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비가 왔고 오늘도.
어릴 때 나는 비를 싫어했다.
일단 너무 안 예쁜 우산을 쓰고 다니는게 창피했고 비오는 날 질퍽거리는 것도 싫었다.
그런데
요즘은 비가 좋다.
나 대신 울어주는 것도 같고
천둥이 우르르 쾅 치면 속이 다 후련하다
내 대신 화내주는 거 같아서.
어릴 때 난 자칭 해의 여신이었다. ^^
비가 와도 나만 나가면 비가 그쳤다. 그러다 비의 여신을 만났다.
해경이. 해경아 잘 지내니?
해경이는 자기만 나가면 비가 와서 비의 여신이라고 했다.
비의 여신과 해의 여신이 친해지자 비가 왔다 해가 떴다 수시로 반복했다.
아침 태은이를 어린이 집에 데려다 주어야 하는데 비가 정말 많이 내리는 소리.
태은아 우비입고 가자. 꽃임이네님이 선물해주신 예쁜 우비와 장화가 있어서
태은이는 비오는 날도 멋쟁이다.
그래서 태은이는 비오는 날도 좋아한다.
그런데 비가 내리는 걸 기대하고 나왔는데 비가 안오는거다.
나는 비가 안온다고 우비도 안입히고 우산도 접었는데 태은이가 아냐 비 와.
하며 혼자 우산을 쓰고 갔다.
장화 신은 발을 웅덩이에 첨벙거리면서.
-엄마 왜 비가 그쳤지?
-비가 태은이 어린이집에 가라고 잠깐 숨었나봐. 비 많이 오고 바람 불면 태은이 날아갈까봐.
-나 안날아가는데 난 비행기가 아니거든. 태은이거든,
-비도 알아. 태은이인지. 아마 몰래 숨어서 지켜 볼걸, 어린이집에 잘 갔나하고.
태은이는 하늘을 두리번 거린다.
정말 그런듯.
하늘이 회색이다.
-엄마 하늘엔 비가 잔뜩 있어.
-그러게.
어린이집에 들어간 태은,
내가 다시 집으로 향하자 비가 두두두두.
해의 여신은 태은이에게로 옮겨갔나보다.
비가 많이 오면 어떻게 아이와 신호등하나를 건너고 또 길을 건너 차 많이 오는 길을 걸어가나 했는데 깜쪽같이 비가 그치다니. 숨어있어서 고마운 비다.
비야 이따 태은이 올 시간도 잠시 숨어있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