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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레시피 - 요리 하지 않는 엄마에게 야자 하지 않는 아들이 차려주는 행복한 밥상
배지영 지음 / 웨일북 / 2017년 6월
평점 :
제목을 에필로그의 제목으로 정해 보았다. 이 책의 전반적인 이야기가 이 마지막 챕터의 제목인 자신의 삶을 요리하는 소년의 행복 레시피가 아닐까 한다.
이 책은 고등학생 아들이 야자를 하는 대신 집에와서 저녁 식사를 준비해 가족들과 함께 하는 내용이며 가족들의 소소한 일상생활등의 내용이 나온다. 슬픈 내용은 아닌데 읽다보면 눈을 깜빡깜빡 해야 할 정도로 눈물이 고이기도 하고, 콧등이 시큰해 오기도 한다. 아마도 솔직하고 담백함 속에서 느껴지는 진심들 때문이 아닐까.
나에게도 6학년 아들이 있다. 보습학원을 보내지 않으며 집에서 읽고 싶은 책 실컷 읽고 운동하러 가고 밖에서 친구들과 축구도 신나게 한다. 그런데 중학교를 보낼 생각을 하니, 지금까지 해온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자신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속에 조그마한 확신이 더 생긴것 같다. 아이들의 삶은 아이들 것이 아닐까 하는. 가고 싶지 않은 학원에 억지로 보내고, 다른 아이들이 안하니까 불안해서 보내고 하는 것은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자신의 마음을 위안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것은 아이를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길을 찾을 때 응원해 주고 힘이 떨어질때 힘을 줄 수 있는 것이 부모가 아닐까. 물론 그 과정에서 속도 터지고, 불안하고 답답한 순간이 불쑥 불쑥 찾아오긴 하겠지만 믿어주는 아이는 제길을 올 곧게 잘 찾아 갈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장마다 제목도 잘 지었는지. 제목에도 반한다.
-태어나 처음, 내 돈 주고 산 음식 블루베리 요거트
(이건 첫장의 제목인데 여기서 제규가 처음한 아르바이트비로 가족들에게 아르바이트하던
곳에서 자기돈을 내고 사주던 요거트 장면에서 눈물이 왈칵했다. 내가 엄마라서 그런가보다.)
-꿈이 여물어 가는 날엔 단단한 꼬막무침
-기본의 어려움과 쓰라림을 알게 해주는 생채
-무엇을 해도 되는 때, 무엇에도 먹기좋은 오이피클
p243" 제규는 자기 생활을 맘에 들어 한다. 지금은 집에서 밥을 하고 있지만, 하고 싶은 다른 일이 생기면 그만 둘 수도 있다. 엄마가 학교 공부 안하는 아들 이야기를 기록하는 이유도 안다. 직접 겪으면서 자기 길을 가는 고등학생에게는 멋짐이 있는 거니까"
이 책에는 "멋짐"이 가득하다. 아이를 믿어주는 제규의 부모님에게도 멋짐이 가득하고, 앞으로 무엇을 하며 지내게 될 지는 모르지만 자기 일을 열심히 찾고 있는 제규라는 친구에게도 멋짐이 보인다.
아는 사람들도 아닌데, 나는 어느새 이들편에 서있다. 제규를 응원한다. 우리 아들에게도 이런 멋짐을 보일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