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은 오월인데
피천득 지음 / 민음사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월

 

 

친구 만나고

울 밖에 나오니

 

가을이 맑다

코스모스

 

노란 포플러는

파란 하늘에

 

단순하고 맑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어떤 아가의 근심

 

엄마!

아빠가 살아나면

어떻게 그 무덤 헐고 나올까?

흙 덮고 잔디 덮고 다져 놨는데

 

엄마!

아빠가 그 이상한 옷을 입고 어떻게 오나?

사람들이 우습다고 놀려 먹겠지!

 

일곱살에 돌아가신 아빠에 대한  기억이 엄마와 나누었던 대화를 기억했다가 시가 되었을까요?

죽음 앞에서도 아기의 천진한 근심이 웃음을 선물합니다.

 

 

아가는

 

아가는

이불 위를 굴러갑니다

잔디 위를 구르듯이

 

엄마는

실에 꿴 바늘을 들고

그저 웃기만 합니다

 

차고 하얀

새로 시치는 이불

엄마도 구르던 때가 있었습니다

 

바느질 하는 엄마 곁에서 이불 위를 구르는 장난을 하지만 엄마는 웃기만 한다고 기억합니다.

그 엄마도 이불 위를 구르던 때가 있었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시인의 마음이 따뜻합니다.

10살에 돌아가신 엄마를 기억하면서도 슬픔보다 따뜻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기다림

 

아빠는 유리창으로

살며시 들여다보았다

 

귀밑머리 모습을 더듬어

아빠는 너를 금방 찾아냈다

 

너는 선생님을 쳐다보고

웃고 있었다

 

아빠는 운동장에서

종 칠 때를 기다렸다

 

시인의 딸에 대한 시인 듯합니다.

딸의 학교에 찾아가서 유리창으로 딸의 모습을 바라보고 운동장에서 종칠 때를 기다리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버지의 유산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버지의 죽음을 마주하고 선 작가 필립 로스는 죽음과 맞서는 아버지의 삶을 천천히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할 수 있는 작가와 아들과 함께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장엄하다.

 

죽는 것은 일이었고 아버지는 일꾼이었다. 죽는 것은 무시무시했고 아버지는 죽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의 손을 잡았고, 그래도 그것은 아직 아버지 손의 촉감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이마를 쓰다듬었고. 그래도 그것은 아직 아버지의 이마처럼 보였다.  (278p)

 

죽는 일을 피하지 않고 눈 부릅뜨고 지켜본 작가와 아버지가 있어 죽음을 조금 느끼게 된다.

부드럽고 환한 아기의 삶과  아름다운 청년의 삶을 살고, 그리고  우리는 노년의 처참함도 살아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쉬어도 피곤한 사람들 - 피로 사회를 뛰어넘는 과학적 휴식법
이시형 지음 / 비타북스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바쁜 사회다. '피로사회'라는 말이 당연한 것처럼 되었다.

피로를 풀기 위해 보약을 먹고, 헬스크럽에서 운동하지만 진정한 쉼을 쉬지 못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인 이시형박사님은 정신과 의사로 일한 뒤,  진정한 휴식을 위해 힐리언스 마을을 세워 연구하는 85세의 현역이다 

쉬어도 늘 피곤하다고 하는 현대인들을 위해 저자는 잘 쉴 수 있는 처방을 하고 있다.

뇌가 쉬어야 한다고,

DMN(default mode network)은 의식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동안에도 활동하는 뇌의 기본회로라고 한다. 우리가 멍하니 있는 상태에서도 쉬지 않고 활동하기 때문에 쉬지 못하는 것이다. 에너지 소모량도 뇌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60-80%를 차지한다고 한다. DMN이 쉬어야 진정한 쉼이 되므로 뇌가 쉴수 있는 잠과 운동, 명상, 음식 등 잘 쉴 수 있는 처방을 하고 있다.

 

뇌가 잘 쉬어야 진정한 쉼이 되며 진정으로 쉬어야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른이 되면 - 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 보낸 시설 밖 400일의 일상
장혜영 지음 / 우드스톡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열세살 동생을 시설에 보낸 한 살 위 언니, 언니는 동생이 없는 삶을 이해할 수가 없다.

왜 동생을 시설로 보내야 하는지, 자신은 동생없이 행복해도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차마 기쁘게 웃을 수가 없었다. 그 웃음은 혜정이를 가둔 대가로 얻어진 전리픔 같았다'고 말한다.

작가는 동생이 사라질 때 사라진 자신의 일부를 찾기 위해 18년 뒤 동생을 시설 밖으로 데리고 나온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일상인 사회에서 동생과 함께 살기는 각오와 다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도 동생과 함께 하는 일상이 행복하다고 한다. 때로 동생 때문에 힘들고 세상의 편견을 만날 때마다 마음이 상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행복을 망치지는 않는다.

일상을 함께 하고 평범한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무수한 실수와 실패를 겪어야 했지만 언니와 동생은 행복하게 노래하고 웃는다. 그 웃음이 환해서 세상 한 쪽이 아름다워진다.

자신들의 일상을 다큐로 만들어 세상에 공개한 것은 장애인과 함께 하는 세상이 가능하고 그것이 우리 삶의 존엄에 맞는 것임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죽임을 당하지 않고 죽이지도 않고서

굶어 죽지도 굶기지도 않으며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나이를 먹는 것은 두렵지 않아

 

 

상냥함을 잃는 것이 두려울 뿐

모두가 다 그렇게 살고 있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싶지는 않아

 

흐르는 시간들이 내게 말을 걸어오네

  

라라리 라라리 라라리 라리라리

라리라라 라리라라 라라라라라리라라

라라라라

 

 

언젠가 정말 할머니가 된다면

역시 할머니가 됐을 네 손을 잡고서

우리가 좋아한 그 가게에 앉아

오늘 처음 이 별에 온 외계인처럼

웃을  거야

하하하하

 

둘이 할머니가 되어 이 별에 처음 온 외계인처럼 웃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다.

다.

자립은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과 보살핌 속에서 세상에 다시 없는 존재로서 자기 자리를 찾아나가는 과정이라는 작가의 말에 동감한다.

우리는 모두 자립하는 어른이 되기 위해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음이 쓰러진 사람들을 위해 마음을 내밀고 일으켜주는 책이다.

자신이 왜 그런지도 모른 채 심리적 위기를 겪는 사람들에게 눈을 맞추고 온몸으로 온맘으로 공감만 해주어도 자신의 존재를 찾아 회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 마음을 알아주기만 해도, 내가 이어져 있다는 것을 느끼기만 해도 사람은 살아갈 이유를 찾는다는 것이다.

 

친구가 아플 때 내가 한 말은 너무 어설픈 조언이거나 충고가 앞선 거였다는 것을 이제야 느낀다. 미안하고 미안하다. 다시 얼굴 볼 때 미안하다고, 네 마음은 지금 어떠냐고 온맘으로 물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