았으며,
햇빛은 나의 창을 끝내 떠나지 않았다는 건
내가 사랑하니
당신의 입술이 봄날처럼 열린다는 건

오늘 아침에도 나는 일어났다, 기적처럼.

ㅡㅡㅡ

시인은 기적을 만나고 일어난 사람이다.
당신의 입술이 봄날처럼 열린 것을 본 사람이다.
입술이 열리지 않았다면 그건 사랑의 방식이 틀렸을 수도 있다.틀린 것을 알고 괴롭다면 다시 시도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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