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 - 최고의 과학자 13인이 들려주는 나의 삶과 존재 그리고 우주
슈테판 클라인 지음, 전대호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모든 것을 성취한 사람은 누구 앞에서도 무언가를 증명할 필요가 없다. 내가 만난 과학자들은 나로 하여금 정중한 태도를 취하게 했다. 그러나 나의 존경심을 자아낸 것은, 흔히 이야기하는 일류 과학자의 탁월한 지적 능력이 아니었다. 물로 대단한 지능의 소유자들이지만, 범접할 수 없는 사고 능력을 지녔다고 짐작되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화학자 로알드 호프만은 대화 중에 "노벨상 수상자도 다른 사람보다 더 똑똑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이렇게 덧붙이겠디. 그런데도 그들이 남들은 할 수 없는 고공비행을 했다면, 그것은 탁월한 뇌를 타고 났기 때문이 아니라 뇌를 더 잘 훈련했기 때문이다. - 저자 서문에서
대화에서 자신을 경탄시키고 감동시킨 것은 헌신의 능력이었다고 말한다. 과학자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지능이 아니라 끈기였다는 것. 고집에 가까운 끈기, 후퇴와 자기 회의에 굴하지 않는, 특히 경쟁에 아랑곳하지 않는 끈기라고 말하고 있다. 평생 기꺼이 앎을 찾아 헤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길위에 있는 기쁨을 아는 사람들이 있다.
"사랑은 앎에서 싹트며 앎이 확실해질수록 더 깊어진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저자는 과학자들을 만나며 그들의 앎과 사랑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로얄드 호프만 : 양쪽을 반드시 대립시켜야 하는 건 아니에요. 내 말은 분자의 아름다움이 예술작품의 아름다움보다 더 크거나 중요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보통 기대하지 않는 곳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요점이에요 예컨대 과학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분자에 대한 깊은 이해도 미적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우리가 명확히 알면,자연과학은 새로운 차원을 얻습니다. 자연과학이 더 인간적으로 보이게 되요.
슈테판 클라인: 교수님은 과학자의 특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로얄드 호프만 : 무엇보다 먼저 호기심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이 교감도 중요해요. 과학자는 결국 함께 일하는 공동체의 일원이니까요, 과학자란 한 사회 시스템의 구성원입니다. 그 시스템은 호기심을 유용하게 활용하고요.
전쟁의 공포를 겪고 살아난 유대인이지만 인류에 대한 희망과 아름다움에 대한 호기심을 간직하고 있는 호프만의 말은 우리에게도 힘을 주는 고마운 말이다.
슈테판 클라인 : 저도 한때 천체물리학자가 될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스물여섯살이던 저에게 별은 너무 멀리 있는 것 같았어요. 연구해볼 만한 경이로운 대상은 코앞에도 쌔고 쌨잖아요.
마탄 리스 : 그 시절에 당신은 달리 생각했을지 몰라요. 별은 우리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지구에서 성립하는 자연법칙은 별에서도 똑같이 성립해요. 물론 별에서는 주변조건이 극단적이라는 점이 다르긴 하죠. 그렇지만 우주는 우리의 생활공간이잖아요. 또 지구에 살았던 모든 인간이 본 별과 지금 우리가 보는 별은 똑같은 모습이에요. 게다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자면, 바로 우리 자신이 다름 아니라 별이 남긴 먼지예요.
마틴 리스는 우리들이 모두 별이 남긴 먼지라고 한다. 참 반가운 말이다. 먼지들이 슬퍼하고 다투고 전쟁을 하고 파괴하고 다시 세우고 산다. 내가 먼지라고 생각하면 자신의 삶에도 타인의 삶에도 좀 더 너그러운 마음이 들지 않을까? 비록 다시 내가 그것을 잊고 마음을 상하더라도 다시 이걸 기억하고 싶다. 그러면 새롭게 삶을 사랑하고 다시 살고 싶어질 것이다.
'난 먼지야! 호들갑 떨지마'
슈테판 클라인 : 모니어 교수님, 만약에 당신이 모든 기억을 잃어버리고 단 하나만 간직해야 한다면 어떤 기억을 선택하겠어요?
한나 모니어 : 딱 하나만요? 음, 좋아요. 언젠가 할아버지네 마당, 커다란 사과나무 아래 누워 있었어요. 풀이 무성했죠. 할아버지가 키우는 벌이 윙윙거리는 소리가 났어요. 그때 저는 루마니아에서 제일 좋은 고등학교 2곳중 1곳에 합격한 직후였어요. 곧 우리 가족이 사는 마을을 영원히 떠날 예정이었죠. 제 나이는 열 네살, 무언가 특별한 것이 나를 기다린다고, 이제 진짜 인생이 시작된다고 어렴풋이 느꼈어요. 또 내가 강하다고 느꼈고요. 출발을 앞두고 느낀 그 평온함, 그 느낌을 영원히 간직하겠어요.
1957년 루마니아에서 태어난 한나 모니어는 루마니아를 떠나 독일에서 공부하고 임상 신경생물학 교수가 된 과학자이다. 출발을 앞두고 자신이 강하다고 느낀 평온한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고 했다. 아름다운 사람이다. 나 자신에게 질문해본다. 내가 강하다고 느낀 적이 있었나?
슈테판 클라인 : 교수님이 연구를 통해 얻는 것은 뭘까요?
한나 모니어 : 연구를 통해 얻는 것?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죠. 제가 몇 달 전부터, 때로는 몇 년 전부터 기다려온 결과를 함께 연구하는 동료가 알려줄 때, 그리고 갑자가 퍼즐 맞추기에서처럼 연관성이 드러날 때, 저느 저 자신을 완전히 잊어버립니다. 잠깐 동안 시간이 멈추죠,. 지금 이 일만 생각하고 다음 순간조차도 생각하지 않게 돼요. 저 자신과 세계가 하나로 결합되어 있다는 심오한 느낌이 밀여오고요, 그럴때는 기억도 아무 구실도 못해요. 거의 신비 체험에 가까워요. 감깐 동안, 오롯이 현재에 있는 경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경험하는 과학자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인 듯 하지만 우리와 같은 우주에서 함께 기뻐하며 살고 있는 인간이라는 생각은 우리를 연결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