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맨 울프레드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32
닉 블랜드 지음, 김여진 옮김 / 길벗어린이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책 『호텔맨 울프레드』 첫장과 두번째 장을 보면 울컥한다. 

자존심 따위는 버릴 준비가 된 울프레드. 책 한권도 안팔리고 배가 고픈 나머지 호텔에 일자리를 구하러 간 울프레드. 여기까지 보자마자 나는 그냥 내 이야기 같아서 울프레드를 좋아졌다. 좋아하게 된 이유가 그저 나같아서. 나를 빼고는 아무것도 없나 싶지만 내 상황도 딱 그런 적이 많았다. 책이 단 한권도 팔리지 않는~ 이 문장에 얼마나 많은 동네책방과 작가들의 마음이 후달릴까 싶다.

가끔 작가가 되는 길을 포기해야 하나 싶을 때가 있다. 글을 써서는 도저히 생활해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겸하는 것도 쉽지 않다. 글쓰는 길은 그렇게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마음 먹고 글만 써 보자 하면 생활에 대한 불안으로 글이 잘 안 써진다. 

울프레드는 버티고 버티다가 호텔에서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는 일자리를 구했다.



돼지 사장은 울프레드에게 규칙을 설명한다. 손님에게 말을 걸거나 인사를 하지 말것. 벨을 더 잘누르려 하지 말고 그냥 누를 것. 그런 규칙을 안지키면 해고.

울프레드는 몇년간 규칙을 잘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어떤 손님을 만나도 인사를 하거나 말을 걸지 않았다. 심지어 유령을 만나도 놀라거나 움찔하지 않았다. 해고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림책 『호텔맨 울프레드』 에는 울프레드가 종이를 옆구리에 끼고 살금살금 까치발로 계단을 오르는 장면이 있다.

그는 종이를 가지고 어디로 가는 걸까? 그 만의 공간으로 가는 것이다. 이 시간은 울프레드가 하루를 버틸 수 있는 힘인 것이다. 나는 나의 하루를 돌이켜보았다. 나는 과연 나를 버틸 수 있는시간이 있을까?



그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해도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그 시간은 마치 감정도 접고 그건 그저 돈벌기 위한 수단이었다. 잠시라도 행복했던 때는 내게 글 의뢰가 들어왔을 때다. 글을 써서 돈을 받고 내가 글을 쓰며 인정받을 때 나는 행복하다.

가끔 잘 될 거같아서 흥이 나고 그럴 때는 춤을 출 것처럼 몸이 가볍지만 나는 계속 이렇게 마치 습작인듯 길을 가는가? 내가 맘에 드는 글을 쓰는 날이 올까?

그림책 『호텔맨 울프레드』 가 좋은 이유는 이야기가 마무리에 있다. 

납치범 호텔사장을 구하고 어떤 방을 원하냐고 댓가를 주려하는데 일층과 이층을 오가는 방에 책을 많이 두고, 거만하거나 톡특한 손님들에게 인사도 하고 말도 걸고 책도 건네는 일상을 보낸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버튼은 스스로 누르게 한다. 바뀔 거 같지 않은 규칙을 바뀐 것이다.

내가 감명받은 부분은 그 부분이 아니다.

바로 옥상에서 여전히 글을 쓰고 있는 울프레드의 모습이었다. 여전히 글을 쓰는 울프레드는 변하지 않았지만 변한 것은 리디아의 정원처럼 초록으로 풍성해지 옥상, 그리고 그곳에서 밤이 아닌 낮에 글을 쓰는 울프레드이다.

언젠가 내가 글을 안쓰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니 딸이 물었다. 

엄마 이제 작가 안해?딸에게 엄마는 작가가 꿈이고 꿈은 그만 두는 게 아니라고 했었다. 그만두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면, 포기하지 않으면 시간은 배반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납치범을 잡지 않더라도 말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3-04-01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는 작가가 꿈이고 꿈은 그만두는게 아니라는 말 좋네요. 화이팅을 보냅니다. ^^
 
첫 인사 마음그림책 14
클레르 르부르 지음, 미카엘 주르당 그림, 신정숙 옮김 / 옐로스톤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름다운 그림에 대충 넘겨보다가 다시 첫장

새벽 6시,
등대지기가 밤새 불을 밝혔구나.
그리고 이내 해가 떠서 등대를 밝힐 필요가 없는 아침이 되면 퇴근하는구나.
얼마 전부터 나는 열심히 사는 사람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을 여는 사람, 밤을 밝히는 사람, 쓰레기를 치우는 고마운 사람, 
언젠가 새벽에 집을 나갔다가 음식 쓰레기를 치우는 분을 보았다.
그분은 수레에 음식 쓰레기 봉지를 담고 있었다. 그분이 다 치워가면 골목골목 악취는 그분과 함께 사라지고 꺠끗한 동네가 된다.
성실함으로 밤을 밝힌 이를 따라서 함께 골목을 도는 느낌을 담은 책이다.

마치 안녕, 하늘, 안녕, 나무, 안녕, 갈매기, 안녕, 당나귀, 안녕 꽃.
이렇게 모두와 함께 눈으로 호흡으로 아침 하루를 여는 첫 인사를 나눈다.

#옐로스톤
#첫인사
#선물책




등대에 불이 꺼져도 아직 하늘은 어둡다.

일을 마치고 뿌듯한 마음으로 퇴근하는 길처럼 보람되고 가벼운 맘이 있을까?

느껴본 사람만 아는 그 마음으로 함께 자전거를 탄다.




마법처럼 지나가는 길마다 깨어난다, 나뭇가지가, 나뭇잎이, 꽃이, 지나가는 여린 풀들이 잠을 깬다.

등뒤를 따라 빛이 차오른다. 생각만해도 아름다운 마법은 사실 누구나 가능한 마법이다.




집에 가까이 다가운 걸 느껴지는 원근법으로 등대지기는 점점 점점 등대에서 우리 가까이 다가온다. 그의 자전거는 이제 눈앞을 지나간다.

등대지기가 오는 것이 저 먼곳에서 시작되었다면 이제 눈앞을 지나가고 우리는 이제 그위 뒤를 따라갈 것이다, 작가의 하나의 작전에 우리는 영화처럼 빠져들며 감상하면 된다.




나는 마치 한마리 당나귀가 된 듯 그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등대지기가 지나가며 나는 깨어난다 어느새 하늘은 밝다. 저기 마을이 보인다. 등대지기가 사는 마을, 등대지기를 기다리는 마을.

그림같은 바다가 그를 인도한다.





드디어 집,

언제나 등대지기를 가장 먼저 반기는 이가 있다.

귀를 뒤로 딱 붙이고, 살랑살랑 꼬리를 친다, 밤새 잠들지 않고 등대지기를 기다린 강아지 통통이다, 문뒤로 주황빛 해가 환하다.




이제 아저씨가 아침 첫인사를 나눌 이를 찾는다.

문뒤에는 바로 그 사랑스러운 이가 있다.



아침 7시

우리는 그렇게 아침을 맞는다.

우리는 그렇게 

고된 일상을 두바퀴를 굴리듯 흩날리고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환한 일상을 나눈다,.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맞이하는 일상에 감사함과 뿌듯함과 아름다움이 깃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무와 새












색깔이 아름다운 그림책을 만났다. 처음엔 참 예쁜 그림책이구나 그 느낌으로 시작되었는데 읽다보니 나무의 마음이 참 아름다웠다. 

2월 중순, 겨울 풍경이 아직 흔적을 남기는 시간들이다. 

곧 봄이 되어서 마른 나무 가지에 연두빛 잎이 나겠지. 

한참 들여다 보니 마음도 풋풋해진다.




이 그림책은 나무와 새에 대한 이기지만 나는 나무가 주인공같다.

요즘 나는 나무에 빠져있다.

새삼 나무? 라고 할만큼 나무는 얼마나 우리에게 가까웠는가?

그럼에도 미처 몰랐던 게 있었다.

바로 나무는 머무르지 않는다는 거다. 

나무는 한시도 쉬지 않고 계절을 준비하고 있었다. 머물러 정지한 적이 없었다.


어느 날 날아온 제비는 나비에게 종알거린다.

나무는 날개가 있어서 포르르 날아가는 제비가 당연히 부럽다, 

그림 속 제비는 철없으면서도 해맑아 보인다.






나무와 새 그림책에서 내가 가장 아름다워서 감탄한 장면이다.

나무의 세상을 날아가는 새.

나무의 눈길을 받으며 날아가는 새.

아름다운 자연

참 아름답다.





나무를 찾아 여우와 오고,사슴이 오고, 다람쥐가 찾아온다.

자신이 마치 머물


기만 하고 다가서지도 못하는 느낌이 드는 나무는 답답하다.

어찌 그렇지 않을 수 있을까?

뿌리박혀 움직일 수 없음은 탈출할수 없음으로 느낄 수도 있다.

자신을 찾아온 생명들을 따라갈 수는 없으나 그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그들이 편하게 대해주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


가을이 가고 눈이 오고, 눈이 내릴 때 침묵도 따라 내린다.

그림책 속 글이 참 곱고 따라 쓰고 픈 글이다.


겨울잠을 자는 다람쥐. 나무가 이따금 다람쥐와 같은 꿈을 꾸듯 몸통을 지나 가지 끝까지 전해지는 작은 떨림을 느낀다니~.

감탄이 절로 난다.





새는 다시 찾아와서 바다 이야기, 아프리카 이야기,  신기한 바오밥 나무, 삼나무 아까시나무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나무는 조용히 듣죠.

다른 말은 필요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말을 조용히 들어주는 시간이 얼마나 있었을까?

나조차도 그런 적이 드물다.





요즘 밤에 잠드는 게 싫어서 늦게 자다보니 수면의 질이 안좋다. 그럼에도 아깝다. 별이 빛나는 고요한 시간 깨어있다는 행복.

숲 속의 밤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인간의 두려움이 없다면 고요하고 아름답고 신비함.나무는 누구에게 말을 할 수 있을까?






우리가 나무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해 답답하거나 날지 못해 안타까운 건 우리 생각일 뿐이다.


세상은 저기에도 있고, 여기에도 있어. 
나는 세상을 듣고 세상을 느껴.
여기가 바로 내가 있을 곳이야. 
어떤 것도 부족하지 않아.



요즘 나무를 보면 메마른 가지가 아니라 통통하게 물이 오른 느낌이다. 싹을 내밀 준비, 봉우리를 피울 준비를 추운 겨울 하고 있었다.

곧 다가올 봄, 그리고 여름, 가을, 겨울 내내 탐색하며 읽을 그림책이다.

바위를 뚫는 나무의 힘을 믿고 그 기운에 힘입어 그의 말을 듣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

어느 책 속 한 구절이 떠오른다.

하루도 같은 날은 없었다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밤 꿈엔 책가방 속 그림책
최진희 지음 / 계수나무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밤 꿈엔

여백이 많은 그림책이다.

과하지 않게 망설임 없는 선으로 죽죽 그어서 그려진 

책을 펼치면 북극제비갈매기를 소개하는 걸로 시작한다. 

북극제비갈매기라는 게 있나보지.

라고 생각했다. 아무 의심하지 않고 믿었다. 


북극제비갈매기는 북극에서 여름을 보내며 새끼를 낳고 겨울이 오면 남극으로 긴 여행을 떠난다.


세찬 비에 온몸이 젖고 매서운 바람에 몸을 떨기도 하겠지.


단 하루만이라도 날개를 활짝 펼 수 있다면 

너에게 닿을 수 있다면.

그러다가 맨 마지막 장을 보고 가슴에 뭔가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주인공은 북극제비갈매기가 아니라 날 수 없는 새 닭이었다. 오늘밤 꿈엔 북극제비갈매기가 되고 싶었던 거다.


내 꿈을 생각했다. 

이룰 수 없는 꿈을 생각하는 건 아닐까?

나는 어쩌면 날지 못하는 새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울컥했다.


그러다 보니 

북극제비갈매기라는 게 정말 있는 걸까?

생각해보니 있을리가 없다. 왜 눈치를 못채고 믿었나 싶기까지하다.

꿈이지만 작가님의 강인한 선의 힘. 짧고 강한 선, 휘어지지 않는 선

그게 이룰수 없지만 매 순간 진심이고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책을 읽는 재미는 여러가지이나 나는 가끔 옆에 두고 넘겨보며 위안이 될 때 보는 책이 있는데 이 책 또한 그러하다.


최진희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절대 절대로 - 2022 가온빛 추천 그림책, 2022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모두를 위한 그림책 50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지음, 나선희 옮김 / 책빛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가 어린이집을 갈 때 아침마다 전쟁이었다. 집에서 재미나게 놀아주려고 노력하다보니 어린이집은 가기 싫은 곳이 되었던 거다. 어린이집에 가서 재미있는 걸 많이 하고 친구도 만나면 좋은데 아이는 그렇지 못했다. 

그림책 <절대 절대로>에는 너무나 귀여운 주인공이 나온다. 주인공의 정체는 박쥐다. 세상에 박쥐가 이리 귀여울 수 있는 거야? 감탄하며 넘길 때마다 몇년전 아이를 어린이집과 학교를 보낼때 생각이 나서 웃음이 났다.


베아트리체 알레마냐의 그림과 스토리에 반했다.

그림책 면지에는 주인공 파스칼린의 다양한 포즈가 나오는데 이렇게 다양한 포즈로 캐릭터를 그린다는 건 글그림을 함께 하는 작가익 욕심많은 작가이기에 가능하다. 그래서 면지를 보는 순간 작가의 책에 대한 욕심과 사랑을 엿볼 수 있어서 펼치면서부터 기대만발이었다.

이쁜 나무집에 사는 파스칼린은 날개에 보송보송 털이 있는 5살 아기 박쥐이다. 

파스칼린은 오늘은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쓴다.

엄마 아빠는 그런 파스칼린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안달복달이다. 엄마는 파스칼린을 데리고 창가로 가서 함께 창밖을 내다본다. 저기 보렴. 고슴도치, 다람쥐, 두꺼비, 애벌레도 다 학교에 가고 있잖니?

아이의 모습은 정말 표현이 딱이다.


엄마 아빠가 아무리 설득을 해 보지만 파스칼린은 이제 맘 먹고 외치지요.

절대 절대로 안가 

자 다음 그림에 엄청난 장면이 나옵니다




엄청난 호통에 엄마 아빠는 작아져요.

책 편집은 타이포그래피 기법이 사용되었어요.

아이가 외칠 때는 클 글씨. 작아님 부모님이 하는 말에는 아주 작은 글씨. 별것아닌 것같아도 섬세한 배려예요. 글씨 한자한자에 스토리가 깃들게 한 것이지요.

부모님이 작아졌는데 파스칼린은 어땠을까요? 아주 재미있어하면서 부모님을 외투 주머니 속에 넣고 함께 학교에 갑니다.

친구들과 이름을 물어보고 웃으며 파스칼린은 부모님을 들키지 않게 주의 하지요.

날기 수업에서는 부모님이 떨어질까봐 잘 참여를 못해요.

그래서 결심하죠.

다음날에는 부모님과 같이 가지 않고 혼자 가기로요.


글자 하나하나 섬세하게 편집해주신 출판사 마음이 돋보입니다.

아이의 마음 부모의 마음을 모두 담아 사랑스런 글과 그림을 담아준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작가가 참 고마운 생각이 드네요.



이 글은 책빛 4기 서평단으로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리뷰를 썼으나 주관적인 제 생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