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이 끝나고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표지가 안갯속에 휩싸여 있는 듯한 느낌이 공포와 잘 어울리는 듯하다. 저 건물은 백작이 사는 곳일까 생각해 보았다. 전직 예심 판사로 지금은 작가 지망생이 원고를 들고 편집장을 찾아왔다. 그가 들고 온 원고는 바로 이 책 <사냥이 끝나고>이다. 편집장의 이야기가 짤막하게 시작된다. 두 달 후에 편집장은 그의 원고를 읽어보게 된다. 그 기일이 석 달 후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으나, 편집장의 글이 더 흥미로웠다. 글솜씨가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의 이야기는 쉽게 읽힌다. 뭔가 알아서는 안되는 한 사람의 비밀을 알아 버린 듯 껄끄러운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글이 쉽게 읽힌다는 것은 꽤나 매력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책 속에서는 꽤 많은 등장인물들이 소개되어 있다. 이름이 길지만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소설 속 화자 지노비예프 그리고 카르네예프 백작, 백작의 영지 관리인 우르베닌, 붉은 옷을 입은 아가씨 올가 등 네 사람이 이야기 속 중심인물들이다.

지노비예프 옆에 있는 앵무새와 하인은 그 시절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은 아니였다. 앵무새는 매번 같은 말을 하는데 "남편이 아내를 죽였다." 라고 한다. 하인은 지노비예프가 정신 좀 차리고 살았으면 하는 눈치인데 특히나 백작을 싫어한다. 지노비예프를 끊임없이 유혹하는 인물이 백작이라고 할 수 있다. 백작이라 재산과 시간이 많아 그것을 주체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술을 물보다 더 많이 마셔서 곧 죽지 않을까 싶었는데 끈질기게 살아있다.

올가는 19살 아름다운 아가씨이고 우르베닌은 그녀에게는 할아버지 뻘 되는 느낌이다.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한 사이이고 백작과 지노비예프 요렇게 세 사람은 치정에 휩싸인다고 보면 될 듯하다. 만나지 않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우르베닌은 사랑스러운 올가에게 빠져서 세상을 다 가진듯하였으나, 그녀는 결혼을 하자마자 후회한다. 그런 아름다운 올가를 지노비예프가 정말 사랑했냐고 묻는다면 그녀의 아름다움을 취하고 싶었다고, 백작보다 더 그녀와 결혼할 생각이 없었음을 자신이 더 잘 알 것이다. 가능했다면 올가는 백작과 결혼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지노비예프는 상대방을 원하지만 책임은 회피하고 싶은 인물로 보인다. 전에 마음에 두었던 여인도 '약혼자'라는 말에 그녀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결국엔 파국으로 치닫고 만다. 백작과 지노비예프는 여전히 그들만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을 어느 정도 읽었을 때쯤 누군가 희생양이 될 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애꿎은 사람이 범인으로 몰렸다. 편집장은 책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한다. 결국 지노비예프이자 이 책을 쓴 전직 예심 판사였고 작가 지망생은 이 책을 통해서 무엇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 2023 제17회
박소해 / 나비클럽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3년 한국펜상 수상작과 우수작 여러 편이 이 책에 담겨있다. 해녀의 아들은 짧은 내용이었지만 푹 빠져서 읽다가 어머니께서 해녀로 물질을 하시고 아들은 형사라고만 생각했다. 대장 해녀의 죽음으로 인해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지 못하게 그날의 진실을 알게 되고 고마운 사람으로만 알던 이가 실은 그 사건의 주범이라고 생각하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국가권력이 국민을 학살한 제주도 4·3 사건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허망하고 처참하게 죽었다. 저자의 말처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시간이 흐른다고 진실이 묻히는 건 아니다.


글을 읽으면서 할머니께서 독초를 정성껏 키우시길래, 독초도 독을 제거하면 좋은 약재로 쓰이려니 생각했다. 추리소설답게 독초를 자연스럽게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 썼다. 이 글을 읽으면서 뉴스에서 벌어진 사건이 생각났다. 경로당에서 할머니 몇 분이 응급실에 실려갔다고 했다. 진상을 알게 되었을 때 놀랐다. 피해자의 대부분은 여자가 많다. 이 책 속에서 나온 여주인공은 파이팅이 넘쳤다고 해야 할까~ 굳이 죽일 필요까지는 없었겠지만, 그들이 무심코 했던 말이나 행동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좋은 말로 했을 때 멈췄어야지.'라고 말하고 싶다. 사건이 되기 전에 보호를 받고 안전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자신과 닮은 사람을 스스로 내게 오게 하는 방법이라고 해야 할까? 연모에서는 감정을 느끼지 못해도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게 마음에 들었다. 사람마다 감정을 느끼는 방식도 다르지만, 그것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런 그를 엄마는 열심히 인간의 감정을 느끼게 하려고 키워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끄는 방법도 알았다.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한동안 뉴스에서 '그들은 왜 저러나?' 사람을 죽이고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는 둥 무서운 이야기들뿐이었다. 드라마나 만화에서 본 듯한 이야기도 있었고 마지막 편인 알렉산드리아의 겨울은 실제 뉴스를 본 기억과 책 속 내용이 마주 보고 있는 듯하여 섬뜩했다. 한편이 끝나면 마지막에 작가의 글이 있어서 그 내용을 더 음미할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괴 편의점 1 : 훈남 고양이 점장
레이죠 히로코 지음, 도미이 마사코 그림, 김보나 옮김 / 올리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떤 소녀가 골목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어요. 제가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어 놓았답니다. " 스마트폰 속 영상에서 소녀가 골목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되었는데 그 순간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요괴 편의점 1권은 훈남 고양이 점장 이야기로 시작된다. 아사기는 이사오기 전 네 가족이 살다가 엄마와 함께 이곳으로 이사 왔다. 이제는 둘뿐이라서, 엄마도 아사기도 편하게 편의점 음식으로 식사를 하고, 아사기는 편의점 탐방을 좋아한다. 우메야는 이 아파트로 이사 오게 되면서 만난 길고양이였다. 집주인 아주머니 덕분에 고양이를 집에서 키울 수 있게 되었다.


우연히 길에서 우메야를 만나 따라가다가 골목 안으로 함께 쏙 빨려 들어갔다. 그곳에는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요괴 편의점이 있었다. 알고 보니 우메야가 훈남 고양이 점장이었다. 우메야는 아사기보다 훨씬 몸짓이 컸다. 큰 곰돌이 인형 같은 느낌이랄까. 아사기는 요괴 편의점에 왔다는 사실에 놀라고 원래는 무서워해야 할 것 같은데 놀이공원에 온 것처럼 신나 보인다. 편의점에 있는 요괴는 사람처럼 편의점을 즐겨 사용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아사기가 새롭게 선보인 요리를 요괴들이 좋아한다. 원래 사람은 이곳에 들어오면 안 되는데 아사기는 우메야 주인이라서 함께 들어올 수 있었던 걸까. 몹시 궁금해진다.


스마트폰으로 아시기를 찍은 위험한 인물이 있다. 요즘엔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나 영상을 촬영하거나 사진을 찍는다. 편리하지만 퍽 위험한 세상이다. 그래서 위험한 인물이 찍은 영상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걱정된다. 우메야 점장이 아사기가 편의점에 오지 않았으면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요괴 편의점에서는 생각보다 불편한 일이 생기지 않았다. 편의점을 사용하는 요괴들은 사람보다 더 평범했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 즐겁고 인간 아사기를 보고도 침을 흘리지 않았다. 요괴 편의점에 오는 요괴들은 하나같이 아사기의 요리를 좋아해 주고 걱정해 준다. 아사기를 도와주고 싶어 한다. 요괴들이 정다워서 아사기는 당분간 요괴 편의점에서 발을 빼지 못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 - 오리지널 완역 일러스트 에디션
모리스 르블랑 지음, 벵상 말리에 그림, 권은미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이지만, 루팡이 친숙하다. 학창 시절에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은 결코 사람은 죽이지 않는다. 홀연히 나타났다가 보석과 함께 사라질 뿐이다.

오리지널 완역 일러스트 편으로 여객선에서 체포되는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생생한 삽화가 보여주는 추격신부터 시작해서 아르센 뤼팽의 활약을 살펴볼 수 있다. 뤼팽이 매력적인 것은 모든 일에 있어서 계획적이며, 멋지고 신사적이라는 것이다. 박학다식한 지식과 마술처럼 '실제로 그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변신에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 누구라도 될 수 있고 어떤 사람이라도 자신의 편에 서게 할 수 있는 자신감도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아르센 뤼팽이 체포된다. 아마도 이것도 계획 중 일부였을까 아니면 그녀를 정말 사랑하게 되어서였을까? 서로 사랑한다고 해도 뤼팽은 부자들의 주머니 터는 일을 멈추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도 그런 그를 반기지 못했을 것이다. 가니마르 경감은 아르센 뤼팽이라면 이를 갈고 있지만, 뤼팽이 매번 놀라움을 안겨주니 팍팍 늙어가는지 모른다. 다른 일러스트로 <아르센 뤼팽 체포되다> 편을 보았는데, 일러스트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진다.

뤼팽은 자신을 도와준 사람에게는 보답을 하고 나쁜 사람들을 혼내주기도 하므로 그를 응원하게 된다. 뤼팽의 이야기를 토대로 책은 쓰이고 있다. 어찌 보면 쓰는 사람이 더 그 상황을 잘 전달하고 있는 듯하다. 아르센 뤼팽은 훔치지 못하는 물건이 없었는데 그중에서도 도둑맞은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주는 아주 훌륭한 일도 놓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생각지도 못하게 뤼팽이 당하는 일도 있었는데, 어떤 일이든 종종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있다. 아르센 뤼팽이 여러 방면에 뛰어나고 싸움도 잘하지만, 악인들을 상대하기엔 정말 괜찮을까 걱정된다. 벌어지는 일들은 여전히 지금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세월이 흘러도 사람들이 가지는 감정이나 욕망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모처럼 오리지널 일러스트와 함께 새로운 모험으로 떠나는 이야기가 짧게 끝나버려 못내 아쉽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맛난 부사 - 말맛 지도 따라 떠나는 우리말 부사 미식 여행
장세이 지음 / 이응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맛난 부사 책 제목처럼 맛있는 부사에 대해서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말 그리고 글에서 쓰는 부사인데 애틋하기도 하고 오롯이 부사에 집중할 수 있었다. 글을 잘 쓰려면 군더더기 없이 간단 명료하게 쓰는 것이 좋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부사는 빼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부사는 글의 분량을 늘리기 위해서 쓰는 흔한 말일지도 모른다. 이 하지만이 문제이긴 하지만, 책 속의 부사는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처럼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책 속에 나오는 부사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다른 말로 대체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무엇이든지, 세상 모든 것은 대신할 것이 있다. 어쩜 이 부사마저도. 책 속에 나오는 부사의 단어들은 저마다 사연을 갖고 있다. 

1장에서는 단맛의 부사로 간절한 바람을 담은 다다단 부사가, 2장에서는 짠맛의 부사로 삶의 비애가 배어 눈물어린 부사가, 3장에서는 신맛의 부사로 일상의 흐름을 바꾸는 청량한 부사로, 4장에서는 쓴맛의 부사로 고난에 맞서는 쓰디쓴 부사로, 5장에서는 물맛의 부사로 말물을 보듬는 물간은 부사가 나온다. 차례만 보더라도 왠지 어떤 느낌의 부사가 등장할지 느낌이 온다.

간절한 바람의 대표 부사는 부디가 아닐까 싶다. 노랫말 가사에도 종종 등장하는 부디 끝끝내 붙잡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담겨져있다. 오라오라 내게로 오라. 오지 못함을 알기에 더욱 간절하다. 단맛에 마냥을 빼놓을 수 없다. 마냥 좋으니까. 그냥 무슨 이유가 있을까 마냥 좋은 것을. 짠맛의 부사에서는 애달피와 아스라이가 눈에 꽉 박히듯이 들어온다. 책속에 등장하는 부사들은 그러했다. 그냥 우는 것은 시끄러울수도 있으나, 애달피 울음을 삼키듯 우는 이에게 누가 뭐라 할 수 있겠나. 마음이 울렁울렁 거릴뿐이다. 다양한 부사들을 살펴보면 사극속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4장의 쓴맛의 부사에서는 차마, 차라리, 굳이를 읽으며 어쩌란 말이냐 라는 말이 책속 글처럼 떠다닌다.

부사는 그저 그렇게 모든것을 느끼게 해준다. 마냥 이 책의 부사들이 좋아진다. 그것을 글에 잘 버무리지는 못하지만 글속에서 부사들의 생명력이 마구 느껴져서 맛있게 읽을 수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