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꼭꼭 비밀로 했던 것이 있습니다.
아기가 찾아왔거든요.
저희 친정엄마가 4개월까지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셔서 꼭꼭 비밀로 했어요.
좋은 일엔 샘이 생겨서 달아난다고.
하지만 이제는 그래도 어느정도 안전하다 해서 이렇게 털어놓게 되었어요.
태명을 복이라고 지었어요. 복많이 받고 살라고요.
내일이면 10주랍니다.
오늘 병원에 가 보았는데 손도 있고 발도 있고 손도 꼬물꼬물 움직이고 심장도 잘 뛰어서
아주 신기했답니다.
친정부모님이 동시에 똑같은 태몽을 꿔 주셨는데 넓은 밭에서 감자를 주렁주렁 많이 캔 꿈이랍니다.
네이버 꿈풀이서 찾아보니 태몽이 맞더라고요.
두분이 어떻게 같은 꿈을 꾸시는지 아주 신기했습니다.
사실 알라딘에 아기에 대한 속상함을 털어놓을 때는 정말 절망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이야기만 나와도 눈물이 났었죠.
그런데 지기님들 효험이 있던 걸까요?
지기님들이 위로해 주신지 얼마 안 되어서 소식이 온 거예요.
하지만 무턱대고 기뻐할 수가 없었답니다.
하혈이 있어서 처음에는 아기인줄도 몰랐고 피검사를 해보니 100이 넘어야 임신인데 90정도 였어요.
그래서 매일 유산 방지 주사에 약에 누워있다 시피했죠.
5주가 넘어서니 입덧이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음식을 잘 못먹어서 경황이 없더라고요.
그 와중에도 아기는 (복이는) 아주 잘 자란다고 했어요.
하지만 전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언제나 불안했답니다.
불안해 하지 말라는데도 늘 불안하고 걱정이 되었죠.
그런데 오늘은 그런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혹시 하는 마음에 비밀로 하는 것도 오히려 불안한 생각을 할 수 있겠다 싶어 이렇게 털어 놓고 축하받기로 했답니다.
다른 사람들은 아기를 갖고서 회사도 다니고 입덧도 없이 지나가는 사람도 많은데
전 몸이 안좋아서 그런지 동네 잠시 나갔다 와도 식은 땀이 흘러요.,
그래서 하던 일을 모두 중단하다 시피 했지요.
빠지지 앟던 동화 창작 모임까지 빠지고.
매달 쓰던 논술 책 작업도 아쉽게도 한달을 남겨놓고 할 수 없었어요.
밥을 못 먹어서 기운이 없고 어지러워 늘 누워서 살다보니 기초 체력도 더 떨어진 듯 하고요.
그래도 기쁜 것은 잘 있다고 하니, 일주일 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니 그게 가장 기쁩니다.
쉽게 찾아왔다면 소중한 줄 잘 몰랐을 거예요.
그리고 아무래도 아빠보다 엄마가 더 애착이 크긴 한가봐요.
전 아기를 가질려고 주사를 맞고 약을 먹고 복수가 차고 쓴 약을 입에 달고 살고 등등 고생을 하면서 몸의 변화를 느껴서 그런지 희미한 초음파 아기사진도 너무 귀여운데 남자들은 좀 시큰 둥한 거 같아요.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늘 다짐해요.
복이에게 최고로 잘해주겠다고.
물질적인 그런 면보다 언제나 든든한 후원자가 되주고 싶습니다.
계획보다 한 한달 일찍 털어놓는 비밀이니 축하해 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