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찻그릇 茶人圖書 3
윤용이 지음 / 이른아침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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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국에서 자기로서의 청자 제작은 970년대인 광종 연간, 즉 고려의 제도와 문물이 중국의 것을 배우기 시작하던 시기에 이루어졌다.(18쪽) 우리 찻그릇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져 본적이 없다. 학창시절에 수학여행이나 현장체험때, 박물관에서 본것이(유리 앞에서 보았지만) 가장 가까이 접해본 기회였다. 사람도 나이가 먹으면 몸이 써근써근해서 여기저기 이도 빠지고 힘도 없는 것처럼 그릇도 오랜 세월동안 몸살을 여러차례 치룬 흔적들이 보여 안쓰러운 느낌이 들었다.

찻그릇은 그 시대적 배경과 깊은 관련이 있는데 사치가 극대화되던 12세기 후반 의종 연간때는 화려하고 다양한 청자와 찻그릇을 살펴 볼 수 있었다. 청자상감운학문매병(48쪽) 만 보더라도 구름머리를 길게 끄는 꼬리가 비상하는 것처럼 느껴지며 학의 고매한 느낌이 시대계층이 느껴진다. 매우 멋진 느낌이였다. 그 당시 유행했던 청자 찻사발 작품을 구경하고 있자니 왠지 풍류를 즐기며 벗과 술한잔 나누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쌩뚱맞게도 폭포가 멋지게 흘러 내리는 곳에 자리잡고 앉아서 자연을 벗삼아서 친구와 담소를 나누며 차 한잔 하면 근심걱정 모두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마도 느낌만 그럴듯.

고려말에는 신흥사대부들의 등장으로 그들이 추구하던 성향에 따라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검소한 그릇이 나오게 된다. 화려했던 청자의 시대는 가고 대량 생산하는 과정에 칙칙한 색으로 변하고 문양도 단순해져 갔다. 문양속에서 생동감이 느껴진다. 14세기 후반부터의 끊임없는 왜구의 침략으로 그 이후의 가마가 없다고 한다. 지배계층의 변화에 따라 그릇의 용도가 바뀌어지고 왜구의 침입으로 실용적인 도자기가 대량 생산되기 시작했다.

조선시대 분청자는 나름대로 독특한 세계를 지닌다. 그래서 한국적인 것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 오래전부터 미술사가들은 "분청자를 보라. 분청자에 해답이 있다"고 답해왔다. (93쪽) 분청자는 자유로움과 천진난만함을 갖고 있다고 한다. 아는 것이 부족하여 '그렇구나' 싶었다. 조선시대 백자가 기술이나 재료가 고려시대 청자보다 이득이 많았으며 사대부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모든게 그러하듯이 흐름을 무시할 순 없는 것 같다. 보기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생동감이 넘쳐 보였다. 분청자철화어문대발(110쪽)는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름다운 우리 찻그릇>을 통해서 그 시대적 배경에 따라 변화해 가는 우리 찻그릇을 살펴 볼 수 있었다. 다소 내용이 쉽진 않았다. 한번에 삼키기에는 알지 못하는 것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머릿속에서 맴도는 것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도 가까이 하기엔 먼 찻사발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우리의 것을 알아가고 있는 내가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전에도 해보고 싶었지만, 도자기 체험을 통해서 우리의 찻그릇을 더욱 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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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이름 1 왕 암살자 연대기 시리즈 1
패트릭 로스퍼스 지음, 공보경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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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 표지에 나온 이 사람이 주인공 코우트이다. 지금은 웨이스톤 여관의 주인인 코우트가 책의 주인공이다. 코트라고 하면 왠지 '오바코트'느낌이라서 코우트라고 지었나 하는 실없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알겠지만, 그는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어린 시절 그의 이름은 '크보스'이다. 가장 행복했던 추억과 끔찍한 고통이 공존하는 그 이름.

이야기 속에서는 흔하지만 현실에서는 대단히 드문 완벽한 가을날이었다. 사냥용 활을 소지한 군인 출신의 남자 여섯이 행인을 둘러싸고 가진 것을 몽땅 털어 가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인 것이다. (38쪽) 이 글을 읽으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완벽한 가을날이 문제였던 것일까? 연대기 작가와 강도의 실랑이는 제법 신사적이였다. 강도는 연대기 작가의 망토를 챙기면서 자신의 허름한 망토를 두고 가는 심한 배려심을 보여 주었다. 코우트는 여관을 운영하면서 제자도 양성중이였는데 그의 이름은 배스트였다. 이름에 얽힌 사연이 있다면 '배스트는 안에 입고 그 위에 코우트를 입으면 추운 겨울에 끄떡없다' 는 허무한 유머.

그 당시는 매우 흉흉한 시절이라서 자칫하면 강도 당하고 재수없으면 죽고 사람들은 먹고 살기 팍팍하고 그런가 보다. 연대기 작가는 처세술에 능해 보여서 적당히 털려 주고 그들이 떠난 후 적당히 지갑을 채워 주며 길을 떠났다. 하지만 갈길은 산을 넘고 넘어야 하기에 말이 꼭 필요했으나 구하지 못하고 너덜너덜한 다리를 추스려가며 걷고 있었다.  그러다가 코우트를 만나게 된다. 최악의 상황에서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 대형거미가 등장하고 발에 카터가 달렸고 '스크레얼'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거미가 어찌나 행동이 빠르던지 연대기 작가는 이미 뒤로 넘어갔고 코우트 혼자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싸운다. 아시다시피 주인공 옆에만 잘 붙어 있으면 죽지 않고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점. (감독이 너무 야박하지 않다는 전제하에서) 연대기 작가는 처세술이 뛰어나기에 잘 알고 있었던 것이였다. 연대기 작가의 몸에 들러 붙은 왕거미 떼주기 위해서 불가피 하게 갈비뼈 두개가 나가는 최소한의 부상이였다. 숨쉴때마다 아프다는 갈비뼈인데,  나중에는 웃기도 하는 연대기 작가이다.

연대기 작가(이것 자체만으로도 웃기다)는 코우트를 알아 본다. 그가 크보스라는 것을. 강렬한 빨간 머리, 그의 특징으로. 연대기 작가는 그토록 궁금해 했던 크보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연대기 작가는 코웃음 치면서 보통 이틀이면 충분하다고 했지만 코우트(크보스)는 나흘이 필요하다고 한다. 급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연대기 작가는 여관에 남아서 코우트의 이야기를 듣는다. '아쉬운 놈이 우물을 파야지 어쩔 수 없잖아.'  그의 기나긴 이야기는 시작된다. 대체적으로 그렇듯이 처음엔 매우 희망적으로 그러다가 팍 고꾸라지는 형상으로 이야기는 달리고 있다. 어찌하였든 그 과정은 통과하고 15살의 나이에 대학에 들어서려는 코우트. 그의 앞날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어린시절 겪었던 비통함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일이 벌어진다니 험난한 그의 인생이 눈에 확 스쳐지나가는 것 같다. 어떻게 지나갈지는 책을 읽어 봐야지 알겠지만, 신비술사 크보스의 기나긴 여정이 기대된다. 오랜만에 읽는 판타지 쭈욱 당기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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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a:] 어웨이큰드 Awakened 시리즈 1
투 비 어웨이큰드 지음, 월간 유이 옮김 / 유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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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을 시작하기 전에 읽었던 3페이지를 읽으면서 뭐가 뭔지 잘 와 닿지 않았다. 1장을 읽는 순간부터 이 책은 은근히 사람을 끌어 당기고 있었다. 톡 이마위에 떨어지는 차가운 느낌에 스무 살 청년인 가이는 잠에서 깨었다. 무작정 여행을 떠난 덕분에 배안에서 배멀미에 시달리고 있었다. '예쁘지만 미쳤군' 처럼 이 책의 소제목이 이 책에 더 빠져 들게 만든다. 몇페이지의 내용을 간략하게 함축시켜 놓았다. 가이는 옥스퍼드 면접에서 받았던 질문 '너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가? 아니면 이것은 현실인가? 논하라.' 라는 질문을 떠올리고 있었다. 지금이 현실인지, 꿈인지, 지금이 꿈이라면 깨어날 수 있는 것인지, 나역시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가이는 헨리와 키이라는 친구와 만나게 되고 운명의 길을 떠나게 된다. 미래가 이미 예언 되어진 거라고 말하던 가이와, 헨리는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한다. 무엇이 맞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죽을명은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런 영화를 많이 보아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운명의 길을 떠나게 된 발단은 가이가 실험실에서 우연히 떨어 뜨렸던 '그것'이였다.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도 매우 굉장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키이라가 문득 헨리에게 던진 한마디 '누구에게나 선택되어지는 쪽'이라고 말했지만, 키이라도 그런 부류였다. 묘하게도 가이는 그런 느낌을 가진 사람은 아니였지만, 헨리가 바라보는 가이에게는 특별함이 존재했다. '그것'이 깨지면서 대학교의 연구팀과 프로젝트의 방향도 모든것이 바뀌어버렸다. 그리고 '그것''그것'을 연구하던 연구소 사람들도 함께 자취를 감춰 버렸다. 무슨일이 생길 것 같은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배멀미에 시달리던 가이는 풍랑을 맞아 배는 난파되고 제일 어린 선원이였던 마레와 함께 길을 떠나게 된다. 이집트를 향해 가던 도중 신비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그 소녀의 이름은 고라라고 우선 지어놓았고 가이의 등에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뭔가 그 소녀 역시 예정되었던 운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가이 앞에 이런저런 사고가 난다. 그것을 무사히 벗어날 수 있게 고라는 등불같은 역할을 한다.

지구란 행성도 언젠가 없어지는구나. 그래서 완벽한 것이고, 불균형과 불완전을 안고 있는 지금 모습 그대로이기 때문에 그 어떤 한계나 조건에도 속박되지 않고 무한한 가능성인 모습으로 존재하게 된다. (135쪽) 이집트의 쿠푸왕 피라미드의 축조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책을 읽을 때면 내 자신을 제한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 약간 아리송송 하면서도 지금의 현실과 맞닥뜨리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꿈과 현실사이를 매력적으로 오고 가면서 독자를 사로잡고 있다. 묘하게 읽으면 읽을수록 끌리는 책인데 중간에 정신을 놓으면 안된다. 나는 중간에 약간 흔들렸던 탓에 반절 부분에서 이 책의 묘한 매력에 약간 흥미를 잃어 버렸다. 0의 사람들, 9의 사람들, 9의 사람들을 따르던 6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 이야기는 이부분을 좀 반복함으로써 약간 내 정신을 내놓게 만들었다. 노인과 노인의 아들 G과 지키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지, 0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알았음에도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지구는 어떤 운명을 맞이하여 그것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는 사람들이 나타날 것인지, 아니면 아틀란티스처럼 그대로 무너져 내릴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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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대중문화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6월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제게 아무말도 해주지 않고 갑작스럽게 다가오더니, 저는 더위에 포위당해 버렸습니다. 어쩔 수 없죠. 전 매번 6월에 끌려댕기곤 합니다. 6월부터 시작해서 8월, 어쩌면 9월까지 전 더위에 꼼짝없이 당해서 애벌레처럼 꼬물꼬물 댕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 허물을 벗어 낼수 있을지. 으쌰으쌰 하면서 6월을 시작해 보렵니다.  

 

 첫번째는 그림, 어떻게 시작할까?

그림을 시작해 보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어느 곳에나 그림을 그리곤 했습니다. 어른들의 눈으로 보았을때는 그것이 웃기게 느껴졌을지도 모르지만 어린시절에는 벽지에도 흙에도 어디 곳에서나 무언가를 들고 자연스럽게 그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구지 스케치북이랑 연필을 들지 않고서도요. 우리는 그런것을 좋아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우리의 그런 자유로움을, 창의성을 빼앗겨 버린것 같아요. 만들기를 하고 그리기를 할때 그리는 것에 한계가 있고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코끼리는 이렇게 그려야 하고 병아리는 병아리 답게 그려야 했죠. 그런 제한되어진 틀을 깨버리고 나만의 생각을 표현해보고 싶습니다. 내 안의 숨겨진 나를 만나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림 이렇게도 한번 그려보죠?? 

  

 

  두번째는 우리악기, 우리음악 입니다.    

 

우리악기, 우리음악에 무관심하게 살아왔습니다. 우리의 소리에 귀 기울일지도 알아야 하고 우리의 것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집에도 가야금이 있지만, 전 할 줄은 몰라서 가끔 튕겨보기만 하는데 소리가 참 아름답습니다. 피아노는 어느 정도 쳐야 소리가 이쁘게 들리는데 가야금은 그냥 튕겨만 보아도 소리가 귀에 거슬리지 않습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인지도 모릅니다. 조상님들은 풍류를 즐기실 줄 알았는데 현대인은 풍류는 흥청망청쪽으로 좀 나쁘게 변질 되어 버린것 같아 아쉬움이 큽니다. 다 그렇지는 않지만요. 우리악기, 우리음악이 사라지고만 있는 것 같아서 그 맥이 끊기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할때인 것 같습니다. 그런 연유로 읽어 보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세번째는 희곡쓰기의 즐거움 입니다.  

  

 

무슨 책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 책을 읽으면서 저도 희곡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 든적이 있었습니다. 글을 잘 쓰지도 못하면서 내가 쓴 희곡을 무대에 올려보고 싶다는 그런 막연한 생각을 해본적이 있습니다. 희곡이 매력적이긴 합니다. 그 매력속으로 다시한번 빠져들고 싶어집니다. 
 
 

 

 

 

 

네번째는 춘우의 아름다운 우리나라 입니다.  

  

 대한민국 아름다운 곳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 입니다. 주말에 가족과의 나들이 계획을 세우곤 합니다. 막상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고 자칫 잘못 계획을 세우면 연휴가 망치기도 하고 어렵습니다. 카메라 들고 좋은 풍경과 추억을 담아 오면 정말 좋겠다 싶어요. 대한민국에 살면서 가보지 못한곳들이 많은데 이 책을 보면서 그곳에 가서 나만의 매력이 있는 사진을 담아 오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은 곳보다는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곳을 찾는 재미가 새로울 꺼라 생각됩니다.  

 

 

다섯번째는 코코 샤넬 입니다.  

 

  

패션 책을 읽으면서 코코샤넬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예전에는 만화책으로도 한참 재미있게 읽었었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배우 못지 않게 아름다웠던 그녀의 미모. '패션은 사라지지만 스타일은 영원하다' 라는 그녀의 주옥같은 말. 화려하고 멋지게 살았을 것만 같은 그녀이지만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녀의 삶은 고독 그 자체였던 것 같습니다.

그녀의 패션과 일대기를 읽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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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러 나가다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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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느낌은 스티븐 킹의 <죽음의 무도>를 읽어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표현이 꽤나 재미있다. 실랄하면서도 우스꽝스럽고 다분히 세련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다. 이 책의 시대는 제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과 후, 그리고 제 2차 세계대전이 곧 발발할 시점에 있다. 전쟁이란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고통스러운일이다. 책에서처럼 전쟁도 무섭지만, 전쟁후의 일어날 일들이 더 두려운 것이다. 책속의 조지는 아담한 키에 자신의 발등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몸매에 틀니를 끼고 있는 중년으로 45세이다. 틀니를 끼었다는 말에 더 연로하신건 아닌가 생각했지만, 지금으로부터 몇십년 전에는 그럴수도 있을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런것이 별것인가? 처음에는 조지라는 중년의 심드렁하고 지루한 나날들에 대한 이야기가 지속될것만 같았다. 마누라한테 바가지 긁히고 아이들한테 치여서 그렇고 그런 남자가 되어버린 조지의 이야기를.

나는 많이 바뀌었고 부침을 겪었지만, 주로 오르막을 탄 사람이다. 그럴까 싶으실지 모르지만, 내 아버지는 지금의 나를 보게 된다면 꽤 자랑스러워  것이다. (55쪽) 그는 보통 이렇게 말하며 우리를 실소짓게 만든다. 조지는 1893년에 태어났다. 앞부분 에서 조지의 어린시절 이야기가 나온다. 뭐 다들 그렇겠지만, 어린 시절에 '무언가를 죽이는데 일력을 삼아 전투적으로 죽인다'라는 표어를 달 정도로 잔악한 수준이다. 특히 남자아이들이 그 수준이 심한데 난 남자아이가 아니였지만 꽤나 만만치 않은 소녀였다. 나땜시 죽은 개구리(개구리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곤충들)를 생각하면 정말 마음 깊이 속죄하고 있다. 나의 어린시절에 '낚시'라는 놀이는 없었기에 '낚시'이야기가 좀 길게 나왔을때는 지루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저자의 역량이 충분히 그것을 넘길 만큼은 되었고 그 시절 '낚시'를 사랑했던 소년과 소녀들이 많았을 꺼라 나름 예상해 본다. 이 '낚시'의 추억은 조지라는 인물에게 매우 소중하고 아련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 평화로웠던 명화같은 느낌이니까. 전쟁이 시작된 후에 연못에 앉아 낚시라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주변의 풍경에 비오듯이 쏟아지는 폭탄이란.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916년 가을, 내가 부상당하기 직전이었다. (119쪽) 전쟁중의 심각한 상황속에서도 우스꽝스럽기 그지 없다. 조지는 이 해 말까지는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 포탄에 당하는 사람은 반드시 그것을 안다고 하는 부분에서 자지러질 수 밖에 없었다. "너 잡으러 간다, 너 임마, 너, 너 임마, 너 ......!" (160쪽) 죽을지도 모르는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나올 수 있다니. 그일로 인해 운좋게 갈비뼈가 한개 나가주어서 영국으로 이송될 수 있었다. 전쟁속의 조지는 만화 심슨을 보는 기분이였다. 전쟁이라는 것 자체가 바보짓이고 원치않는 싸움을 하는 이들은 죽거나 어디가 망가지거나 정신은 상하고 육체는 살아남는다. 평범하지만, 나름 운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조지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꽤나 난감하다. 전쟁도 겪고 만만하게 뚱보 조지라는 놀림도 받고(뚱보가 된 것은 불과 몇해전 전 일이다.) 마누라한테 바가지도 긁혀가며 조지는 중년이 되어 버린것이다.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된다. 그런말 하면 뭐하나? 뭐라고 아무리 입 아프게 말해도 사람은 자기가 알아서 보고 마음대로 판단해버리기 일쑤인데, 나도 그런편이라 할말은 없다. 부인 몰래 그에게 생긴 17파운드, 그는 이돈으로 일탈을 꿈꿔본다.

자신이 살던 로어빈필드를 찾아가 보기로 한다. 첫사랑은 그냥 그대로 남겨두는게 좋다고 말했지. 조지가 살던 동네는 예전의 모습을 찾아 보기 매우 어렵게 되어 버렸다. 자신의 아버지가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했던 그 곳, 자신이 태어났던 그 집은 사라져 버렸다. 살던 동네가 통째로 사라졌다고 해도 요즘 세상에 이상할 것도 없지만 그 당시에도 마찬가지였을 꺼라 짐작된다. 사람의 심장이 멈췄을때 죽은 것이라고 보지만 뇌가 멈출때도 그 사람은 죽은것과 마찬가지라는 조지의 말에 동감한다. 생각이 변할 수 없다는 것은 전쟁 못지 않게 두려운 일이다. 그런 사람과 아무리 다른 이야기를 해보았자, 이야기는 원점으로 돌아가고 만다. 답답할 일이다. 종종 죽어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심각하고 우울한 책이 되었을 수도 있었지만, 저자는 그것을 용납치 않는다. 조지가 생각하는 자신은 여전히 꽤 괜찮은 구석이 있으니까(남들이 뭐라 할지라도) 그런건 상관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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