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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와이프 ㅣ 스토리콜렉터 123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흔히 현실이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충격적이고 믿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우리의 상식을 뛰어 넘는 사건사고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비교하기 어렵지만 국내 모 이혼 관련 방송프로그램을 봐도 그렇다. 예능이므로 과장된 부분이 있다손 치더라도 버젓이 서로 친구지간인 커플끼리 바람을 피고 너무나도 당당하게 상대방 탓하는 것만 봐도 비정상, 몰상식이 아주 멀리만 있는 것은 아님을 느끼곤 한다.
우리는 그래서 스스로 규정하고 있는 상식이 무너질 때, 내가 아는 평온하고 이상적인 모습의 이면을 마주할 때 흔히 ‘멘붕’(멘탈 붕괴의 준말로 평정심을 잃고 자기 통제력을 상실한 상태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단어)에 빠진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조 올로클린, 두 딸이 있는 싱글대디인 그는 16개월 전 아내와 사별하면서 10여년이 넘게 투병해 온 파킨슨씨병이 상처의 깊은 상실감을 더욱 깊게 만들어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그에게 갑자기 부친의 비보가 날아든다. 신원미상의 사람에게 폭행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디 아더 와이프>는 작가의 출생지인 오스트레일리아는 물론 영국과 유럽 대륙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조 올로클린’ 시리즈의 신작이다. 작가 마이클 로보텀의 작품들은 독일과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TV 시리즈로 방영되어 호평받았으며. 영국추리작가협회(CWA)가 최고의 범죄소설에 수여하는 골드대거상을 두 차례나 수상하면서 이분야 레전드로 칭송받는 작가 스티븐 킹을 비롯해 많은 미스터리 거장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손꼽는다고 한다.
부친의 혼수상태 과정에서 주인공 조는 자신에게는 완벽했던 부친의 이중적인 모습에 또한번 놀란다. 올해 여든이 된 아버지는 50년 넘게 의학계 거물로 살아온 분. 그런데 병원에 가보니, 옷에 피를 묻힌 한 여자가 침상 옆에 앉아 울면서 아버지 손을 잡고 있는데 알고보니 이 책 제목처럼 또 다른 아내가 있었던 것이었다. 사건에 개입하지 말라는 현지 경찰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전작의 경우처럼 스스로 조사를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어렸을 때 엄격하기만 했던 아버지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런던에서 또다른 아내와 지냈고 금요일부터는 웨일스에서 보내는 식으로 이중의 삶을 살았으며 특히 상상할 수도 없었던 다정하고 익살스러운 또 다른 모습의 아버지의 사진들을 마주하면서 다시 한번 큰 충격을 받는다.
너무나도 단순한 해결방법이 있음에도 혼수상태에 빠졌기에 조는 계속 의문을 갖고 어떤 동기가 팔십의 아버지를 잔혹하게 폭행할만한 원한이 있었던 것인지 돈이나, 복수, 질투에 넋이 나간 결과인지 숨겨진 진실을 찾다가 충격적인 실상을 마주하게 되는게 이 소설의 반전이다. 이 부분 설정이 정말 흥미롭고 소설의 카타르시스라는 장치를 잘 차용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시간내내 흥미롭고 궁금해서 마지막 결론부터 찾아보고 싶었지만 꾹 참고 읽어 내려간 보람이 있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