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픔이 마중하는 세계에서 - 병원 밖의 환자들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양창모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4월
평점 :
현대사회는 괴리사회다. 결정하는 사람을 경험하는 사람의 고통으로부터 안전하게 괴리되어 있다. 결정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전문가나 관료들이다. 검사를 받는 동안 고령의 환자가 받을 삶의 충격에 대해 의사는 무지하다, 검사결정을 내리는 의사가 자신의 결정을 간접적으로라도 체험한다면 아마도 검사의 절반 이상이 줄어들 것이다. 할아버지가 겪는 고통의 일부는 그런 괴리사회로부터 온 인재였던 셈이다. -41p
저자는 이런 아픔들을 보며 사람의 고통을 더 많이 찾아가고 접촉하려고 한다. 환자의 증상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 아픔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이 놓인 삶과 사회를 보려고 한다. 그 만남에서 소중한 온기를 얻고, 그 온기를 통해 사회에 대해 올바른 공공의료의 길을 제시해보려고 한다.
그 용기가 소중하다.
왕진을 간다는 것은 누군가의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그곳에 앉아 그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하다. 감춰진 헹복보다는 숨겨진 불행을 마주하는 일이 더 흔했다. 나도 저렇게 늙어가면 좋겠다 싶을 만큼 행복해 보이는 분도 많았지만 내가 저런 상황에 놓이지 않아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불행한 분도 많다, 노년의 대책없음과 외로움과 비참을 마주하기도 하는 것이다- 207p
저자는 그 현실을 보고 의사들의 왕진을 제도화해야 하고, 노인들의 정치세력화헤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발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주장에 공감하며 우리 사회가 이런 방향으로 가는데 관심을 놓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