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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의 인형 - 어린이 도덕교육 시리즈 1
샬롯 졸로토 지음, 윌리엄 드 보아 그림, 이은화 옮김 / 다음세대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사람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사회화되어 간다. 사회화 과정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정이 가장 영향력 있는 기관이라 할 수 있다.
아이는 가정을 통해 여러 가지를 배워나간다. 성역할에 대한 교육도 그 중 하나라 볼 수 있다. 남녀간에 보이는 성차가 유전적인 것인가 아니면 사회화를 통해 교육된 결과인가에 대한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양쪽의 입장 모두 타당한 면이 있지만 이 '윌리엄의 인형'이라는 그림책을 보면 성차가 교육되어지는 면이 적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여자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분홍색으로 치장되어 진다. 분홍색 내복에 분홍색 타올, 분홍색 이불. 남자아이는 좀 더 남자답다고 느껴지는 색-파란색 등-으로 둘러 싸이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여자색 남자색, 여자 장난감, 남자 장난감을 구분하게 되고 나아가서는 여자다움 남자다움을 스스로 정의해 간다. 만약 그 기준을 벗어나는 행동을 했을 때는 별난 아이로 취급받게 된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 '윌리엄'은 남자아이이다. 그렇지만 윌리엄이 제일 가지고 싶은 놀잇감은 '인형'이었다. '윌리엄은 인형을 꼭 껴안고 팔에 안아 흔들어 재우고 싶었고, 인형에게 우유를 먹이고, 공원으로 데려가고, 그네에 태워 밀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이런 윌리엄의 바램은 형들에게 놀림감이 되거나 부모님의 걱정거리로 자리잡게 되었다. 윌리엄의 아버지는 남자다운 놀잇감-농구공, 작은 기차 등-을 사주며 윌리엄의 관심을 인형에게 멀어지게 하려고 했지만 인형을 가지고 싶은 윌리엄의 생각을 떨쳐버리게 할 수는 없었다.
이런 윌리엄의 마음을 아신 할머니는 윌리엄에게 인형을 사주신다. 인형을 선물 받은 윌리엄은 '금방 그 인형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인형을 가지고 놀고 있는 윌리엄이 걱정스러워 할머니께 윌리엄에게 도대체 왜 인형이 필요하냐고 항의를 한다. 아버지의 질문에 대한 할머니의 답변은 정말 지혜롭다.
'윌리엄은 너처럼 아버지가 될 때를 위해서, 꼭 껴안아 주고, 흔들어 재워 주고, 공원으로 데려갈 인형이 필요해. 윌리엄은 인형을 통해 아버지처럼 연습할 수 있어. 어린애를 어떻게 보살피고, 어떻게 먹을 것을 주고, 어떻게 사랑해 주고, 어떻게 아기를 키우는가를 알게 될거야.'
이제 우리는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다. 옛날에 비해 많은 것이 변했지만 성고정관념 만큼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21세기를 열린 마음으로 살아갈 우리아이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주고 싶다. 그리고 아직 고정관념에 물들어 있는 많은 어른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