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흔든 시 한 줄 - 아프고 외로웠던 나를 지탱해준 청춘의 문장들
정재숙 엮음, 노석미 그림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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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그러므로 아름답다.

 

-바스와바 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중에서

 

오늘 4. 16이다.

이 시를 다시 읽으며 사라진 아름다운 아이들을 생각한다.

그 아이들은 아름다운 아이들이었을까?

엄마와 큰소리치고, 짜증내고,

형제들과 다투다 혼나고

선생님께 버릇없이 굴고

가끔 친구들에게 기분 나쁜 소리도 하는

아이였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사라졌다. 아름다운 별이 된 아이들이라고 한다

사라지지 않았어도 별처럼 빛날 아이들이었을 것이다.

 

그 아이들을 기억하는 하루가 되겠지만 나도 사라진다는 것을 기억하자

'나는 사라질 것이다'를 기억하면

살아질 것이다.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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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
법인 지음 / 불광출판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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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살아있는 유기체이다.

생명은 그 자체로 주체이다. 주체적인 생명은 남의 삶을 엿보거나 자기 삶을 헛되게 소비하지 않는다.

가치 있는 것, 의미 있는 것을 찾아 자기만의 느낌과 감동으로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생명이다

오늘날 우리 모두가 성찰하고 숙고해야 할 대목은 모든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가, 혹은 죽이고자 하는가, 라는 궤도와 함께 나의 의도와 욕망이 진정 생명이 생명다움일 수 있는 가치와 의미가 있는가. 라는 문제이다. 타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해서, 나의 선택이고 자유라고 해서, 의미 없고 가치없는 것들에 몰두하는 나의 삶의 방식을 걷어내지 않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러한 의도와 행위 또한 소중하고 엄숙한 자기 생명을 무익하게 만들기 때문에, 당신의 욕망은 유죄라고, 그 죄명은 '인생을 낭비한 죄'라고 말하고 싶다.

 

내 인생을 낭비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의 욕망은 무죄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물음 속에서 삶의 의미와 가치들을 다시 생각해보라는 말씀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말씀 속에서 봄이 되어 나오는 생명들을 생각한다.

진달래는, 개나리는, 목련은, 매화는 자기 생명을 다하여 꽃피우고 있다. 나는 어떤 꽃을 피우고 있는가? 대답을 해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하신다,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면 잠이 들곤 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

눈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고 했었네 

박노해 - 겨울의 시

 

시를 다시 옮기며 아름다운 시에 감사하다.

아름다운 시낭송을 하신 할머니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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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풋가지行 시작시인선 178
성선경 지음 / 천년의시작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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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나무 아래서

 

형이 내게 물었다

너는 다음에 뭐가 되고 싶니?

나는 형에게 되물었다

형은?

형은 푸조나무 그늘 아래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앉았다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천천히 고개를 숙이고

형 옆에 나란히 앉았다

나는 방금 한 질문을 잊어버리고

형도 해야 할 대답을 잊어버리고

나는 잠깐

형의 팔베개에 머리를 누이고

오랫동안 하늘을

하늘의 구름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푸조나무 아래서

 

다시

내가 고개를 들었을 때

푸조나무 한 세상이

잠깐 왔다 갔다

 

그 푸조나무 아래에 눕고 싶다

그 나무 아래 누워 있으면 이 한 세상이

그저 왔다 갈 것이다

언니는 무어라 할까?

일어나 밥이나 하라고 하겠지

그래 밥해서 언니를 먹여야지

 

백화만발

 

아들이 아버지를 업고 건너는 봄이다

텃밭의 장다리꽃이 나비를 부르면

걷지 못하는 아버지의 신발은 하얗다

중풍의 아버지를 모시고 아들은

삼월의 목욕탕을 다녀오는 길이다

아버지는 아들의 등이 따스워 웃고

아들의 이마엔 봄 햇살이 환했다

아들이 아버지를 업고 건너는 봄이다

아버지의 웃음에 장다리꽃이 환하고

장다리꽃은 배추흰나비를 업고 건너는 봄이다

중풍의 아버지를 모시고 아들은

삼월의 온천을 다녀오는 길이다

장다리꽃이 나비를 부르는 봄이다

나비가 장다리꽃을 찾는 봄이다

걷지 못해도 아버지 신발은 하얗고

뛰지 못해도 아들은 신명이 나 훨훨

장다리꽃이 배추흰나비를 업고 건너는 봄이다

배추흰나비가 장다리꽃을 안고 건너는 봄이다

방금 장다리꽃이 빙긋이 웃고

따라서 배추흰나비가 빙긋이 웃어

장다리꽃이 배추흰나비를 업고 건너는 봄이다

배추흰나비가 장다리꽃을 안고 건너는 봄이다

 

백화만발이라니

이런 눈물나게 아름다운 장면을 노래하는 시인이라니

아버지가 돌아가신 아들들이 눈물나겠다

아버지를 한번도 업어보지 못한 아들들은 한숨짓겠다

아버지를 업고 봄 햇살을 맞이하고 싶은 봄이겠다.

김기림의 시 '바다와 나비' 에서

 나비는 겁먹은 지식인이었다면

이 시에서 나비는 아름다운 아버지가 되어 봄을 건너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봄을 만나고 있구나

고마운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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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花 園 (화원)

                   
 
坐中花園 膽彼夭葉(좌중화원 담피요엽)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兮兮美色 云何來矣(혜혜미색 운하래의)
고운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灼灼其花 何彼(艶)矣(작작기화 하피염의)
아름다운 꽃이여 그리도 농염한지

斯于吉日 吉日于斯(사우길일 길일우사)
이렇게 좋은날에 이렇게 좋은날에

君子之來 云何之樂(군자지래 운하지락)
그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臥彼東山 (觀)望其天(와피동산 관망기천)
동산에 누워 하늘을 보네
明兮靑兮 云何來矣(명혜청혜 운하래의)
청명한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維靑盈昊 何彼藍矣(유청영호 하피람의)
푸른하늘이여 풀어놓은 쪽빛이네

吉日于斯 吉日于斯(길일우사 길일우사)
이렇게 좋은날에 이렇게 좋은날에

美人之歸 云何之喜 (미인지귀 운하지희)
그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선 세종때의 최한경이 성균관 유생 시절 지은 시라고 한다

정훈희와 조관우의 노래 '꽃밭에서'가 되었다

노래를 듣는 시간 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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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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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믿음일 수 있다. 우리는 책에게서 무엇을 가져올 수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진심을 다해서 책을 대하고 묵묵히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책은 어느 날 수줍은 소녀처럼 선물을 건넨다. 그 선물은 사람들이 선택할 수 없다. 책 속에서 뭔가를 계속 얻어 가려고 하는 사람은 그저 자기 욕심만 챙겨 갈 뿐이다. 그리고 사람들 앞에 그 욕심을 내세우며 책 속에서 뭔가를 얻었다고 자랑하기 바쁘다. 사실 그것은 책 속에서 받은 게 아니라 책을 이용해 자기가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조용히 비가 오는 날 마당이 있는 작은 집에서 창문을 열어놓고 마음이 이끌어주는 책을 한 번 읽어보라고 그 시간, 그 장소에서, 바로 그 책을 읽는 일만큼 풍성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일상은 그렇게 많지 않다. -183p에서

 

어디에서 책을 읽든,

어떤 책을 읽든,

진심을 다해서

묵묵히 책을 읽는 사람들을 만나고 얻은 선물을

조용히 내미는 책이다.

 

마당이 있든 없든 마음이 이끌어주는 책을 조용히 읽을 일.

오늘은 창 밖으로 봄 볕이 내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 순간 만난 책이 반갑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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